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송영일 한국국제협력단 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료진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의 한국 한의학에 대한 인식 등을 소개한다.
우즈베키스탄 국립 제2병원에는 ‘O’ZBEKISTON-KOREYA SHARQ TABOBATI MARKAZI’라는 이름의 한국 한의학 진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진료센터는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우즈벡-중국 중의학 진료센터’는 우즈벡 국립의료기관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전통의학 관련 진료소 역시 없다.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여러 전통의학들을 섞어서 가르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질이 매우 조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즈벡의 페르가나란 도시에 우즈벡-대한민국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가 문을 열었다. 이 진료센터를 연 장본인은 울마소프 지크릴로 아비도비치로, 올해 막 30살이 된 젊은 우즈베키스탄 신경과의사다. 그는 현재 페르가나에서 침 치료로 가장 유명한 의사이며, 또한 한국 한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는 작년 여름 이맘때쯤 방문하겠다는 언질도 없이 불쑥 찾아와 한의학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방문에 놀라기도 했고, 너무 자신감에 차서 오만하기까지 한 눈빛이 흥미로웠다.
한국 한의학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당당하게 수족침을 일 년간 배웠다고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필자는 실소를 터트렸지만 울마소프는 당당했다. 어쨌든 자신이 배운 건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수족침을 누구에게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수족침을 배워온 우즈벡 사람한테 배웠다는 것이다. 무려 일 년간 배웠다는데 한 달에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씩 주고 나중에 수료증도 근사하게 받았다고 자랑했다. 나에게 한국 한의학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울마소프 의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즈벡이란 나라조차도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즈벡의 동쪽에 위치한 페르가나 지역은 더더욱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페르가나 지역은 우즈베키스탄 국토의 4% 정도의 규모지만 인구의 30%가 집중돼 있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한혈마(汗血馬)라고 불리는 명마의 산지였다. 이 페르가나 지역에서도 울마소프의 고향은 마르길란이라는 도시이다. 마르길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비단공장이 있는 곳으로, 어찌 보면 실크로드의 ‘실크’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울마소프 의사가 일하는 병원까지는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울마소프 의사가 침 치료를 한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새벽에 일어나 먼 길을 가보았다.
울마소프 의사가 일하는 페르가나종합병원은 350병상 규모의 큰 병원이다. 그 병원 4층 한구석에 작은 침대 3개를 가져다 놓고 침 치료를 하고 있었다. 제법 많은 환자가 대기 중이었고, 울마소프는 열심히 진료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작은 한의원처럼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치료를 받으러온 환자들이 자기가 맞을 침을 직접 사가지고 오는 모습이었다. 침을 한두쌈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환자에게 어디에서 침을 구했냐고 물었다. 페르가나에서는 약국에서 침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타슈켄트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진지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울마소프의 태도가 많이 믿음직스러웠다. 건방 부리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고, 배운대로 시도해보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함이 보였다.
울마소프는 그 후에 타슈켄트에 3개월간 머물며 나에게 강의를 들었다. 수족침에 대한 나의 통렬한 비판에 당황해 하면서도 강의를 들은 우즈벡 의사들 중에서 가장 열심이었다. 실습시간에는 언제나 표본이 되어 본인이 직접 치료를 받아보았다. 이런 열정으로 그는 지난 5월 KOICA-KIOM 한의학 연수에도 참가하게 됐다.
이건 큰 사건이었다. 페르가나 지역 의사가 해외연수를 가는 것도 매우 드문 일 중 하나인데, 연수에 참가하게 된 과정이 아주 극적이었다. 우즈벡 의사들 중에 해외연수는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사람들 중에서도 특정 대학출신들만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벽을 지방 출신의 젊은 의사가 뚫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설명해야 했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꿈과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어서 그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한국에 가게 되었다. 3주는 한의학을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는 시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3주는 한 사람에게 큰 꿈을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에 가보았고, 한국 한의학계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보았으며, 학계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우즈벡에 돌아와 페르가나종합병원장을 설득해 한국-우즈벡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를 열게 되었다.
