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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개원의 한의치료의 효과 알린다“이번에 참여한 멘토링 프로젝트에는 뛰어난 치료법을 보유하신 원장님들이 많았습니다. 멘토링을 계기로 좋은 치료법이나 처방이 더 많이 발굴되면 좋겠어요. 한의학 발전을 위해 언제나 노력해주시는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학술팀과 송미덕 부회장님, 그리고 저의 멘토이신 이상훈 교수님, 고정은 선생님, 이수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한의협 학술팀에서 꾸린 멘토링 사업에 참여한 백정의 청인한의원장은 25일 수면 무호흡증 개선을 위한 침 치료를 연구한 자신의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데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한의계에 조금이나마 흔적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 이제 시작이니 후속 논문도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이터 축적 노하우를 알지 못해 양지로 드러나지 않았던 로컬 한의 치료의 효과가 협회의 도움으로 빛을 보게 된 순간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백 원장은 2019년 2월 ‘한의사 임상례 발표 멘토링’ 모집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멘토링 사업은 한의원의 증례를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서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증례보고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 그에게 전문과목 교수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후 학술팀의 권유로 지난 2019년 일본동양의학회(JSOM)에 참여해 낮에는 일본의사들의 증례발표와 포스터발표장에 다니고 저녁에는 그날의 소감에 대해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백 원장은 경희한의대 침구과 이상훈 교수의 지도로 4건의 증례를 선정하고 영어 논문 작성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쌓아갔다. 도중에 데이터가 소실돼 어려움을 겪었지만 치료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증례가 남아 있어 깐깐한 논문 심사 과정도 넘길 수 있었다. 이렇게 완성된 ‘코골이 현상이 있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 환자의 구강 내 침술치료: 증례 보고’ 논문은 최근 침구학계의 대표적 국제학술지중 하나인 영국의 ‘Acupuncture in Medicine’에 게재됐다(https://bit.ly/37NqjTN). 백 원장은 “평소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수면검사기를 사용한 점이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기회로 전 세계에 한의학의 효과를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후속 논문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백 원장의 증례 검토 과정에 대해 “구강 내 침 시술로 코골이를 치료하는 방법을 직접 시연해주셨고, 수면검사기로 그 동안 측정한 데이터를 모아두신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의학적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시술 근거와 데이터가 준비돼 있어 논문으로 잘 정리하면 국제의학계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임상연구의 표준인 무작위대조군연구(RCT) 시행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질환이나 증후군에 대한 객관적인 우수 증례 보고를 쌓아가는 것도 진료 영역 확장과 대규모 연구의 출발을 알리는 차원에서 가치 있는 일이다. 대학과 임상가가 한의계에 협력하는 취지가 좋아 참여했다는 이 교수는 “흔히 근거 중심의 의학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하는데 이 때 ‘근거’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자신이 잘 치료하는 임상기술을 합리적인 이유와 방법, 객관적인 평가로 정리하는 것”이라며 “일상의 진료에서도 보다 멀리 보고 증례들을 꼼꼼히 평가하고 기록해두면 직접 또는 연구자들과 함께 논문으로 완성해 누구든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OM에 로컬 한의사 증례 보고…한의학 세계화·과학화에 기여 한의협의 ‘한의사 임상례 발표 멘토링’ 사업은 오는 10월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의 한 세션으로 진행되는 일선 한의사들의 증례 발표를 유관기관 전문가 매칭, 관련 교육 등으로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JSOM 방문 후 2019년 7월 대한한의영상의학회 교육센터에서 열린 멘토링 회의에서 송미덕 한의협 학술부회장, 조남훈·김동묵 학술이사, 안병수 홍보·의무이사와 백정의 원장 등 10명 가량의 개원의 원장과 9명의 한의대 교수는 JSOM 포스터와 주요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한약의 장기간 사용, 제제 사용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한국의 증례보고와 비교하고, 진료시 사용된 진단도구의 사용 범위에 초점을 맞춰 발표를 진행했다. 