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은수 선임연구원(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의료기술연구그룹·중국기술조사단 단장)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의 미병(未病) 연구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중국기술조사단(단장 장은수 선임연구원)을 구성하여 북경, 상해 등 중국의 치미병(治未病) 연구현장을 다녀왔기에 한의신문 독자들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미병(未病)이란 용어를 황제내경에서 “上工 不治已病 治未病”으로 언급한 이래 미병은 양생과 결부되어 질병 발생 이전에 관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한의학의 이념을 가장 잘 대표하는 표현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은 수년 전부터 미병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더딘 편이었으나,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미병에 대한 개념, 진단 기준 및 임상 응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병을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에서부터 질병의 이전 단계, 질병 진행, 질병의 회복 후 상태까지 넓게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각각 자각증상의 유무와 검사수치상의 이상을 미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7년부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치미병 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 각지에서 치미병 센터를 중심으로 중의학을 활용한 보건의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쌓이는 처방전, 중국 내 중의학의 위상 실감
이러한 중국의 미병의 연구 현황과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중국 미병 기술조사단 활동을 진행하였다. 이번 기술조사단의 방문 기관은 치미병 센터가 있는 중국 중의과학원 산하 광안문의원, 신경사구 치미병 센터, 상해중의약대학 부속 서광의원과 이를 총괄하는 염황동방공사이며, 해당 기관에는 한-중 통역을 대동하고 질의 내용을 준비하여 방문하였다.
제일 먼저 방문한 기관은 중국 중의과학원 산하 광안문의원(북경)이었다. 광안문의원은 1955년에 설립된 갑등 중의종합병원으로, 1년 내원환자는 182만명, 일일 평균 내원자는 7200여명이며, 종양 치료로 유명한 대형 중의병원이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지만 병실을 가득 메운 환자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약탕기, 끊임없이 쌓이는 처방전 등은 중의학의 중국내 위상을 실감케 하였다.
광안문의원의 치미병 센터는 최근 별도의 진료과목으로 개설이 되었으며, 최근까지도 각 전문 임상과목에서 분담해서 치미병 서비스를 운영하였다고 한다. 치미병에 특화되어 운영되는 의료서비스로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공 치료가 있었으며, 그 외에는 개발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치미병의 의의에 부합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하면서, 질병 치료에 대해서 비용 지불 용의가 있는 이용자들의 인식과 병원이 수입이 많이 발생하는 질병 치료에 관심이 많은 것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 다음 방문한 곳은 각종 미병 서비스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염황동방건강과기유한공사(炎黃東方 健康科技有限公司) 북경 본사였다. 이 회사는 KY3H 모델을 구성하는 공사의 하나로 K는 곤륜보험고빈유한공사, Y는 염황동방건강과기유한공사를, 3H는 건강문화(Health Culture), 건강관리(Health Manage), 건강보험(Health Insure)을 의미하며, 중의 치미병과 아건강(亞健康) 중의 관리 연구 및 중의예방보건 서비스 기술 연구와 시범기준을 마련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치미병 서비스의 주요 진단기기로 활용되는 중의체질판별시스템, 오장상음판별검사시스템, 중의체질판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였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KY3H 모델은 염황동방과기유한공사에서 미병 정책을 제출하여 정부에서 승인하고 연구비를 지원(약 70억원)하나, 치미병 서비스의 의료보험은 개인보험 상품의 형태로 제공하며 국가사회보험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였다.
이틀간의 북경 일정을 마무리하고, 상해로 이동하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상해 장녕구 신경사구치미병분중심이었다. 신경사구 치미병 중심센터는 KY3H 치미병 보조센터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총 162명의 인력으로 내부시설로 550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11.77 ㎢의 상해 신경진(新涇鎭) 지역의 의료를 담당하고, 총 23만명의 외래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치미병 대상자는 미병 분류서 아건강과 고위험군 세분화
신경진 치미병 센터에서는 건강한 대상자는 상담지도를, 만성 질환 대상자는 재발 빈도를 기준으로 1, 2, 3급으로 나누어 관리하는데, 3급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센터로 내원한다고 한다. 미병 상태 평가를 위해 체질 정보 및 건강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보조적으로 음성을 통한 오장 진단기기를 활용하였으며, 미병 관리 서비스로 관절염 예방을 위해 약첩을 붙이기도 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 방문 진료(60위안/1인)를 시행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었다. 조사단은 치미병 치료를 하기 전후 지역주민의 건강수준 차이에 대해 질의하였으나 분석 자료를 구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상해중의약대학 부속 서광의원을 방문하였다. 서광의원은 1906년에 소형의원으로 시작한 곳으로 현재 총 17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1320병상에 37개 임상과목으로 진료하며 동·서 2개 의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광의원은 치미병 대상자를 건강, 아건강, 고위험, 질병, 회복군으로 분류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미병 분류에서 아건강과 고위험군을 세분화한 특징이 있다. 미병 대상자는 KY3H 시스템을 통해 체질을 판별하고, 25음 분석기기, 중의설진·맥진기, 경락기기 등 중의 고유의 검사기기로 사진(四診)을 진행하고 있었다. 미병 관리에는 약물, 침구, 추나, 고형제, 정신요법, 약선(藥膳), 오금희(五禽戱)와 같은 전통적인 양생 방법을 사용하며, 더불어 건강 상담을 위해 중의건강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이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서광의원은 치미병 서비스의 도입으로 인해 발병 후 치료 위주의 병원 시스템에서 퇴원 후에도 건강 관리를 하는 방향으로 인식이 전환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미병 서비스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선도적으로 시행
이처럼 치미병 센터 및 유관기관을 방문하여 살펴본 결과 중국은 미병정책 방면에서 정부 주도의 Top-down 형태의 정책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고, KY3H가 중심이 되어 각 중의병원 및 지역 보건소를 연결하는 형태이나, 국민 건강보험이 치미병 서비스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의 병원을 중심으로 치미병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별도로 치미병과를 설치하는 추세로, 치미병 대상자를 건강자, 아건강자, 환자, 질병회복자로 나누어 중의 체질 이론을 중심으로 양생, 경락 안마, 식이 요법, 생활 지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홍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의 보건 정책 차원에서의 미병 서비스는 한국보다 선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으나, 건강 증진을 위한 경제 기반, 미병 관리 기술의 수준과 의료 인력 및 시설 인프라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의 미병 연구는 기존 문헌 중심의 중국 미병진단과 차별화되는 임상 근거기반의 미병 진단을 목표로 하고, 한국 고유의 체질의학에 근거한 개체소인별 맞춤의료 서비스를 추구한다면 중국 미병 연구와의 진보성과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본 조사단에 참가하여 조사활동에 많은 도움을 준 교육과학기술부 강성환 사무관, 임채권 사무관, 문한나 주무관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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