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교육이다

기사입력 2017.04.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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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한의학이 앞으로 치료의학으로서 국민 속의 의학으로 정립되기 위한 방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다. 한의계의 주요 단체장 및 인사들의 한의학 발전을 위한 칼럼을 게재한다.


    2113-26-1주변을 둘러보자면, 한의학 교육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매우 박하다. 불행하게도 그건 사실인 것 같다.

    한 쪽에서는 한의학 임상이나 연구 자체에 대한 의도적인 저평가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한의학 교육에 대한 평가는 내용이나 형식, 체계와 효율성 등을 별도로 나눠 생각할 여지도 없을 만큼 낮게 저평가돼 있다. 그러니 논외로 해도 될 듯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똑똑한 애들을 데려다가 바보로 만든다’고 농담을 한다. 한국의 교육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교육기법들은 날로 발전해나가고 있는데도, 선배들이 보시던 책 한 권 던져주면서 외우고보라는 방식은 그리 많이 변하지 못한 것 같다.

    한자(漢字)가 어렵다는 학생들의 푸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바 없지만, ‘어떻게’와 ‘무엇을’이라는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훌륭하다고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연구논문의 내용이 대학의 교과과정으로 되먹임 되는 비율 또한 그리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뭐, 교육이 대학(大學·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과 교수(敎授·전문적인 학문이나 기술을 가르쳐주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학 교수의 3대 책무인 연구, 교육 및 사회봉사에 있어서, 그나마 관심을 받은 부분은 연구이다. 93년 한약분쟁 이후 25년간 증가해 온 논문용 실험기기와 실험실, 교수의 업무와 연구원의 총량보다, 재학생 ‘교육’에 대한 투자의 총량이 더 켜졌을까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무엇보다 교육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던 한의사 조교의 숫자는 급격하게 감소해왔다.

    입시, 교육 그리고 취업.

    한국의 교육은 두 가지 항목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는 대학 입학시험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더라도 입학 전형의 방식이나 내용에 실제적인 변화가 없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둘째는 해당 대학·학과의 취업률 또는 직업적·경제적 안정성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에 나타난 의·치·한으로의 쏠림은 사회문제로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의·치·한에 있어서 교육이 영향을 끼칠 여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통상적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의미이지만, 이번만은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수도권의 A(한)의대가 지방의 B (한)의대보다 열악한 교육 여건을 지니고 있더라도, 학생들은 소위 간판이나 지역을 선택할 것이다. 교육이 더 좋았고 효과적이었는지는 최소 십여 년은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한 한의사 교수들은, 언제나 SCI 논문 한편 때문에 허탈한 월급 봉투를 감수해야 한다. 교육에 대한 노력과 관심은, 단순 지표로 환산할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의·치·한에서) 없어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강의실이나 교재, 그리고 교수들의 관심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치·한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불만족스러움은 도저히 현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유급은?

    과거, 의약계열에서의 유급(또는 F학점)은 교수의 심기를 건드릴 때 받게 되는 ‘갑(甲)의 횡포’나 ‘교수의 심술’이라고 이야기 되었었고, 의·치·한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이다. 삼십 여년이 지난 아직도 진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의학에 있어서의 교육학(敎育學· pedagogy) 또는 의학교육학(Medical Education)의 역사가 그리 짧지는 않으나,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못했다. 유급과 휴학·중도탈락·학습부진에 대해 어떻게 볼까. 결론만 요약해보자면, 학습부진과 유급의 원인으로는 경쟁적 분위기속에서 실패한 학습 방식의 적응, 자존감 저하나 자기관리 부족, 체력 저하, 교수 중심의 교육과정과 교수법의 문제, 삶의 질에 대한 관심부족 등이 제시된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논문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의약계에서의 유급이 ‘갑의 횡포’라는 해설은 도시괴담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명을 다루기에 절대적인 수준 유지를 위한 필요악이라는 점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교육 및 교육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연구, 대학 자원의 투자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은, 학생도 교수도, 학교도 제기하지 않는 듯하다. 체계적인 스크리닝과 교육과정, 교수법 및 학습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드러나지도 화려하지도 않는 끊임없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한의계는 지금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우리 직역에만 해당된다거나 한 두 해 제기되었던 문제가 아니기도 하지만, 졸업생들이 겪게 될 로컬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마음을 영 편안하지 못하게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항상 제시되는 것은 교육이다. 불행히도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해왔던 부분 또한 교육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삼십년 후에 쓸모 있을지, 드러나지도 화려하지도 못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시라.

    그리고 혹여 틀린 부분이 있다면 함께 나눠 주셨으면 한다. 대학의 교수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기에 그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 불을 켜고 공부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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