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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 한의 노벨 컨퍼런스, 학부생들 다양한 연구 성과 공유[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그동안 연구해 온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학장 고성규)은 11일 본교 스페이스21 한의과대학 262호에서 ‘경희 한의 노벨 컨퍼런스(학부생 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URP)’과 ‘학부생연구조교’ 등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출된 다양한 한의학 연구 성과가 공유됐다. ◇ 경희대 한의대, URP 통해 학부생 연구독려 고성규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희대 한의대는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중점을 둬 이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오고 있는데 노벨 컨퍼런스가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연구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교수진들 또한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 발전적이고, 세계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하자”고 밝혔다. 박완수 경희대 한의대 동문회장(가천대 한의대 교수)은 “미래 한의사가 될 학생들이 한의학 연구를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 고무된다”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하자”고 전했다. 경희 한의 노벨 컨퍼런스는 지난 2018년 신축 건물 개관 비전 선포식에서 발표된 ‘경희 한의 노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경희대 한의과대학은 ‘한의학을 통한 인간 중심의 글로벌 의학 창조’이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2030년까지 교육, 연구, 의료 부문이 인류복지 분야의 세계적 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대내외에 선포한 바 있다. 이에 경희대 한의대는 그동안 URP를 통해 학부생들의 연구를 독려하고 있으며, 매년 7~8명의 학부생을 선정해 지도교수와 함께 1년간 연구를 수행, 국제 논문 발표 등을 통해 대학원 진학 및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 연교·만성질환 등 다양한 주제 연구 이뤄져 이날 컨퍼런스는 △구두 발표(1·2부) △포스터 발표 △시상식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본과2학년 김하늘 학생이 ‘Anticancer effects of Forsythiae Fructus in Non-Small Cell Lung Cancer: Regulation of c-Myc Expression’을 주제로 발표한 연구 논문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연구는 연교가 폐암세포의 에너지 생장을 저해함으로써 생장 억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김하늘 학생은 “한약소재인 연교가 폐암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하고자 했다”면서 “결과들을 종합했을 때 연교는 폐암 치료를 위한 한약소재로써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문회장상은 ‘Age-specific Risk Factors for Chronic Diseases: Insights from the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KNHANES)(본과3학년 이유정)’가 받았다. 또한 △Screening of Herbal Formulations and Pathohistological In Vivo Validation for Efficacy in Multiple Sclerosis(본과3학년 윤현지·이선우·오하예진) △Cycloastragenol induces ferroptosis by suppressing c-Myc expression in colorectal cancer cells(본과2학년 박승우) 등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우수상은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Mental Health and Congenital Malformations: A Regional Time-Series Study in South Korea(본과3학년 이태온·최세영) △A herbal pair of Taraxacum officinale F.H.Wigg. and Lonicera japonica Thunb.(LIPO-700) ameliorates obesity through AMPK pathway activation: network pharmacology approach(본과3학년 김민서·엄다빈·조수민) △A Study to Explore the Changes in Microcirculation at the Superficial and Deep Levels Induced by Acupuncture and the Factors Affecting These Changes(본과2학년 성석환·강민지·신민경) △Asparagus cochinchinensis extract has anti-obesity effects via AMPK-SIRT1 pathway in 3T3-L1(본과2학년 표재현) △Antidepressant and Memory-Enhancing Effects of Ginseng Radix through Astrocyte Proliferation(본과2학년 조영준·이규은) △Mechanism of the brain neural system protection of Laser Acupuncture in Parkinson's Disease(본과3학년 박지한·김지은) △Examining the Synergistic Effects of Acupoint Combinations for Improving Cognitive Impairment After Stroke(본과2학년 이수윤) △The analgesic effects of combined treatment with Corydalis Tuber and Evodiae Fructus on paclitaxel-induced neuropathic pain(본과3학년 윤혜상) 등이 수상했다. 논문 심사에 참여했던 이병철 부학장은 “오늘 진행된 학부생들의 수준 높은 연구 논문 발표를 비롯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연구를 수행한 열정 또한 대단했다”면서 “어떤 일이든 그 시작이 중요하며,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학부생들이 보다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학문과 결합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산불은 끝났지만 <br/>우리들의 봉사 열정은 뜨겁게 타올라”[한의신문] 3월 26일 안동 시내를 덮친 엄청난 불꽃과 화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남아 있다. 이후 가끔 황사로 뿌연 하늘이 보일 때면 산불이 또 발생한 건 아닌지 덜꺽 겁부터 난다. 안동 실내체육관에서 한의과진료실 진료를 시작으로 안동 서부초, 길주초, 길주중 등 예전에 가본 적도 없는 안동의 곳곳을 방문하면서 한의과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들의 증상은 매우 다양했다. 연기로 인해 목이 따가운 분, 너무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분, 화염을 피해 달아나다가 발목을 삐거나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분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을 진료하면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은 “평생 살던 고향집이 모두 타버렸으니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차라리 산불이 활활 타오를 때 함께 타죽었더라면····.”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 큰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라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산불 피해로 힘든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분들을 진료하는 우리 한의사 진료진 역시 숙연해지고 더욱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안동에 있는 큰 규모의 대피소들은 점점 소규모나 안동근교에 있는 모텔, 펜션, 수련원 등 보다 쾌적하고 사생활이 보호가 되며 세면과 샤워를 편히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 한의사들의 진료 행태도 환자들의 니즈에 맞게 바뀌어 갔다. 