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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의약 분야 개인정보보호 강화 공헌으로 ‘장관 표창’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선민·이하 심평원)은 3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윤종인)가 주최한 ‘제1회 개인정보보호의 날’ 기념행사에서 개인정보 보호 유공자 장관 표창(자율보호확산 분야)을 수상했다. 심평원은 지난 2014년 8월부터 의약단체와 협업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개선하고 시책 추진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심평원은 의약 분야 개인정보보호 ‘자율규제단체 전문기관’으로, △의료기관 대상 현장 컨설팅 △온라인 동영상 교육(53강좌) △상담사례집·표준점검표 및 가이드 제작·배포를 통해 의약 분야 자율규제단체의 개인정보보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업무의 확산에 맞춰 자율상담봇을 자체 개발해 개인정보보호 법령 및 사례 안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료기관이 쉽게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개인정보 자율상담봇은 의료기관의 개인정보 보호 전담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의료기관의 담당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인 지능형 상담비서 서비스로 시·공간 제약 없이 비대면 상담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최동진 심평원 정보운영실장은 “의약단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으로 이번 표창을 수상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민감한 진료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의약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코로나 자가격리 무단이탈 4000명 달해”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이 행정안전부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현재(2021년 9월 16일)까지 자가격리 이탈자가 4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자가격리 이탈자는 총 3945명으로, 이중 내국인이 3435명으로 87.1%를 차지했다. 이 중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2625명은 고발되고, 나머지 810명은 계도조치 됐다. 외국인 이탈자는 전체 이탈자의 12.9%인 510명을 차지했고, 이중 지자체는 400명을 고발하고, 100명을 계도조치했다. 무단이탈로 고발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자가격리시 제공하는 유급휴가비, 생활지원비 등 지원 혜택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외국인이 격리장소에서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격리를 거부하면 추방될 수 있다. 한편 지역별로 자가격리 이탈자가 많은 순으로는, 서울이 120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815명), 부산(355명), 인천(290명), 충남(246명)이 그 뒤를 이었다. 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무단이탈자가 많이 나온 셈이다. 최종윤 의원은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의 방안으로 무증상·경증 확진자에게 실시할 예정인 재택치료는 자가격리자들보다 더욱 철저하고 꼼꼼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외국인에게는 해당 언어로 안내하는 등 격리지침을 대상자에게 맞게 안내하는 세밀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의자동차보험의 증가, 진료비 절감·치료기간 단축에 ‘도움’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에 실시한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한의의료기관의 치료기간이 적정하다고 인식하는 한편 높은 치료만족도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물론 교통사고 이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한의의료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의의료기관에서 외래통원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2700명을 대상으로 초진 내원일로부터 얼마동안 치료를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1〜2주’가 36.4%, ‘3〜4주’가 31.1%로 답했으며, 입원치료를 받은 응답자 801명을 대상으로는 ‘1〜2주’라고 답한 비율이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한의의료기관의 치료기간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적정하다’라고 답한 비율이 70.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길었다’와 ‘부족했다’는 각각 12.9%, ‘잘 모르겠다’는 4.3%가 답했다. 