송미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질적으로 우수한 증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임상 한의사들이 연구결과 문서화가 익숙하지 않아 결과물이 축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증례보고 문화가 정착돼 활발하게 임상례와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일본과 대조적”이라며 “이에 한의협은 일선 한의사에게 논문 작성, 증례보고 등으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멘토링 사업을 시행해 로컬의 의무기록과 임상 활용도를 높여 한의학 과학화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ICOM 증례발표를 위해 각 개원의와 멘토는 증례선정, 멘토 매칭, 증례 논문, 발표자료 작성 등의 단계를 수 개월에 걸쳐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발표를 제외한 31건이 완성을 앞두고 있다. -
대한한의학회, 우수 졸업생 표창장 수여식 개최 -
광주한의사회 “난임치료 통해 지역 출산율 향상” 다짐광주광역시한의사회(회장 김광겸)가 난임치료 지원을 통해 지역 출산율 향상에 기여할 것을 다짐하는 제35회 정기대의원총회를 24일 개최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총회에 참여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광주한의사회의 제35회 정기대의원총회를 축하드린다"며 "광주한의사회가 실시한 '코로나19 후유증 한의치료 지원사업'은 모든 한의협 산하 지부의 귀감이고, 한의계 전체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김광겸 광주한의사회장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기였지만 광주한의사회는 한의 난임치료 지원사업, 코로나19 후유증 한의치료 지원사업 등으로 지역사회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 한의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광주시 한의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은 한의약을 활용한 난임 여성의 건강 증진과 지역 출산율 향상 및 공공사업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임기 동안 가장 해결하고 싶은 숙제는 광주한의사회 회관 건립으로, 대의원 및 회원들의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 총회에 앞서 진행된 시상에서는 △중앙회장상에 심상희(가나병원), 김홍욱(일맥한의원), 조주현(미소그린한의원), 정덕윤(청춘한의원), 나찬숙(본회 약무이사), 김용진(용한의원) △지부회장상에 양진영(푸른하늘꽃한의원), 김석(김석제세한의원), 최현준(참미르한의원), 김영욱(마디척한의원) △감사패는 윤종상 광주 서구청 통합돌봄추친단 통합돌봄과장이 수상했다. 또 의안 심의에 앞서 진행된 의장, 부의장 보궐선거로 잔여임기 1년의 최명호 의장, 김석 부의장, 배장성 부의장을 선출했다. 최명호 의장 당선자는 "코로나19 창궐로 국민과 한의사 회원들 모두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고난을 극복해 온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앞당기자" 며 회원 간 단합과 알찬 운영을 당부했다. 2019년 세입세출 결산과 2020년 세입세출 가결산, 그리고 2021년 사업계획 및 예산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
국회,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 CCTV 설치 법안과 함께 심도있게 논의키로"국민의 진료 선택권 보장 및 편의성 제고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여야 국회의원 36명이 공동발의(대표발의 서영석 의원)한 것으로, X-ray 설치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인 경우 직접 X-ray의 안전관리책임자가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현재 양의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지난 18일 개최된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3월 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대표발의자인 서영석 의원은 25일 개최된 법안심사소위에서 “의료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심사하기로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폐기로 왜곡보도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는 것을 위원회 차원에서 언급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기윤 법안심사소위원장은 “계속 심사하겠다고 한 것은 폐기가 아니라 위원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더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해, 서 의원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동의했다. 