즉, 대규모 대피소에서는 한의과진료실을 개소한 이후 환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거나 방송을 통해 한의과 진료실의 진료 시작을 알렸다. 이재민들 소규모 대피소로 분산 돼 하지만 소규모 대피소로 분산되면서 안동 분회 회원들이 2인 1조로 나뉘어 안동 곳곳에서 방문 진료에 나섰다. 실제 안동 근교에 있는 경로당, 마을회관, 시골교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산과 들이 모두 전소한 모습과 시골집들이 모두 타버린 상황을 보며 산불의 화염이 매섭게 몰아치던 그날의 공포스런 장면이 그대로 생생하게 상상이 됐다. 진료를 하며 환자 분들에게 그날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 분들은 아직도 우울감이나 공포감이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흉비, 흉통, 두통, 불면증, 불안장애, 심계항진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산불이 시작된 지 3주가 되는 시점에서는 점차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예진하거나 설문조사할 때 우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진료 도중 대화하다가도 눈물을 보이거나 힘겨워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트라우마 관련 설문조사할 때도 오열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처음 산불이 났을 때는 그 슬픔과 고통을 실감하지 못했고 어리둥절했던 분들이 이제야 그 상실감과 허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언론이 주목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산불피해 현장을 꼼꼼하게 챙기던 초기의 상황보다 모두의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고 산불 피해자에 대한 인식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이 우리 한의사들이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치료해 드리고 위로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이다. 안동시한의사회 회원들은 산불피해 이재민이 거주하는 대피소에 가서 진료는 물론 봉사에 뜻을 같이 하는 회원 16명이 단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정보 공유를 하며 방문진료에 나서고 있다. 방문진료 시 쌍화탕과 약침, 침, 파스, 보험약 등을 챙겨서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 정도 거주하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찾아다니고 있다. 위로와 치유위한 최선의 손길 건네 대규모 대피소에서 펼쳐지는 보여주기식의 봉사들이 미처 손닿지 않는 봉사의 사각지대에 피해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 한의사들의 의료 봉사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동시한의사회 회원들은 곳곳에 산불 피해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했다. 산불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고 대부분의 한의원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보다 더 힘든 분들을 위해 30만 원 정도씩 모금을 해 안동시에 기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조심스럽게 분회 회원들에게 기부를 제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었고, 자발적 후원으로 모금된 성금 1200만원을 지난 9일 안동시청을 방문해 기부했다. 한의원 진료 후 저녁시간을 빼 산불피해 이재민을 위해 봉사에 나서는 것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 가득한데, 많은 회원들이 후원금 기부에 동참해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안동시한의사회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실제 진료하면서 이재민들을 만나보면 피해를 입은 분들의 재산 피해와 마음의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현장을 다니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때론 체력적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주민 곁을 지킬 것이다. 산불은 끝이 났지만 우리들의 봉사 열정은 더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
“도구와 제도, 두 날개로 한의계 도약시켜야”[한의신문] 초음파·뇌파계·엑스레이·RAT 등 잇따른 승소를 통한 도구의 확대와 지역보건법·한의약육성법·모자보건법 등 주요 법령 개정으로 영토 확장을 이뤄낸 제44대 집행부. 이 같은 성과에 한 회원은 ‘광개토’라는 별칭을 붙여줬고, 이는 현재 제44대 친목모임의 애칭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본란에서는 제53회 보건의 날 국민포장을 수상한 홍주의 명예회장을 만나 수상 소감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국민포장을 수상하셨습니다. A. 이번 수상은 그간 함께 회무를 이끌어오며 애써주신 임원진과 중앙회를 비롯한 각 지부의 직원 여러분을 대신해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으로 양으로 수고하신 분들이 참으로 많은데, 저 혼자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큽니다. Q.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다시 개원의로 복귀해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며 진료하는 일이 제게 큰 보람과 행복을 줍니다. 환자의 질환 회복을 보며 느끼는 작은 성취감들이 행복감을 안겨줍니다. Q. 회장 재임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은 무엇인가요? A. 임기 내내 줄곧 한의사의 ‘도구 확대’와 ‘영토 확장’을 핵심 과제로 삼고 끊임없이 추구해왔습니다. 이 두 가지는 단기적이거나 임시방편이 아닌, 제도적으로 안정된 기반 위에서 일선 한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의술을 펼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한의사가 보건소장 등 보건의료의 일선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많은 의료행위들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일선의 판단과 규제가 1차적으로 보건소에서부터 비롯되기에 보건소장에 한의사가 진출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명목상 상징적인 차원에 머물던 ‘한의약육성법’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각 지부나 분회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한의약 사업들이 국가 정책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각 지자체의 여러 한의약 육성사업을 복지부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해 한의약 육성사업이 강제화 되도록 조치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전국적으로 지자체에서 활발히 운영 중인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 등이 중앙정부의 제도 안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모자보건법 개정’에도 나섰습니다. 기존 법령에는 양의사의 난임시술만 국가 지원 대상으로 규정돼 있었고, 한의약은 제외돼 있었기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의계의 오랜 숙원이던 현대 진단기기의 활용 문제는 더욱 절박했습니다. 