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육… 교(敎)에서 습(習)으로

기사입력 2018.02.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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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내용 개발을 맡고 있는 서동인 한평원 연구원이 제시하는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싣는다.



    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지식의 양과 수준이 방대’하다는 것이다. 학문간 지식의 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해 볼 때, 의학교육은 대학교육 시스템 안에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의 양이 가장 많은 학문에 포함된다. 의료인이 탐구하고 대상으로 다루는 인체가 복잡다단하며, 의술이라는 행위가 그만큼의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학 현장에서 의학교육의 대상자인 교수자와 학습자들은 지식 전달과 습득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추구하게 되었다. 즉, 지식 전달의 효율성이 높은 강의식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지식의 암기를 통해 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주로 교육해왔다.

    그러나 과연 교육의 효율성이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역량중심 한의학교육은 실제로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 지향으로만 교육을 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의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중 한 방법은 학습자 ‘습(習)’의 시간 확보다.

    전국의 한의과대학 수업을 보면 ‘교(敎)’의 시간만 넘쳐나고 ‘습(習)’의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처럼 빡빡한 강의 속에서는 학생들이 성찰하고 체화시킬 수 있는 절대시간 확보가 어렵다.

    교수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 중에는 ‘강의시간에 가르치면 머리 좋은 학생들이니 알아서 학습하겠지’와 ‘학생들이 내 수업과 과제를 제일 열심히 따라오겠지’가 있다.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익힐 습자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날개 짓이 나에 맞도록 익숙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체화되어 남아있는 교육만이 그 학습자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교육이다. 교육과정에서 경험의 체화를 스스로 조직화하고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위한 최소한의 성찰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그 과정에서 학생은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말하는 성찰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무엇을 몰랐고, 무엇을 배웠는지 알고,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고, 배운 것이 어떻게 상호 연관되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 반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양방의 의대와 치대 교육과정도 학습 분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다양한 교수 학습 전략을 구사하면서 학생들의 성취감과 교육의 효과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기 주도 학습이 자칫 방임이 되지 않도록 학생들과 소통하고, 흥미를 유발하며,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다수의 대학에서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의학은 대학교육이 끝이 아니라 평생토록 갈고 닦아야 하는 평생학습이기 때문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태도의 약화로 의료인으로서의 성장이 도태될 경우 그 결과로 의료인에 대한 불신이 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은 앞으로 더욱 강조되는 의료인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내가 한의사가 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어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했음을 느꼈어요”라고 학생들이 피드백을 준다면 가르치는 교수자로서 의미있고 보람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교육과 학습에 대한 거대담론뿐만 아니라 한의학교육에서도 의미 있는 자기 주도 학습에 대한 논의와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우수사례들이 다수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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