이와 관련 서영석 의원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면허취소법’도 사회적 공론화와 오랜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의료인이 개설자인 경우 직접 X-ray의 안전관리책임자가 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물론 수술실 CCTV 법안 역시 추가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반드시 의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이하 한의협)도 같은날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국회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현행법령에 이공계 석사나 치위생사 등 비의료인도 X-ray의 안전관리책임자가 될 수 있지만, 정작 의료인인 한의사는 배제돼 있어 한의사 의료기관 개설자가 직접 안전관리 직무를 지도하거나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직역간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민들이 불편함 없이 진료를 받고 자유롭게 한·양방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X-ray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제안이유를 통해 “현행법령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기기) 관리·운용자격을 명시하지 않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의한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볼 때 안전관리책임자를 명확하게 하여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의 개설자나 관리자가 안전관리책임자가 되도록 함으로써 관리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기 기술의 발달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이 의료기관 종별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 등의 경우 개설자가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이 없어 안전관리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개설자라면 한의사도 X-ray 안전관리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밝힌 바 있다. -
기타 만성 방광염 (Other chronic cystitis)[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정보협동조합의 제공으로 한의원의 다빈도 상병 질환의 정의와 원인, 증상, 진단, 예후, 한의치료방법, 생활관리 방법 등을 소개한다. -
임신중 과다구토(입덧)(Excessive vomiting in pregnancy)[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정보협동조합의 제공으로 한의원의 다빈도 상병 질환의 정의와 원인, 증상, 진단, 예후, 한의치료방법, 생활관리 방법 등을 소개한다. -
[ISSUE Briefing] 전통의학 통계 모니터링 인프라 구축 사업 소개 및 발전 방안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는 전통의학 자료원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본 고에서는 그간의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결과물을 소개하고, 전통의학 통계 발전 방안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들어가며 가치 있는 자료는 정책 수립과정에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지에 따라 정책자료의 질이 결정된다고도 할 수 있다. 정책 자료 중 해외 통계와 동향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기초 자료로 자주 활용된다. 타 분야는 해외 동향 파악 시 영문 자료가 기본인 편이다. 그러나 전통의학은 주요 참고 국가가 중국, 대만, 일본 등으로, 영어보다 언어 장벽이 높고, 전통의학을 지칭하는 용어도 국가마다 상이해 자료 검색의 난이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외 전통의학 자료에 대한 자료 접근성이 낮고, 정보를 검색하고 자료를 습득하는 노하우가 누적되고 공유되기보다는 필요시마다 동일한 작업이 반복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있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전문가들과 전통의학 자료원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본 고에서는 그간의 주요 사업 결과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의학 통계 자료원 디렉토리북 『전통의학 자료원 디렉토리북』은 한국과 유사한 전통의학 배경을 가진 중국, 일본, 대만을 중심으로 주요 전통의학 자료원을 소개하고, 자료 접근 방식을 단계별로 정리한 이용자 중심의 매뉴얼이다(2021년 상반기 공개 예정). 자료는 교육, 의료기관, 시장규모, 연구개발,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인력, 정책, 한약(재), 한약제제 등으로 분류해 정리하였으며, 전통의학 관련 다빈도 이용 질환, 진료비, 약재/의약품/기기 생산량과 수입수출액, 연구개발예산, 연구개발성과, 의료자원(의료기관, 의료인력), 전통의약품, 교육자원(학교, 학생) 등 100여 개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 『전통의학 자료원 디렉토리북』은 무료로 접근 가능한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하였으며 유료 자료의 경우 내부에 수록된 자료도 함께 제시하여 이용자가 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자료가 가진 특성과 자료를 검토할 때의 유의사항과 팁도 수록하여 이용자의 검색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고자 했다. 