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허준의 후예들

기사입력 2017.03.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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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평소 한의학의 세계화와 통합의료에 관심이 많았던 동국한의대 이성민 학생.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개원한 한의사 선배의 소개로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Integrative Medicine Center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학생으로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경험. 그리고 한의학도로서 바라본 세계속의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뉴욕 맨해튼에서 한의사 선배님들을 만나다! 上



    2108-18-11. 들어가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 예방의학 수업을 계기로 뉴욕 맨해튼에서 한의원을 개원해 진료하고 계신 박지혁 선배님을 알게됐다. 맨해튼에서 진료 중이신 선배님의 모습이 궁금하던 와중에, 동국대학교의 의학계열 글로벌리더 프로그램에 선정돼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에서 공부하게 됐다.

    UCSD에서의 각국 의료계열 학생들을 위한 의학영어회화 프로그램을 수료한 후, 예약해 뒀던 델타항공을 타고 뉴욕 맨해튼으로 이동했다. 사계절 내내 온화한 날씨를 유지하는 샌디에고에 비해 뉴욕은 비가 오고 쌀쌀했다. 뉴요커들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이나마 뉴요커이고 싶었던 내 손에도 어느새 커피가 쥐어져 있었다.

    2. 맨해튼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개원 한의사

    박지혁 선배님의 한의원을 방문하려는 내 여행계획이 안개 낀 뉴욕 날씨처럼 불투명했는데, 맨해튼 남부 스태튼아일랜드(Staten Island)를 향하는 페리를 탑승한 후 박지혁 선배님과 연락이 닿았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달려갔다.

    선배님의 한의원은 맨해튼 센트럴 파크 근처의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버를 타고 ‘Contemporary Integrative Care acupuncture- Dr. Jihyuk Park’이라 쓰여진 선배님의 clinic에 도착했다.

    선배님은 한국의 한의진료를 미국의 통합의료시스템에서 재구성해 적용함으로써 한의사가 미래의 의료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지 구상하는 것이 뉴욕 맨해튼에서 개원한 목적이라고 하셨다. 한의원이 있는 뉴욕 맨해튼 북동부(Upper east side)지역은 다양한 의료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통합의료의 일환으로 협업하기에 유리한 곳이며 이곳에서 근거중심의학(EBM=Evidence Based Medicine)을 추구한다고 하셨다.

    의술의 최첨단을 지향하는 미국에서 한국에서 온 한의사가 다양한 의료인과 협업해 환자를 성심 성의껏 진료하고 계신 선배님의 모습은 19세기 미국인들이 미국서부 황무지를 개척해 나갔던 것처럼 이 분야의 선구자(Pioneer) 같았다. 다른 점은 선배님은 이미 매우 발전된 곳에서 본인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이랄까...

    한의원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환자 한 명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상담과 치료를 하며, 보다 환자 중심적인 치료가 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하셨다.

    향후 선배님은 한국 한의학의 네가지 장점인 전인적, 예방적, 자연친화적, 환자중심적인 치료를 미국에서 추구해 한국과 다른 의료체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더욱 구체화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의 미래의료에서 한의학이 기여할 바를 제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료모델을 시험해 볼 것이라고 하셨다.

    3. 맨해튼 암 센터에서 연구 중이신 한의사 선배님

    2108-18-3감사하게도 박지혁 선배님은 다음날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CC)일하고 계신 윤형준 선배님을 소개해주고 MSKCC 벤드하임 통합의료센터 (Bendheim Integrative Medicine Center)도 둘러볼 수 있게 해주셨다. MSKCC는 MD anderson과 함께 3대 암 센터로 유명하다. MSKCC는 암 환자들에 대한 “전인적” 관점에서 치료를 행한다.

    통합의료센터 장은 중국계 미국인 의사 Jun Mao인데, 그 분의 병원관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항상 인체 특정 부분을 바라 볼 때에도 전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것에 관심 있었다. 만일 인체 생리를 그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암을 전신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양의학을 수련하며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때로는 신체 특정 부분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전체를 잊어버리기도 하였다. 그것이 나를 동양의학으로 이끌었다… 중략”
    미국 의사임에도 기본적으로 전인적 관점을 중요시하며 암을 바라보는 맥락을 전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으며 Western medicine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Eastern medicine에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한의과대학 예과 2학년 수업시간 때 배웠던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인 “전인적 치료(Holistic medicine)”를 MSKCC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이론으로 배웠던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실질적이고 훌륭한 실습이었다.

    MSKCC 벤드하임 통합의료센터 로비로 입장하려 하니, 내가 누구인지 자기소개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미국에서 “Korean Medicine”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cupuncture”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약진하고 있는 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에 밀려 도태되지 않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히 Korean Medicine을 설명하고, 윤형준 선배님을 뵈러 왔다고 말하고 로비 의자에 앉아 MSKCC 홍보책자를 읽던 선배님을 만났다.

    윤형준 선배님은 대전대학교 한의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보건학석사(MPH) 학위를 취득했다. 후일 통합의료 병원을 설립할 때, 병원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 공부해보고 싶었다고 하셨다. 학위 취득 후 MSKCC 벤드하임 통합의료센터 MD postdoctoral fellow로 근무하면서, 통합 암 연구와 병원 관리(Quality of management)를 분석해 환자들의 만족도를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계셨다.

    윤형준 선배님은 혹시 미국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한의과 대학생 및 한의사들이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하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의 한의과 대학 연구실이나 한의원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며 교류할 수 있는 장점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고 하셨다. 허나 그 만큼 많은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미국 대학원에 지원할 시 잘 쓴 SOP(Statement of Purpose)와 GRE(The Graduate Record Examination)성적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GRE에서 높은 점수를 취득할수록 원하는 대학원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이면서 미국의 대학원과정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대학원 과정 준비 관련 최대 사이트인 Hackers.com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미국의 유명한 암 센터에서 대한민국의 한의사가 능력을 인정받고 근무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선배님들 한 분 한 분이 “한의학의 세계화”를 직접 실현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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