이처럼 자동차보험 내에서의 한의진료 비율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서 자동차보험 주된 인상요인을 한의진료비의 급증 때문이라는 근거없는 폄훼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한의진료가 치료기간을 단축해 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변동요인 분석 및 관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당 진료비와 진료기간은 모두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의진료의 환자당 진료비는 2014년 약 48만원에서 2015년 약 44만원, 2016년에는 약 41만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또한 환자당 진료기간 역시 2014년 9.5일에서 2015년 6.9일, 2016년에는 5.9일로 줄어들었으며, 세부적으로 입원일수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7.8일에서 2016년 7.4일로, 외래일수도 2014년 10.4일, 2015년 10.3일, 2016년 8.9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사 전용 플랫폼 서비스 한의플래닛에서 지난 2018년 발표한 ‘2014〜2016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분석’ 결과에서도 심평원의 보고서와 일맥상통하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양방의 건당진료비는 13만원을 약간 넘었지만 한의진료의 건당 진료비는 7만2000원 남짓에 불과했으며, 입내원일당 진료비 역시 양방의 경우 7만4000원에 가까운데 반해 한방은 6만40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2014년 연간 자동차보험 총 진료환자는 194만명, 총액 1조4234억원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199만명·1조5558억원, 2016년에는 204만명·1조6586억원으로 진료비 상승폭은 연 9.3%에서 6.6%로 떨어졌으며, 자동차보험 건당 진료비 역시 2014년 10만8000원에서 2016년 10만6000원대로 낮아지는 등 자동차보험에서의 한의진료 비중이 늘어나면서 진료비의 상승폭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자동차보험 요양기관종별 심사실적’에서도 한의의료기관의 교통사고 치료에 드는 진료비는 양방 종합병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2015년 자동차보험 진료 1건당 진료비(입원·외래 포함)를 살펴보면 △한방병원 10만9021원 △한의원 5만5029원으로 조사된 반면 △양방 종합병원 28만7096원 △병원 11만9029원 △의원 5만2263원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한의계 관계자는 “한의진료의 급증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일부 근거없는 폄훼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같은 우려와 달리 오히려 한의진료가 점차 늘어나면서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상승폭이 둔화되고, 건당 진료비 역시 낮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한의의료기관의 치료기간이 적정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만큼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의진료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들은 하루빨리 불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리얼미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통사고 후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인 59.2%가 ‘교통사고에는 한의치료 효과가 좋을 것 같아서’라고 답변하는 한편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가 양방치료보다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로는 ‘사고 후 통증’ 45.2%, ‘수술 외 모든 경우’ 29.8%, ‘감각장애 등’ 15.1%, ‘수족마비 등 후유장애’ 4.6%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교통사고로 치료가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한의의료를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95.7%가 ‘있다’고 응답하는 한편 추천 이유로는 △치료효과가 좋아서 45.5% △수술 등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24.3% △부작용이 적어서 17.9% 등의 순으로 답했으며, 교통사고를 제외한 질환으로 진료받을 일이 있을 경우 한의의료를 재이용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91.7%가 ‘있다’고 응답해 한의진료의 높은 치료만족도가 향후 재이용 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한의진료의 만족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19년 국감에서 남인순 의원이 “자동차보험에서 의과에 비해 한의과에 환자수가 더 증가하는 까닭에 대해 한의계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환자의 50%는 목염좌나 요추염좌 등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질환을 겪으며, 교통사고 후유증 예방과 함께 근골격계 질환에 있어 비수술 치료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의진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의계 관계자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동차보험에서의 한의진료 증가가 오히려 치료비를 절감하고 치료기간도 단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자동차보험비 상승의 원인은 한의진료비 증가로 연결시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진료선택권을 제한하고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도 자동차보험에서의 한의진료는 엄격한 심사규정을 적용받으면서 국민들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교통사고 환자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2021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성황리에 종료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 이하 한의학회)가 지난 22일까지 연장 진행한 2021 온라인 전국한의학학술대회를 성황리에 종료했다. 