중의약 통계·정책 자료 출처 조사 연구 『중의약 통계·정책 자료 출처 조사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이 공동 기획·수행한 연구 결과물이다. 중의약 현황은 한의약 정책 수립 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국외 자료로, 체계적인 정리와 모니터링 우선순위가 가장 높다. 앞서 소개한 디렉토리북의 심화 버전으로, 중국만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자료 출처와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조사·정리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한의약연감』의 구성(행정-교육-연구-산업)에 맞추어 중의약 자료를 조사·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한의사 수’와 ‘중의사 수’ 같이 유사한 개념을 가진 통계의 경우 『한국한의약연감』 자료도 함께 수록하여 한국 현황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중의약 부문은 자료가 여러 출처에 산재해 있으며 『중국중의약연감(中国中医药年鉴)』, 『중국위생건강통계연감(中国卫生健康统计年鉴)』, 『중국통계연감(中国统计年鉴)』의 세 자료원이 가장 대표적인 공식 문서이다. 다만 이 자료원은 일반적인 연감이 몇 개년 간의 자료를 시계열로 정리해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당 연도의 자료만 공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계열 자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연도의 개수만큼의 연감을 일일이 검토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중국은 전국민건강보험이 달성되지 않았고, 지역별로 모니터링 수준의 편차가 커서 중의약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중요한 정책 자료의 경우 정부 공식문서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중의약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본 사업에서 의미 있는 작업 중 하나는 중의약 용어해설집을 탑재한 것이다. 해설집은 중의약 용어 중 한의약 용어와 1:1로 매칭되지 않는 개념들을 풀이한 것으로, 이용자가 중의약 자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1> 중의약 용어해설집 (일부, 보고서 재인용)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이용자 중심으로 정책·통계 서비스를 구성하고 제공하는 것은 본 사업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다. 그러나 전통의학 통계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앞서 편재된 자료를 찾고, 한 곳에 집대성하는 인프라조차 취약한 상태이다. 중국의 경우 지역별로 발간하고 있는 연감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통계연감플랫폼(统计年鉴分享平台)과 CNKI). 이 사업도 취지는 바람직하나 필요한 자료를 일일이 유료로 다운로드하여 열람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계획 중인 사업 중 하나는 앞서 소개한 『전통의학 자료원 디렉토리북』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이용자가 책자를 펼쳐보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향후에는 자료 검색하는 방법을 단순히 안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주기적으로 자료를 업데이트하여 시계열 누적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OLAP 등과 같이 이용자가 직접 분석할 수 있는 툴도 탑재하고자 한다. KDI가 최근 선보인 경제정책 시계열 서비스(http://epts.kdi.re.kr/)가 주된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림 2> 중국 통계연감플랫폼(좌)과 한국한의학연구원의 통계자료원 DB(우) 예시 전통의학 통계 인프라 구축 사업의 발전방안 전통의학 통계 모니터링 인프라 구축 사업은 많은 개선과제를 안겼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하여 추진되어야 하는 작업은 자료 분류체계를 정비하고, 조사 대상 국가와 내용, 용어해설집을 확대 정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단발적으로 수행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자원 투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이용자 친화적으로 서비스 제공 형태를 다양화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특히 정책자료는 일방적인 모니터링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해외 전통의학 정책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양질의 정책 자료를 제공받는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책 자료(data)는 구축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공되어 정책 결정자에게 비교 가능한 정보(information)로 전환될 때야 인프라 구축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재는 편재된 자료를 찾고 모으는 초기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책 입안 시 필수적인 참고 자료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정보 