
최석주 부산 월해한의원장
8월9일 베트남 의료봉사의 첫날이 시작됐다. 7시30분 아가페병원으로 가니 3층 회의실에 진한 홍차와 바나나를 테이블마다 준비해 놓고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서로 소개를 하고 병원장의 환영사가 있고 난 뒤 필자가 우리측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하게 되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곳 아가페병원에서 한국 한의사들에게 의료 봉사의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독교연합회에서 사랑의 성금으로 지은 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의의가 큽니다. 한국 한의사들이 펼치는 이 활동은 한국과 베트남 국민간의 친선과 우의를 돈독히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만 한가지 더 제가 바라는 목적은 한국의 침술 즉 월해침의 우수성을 여러분에게 보여줌으로써 세계에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침술의 효과가 훌륭하다고 여기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여 커다란 박수를 받고 진료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 부원장이란 여의사가 와서 ‘침 소독이 잘 되어 있느냐’ 혹은 ‘발침 후 뒤처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등 간섭이 있어서 기분 나쁜 점도 있었지만 침술의 효과가 아주 좋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오후부터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부원장 본인 스스로 허리에 침을 놓아달라고 청을 하는 것이었다.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의사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외국에서의 진료에는 그 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통역을 통하더라고 세세한 부분까지 전해지기가 어렵고 또 통역이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베트남 진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통역 담당 베트남인에게 ‘암을 제외하고 무슨 병이든 다 침술이 해당된다’고 누차 강조를 했는데도 처음에는 허리·팔·다리가 아픈 환자만 몰려오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이런 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도 중간에서 ‘그런 것은 침술로 안 된다’고 전하지를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손지훈 선생이 우연히 ‘치질에도 침을 놓느냐’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물론이지요’하면서 膀胱經에 침을 놓고 돌려보냈었는데(이것은 필자가 저술한 月海鍼要鑑에 잘 나와 있다) 이튿날 훨씬 좋아졌다면서 다른 치질환자도 데리고 왔다. 그 소문 때문인지 약 20명의 치질환자가 몰려오게 된 것이다.
남딘의 아가페병원에서 치료한 환자 중 지금 생각나는 것은 20년 된 편두통 환자, 허리가 휘어져서 걸을 수 없는 환자, 위가 쓰리고 아픈지 10년 이상 된 환자, 왼쪽 귀가 아픈지 오래되었으나 이비인후과에서 포기했다는 환자,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남딘시 보건국장 등이 모두 3회의 시술로 거의 완치한 환자들이다(月海鍼要鑑에 기재된 것은 편두통에는 膽經, 허리에는 膀胱經, 위통에 消化침, 귓병에는 三焦經, 불면증에는 膽經으로 나와 있다).
의사 소통이 더 잘 되었더라면 더 많은 환자를 더 빨리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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