지난 1일부터 온라인 학술대회·상설강좌 플랫폼 '하베스트'에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는 '치료의학 한의학,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주제로 9개 학회가 참여해 36개 강의를 제공했다. 하베스트에 따르면 이번 학술대회에는 총 5200여명이 등록을 마쳤으며 한의사 94.9%, 공보의·전공의·군의관 3.5%, 학생 1.6% 순으로 한의사가 가장 많았다. 이중 면허를 보유한 한의사는 5116명이었다. 면허번호 별로는 20001~25000번이 24.0%로 가장 많았으며 5001~10000번이 18.7%, 15001~20000번대가 18.1%로 뒤를 이었다. 강의 재생 횟수는 3만11회를, 강의 재생 시간은 3만2535시간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6%로 가장 많았고 경기 21%, 부산 6%, 경남 5% 순이었다. 한의학회는 36개의 강의를 개설함으로써 전 강의를 수강하고자 하는 회원들에게 보다 높은 만족을 이끌어 내어 온라인으로 진행된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36개 강의를 전부 수강한 권병조 청연한의원 진료원장(사진)은 "임상경험이 많지 많아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 강의를 수강했다. 선배 한의사 분들의 지식을 엿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이번 학술대회 뿐만 아니라 세미나나 특강 등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학술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만 81세인 류기원 장덕한방병원장(사진)은 "온라인 학술대회로 보수평점을 이수하는 것은 비슷한 연배의 고령 한의사들에게 분명히 큰 도전"이라면서도 "한의학회와 하베스트의 친절한 '고객만족 서비스'에 따라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시간은 좀 걸렸지만 온라인 학술대회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천대학교부속길한방병원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이지원 한의사(사진)는 "그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임상병리검사나 영상검사에 대해 다루고 있어 매우 유익했다. 추나와 진단적 도구로만 생각했던 초음파기에 대한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임상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관심 있는 한의대생이 많은 만큼 학부생에게도 학술대회 강의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수의 수강자들은 향후 학술대회에서 수강하고 싶은 강의로 한약과 양약의 약물 상호작용, 한양약 병용투여 시 안전성과 유효성,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일차진료에서 접하는 질환, 현대 질병과 생활습관, 위장 질환 등의 주제를 꼽았다. 김현호 하베스트 대표(사진)는 이번 학술대회 운영과 관련, "한의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학술행사의 제작과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게 되어 무척 감사했고, 믿고 일을 맡겨 주신 한의학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사용자들의 경험과 건의사항들을 수집하면서 향후 어떤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할 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 하베스트가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온라인 학술대회 뿐 아니라 임상 진료현장에서도 첨단 IT 인프라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도영 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개최된 온라인 전국한의학학술대회가 결실을 맺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한의학회는 앞으로도 회원 만족과 전문성 향상,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복지부 2차관에 류근혁, 靑 사회정책비서관에 여준성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류근혁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내정했다. 또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후임으로 여준성 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을 발탁했다. 복지부 제2차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9월 신설된 자리로, 보건 업무를 담당한다. 강도태 제2차관이 지난 1년여간 맡아왔다. 복지부 제2차관 교체는 향후 코로나19 방역 전략의 전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근혁 신임 제2차관은 인하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36회)를 거쳐 복지부 건강정책국장·대변인·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연금정책국장·인구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류근혁 신임 복지부 제2차관은 건강·보건 분야 핵심 보직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재직 중인 보건의료전문가”라며 “세계보건기구(WHO) 근무 등을 통해 폭넓은 국내외 네트워크와 탁월한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류 신임 제2차관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단계적 일상 회복, 글로벌 백신 허브화 등 핵심 현안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준성 신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은 상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정봉주·최영희·김용익·정춘숙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다 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을 맡았다. 