허브로의 발전이 필요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일련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한의약 부문의 총괄서로 자리매김한 『한국한의약연감』 발간 사업의 노하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한국한의약연감』 사업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사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WHO 서태평양 국가의 전통의학 모니터링을 위한 대시보드 사업을 지원한 바 있으며, 모니터링 지표와 메타데이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의학 모니터링 인프라와 노하우는 해외로도 확장될 수 있는 것으로, 한의약이 현재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전통의학 자료 모니터링 인프라 구축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중의약 통계·정책 자료 출처 조사 연구. (2019).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전통의학 자료원 디렉토리북. (2021).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 ·한의온라인정책서비스 자료실. policy.kiom.re.kr ·KDI 경제정책 시계열서비스. http://epts.kdi.re.kr/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20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鍾馨 敎授(1929〜2008)는 1929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후 한의학 연구의 뜻을 품고 1949년 晴崗 金永勳 선생의 문하생이 되기 위해 서울로 와서 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이후 경희대 한의대의 전신인 동양의약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하면서 1955년 한의사 국가고시에 수석합격했다. 그의 논문으로는 「동양학의 원리」, 「동의학개발론」,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소화계 질환의 한의학 원리」 등이 있고, 저술로는 『韓方病證分類』, 『韓方內科學』, 『現代東醫學史』, 『晴崗醫鑑』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晴崗醫鑑』은 스승 김영훈의 평생동안의 진료 기록 가운데 유효처방을 모아서 만든 역작이다. 또한 『現代東醫學史』도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를 거의 최초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훌륭한 논문이다. 1994년 松齋醫學會에서 간행한 『송재 이종형 정년퇴임 논문집 및 강의록』에는 이종형 교수의 동국대 한의대 퇴임을 즈음하여 그동안 이종형 교수가 썼던 논문들을 모아서 출판한 것이다. 이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에는 「氣의 硏究와 臨床的 應用」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논에 띈다. 이 논문에서 이종형 교수는 氣를 가장 많이 응용하고 있는 한의학 분야의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氣의 실체를 구명하는 문제를 보다 더 전문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 이 논문을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온갖 병은 모두 기로부터 생겨난다(百病皆生於氣)”, “의자가 기를 모르면 무엇으로 병을 고치느냐?(醫者不識氣, 治病何從據)”라는 말로 이러한 정황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氣의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흐름을 정리하고자 이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래에 그의 논문 「氣의 硏究와 臨床的 應用」을 요약한다. ①電氣를 이용한 氣作用의 調整: 어떤 물질이든지 많거나 적거나 간에 荷電이 되어 있어 荷電된 電位는 물질을 형성하는 皮膜을 경계로 하여 陽(+)과 陰(-)으로 나뉘어진다. 인체는 전신적으로 皮外는 양전위이고 내부는 음전위이다. 만약 인체 병이 발생, 인체 내외에 이러한 하전의 이상(氣의 부조화)이 생긴다면 鍼, 灸 기타 物理療法 또는 藥物療法으로서 전기이온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②磁氣를 이용한 기작용의 조정: 인체도 하나의 자장이고 모든 물질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하나의 磁場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磁氣를 이용하여 體氣를 調整한다는 것은 매우 有意한 것으로 특히 經絡系統을 磁氣로 측정하는 등의 試圖는 이미 널리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서 磁氣療法도 실시되고 있고 더욱 나아가 전자파응용요법도 연구되고 있다. ③光線을 이용한 기작용의 조정: 광선을 이용한 체기의 조정요법은 한국임상계에서 물리요법으로서 예전부터 응용되어 왔다. 태양광선에 직접 노출하거나 布幕, 나뭇잎, 木皮 등을 隔하여 광선 온도의 선택과 함께 木皮 또는 葉의 氣를 照射하여 인체의 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발달한 것이 자외선, 적외선요법이며 현재는 光波의 이용단계에까지 와 있는 것이다. 생체에는 이것도 기의 작용이겠지만 微量發光이 되고 있다고 한다. ④音波를 이용한 氣작용의 조정: 음파가 체기를 조정한다는 사실은 근래 초음파, 초저주파이론의 구명으로 확실해지고 있다. ⑤라듐 및 방사능을 이용한 氣작용의 조정: 방사능을 이용한 기작용의 조정요법은 현재 라듐 온천수를 이용하는 온천요법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나 기작용을 조정하는 방법으로서 무해 방사능의 연구 및 응용은 한의학이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보아진다. -