제도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적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초음파기기와 뇌파계 관련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냈고, X-ray 1심과 RAT(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행정소송에서도 긍정적인 판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힘써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제45대를 비롯한 차기 집행부가 이 성과들을 실질적인 제도로 연계해 한의사들이 진단기기라는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 실익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비급여 혹은 급여 편입 등 구체적인 정책화에 힘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Q. 첩약건보 시범사업도 중요한 공적 중 하나입니다. 현재 임상 한의사로서 변화를 느끼신다면? A. 해당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첩약이라는 유용한 치료 수단을 경제적 부담 없이 권할 수 있게 돼 일선 한의사로서 매우 반갑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한약은 내과 치료에 있어 효과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비용 문제로 복용을 망설이던 상황이 많았습니다. 해당 질환의 치료 과정에서 경제적 허들이 제거되어 첩약을 함께 투약했을 때 질환의 경과가 명확히 호전되는 결과를 보며, 환자와 한의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경우가 증가하여 이를 통해 한약의 우수성을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Q. 현대진단기기 소송 승소는 한의계에 중요한 사건이었는데요, 회장님께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때 어떤 고민이 가장 컸나요? A. 기존의 현대진단기기 관련 소송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줄곧 해당 기기들이 한의학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고, 반면 양의계는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반박해왔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반복적으로 입증에 실패하며 패소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44대 집행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입증 책임의 주체 자체를 바꾸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기존에는 우리가 해당 기기들이 한의사의 도구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는 점을 양의계가 입증해야하는 상태로 논리 구조를 뒤집은 것입니다. 고민의 결과, 수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으며, 결국 기념비적인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준비서면 작성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한의사들의 논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재판부를 객관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동시에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Q. 협회장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숨은 얘기인데,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을 때(일부 단체의 적극적인 반대로 계류될 뻔 했음),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준비된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적으로 해결했던 순간입니다. 또 하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초음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이 선고된 그날입니다. 한의계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 된 날이었고, 모든 한의사들이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반대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A. 임기 초부터 추나요법 급여 확대를 목표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지만, 마무리 시점에 의정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임기 내에 그 성과를 완결 짓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국립한의학임상센터 설립을 위한 근거 법령을 보건복지위원회까지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만료로 인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Q. 앞으로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A. 앞서 말씀드렸듯이, ‘도구의 확대’와 ‘영토의 확장’ 없이는 한의계는 고립된 우물 안 개구리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의료계 전반에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매년 배출되는 후배 한의사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활동하려면 한의계 전체의 파이 자체가 커져야 합니다. 이는 단지 경제적 안정성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다행히도 한의계에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선배들이 곳곳에 계십니다. 그분들과 소통하고 조언을 구하며 함께 방법을 찾아간다면, 한의계는 분명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수상을 계기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면, 한의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보관련하여 삭발 단식투쟁을 하면서 직접 실감했었고, 우리가 우리를 보는 눈이 아닌 제3자의 객관적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계획을 구상해야 합니다. 또한, 한의계의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하고, 단합된 힘을 보일 때 한의계는 앞으로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은 현실이라는 땅을 굳건하게 디디면서, 시선은 목표하는 전상방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
2025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주요 발표내용은? <1>[한의신문] 2025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중부권역 행사가 오는 5월11일 대전 컨벤션센터 2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침구의학회와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의 정규세션 외에도 기초한의학학술대회, 초음파 핸즈온 실습, 피부미용 레이저 실습 등 임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질 높은 강의들이 준비됐다. 본란에서는 ‘허리 질환’을 주제로 한 라이브 시연 특강 세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Session 1 – 허리 질환의 모든 것 △허리 질환의 체계적 진단(장세인‧대한스포츠한의학회) 장세인 회장은 망진과 문진, 이학적 검사, 특별 검사, 기능적 검사 등을 통해 어떠한 단계로 치료를 진행할지 로드맵을 짤 수 있도록 허리 질환의 체계적인 진단에 대해 강의한다. 