울마소프 의사가 만들어낸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는 앞으로 한국 한의학이 우즈벡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데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울마소프의 노력에 힘입어 나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우즈벡 주요 도시 종합병원에 한의진료센터를 여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국립 제2병원에는 ‘O’ZBEKISTON-KOREYA SHARQ TABOBATI MARKAZI’라는 이름의 한국 한의학 진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진료센터는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우즈벡-중국 중의학 진료센터’는 우즈벡 국립의료기관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전통의학 관련 진료소 역시 없다. 사설 교육기관에서는 여러 전통의학들을 섞어서 가르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질이 매우 조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즈벡의 페르가나란 도시에 우즈벡-대한민국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가 문을 열었다. 이 진료센터를 연 장본인은 울마소프 지크릴로 아비도비치로, 올해 막 30살이 된 젊은 우즈베키스탄 신경과의사다. 그는 현재 페르가나에서 침 치료로 가장 유명한 의사이며, 또한 한국 한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는 작년 여름 이맘때쯤 방문하겠다는 언질도 없이 불쑥 찾아와 한의학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방문에 놀라기도 했고, 너무 자신감에 차서 오만하기까지 한 눈빛이 흥미로웠다.
한국 한의학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당당하게 수족침을 일 년간 배웠다고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필자는 실소를 터트렸지만 울마소프는 당당했다. 어쨌든 자신이 배운 건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수족침을 누구에게 배웠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서 수족침을 배워온 우즈벡 사람한테 배웠다는 것이다. 무려 일 년간 배웠다는데 한 달에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씩 주고 나중에 수료증도 근사하게 받았다고 자랑했다. 나에게 한국 한의학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울마소프 의사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즈벡이란 나라조차도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우즈벡의 동쪽에 위치한 페르가나 지역은 더더욱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다. 페르가나 지역은 우즈베키스탄 국토의 4% 정도의 규모지만 인구의 30%가 집중돼 있어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한혈마(汗血馬)라고 불리는 명마의 산지였다. 이 페르가나 지역에서도 울마소프의 고향은 마르길란이라는 도시이다. 마르길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비단공장이 있는 곳으로, 어찌 보면 실크로드의 ‘실크’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울마소프 의사가 일하는 병원까지는 차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울마소프 의사가 침 치료를 한다고 하길래 궁금해서 새벽에 일어나 먼 길을 가보았다.
울마소프 의사가 일하는 페르가나종합병원은 350병상 규모의 큰 병원이다. 그 병원 4층 한구석에 작은 침대 3개를 가져다 놓고 침 치료를 하고 있었다. 제법 많은 환자가 대기 중이었고, 울마소프는 열심히 진료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작은 한의원처럼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치료를 받으러온 환자들이 자기가 맞을 침을 직접 사가지고 오는 모습이었다. 침을 한두쌈 손에 들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환자에게 어디에서 침을 구했냐고 물었다. 페르가나에서는 약국에서 침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타슈켄트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진지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울마소프의 태도가 많이 믿음직스러웠다. 건방 부리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고, 배운대로 시도해보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함이 보였다.
울마소프는 그 후에 타슈켄트에 3개월간 머물며 나에게 강의를 들었다. 수족침에 대한 나의 통렬한 비판에 당황해 하면서도 강의를 들은 우즈벡 의사들 중에서 가장 열심이었다. 실습시간에는 언제나 표본이 되어 본인이 직접 치료를 받아보았다. 이런 열정으로 그는 지난 5월 KOICA-KIOM 한의학 연수에도 참가하게 됐다.
이건 큰 사건이었다. 페르가나 지역 의사가 해외연수를 가는 것도 매우 드문 일 중 하나인데, 연수에 참가하게 된 과정이 아주 극적이었다. 우즈벡 의사들 중에 해외연수는 소수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사람들 중에서도 특정 대학출신들만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벽을 지방 출신의 젊은 의사가 뚫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설명해야 했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그의 꿈과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어서 그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한국에 가게 되었다. 3주는 한의학을 배우기에는 한계가 있는 시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3주는 한 사람에게 큰 꿈을 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에 가보았고, 한국 한의학계의 최전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보았으며, 학계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우즈벡에 돌아와 페르가나종합병원장을 설득해 한국-우즈벡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를 열게 되었다.
울마소프 의사가 만들어낸 한의진료센터 페르가나 지부는 앞으로 한국 한의학이 우즈벡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데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울마소프의 노력에 힘입어 나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우즈벡 주요 도시 종합병원에 한의진료센터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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