전염병에서 보법을 강조한 『의학심오』에서 정국팽의 혜안조기호 경희한의대 내과학 교수 지난 15일, 오는 26일부터 국내 접종을 시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보류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터라 해외 접종 사례와 임상시험 정보 등을 토대로 효과를 확인한 후 접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보고, 의료인이라면 고령층의 면역력 저하를 기본적으로 먼저 떠올리게 된다. 백신이 체내에 들어와서 항체를 형성하는데, 마중물 같은 면역력 정도가 관건이라는 건 이미 알려져 있다. 독감 백신의 예에서도 고령자에게 항체 형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일본 의료에서는 십전대보탕 같은 보제(補劑)와 함께 투여하여야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백신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일을 시작하여야 할 봄, 가을걷이가 끝난 늦가을, 두 번 정도는 의례 보약을 복용하는 관습이 있었다. 부작용 걱정 없는 예방의학의 지혜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협회의 방향에 대하여 다른 시각에서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료 이원화 제도 하에 살고 있는 우리가 실제 일원화로 시행되는 중의학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응용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생긴다. 홍콩의 사스 때 중의약 사용 데이터나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중의약 사용의 실례, 즉 연화청온캡슐이나 청폐배독탕 같은 약물의 우리나라 국가 차원에서의 활용은 없다. 이 엄격하고 엄중한 사태인데도 이웃 국가의 전통의학 활용을 우리가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바이다. 일선의 현장이건 지휘 본부에서든 면허증이라는 배타성이 억누르므로 그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이런 실정을 피부로 느낀다면 우리는 살짝 옆으로 돌려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이것이 이 원고의 핵심이다. 앞서 말한 면역력 향상을 위한 한의약의 역할이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코로나19로 신음한 2020년, 일본 의료에서 한방제제의 상승폭이 계속 이어져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경험해 보지 않은 팬데믹 세상에 전통의학에서 배우는 지혜는 없을까, 찾아본다. 『동의보감』보다 딱 120년 뒤인 영조 9년(1732년)에 나온 정국팽의 『의학심오』에서 오늘 그대로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는 소론(小論)이 있어, 강호제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나온 그의 사고방식은 현대의 의학 이론이라 하여도 전혀 뒤지지 않는 탁견이다. 그는 전염병에 대하여 전염의 경로와 치료에 대하여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구태여 하나 더 보태 보법을 강조하면서 마무리한다. 65세 이상 임상 데이터가 없어서 백신 접종을 늦춘다는 얘기를 듣고 중경(仲景)의 치료방법에 더한 보법 이론은 시대를 초월한 혜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론은 길지 않으므로 코로나19 와중에 우리 모두 한 번은 읽고 지나더라도 좋다고 생각하여 전문을 싣는다. 1. 전염병에 대하여 계절 따라 찾아오는 전염병은 들어오는 데 두 가지 길, 나가는 데 세 가지 길, 치료법은 다섯 가지가 있다. 들어오는 두 가지 길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전염병은 기후변화와 사람에게 각각 원인이 있다. 예를 들면 따뜻해야 할 봄에 아직 춥다든가, 더워야 할 여름에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돈다든가, 서늘하여야 할 가을에 아직 덥다든가, 추워야 할 겨울에 오히려 따뜻하면 계절에 맞는 기후 상황이 아니다. 우주 변화에 어긋나는 기후인자는 인체의 경락을 따라 들어와 두통(頭痛), 발열(發熱), 해수(咳嗽) 등을 일으키고, 혹은 경종(頸腫), 발이(發頣), 대두온역(大頭溫疫) 같은 질환을 발생시킨다. 이 모두는 비정상적인 기후인자가 만들어내는 질환이다. 한 사람의 병이 한 집안에 전염되고, 한 집안의 병이 한 마을에 전염되고, 한 마을의 병이 전염되어 한 도시에 가득해지면 병의 예탁(穢濁)한 사기(邪氣)가 서로 전염되어 퍼지는 것이다. 이 사기(邪氣)는 모두 입과 코를 따라 들어가는데, 증한(憎寒), 장열(壯熱), 흉격만민(胸膈滿悶)의 증상을 나타낸다. 입과 코로 누런 분비물을 쏟아낸다. 사람끼리 전염되는 것은 기(氣)의 세력 즉 면역력에 의하는 것으로, 기후 조건과는 관계가 없다. 이것이 전염병에서 들어오는 길이 두 가지라는 것이다. 2. 전염병이 나가는 데 세 가지 길이 있다. 기후변화 인자의 전염병은 경락을 따라 들어오니 당연히 한열로 나누어 신온(辛溫), 신량(辛凉)한 약으로 병사를 흩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향소산(香蘇散), 보제소독음(普濟消毒飮) 류를 사용하여 경락을 따라 들어온 것을 다시 경락을 따라 나가도록 한다. 