장 회장은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허리 질환은 요추와 골반대, 하지의 움직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합체의 문제”라며 “병력을 청취하고,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하여 일차적인 판단을 한 이후, 관절가동 범위, 이학적 검사, 기능적 검사 등을 통하여 한의학적 진단을 하는 것이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 질환의 영상 의학 검사(신민섭·대한한의영상학회) 신민섭 원장은 해부학적 구조 이해부터, 디스크 탈출증, 척추협착, 퇴행성 변화 등 주요 병변을 효과적으로 판독하는 방법 등 한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요추 MRI를 설명한다. 또한 정상 소견과 병리적 소견을 비교하며 MRI 영상에서의 특징적인 신호 변화와 패턴을 분석하는 법을 강의한다. 신 원장은 “한의진료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특히 MRI는 근골격계 진단의 gold standard로, 정확한 병변의 위치와 그 예후를 판단하는 데 필수적이며, 환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허리 질환의 치료 전략(이승훈·대한한의학회) 이승훈 교수는 허리 질환의 증상과 질병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근위 및 윈위 취혈 방법을 제시하고, 시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최신 초음파 유도하 침술 기법을 소개한다. 또한 약침, 매선, 침도와 같은 특수 침법과 고위험 경혈 시술 시 초음파를 활용한 최신 치료 기법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다양한 침 치료법을 신경생리해부학적 관점에서 국소, 분절, 전신 치료로 구분하고, 환자의 증상 및 질병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 조합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리 질환의 침도요법(강경호·대한침도의학회) 강경호 원장은 2025년 요추부 침도치료 동향을 발표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요추부 질환에 대한 침도치료의 적응증과 금기증, 이학적 검사 및 진단, 적응질환별 최신 연구동향, 치료기법, 초음파 유도하 시술법, 실제 치료 사례까지 폭넓게 다루어 임상 활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강 원장은 “일반 침치료와 비교해 침도치료의 적응증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회원들이 많아 본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면서 “이번 강의를 통해 요추부 질환에서 침도치료가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시술방법이 효과적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허리 질환의 추나요법(남항우·척추신경추나의학회) 남항우 원장은 요통환자 추나요법의 진단 및 치료를 소개한다. 개요부터 요추의 운동손상 유형을 분류하고, 요통의 구조적 기능장애 진단 및 평가와 요통환자에 다빈도로 적용되는 추나요법까지 설명할 예정이다. 남 원장은 “허리주위의 통증을 유발하는 손상조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패턴의 움직임을 찾아 올바른 패턴으로 회복시킴으로써 손상의 예방과 정상적인 운동패턴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강좌”라며 “요통환자의 요추-골반-고관절 복합체의 구조적 기능장애에 대한 평가 능력을 배양하여 쉽고 정확하게 추나요법을 적용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허리 질환의 운동요법과 생활관리(오재근·한국체육대학교) 오재근 교수는 임상에서 가장 많이 내원하는 질환인 요통의 운동요법에 대해 강의하고, 요통에 운동을 적용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요통 환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주의해야 할 동작이나 악화 요인들을 살펴본다. 특히 디스크, 협착증, 전방전위증 등 요통을 유발하는 질환별, 시기별 운동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오 교수는 “운동은 요통 치료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치료와 재활에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요통의 원인이 되는 근육에 대한 스트레칭이나 운동 방법들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임상에서 요통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
“기부는 한의사로서,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편집자주] 대한한의사협회가 영남지역 산불 재난 한의약 치료를 위한 기부금을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누베베한의원에서 1000만원을 기부했다. 본란에서는 임영우 누베베한의원 대표원장으로부터 기부를 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기부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이번 산불은 피해 규모도 크고, 이재민들의 상심도 깊어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소방대원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이재민들을 위해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 역시 한의사로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 늘 그렇듯 제 도움보다도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기에, 그 분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누베베한의원은 코로나19 진료센터 운영시에도 기부를 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데. “기부는 한의사로서, 그리고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부라는 것이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되는 것이라 믿고 있다.” Q. 관련 학회에도 지속적으로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약의 연구와 학문은 단순히 이론적 의미를 넘어, 실제 진료 현장과 한의약 산업 전반의 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연구하고 교육에 힘쓰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기부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제가 받았던 배움과 기회들을 다음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도리라고 생각한다.” Q. 재난 현장에서의 한의진료에 대한 견해는?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의료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사람들에게 안정과 회복의 희망을 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진료는 통증 관리, 불면, 불안,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에 대응할 수 있고, 특히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지지 면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여러 재난 대응 경험을 통해서도, 한의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의계가 국민 곁에서 따뜻하고 실질적인 의료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Q. 한의약적 비만 치료의 근거 구축 등에 매진하고 있다. 