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의료제도의 근간 흔들고, 건강보험 재정 무너뜨리는 정책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 및 의료기관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 야기
보건복지부가 10일 의료법인이 수행가능한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가운데 이는 의료비 부담 증가와 병원 투기사업 조장으로 인한 병원의 안전성·지속성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 조치인 만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병원 부대사업으로 건물임대업을 허용한 것은 그동안 병원의 부대사업을 허가사업 열거방식에서 사실상 부대사업 전면 허용에 금지사업 열거로 변경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병원의 부대사업이 전면 허용되고 이것이 자회사까지 되면 병원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업을 하고 환자도 치료하는 곳, 즉 병원이 의료복합기업이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환자 치료는 그 일부로서 이윤 창출을 위한 것이 되어 병원의 개념 자체가 바뀔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회사 수익 급증은 환자 의료비 증가 이어져
또 자회사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연구가 포함돼 있는 것과 관련, 정부에서는 개발 연구만 허용하고, 판매업은 금지해 치료 왜곡이나 의료비 증가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이용과 판매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가 없는 이번 개정안 아래에서 의사가 자회사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처방한다면 판매를 제외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렇듯 자기 병원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자가처방은 병원 자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제외한 식품판매업의 부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그 안정성에 대해 식약처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반 식품에 해당하는 이른바 ‘건강식품’은 안정성과 효과성에 대한 검사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건강식품업자들에게 식약처 인증절차를 받지 않도록 하는 또 하나의 규제 완화를 제공한 셈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밖에도 ‘장애인보장구 등 맞춤 제조·개조·수리업’의 허용도 장애를 이용한 병원장사의 급증 등이, ‘목욕장업·수영장업·체력단련장업 등의 종합체육시설’의 부대사업 허용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각종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를 축소시키고 병원 자회에서 운영하는 민간 체육시설 이용을 권유하는 민영화 조치라고 우려되고 있다.
특히 ‘병원 영리자회사 설립’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그야말로 병원의 자회사 설립 운영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일 뿐 이에 대한 규제나 금지 그리고 불법시 취소와 관련된 권한이나 조항 혹은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가이드라인은 국민과 언론을 속이는 55페이지짜리 종이 뭉텅이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비영리병원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자회사를 통해 외부 투자를 받고 이윤 배분을 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영리병원화 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영리화로 의료비 천문학적 증가 지적
또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09년 보고서를 통해 개인병원의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국민의료비 부담 증가가 연 0.7조〜2.2조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영리병원 병상이 6.8%에 해당할 때의 의료비 증가 수치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정책은 현재의 비영리법인 병원은 물론 법인병원으로 전환할 개인병원이나 심지아 국립대병원까지도 해당되는 것이므로 현재의 의료민영화정책을 통한 의료비 증가는 천문학적 수치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번 조치가 의료법인 800여개의 1200여개 병원에만 한정된다는 정부와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모든 병원에 영향을 미쳐 고도의 상업성 높은 무늬만 의료법인인 병원들이 비영리법인의 혜택을 누리면서 상업적 의료행태를 지속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들은 “우리나라는 국립병원이 병상수 기준 10%, 의료기관 기준 6.5%에 불과한 실정에서 90%의 병원들 중 반수만 영리병원화 되어도 그 의료비 인상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은 13%에 불과하지만, 이 13%의 영리병원들이 다른 병원을 선도해 의료비 인상이 일어나 결국 현재 GDP의 17%에 이르는 기형적인 의료산업을 가지게 되었으며, 전 국민 의료보험을 갖지 못한 유일한 선진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공립병원도 적고, 사실상 영리병원화 되는 비중이 미국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이번 의료영리화 조치는 한국의 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조치이고, 그대로 시행되면 결국 한국의 건강보험까지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동네의원 양극화·의료체계 왜곡 심화
이밖에도 시민사회단체는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은 △지역불균형 심화 △동네의원 양극화 △의료체계 왜곡 심화 △병원이 상속 가능하고,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 △병원의 안정성과 지속성 침해 △의료복합기업으로서 주변 상권 침해 등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5개 보건의료단체도 12일 국민건강은 외면한 채 의료영리화 정책을 강행하려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공동성명에서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를 영리자본의 투자처로 만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 대상으로 만드는 것으로서 국민건강권을 위협하고 의료왜곡을 초래할 뿐”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진료에 전력해야 할 의료기관이 자본에 종속되어 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의료인 역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신진료에서 벗어나 특정 의료기관의 이윤 창출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공공재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 의료서비스의 기능은 상실되고 모든 환자가 평등하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도 박탈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국민건강을 볼모로 하여 보건복지부가 강행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깊은 우려와 강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며,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 관련 정책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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