사람의 면역력 관계로 들어온 전염병은 코와 입을 따라 들어오므로 방향성(芳香性) 약들을 사용하여 예탁(穢濁)한 기(氣)를 풀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신출산(神朮散)과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류를 사용하여 코와 입을 따라 들어온 것을 코와 입으로 되돌아 나가도록 한다. 경락(經絡) 또는 코와 입으로 들어온 전염성 사기(邪氣)가 장부로 전입하면 조열(潮熱), 섬어(譫語), 복만창통(腹滿脹痛)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이것은 독기(毒氣)가 장부(臟腑) 속으로 들어온 것이므로 장위(腸胃)를 소통하지 않으면 그 독을 해결할 수 없으니 당연히 사하(瀉下)시켜야 한다. 대변을 스스로 잘 보게 되면 청법(淸法)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 사하(瀉下) 후에도 여열(餘熱)이 없어지지 않으면 역시 청법(淸法)을 사용한다. 이것은 장부의 사(邪)가 대변을 따라 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상이 전염성 병사(病邪)를 나가게 하는 길이 세 가지이다. 요약하면 신온(辛溫)·신량(辛凉)한 약, 방향성(芳香性) 약, 사하제(瀉下劑)의 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 되겠다. 3. 전염병 치료에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전염병이 나가는 세 가지 길, 즉 발산법(發散法), 해예법(解穢法), 공하법(攻下法)에 대하여 앞서 설명하였다. 여기서 공하법(攻下法)을 좀 더 세분하면 사하 후 청법(瀉下 後 淸法)을 별도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 가지 길이 네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염병 치료법은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 추가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사기(邪氣)가 모여드는 것은 정기(正氣)가 반드시 허(虛)하기 때문인데, 만전(萬全)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법(補法)을 써서 허점을 막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허(氣虛)에는 보기(補氣), 혈허(血虛)에는 보혈(補血)하는데, 삼소음(蔘蘇飮), 인삼백호탕(人蔘白虎湯), 인삼발독탕(人蔘拔毒湯), 황룡탕(黃龍湯), 사순청량음(順淸凉飮) 등을 사용한다. 처방 가운데 인삼(人蔘), 당귀(當歸) 등이 있으므로 그 뜻은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법에 보법(補法)을 더해야만 모두 이치에 맞아 들어간다. 원기를 도모함으로써 사기(邪氣)가 물러가므로 전염병 치료의 다섯 가지에 보하는 방법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다섯 가지 법을 숙지하면 다른 여러 가지 도리와 사리에도 통하게 되니, 전염병이라 하여도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서원당 출판사의 이원철 번역을 저본(底本)으로 하였다> -
우리의 한의학 ⑫ 어느 누구를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할 것인가?신현규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누구나 앞만 보고 살아오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다보는 시점이 중년일 것이다. 중년의 삶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챙겨야 할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친구’ 이다. 인생 여정에서 중요한 요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의대 학창 시절을 회상하면서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이다. 6년을 한 교실에서 40명이 동고동락하였지만 밥도 한번 먹어보지 않은 동기가 대부분이고, 딱 두 명뿐인 여학생하고 이야기한 시간이 십분도 안 될 것이다. 물론 동기가 다 친구일수는 없지만 친구로 만들 기회를 잃은 것이다. 나이가 더 들어 혼자 등산가고, 취미 생활한다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겠지만, 여기 한 개인이 아니라 한 집단이 홀로인 경우도 있다. 정부 부처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정부 회의의 특이점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하여 관련 직능단체 외에 소비자단체, 산업체, 학계, 언론계, 공공기관 등 각계각층의 위원들로 구성된다. 어떤 경우는 참석자의 남녀 성비, 수도권 및 지방 비율까지 확인한다. 이제 곧 공무원 인사를 서두로 하여 두 시간 동안 총성 없는 전투가 펼쳐진다. 각 직능대표들은 100m 달리기 출발선에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다가, 출발 신호와 함께 발언들을 쏟아낸다. 몇 십 년 전 사태부터 타 단체의 공정치 못한 행위와 자기 단체의 권리 침해 내용을 설명한다. 발언 제지가 없으면 하루 종일할 기세이다. 곧 상대 단체는 여러 대응 논리를 가지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정부의 책임 소재도 성토한다. 각 직능단체 임원들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모르지만, 해박한 지식에 달변, 순발력, 인내와 끈기, 포커페이스와 저돌적 태도 등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불굴의 용사들이다. 