한의약적 비만 치료의 장점과 향후 전망은? “비만은 더 이상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으로 관리돼야 할 시대가 됐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될 정도로, 그 심각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43만명이 넘는 비만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것은, 한의학적 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한약은 식욕 조절, 체지방 분해, 대사 개선은 물론 스트레스나 수면 등 비만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을 함께 조절할 수 있는 복합적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장기 복용 시에도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체질에 맞춰 개인화된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건강 상태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향후에는 GLP-1 계열의 신약들과도 상호 보완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며, 과학적 근거를 더욱 축적하고, 표준화된 치료모델을 확립해 간다면 한의약이 국가적 차원의 비만 관리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화마가 남긴 상처에 한의치유로 희망을 심다”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대구광역시 달성군 보건소) [한의신문] 경상북도한의사회를 비롯한 전 한의계가 산불 피해 지역 이재민 대상 한의진료소 참여를 통한 신체·심리 치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구광역시 달성군보건소 소속 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가 나흘간 연속으로 진료에 매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본란에서는 이재학 공보의를 통해 이재민들의 상황과 재난에서의 한의약의 강점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지역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올해 대구광역시 달성군보건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 3년차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한의학 의료봉사팀 ‘온전한’에서 회장직을 맡는 등 공중보건한의사 1년차부터 다양한 한의의료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Q. 경북 산불 이재민 대상 봉사에 참여했다. 지난 2023년 4월부터 공보의로 발령받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거주하고 있는데 평소처럼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날 “화원읍 주민들은 모두 대피하라”는 긴급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이후 휴대폰을 켜고,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속보를 보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는 화원읍 명곡리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나 상당히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소방관 분들의 밤샘 진화 덕분에 제 거주지 인근의 불길은 약 12시간 만에 잡혔고, 다음날 무사히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한껏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추스르며 ‘살았다’는 안도감과 감사함도 잠시, 경북 안동 일대에 산불이 거세게 번져 하룻밤만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속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경북한의사회로부터 안동체육관 한의진료소에서 의료지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한의진료봉사에 참여했다. Q. 이재민 대상 적극적인 한의진료를 전개했다. 현장에선 외상은 물론 불면증, 우울, 화병과 같은 트라우마성 증상과 이에 기인한 소화불량,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상열감, 식욕저하 등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수반하고 있었다. 특히 평소에도 근골격계 통증을 갖고 계셨던 어르신들은 급박한 대피 과정에서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해지고, 트라우마까지 겪으면서 많은 통증들을 호소했다. 이에 안동체육관에 설치된 ‘경북 산불피해 중앙합동지원센터 한의진료소’에서 이재민들과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침·피내침(이침)·약침·도침 치료를 비롯해 추나요법, 한약 처방, 심리상담 등 다각적인 한의진료를 통해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돕고자 노력했다. 이번 봉사를 통해 한의약이 이러한 복합적 어려움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당초 계획은 금요일에 봉사활동 후 월요일 보건소 출근을 위해 주말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진료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한의약이 정말 큰 손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 자신이 주말에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이에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봉사활동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Q. 한의약이 공공의료에서 지닌 강점은? 모든 인간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의료인으로서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는 가치는 WHO의 ‘Health for all’ 정신으로, 이는 모든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권리인 ‘보편적 건강권(Universal Health Coverage)’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WHO는 1978년의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그 핵심적 방법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공공의료·일차보건의료로서 ‘Primary health care’를 제시했다. ‘건강 추구권’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기본적인 일차보건의료서비스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재처럼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이 국가와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약은 매우 적합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로 예방을 중시하는 ‘치미병의 의학’으로서 특정 증상으로 위중한 병으로 진단받기 전 예방할 수 있는 지혜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예방과 건강 증진을 목표로 삼는 일차의료, 공공의료의 특징에 매우 부합한다. 또 ‘전인적 의학’으로서 현재 의료인력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전인적 특징은 몸과 마음을 이르는 전반적인 케어가 가능하며, 지역사회의 ‘주치의’가 돼야 하는 일차보건의료 현장의 공공의사에게도 필요한 능력이다. 아울러 ‘접근성 높은 의학’으로서 대규모 시설과 고가 장비들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신속성·기동성을 자랑한다. 이번 재난에서도 한의계가 발 빠르게 진료소를 마련하고, 진료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특성에서다. Q. 한의약의 미래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공공의료를 국가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거기에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K-뷰티, K-푸드, K-드라마, K-팝, K-컬처 등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전시켜온 인프라에 국가의 제도적 지원까지 뒷받침된다면 해당 분야가 전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 세계에 많은 의료기술이 있지만 신속성·기동성, 만성질환 관리 등에 강점이 있는 한의약을 적극 활용해 공공의료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면 국민들의 보편적 건강권을 보호하고, 과도한 의료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의약을 공공의료 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K-공공의료 모델로 육성해 세계 보건의료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가 이끌고 있는 '온전한(온기를 전하는 한의사들)'의 봉사활동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3일간의 일정이었으나 이번 봉사활동은 한의약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 한의계 식구 모두의 도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화재의 아픔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치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다들 경북 산불 피해의 아픔을 끝까지 잊지 말고, 조금씩만 더 도움의 손길을 통해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무너진 주민들을 다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 한의계가 수천년을 이어져 온 한의약의 지혜를 통해 이 세상에 치유의 손길을 널리 퍼뜨릴 때다. -