여 신임 비서관에 대해 박 대변인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 행정관,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두루 근무해 주요 사회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다양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맡은 바 역할을 잘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④[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추석 명절에는 차례상을 준비하지 않아도 나물 세 가지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지요. 고사리, 무순나물, 도라지 이렇게 세 가지로 색조합을 하거나 박나물, 콩나물까지 해서 다섯 가지를 하기도 합니다. “깐 도라지는 마트에도 시장에도 다 파는데….” 매번 명절 때마다 제가 도라지를 까고 자르기 싫어서 푸념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맛이 같냐? 그리고 하얗게 보이려고 물에 오래 담가 두고 파는 거라 맛없어. 손으로 직접 까야지.” 하십니다. 사온 도라지는 물에 씻지 않습니다. 물에 담가 두면 껍질 까기가 쉽지 않아서지요. 칼로 살살 겉을 긁으면 아주 얇은 막이 벗겨집니다. 그런 후 쓴맛을 줄이기 위해 소금을 넣어 비비며 씻습니다. 깐 도라지는 세로 방향으로 자른다기보다는 가른다는 말이 어울리도록 갈라줍니다. 콩나물 굵기까지는 아니지만 얇을수록 길수록 맛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 후 물에 담가두었다가 요리를 합니다. ◇심는 자리를 옮겨줘야 잘 자라는 도라지 인삼이 6년근 4년근에 따라 효능과 가격이 다르듯이 도라지도 4년근 이상을 ‘길경’이라 부르고 약으로 씁니다. 인삼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이 도라지에도 있어서인지 둘은 자주 비교 대상이 됩니다. 두 식물의 뿌리를 캐놓고 보면 더 닮아 있습니다. 인삼처럼 4년 동안 한곳에서 계속 자라주면 좋겠지만 도라지는 같은 자리에서 3, 4년이 지나면 대부분 썩어서 없어집니다. 그래서 4년근을 만들려면 2년이 되었을 때 자리를 옮겨서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도라지는 약이 될 때까지 4년 이상을 기르기가 쉬운 작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썩으면 썩는 대로 그냥 한자리에서 5년 동안 계속 도라지를 수확하시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처음 텃밭에 도라지를 심은 이유는 뿌리를 약으로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2년 정도 키워서 자리를 옮기지 않고 나물로 먹으려고 한 거랍니다. 그런데 첫해에 줄기 끝에서 바람 따라 흔들거리는 보라색 도라지꽃을 보니 밭일의 힘듦을 잊을 만큼 예뻤습니다. 심심산천의 백도라지가 무색하게도 저희 밭에서 보라색 꽃을 만개해 하늘거렸지요. 도라지는 보라색과 흰색 꽃이 7~8월에 피는데, 왜 저희밭에서는 보라색 꽃이 흰 꽃보다 더 많은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도라지꽃을 차로 마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꽃을 차로 마신다는 사실은 뿌리만 먹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던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꽃차는 도라지꽃의 수술을 제거하고 약한 불에 덖어서 만듭니다. 잘 말린 꽃을 따뜻한 물에 넣으면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꽃잎도 물에 떠 그 빛깔이 정말 예쁘답니다. 텃밭에서는 호미 정도로만 땅을 일구고 작물을 수확하는지라 가을에 고구마를 캘 때 숨어 있던 하지감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땅속에서 보물을 찾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도라지를 키울 때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나물로 도라지를 먹을 때는 계절에 상관없이 캐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꽃이 지고 줄기가 말라버린 후에는 가끔 도라지뿌리를 못 찾기도 합니다. 여기쯤 심었는데 하며 캐보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거든요. 썩어서 사라진 것인지 우둔한 농사꾼이라 찾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 그 장소에서 도라지꽃이 피어오르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숨어 있던 도라지 보물을 찾게 됩니다. 민간에서는 쓴 도라지에 달달한 배를 넣어 목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많이 마십니다. 저도 배를 많이 수확하는 계절에는 한의원 약탕기에 배와 도라지를 함께 달여서 한약처럼 만들어 두었다가 감기 초기나 목에 가래가 생길 때 마십니다. 길경은 폐와 기관지 급성 염증이라 할 수 있는 감기, 편도선염에 많이 쓰이고 가래를 삭여서 배출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민간에 알려진 대로 한약으로도 쓰이는 거지요. ◇다른 약재를 끌어주는 도라지, 감기 예방에 딱 그런데 한의사들만 아는 길경의 효능이 있습니다. 다른 약재의 효능을 끌어주고 폐 부위나 상체(한의학에서는 ‘상초’(上焦)라고 부릅니다)로 올라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물건을 많이 실은 배가 항구로 나아가듯이 길경이 다른 효능 좋은 약재들을 데리고 상초 부위로 가는 겁니다. 