이 회의에서 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비자 위원들이 오히려 의약직능 위원들의 화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시시비비와 옥신각신으로 회의 열기도 뜨거운데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책상에 놓여 있다. 같은 한의사지만 각 기관의 정체성 따라 역할 수행 민주적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기위한 회의가 아니다. 참석자들은 이런 회의를 수 십 차례 하여도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전리품을 챙기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진지에 돌아가면 논의된 과정에 대해 협회 임원진들, 대의원들, 수많은 회원들이 두 눈 부릅뜨고 다시 검토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협상의 기술, 상호 호혜의 원칙, give and take, 역지사지, 교감과 소통, 배려와 관용 따위는 교육용일 뿐 실전용이 아니다. 논쟁의 열기는 가열되고 냉정을 찾을 수 없는 가운데, 약속된 회의 종료 시각이 모두를 살린다. 정부와 관련된 일을 하면 모두 공직 한의사로 보지만, 엄격히 공직은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근무하는 한의사이고, 나머지는 정부가 자본을 출연하여 설립한 공공기관(한의학연구원, 한의약진흥원, 보건산업진흥원)에 출근하는 회사원이다. 이런 회의에서 공직 한의사는 정부 대표로, 공공기관 한의사는 공익 대표, 직능단체 한의사는 한의사협회 대표로 만난다. 서로 같은 한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지만 소속기관의 정체성에 따라 각자의 역할과 소임을 다한다. 이 치열한 두 시간 동안 정부 측 위원들은 절제된 이야기만 하고, 공익위원들은 발언할 기회도 없고, 어떤 논리나 원리 원칙, 법적 해석을 이야기하여도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는다. 가장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위원들은 직능단체 대표들이다. 한의계 대표는 대부분이 혈혈단신, 고립무원 많은 회의에 참석해 보면 항상 건너편에 한의계 직능 이익을 대변하는 임원이 앉아있다. 특히 한의계 임원은 타 직능단체보다 맷집이 더 좋고 산전수전 다 겪은 분으로 임명해야할 것 같다. 대부분 회의에서 일당백, 일대다의 전투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속으로 질문을 해본다. “한의계 대표는 이 회의에 참석한 여러 단체들 중에서 동맹은 고사하고 이익이 공유된 묵시적 관계이거나 아니면 마음으로 기댈만한 우군은 있는가?” 늘 느끼지만 한의계 대표는 대부분이 혈혈단신, 고립무원이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많은 보건의료 단체들 중에서, 한의계 발언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단체는 매우 드물다. 전생에 서로 어떤 업보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의사, 약사와는 이미 견원지간이다. 그러면 음양오행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한약업사·한약사·한약조제약사·침사·구사 단체들과는 정서적·학문적 동지 관계인가? 이미 이곳도 수화상극이다. 이런 회의석상에서 한의계의 우군을 만들기 위한 묘책으로 새로운 직능인 한방치과의사, 한방간호사, 한방임상병리사, 한방응급구조사, 한방방사선사, 한방물리치료사 등 한의학적 원리로 검사 판독 간호 치료하는 단체 설립이 필요하다고 각계 요로에 청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보건의료계에서 그래도 타 단체들은 서로가 동맹은 아니지만 싫든 좋든 파트너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의계는 대부분 견원지간이거나 수화상극 관계다. 한의학, 온갖 풍상 다 겪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 두 시간 회의 후 모든 위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가 갈수록 한의계를 둘러싼 갈등 요소는 늘어나고, 국민 건강과 질병을 치료하는 단체들이 치킨 게임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세상에는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어느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 회의의 전체 그림 역시 이와 똑 같다. 이 상황에는 많은 곁가지 같은 쟁점들이 있지만 결국 큰 줄기의 핵심은 ‘의료일원화’와 ‘의약분업’이다. 현재 이 두 개의 개념과 가치를 어떤 각도와 얼마만큼의 비율로 할 것인가의 충돌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제 삼자들은 이런 상황을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지만, 이 속에는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철학 등 복잡한 요소들이 뒤엉켜있어, 솔로몬의 지혜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한의학, 유구한 세월 동안 온갖 풍상 다 겪고도 오늘날 스스로의 힘으로 훌륭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동안 여러 직능단체들과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에서, 냉철하게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복기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중년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친구가 필요하듯, 미래 한의학을 위해, 후손을 위해, 大醫를 위해 어느 누군가를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