경남 제38대 집행부 출범…‘회원 이익 증진·소통으로 미래 제시’[한의신문] 경남한의사회(회장 최중기·이하 경남지부)는 9일 지부회관에서 회장 취임식 및 초도이사회를 열고, 제38대 집행부의 출범과 함께 위원회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계획에 들어갔다. 앞서 최중기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제75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경선을 통해 70.21%의 득표로 제38대 회장에 당선된 바 있다. 이날 취임식에서 최중기 회장은 “한의약을 지키고, 지역 보건의료를 위해 묵묵히 애써주시는 경남지부 회원 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리며, 이제 회무전반을 되돌아보고,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향으로 새롭게 정비해야 할 시점으로, 이에 진료현장의 회원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앞으로 집행부는 늘 열린 자세로 회원 여러분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움직여 진료실에서의 하루하루가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로 보답하는 지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당선증과 함께 새 집행부 임원진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진행됐다. 회장단에는 최중기 회장‧정정수 수석부회장(창원특례시분회장)을 필두로 김현석(김해시회장)‧이창훈(진주시분회장)‧박석희(양산시분회장)‧김성호(총무)‧어인준‧이인 부회장이, 이사진에는 정대선 재무이사, 김성배 학술이사. 배만철 보험이사, 설동인‧이현효 정책기획이사, 윤순모 법제의권이사, 김장홍 홍보의무이사, 변혜진 봉사이사(경남여한의사회장), 김종혜 대외협력이사, 류승진 정보통신자율지도이사, 우경태 약무공보이사가 참여한다. 또한 박준수 대의원총회의장, 박영수·박종수·엄주오 감사와 함께 조은태 거제시분회장, 창원특례시분회, 김봉근 마산지회장‧김성민 진해지회장도 참여한다. 이날 초도이사회에선 △중앙회 총회 및 시도지부장협의회 참석의 건 △경남지부 총회의장 및 감사단 이사회 참석의 건 △경남지부 카페 활용방안 및 SNS 단체방 운영(정보통신이사)의 건 △한방 재택의료 사업 경과에 대한 보고에 이어 의안으로는 △보수교육 개최의 건 △직능이사 활동의 건 △‘임원 LT’ 개최의 건 등을, 기타 토론에는 △경남지부 역할론(시군분회 지원방향 및 사업 참여) △소위원회 구성의 건 △시군분회장 네트워크 운영의 건을 상정·논의했다. 제38대 집행부는 ‘실질적 회원 이익 증진과 회원과의 원할한 소통으로 미래를 여는 경남지부’를 핵심가치로, △투명한 재정 운영 △실효성 있는 사업 추진 △회원 중심의 정책과 사업 실현 △시·군 분회와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회원 이익 증대와 역량 강화를 위해 △보험 △정책 △대외사업 △학술정보 등 위원회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동을 강화해나기로 했다. 보수교육은 오는 5월 24일 창신대 대강당에서 오프라인으로 실시하고, 교육과목 및 일정은 추후 회원 고지서를 통해 안내키로 했으며, 임원 LT는 오는 6월 14·15일 양일간 갖기로 했다. -
여성·고령 농업인, 유병률 높고 근골격계질환 많아[한의신문]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13일 ‘2024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만2000호 표본 농가를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만 19세 이상 농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농업인의 농업 활동 관련 질병의 유병률과 질병 종류별 현황, 위험요인 노출 수준, 건강위험 요인에 대한 개인 인식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조사 결과 2024년 농작업 관련 질병으로 1일 이상 휴업한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유병률은 5.8%로, 2018년 이후 지속해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여성 농업인의 유병률(7.1%)이 남성 농업인의 유병률(4.6%)보다 상대적으로 높았고, 고령일수록 질병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질병 종류별 유병률은 근골격계질환이 5.4%로 가장 높게 나타난 가운데 여성 농업인의 근골격계질환 유병률(6.8%)이 남성 농업인(4.0%)보다 높았으며, 근골격계질환이 주로 발생하는 부위로는 허리(48.2%), 무릎(38.7%)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 처음 추가한 농작업과 건강에 관한 인식 평가에서는 ‘농작업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라고 응답한 농업인이 45.5%였으며, ‘평소 개인 건강관리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한 농업인은 75.5%로 집계됐다. 이밖에 농작업 위험요인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어느 정도 하느냐는 질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응답한 농업인은 75%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표됐으며, 농업인안전365 누리집(farmer.rda.go.kr)에서 6월부터 볼 수 있다. 이 자료는 농업인 안전 인식 향상과 업무상 질병 예방 관리를 위한 맞춤형 예방 사업과 연구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다. 윤순덕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안전과장은 “농업인 안전과 건강은 삶의 질, 농업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인이 안전하게 농업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예방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업인 업무상 질병·손상 조사는 국가승인통계(제143003호)로, 농업인의 농업 활동 관련 질병과 손상을 파악해 예방사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하고자 실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홀수 연도에는 손상 부문을, 짝수 연도에는 질병 부문을 조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작업 안전·편이 장비 개발과 안전관리 지침서 제공, 농가 현장의 문제 진단을 위한 농작업 환경 위험성 평가법 개발 등으로 농업인의 안전한 농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⑲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William Osler는 “The good physician treats the disease; the great physician treats the patient who has the disease(좋은 의사는 병을 치료하고, 위대한 의사는 병을 가진 환자를 치료한다).”라는 명언을 통해 의사의 인문학적 소양과 환자에 대한 공감을 강조했다. “원장님, 약 8개월 전 감기 증상으로 시작된 기침이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아요.” 4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약 2년 6개월 전 양측 팔과 다리 정강이, 가슴 부위에 대칭성으로 발생한 피부 발진, 가려움증을 주 증상으로 본원을 내원했었다. 