그래서 폐에 기운이 부족한 분들 약에는 보약에 길경을 함께 넣어 폐를 보해주는 것이지요. 반대로 열이 항상 머리로 오르는 분들이 있는데, 인삼처럼 열성이 강한 약재와 길경이 함께 배합된 약재를 쓰면 열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라지 이야기를 쓰려면 수세미 이야기도 같이 해야지.” 어머니가 한마디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민간에서는 그렇게 넣어서 달여 먹지만 한의원에서는 수세미 잘 쓰지 않으니까.” 합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글은 수세미 이야기입니다. 9~10월은 많은 작물을 수확하는 때입니다. 동아박, 노각오이, 방앗간에 벌써 다녀온 빨간 고추까지 말입니다. 이렇게 풍성해지니 조상들에게 차례상도 올리고 꽉 찬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했나봅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45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9년 6월17일부터 6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6차 세계침구학술대회’가 33개국에서 100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에서는 이 대회에 28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1973년 제3차 세계침구학술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이후 두 번의 대회가 이어진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열린 것이었다. 대회 첫날인 6월17일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제6차 세계침구학술대회에는 프랑스 진샤쯔, 일본의 木下晴都 등과 한국의 金定濟 경희대 한의대 학장 등 40개국 대표로 구성된 임원진이 부서별 운영을 담당했다. 프랑스, 미국, 스페인, 일본 등에서 대거 참석했고, 중국에서도 10명의 대표가 참석하는 등 소련, 루마니아, 체코, 불가리아 등 공산권 국가에서 다수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또한 아이보리코스트, 가봉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6월18일부터 본격적인 학술 발표 및 토론회가 시작됐다. 주요 내용은 부인과의 침구법, 신경통의 진단 및 임상연구, 순화기계 치료법, 소화기계 치료법, 피로의 치료, 피부질환 등 각종 임상기술 등이었다. 학술 발표와 별도로 임상실기시범 프로그램도 진행됐는데, 여기에는 관절염, 신경질환, 오행이론, 도인, 이침요법, 해독요법 등이 참가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다수의 발표자들이 침구학에 관한 논문만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대표단은 분과토의에서 한약물 투여를 침구치료와 병행함으로써 보다 완벽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안덕균 교수를 비롯한 한국 대표들은 한약물요법과 침구치료의 병행만이 동양의학의 본질이라는 요지로 동양의학에 대한 이해를 촉구했다. 6월21일에 있었던 학술 발표에서는 김영만 박사가 新穴 개발 보고를 통해 크게 관심을 집중시켰다. 22일에는 김정제 학장 및 김현제 교수가 한국의 동양의학의 현황에 대해 발표, 한국 한의학을 세계에 알렸다. 송효정 교수의 평가에 따르면 외국 참가자들은 정통동양의학간 교육내지는 연구실적이 극히 단편적이어서 향후 이들에게 동양의학의 진수를 보급, 전파하는 데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세계적인 동양의학 학술대회가 관심 속에 성대하게 개최되고 그 권위가 놀랄 만큼 향상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기 대회는 1981년 스리랑카에서 개최키로 결정됐다. 제6차 세계침구학술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한국대표단은 같은 해 8월13일 서울 스칸디나비아 클럽에서 귀국간담회를 갖고 학술대회 참가 성과에 대해 검토하는 한편 국제학술대회 운영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의견 교환을 가졌다. 송장헌 대한한의사협회장과 김송현 대표단 총무를 비롯한 17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술대회 참가를 위한 사전준비의 미흡으로 충분한 학술교류활동을 하지 못했으나 분과별 토의 활동 등에서 한국의 한의학을 선양하는데 회원 각자가 많은 노력을 한 것을 확인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이 대회 참가를 경험으로 삼아 1981년 제7차 세계침구학술대회의 성공적인 참가를 위해 면밀한 준비 태세를 갖출 것과 모든 국제 학술행사에 조직적·체계적으로 임할 것 등이 강조됐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06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수사와 재판을 잘 받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갑자기 아는 한의사 한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허위진료청구 사기혐의 관련 집행유예실형이 확정된 후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 면허취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집행유예 확정 후 면허취소 되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면허취소 기간도 3년이다. 판결문과 수사재판 기록을 받아보니 허위진료 청구관련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사기 금액 전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죄로 기소돼 형사처벌, 그것도 집행유예 실형이 선고됐다. 문제는 집행유예형이 확정되면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도 이와 관련 검찰, 법원에서 변론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형 선고와 관련 한의사가 어떠한 행정처분을 받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다. 