나는 당시 증상을 건선(Psoriasis)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3.5개월 동안 첩약을 기반으로 치료하여 증상은 완화되었다. 그랬던 환자가 오래간만에 다시 내원한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력을 자세히 청취했다. 기침 증상은 약 8개월 전 감기 증상으로 시작이 되었다. 당시 양방 내과에서 아목시실린, 클로르페니라민, 덱시부프로펜, 에르도스테인 등의 화학합성약물을 열흘 동안 처방받아 복용했고, 증상은 일시적으로 호전되었다. 하지만 2주 후 건강 검진으로 금식하는 과정에서 다시 기침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양방 내과 여러 곳과 이비인후과, 대학병원 등 많은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시행하고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지속되었다. 플루티카손푸로에이트와 빌란테롤 복합제를 흡입하기도 했으나, 처음 일주일만 기침이 진정되었고 이후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지금은 자기 전에 한 번씩 사용하고 있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의무기록사본을 살폈다. Chest CT를 포함한 영상의학검사, 폐기능 검사를 시행했음을 알 수 있었다(그림 1,2,3). 하지만 이들 검사 결과에서 만성 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는 없었다. 환자는 본원 내원 직전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 혈액 검사, 객담 배양 검사를 시행했다. 의무기록사본을 발급하여 확인해 본 결과 혈액 검사, 객담 배양 검사와 함께 Chest CT, 폐기능 검사를 다시 시행했음을 알 수 있었고, 특별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그림 4). 본원에서 정맥천자를 통한 채혈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역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결국 환자는 만성 기침이라는 증상은 있으나,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의 내면과 환자라는 ‘사람’ 그 자체에 더욱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환자의 내원 시 체중은 68.5kg, BMI는 28.4kg/㎡로 마지막 내원의 60.3kg, BMI 25.1kg/㎡에 비해 많이 증가한 모습이었다. 약 2년 6개월 전 환자가 처음 본원에 내원했을 때의 기록을 살폈다. 그때 환자의 체중은 67.4kg, BMI는 28.0kg/㎡였다. 환자에게 체중 변화 과정과 함께 예전 건선 치료를 하면서 교육한 식습관이 그동안 잘 지켜졌는지 물었다. 체중은 내원 약 4개월 전까지 60~61kg 정도를 유지했고, 식습관은 다소 흐트러진 부분이 있지만 체중이 증가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이야기했다. 환자의 약물 사용 내용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로 조회해 보았다. 펜터민, 티아넵틴, 오르리스타트 등 약물을 수시로 처방받아 복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환자는 50kg대 중반을 목표로 체중 감량하기 위해 이들 합성화학약물을 처방받았고, 처방받은 약물을 다 복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환자는 주로 얼굴과 손이 저녁에 붓기 시작해서 아침까지 지속되며, 오후가 되면 조금 덜 해진다고 했다. 이 외에도 기침 증상으로 잠에서 깬다고 했다. 이러한 포괄적인 병력 청취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는 과거 건선과 현재의 기침, 체중 증가 등 증상이 서로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눈에 보이는 뚜렷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의 내면이 분명히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판단하에 약 2년 6개월 전 건선 치료를 위해 사용했던 처방에 麥門冬, 生地黃, 荊芥, 防風 등의 약재를 加하여 처방을 구성했다. 첩약 복용을 시작하면서 화학합성약물은 모두 중단했다. 치료 25일 후 환자의 증상은 많이 호전되었고, 기침 증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이나, 가공된 식품, 정제된 당분이 든 음식을 섭취하면 처음 기침 증상이 발생했을 때처럼 목이 건조하고 불편한 느낌이 발생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치료 88일 후 체중 57.8kg, BMI 23.7kg/㎡에 이를 수 있었고, 얼굴과 손이 붓는 증상도 크게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그 이후로 약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침 증상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7세기 당나라 손사막은 『備急千金要方 · 論診候第四』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대의 뛰어난 의사는 나라를 치료하고, 중간의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며, 하위의 의사는 병을 치료한다(古之善爲醫者, 上醫醫國, 中醫醫人, 下醫醫病).” 이 구절은 의사의 역할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곧 한의학의 철학이자 방향성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이는 William Osler가 말한 현대 내과학의 ‘환자 중심적 철학’과도 매우 닮아 있다.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좋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본질은 같다. 질병의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과 ‘사람’을 함께 보는 것. 이것이 바로 한의학, 그리고 한의사의 내과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치유의 길이자, 한의학의 본질이다. -
인류세의 한의학 <40> 기후위기와 본초의 위기 IV김태우 한의대 교수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소장, 『몸이 기후다』 저자 불사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산사태가 밀려오듯 불사태가 들이닥친다. 산사태라면 밀려오는 흐름이 있겠지만, 이번 불사태는 그와 달랐다. 보통 산불도 타들어오는 흐름이 있지만, 이번 산불의 흐름은 단절적이었다. 강풍을 타고 산불은 간극을 넘어 밀어닥쳤다. 뉴스 영상이 전하는 폐쇄회로 화면은 다른 세계의 모습 같았다. 사람들이 대피한 집에 불씨들이 몰려온다. 바람을 타고 마당을 휘졌는다. 불씨라고 하기에는 덩어리가 크다. 본 적 없는, 불씨라고 할 수 없는 불덩어리들이 날아다닌다. SF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호러무비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불의 형태를 한, 갑자기 밀려오는 좀비 떼 같기도 하다. 불씨가 휘몰아치자 지붕에 불이 붙는다. 마당에 세워 놓은 차도 불탄다. 이번 영남 지방의 산불은, 전에 없던 규모와 그에 따른 피해로 충격을 주었다. 특히 경북지방의 피해가 심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경상북도 도청소재지가 있는 안동이 위험에 처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에도 산불이 덮칠 판이었다. 강풍을 타고 급속하게 산불은 동진, 북진했다. 급격하게 번지는 불사태라고 해야 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은 번져나갔다. 이번 산불은 인간이 제어하기 어려운 강력한 현상에 대해 보여준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산불의 진화는 더 늦어졌을 수도 있었다. 강풍이 불고 계속 번지는 산불을 걷잡을 수 없었다. 소방헬기가 쉴 새 없이 물을 실어 나르고, 가용한 모든 소방 인력이 총동원되었지만, 불사태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산불을 멈춘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3월 27일 비가 내렸다. 양은 많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려 경북 산불이 잦아들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강우량은 적었다. 산불이 만연한 경북 지방에 특히 조금 내렸다. 그래도 그 비들은 재난을 멈출 수 있는 비였다.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산불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 3월 27일의 비는 인간의 입지를 돌아보게 하는 비였다. 몰아치는 산불에 속수무책인 인간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현재 기후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예측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대비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는 대비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위기 이상의 상황이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던 산야에 전에 없던 기압배치의 흐름을 타고 강풍이 불자, 경험하지 못했던, 예측하지 못했던 산불이 휘몰아 쳤다. 조용했던 마을이 아비규환의 재난 현장이 된다. 멀리 가물가물 보이던 산불이 갑자기 앞마당으로 들이 닥친다. 믿을 수 없는 산불 뉴스에 사람들은 지도를 다시 확인한다. 벌써 영양군까지 번졌다고? 이미 영덕까지 갔다고? 삽시간에 육지 끝까지 번진 산불은 동해안까지 다달았다. 정박한 어선까지 태우고 동해안의 양식장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양식장을 유영하던 도다리까지 느닷없이 산불 피해를 당하는 들어보지 못한 산불이었다. 이번 산불은 앞으로 닥칠 기후재앙의 예고편 같다. 그리고 자연의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산불은 멀리 인간의 영역과 떨어져서 불타다가, 다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꺼지는 산에만 있는 불이 아니다. LA 산불같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 이국 도시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 바로 여기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영남 지역의 대형 산불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산불로 31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44명으로 총 인명피해는 75명이다. 주택 4천여 채가 불타고 사찰도 7곳이 불탔다. 축사까지 합치면 6천 곳이 넘는 시설물이 불탔다. 경북지역의 산불 피해지역이 4만 5천 헥타르에 이르면서 최대 피해 산불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수치화되지 않은 피해 피해는 위에서 표기된 수치들 보다 더 극심했다. 서울 크기의 80%에 해당하는 면적이 불탄 와중에, 그 넓은 지역의 나무와 풀과 동물과 곤충들을 합치면 그 피해는 숫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거기에는 농작물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도다리와 함께, 축사의 소와 돼지, 닭들도 있을 것이다. 인명피해도 중요하지만 이들 인간 아닌 존재들의 산불 피해를 생각하는 것도 인명 피해를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이것은 연결의 문제다. 인간과 비인간은 연결되어 있고, 비인간의 피해를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피해를 고려하는 것과 연결된다. 그 연결성을 무시한 것을 우리는 다시 받고 있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가이아의 복수”라고 말하는 일들이 이번에 일어났다1). 하지만 가이아의 복수는 여전히 가이아와 인간을 나누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 같다. 인간이 가이아에 해를 가하고, 다시 가이아가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것 같은 구도가 “가이아의 복수”에는 있다. 하지만 가이아는 인간과 떨어질 수 없다. 가이아에 해를 가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 해를 가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기후위기는, 복수라기 보다는 연결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인간중심의 생각, 인간 외의 존재들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의 구도가 만들어 낸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영역과 자연의 영역을 구분하고 위계화하고 자연의 영역을 인간의 영역을 위해 사용하는 자원화를 통해 구분한 선긋기가 재난의 방식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쓰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는 공터로 자연을 생각하는, 또한 실천하는, 이분화의 구도가 폐해를 키웠다. 인간이 가이아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속수무책의 산불이라고 하지만 그 산불에 인간이 기여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또한 앞으로의 산불에 대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일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이격된 연결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만물(萬物)과 본초(本草) 동아시아에서 자연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연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은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용어이지만, 현재 사용하는 번역어 자연의 의미인 인간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의 의미는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자연 개념이 없는 문화가 더 일반적이다. 근대적 자연 개념의 세계화를 통해 지금의 자연 개념이 전 지구화되었지만, 근대화가 진행되기 전 그러한 개념을 공유하지 않는 지역과 문화가 더 많았다. 동아시아의 만물(萬物) 개념은 이에 대한 예시이다. 만물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생물, 무생물, 인간, 비인간, 그리고 공간을 차지하는 것과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된다. 비어있는 공간 자체도 만물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만물은, 공간을 차지하고, 시각으로 확인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어떤 리듬을 공유하는 존재들의 모임이다. 그것은 생명의 리듬인데, 그 리듬을 공유하므로 만물은 만 가지로 다양하지만, 그래도 서로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아시아의 본초 개념 또한 이러한 만물의 다양성과 관계성의 관점이 녹아 있는 존재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생명의 리듬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본초들은 인간들의 고통을 경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생명의 리듬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인간은 본초의 효능을 알고, 그것을 자신들의 고통에 적용할 줄 알았다. 그러한 연결성으로 인간의 몸은 본초의 효능을 접수할 수 있는 준비된 존재이다. 리듬을 공유하므로 산불 이후에 한의학이 할 일도 있다. 이번 산불 재난 이후 이재민을 돕기 위한 한의계의 활동이 하나의 예시를 보여준다. 몸도 마음도 만물이 공유하는 리듬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산불을 직접 경험한 분들의 심신을 함께 돌볼 수 있는 가능성이 한의학 진료에 열려 있다. 기후변화의 상황 속에서 앞으로 있을 재난에 대해, 또한 이러한 연결의 이해를 바탕한 의료가 할 일이 적지 않다(다음 연재글 “기후위기와 본초의 위기”V에서 계속). 1) 가이아 이론을 주창한 러브록은 2006년에 『가이아의 복수』를 출판하여 (한국어 번역본은 2008년에 출간), 기후생태 문제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이에 응대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