의료법,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행정처분기준 관련 보건복지부령에 대한 사전검토도 설명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소가 기각된 후에도 상고조차 하지 않았다. 법에 의해 보건복지부(의료자원정책과)로부터 한의사 면허취소 사전통보를 받고 보니 정신이 몽롱해졌다는 것이다. 한의원 근무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의 생계문제, 퇴직금문제, 한의원 폐원문제, 대출융자금문제 등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졌다. 취소처분을 감면받을 방법은 없을까. 취소처분을 연기할 방법은 없을까. 취소 처분을 받으면 3년간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고민에 식욕도 없어지고 밤잠도 못 이룬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하소연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의료법에는 제8조 제4호 및 65조 1항 1호의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면허취소를 해야 한다는 강행의무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 병원사정 이야기를 해 취소시점을 연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면허취소처분 집행정지 행정처분, 취소처분 취소행정소송도 생각해 보았지만 법에 취소강행 의무규정으로 돼 있어 어렵다. 폐원 후 양도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양도를 하는 경우 폐원 당시 한의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지 관계도 검토해 보라고 했다. 아쉬운 것은 왜 처음부터 적발 당시에 이러한 취소처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몰랐냐는 것이다. 변호사 역시 왜 의뢰인인 해당 한의사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허위청구 적발 시 면허취소, 주의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면허취소, 정지 관련 의료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허위청구 관련 의혹이 뒤따르더라도 적발 시 이러한 행정처분이 뒤따른다는 것을 예상한다면 과연 허위청구를 할 수 있을까. ‘원장님 다른 한의원에서는 허위부당청구 다 하는데 원장님은 왜 하지 않으세요? 경기도 어려운데 하셔도 적발되지 않습니다, 다 그렇게 합니다’라는 사탕발림 유혹에 넘어가 허위청구를 한 것이 면허취소라는 처분을 받게 됐다. 통상 사기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사기편취 금액을 모두 변상하면 초범이고 반성하면 벌금형으로 감액되기도 한다. 애초 검찰 단계부터 변호사는 이러한 변론을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집행유예와 벌금,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벌금 구약식과 기소는 행정처분 정도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더욱이 한의원에 생계가 달린 조무사 등 많은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린 경우에는 검찰과 법원에 읍소할 필요도 있다. 왜냐하면 검찰과 법관은 의료법상의 면허취소와 정지 등 행정처분은 선고형량과 별개라고 생각하고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면허 취소 기간은 3년 의료법상 면허취소 기간도 허위청구의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취소기간이 3년으로 못 박아 있는 것도 문제다. 법은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허위청구관련 초범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청구금액을 모두 변상한 경우에는 취소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거나 3년 이내로 함으로써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의사의 경우 면허는 생계와 직결돼 있다. 갑자기 면허취소로 생계가 끊어진 경우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대체생계수단도 없다. 3년이 지나 다시 한의원을 개설해도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 순간의 허위 부당청구 유혹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필자는 해당 한의사에게 고민이 생기면 늘 어려워하지 말고 전화하라고 했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 이전에 마음의 치료사가 돼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에 한의사 고충상담 처리센터가 개설됐으면 한다.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늘 대화와 소통창구가 되어줄 그런 센터 말이다. -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중도로타리클럽과 협약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병원장 김영일)과 중도로타리클럽(회장 홍기표)이 30일 협약식을 개최했다.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신관 2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이날 협약식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김영일 병원장, 중도로타리클럽 홍기표 회장 등을 비롯한 양 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각 기관장 인사말 및 기관 소개, 협약 체결식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전한방병원은 이번 협약에 따라 중도로타리클럽의 협약병원으로 지정돼 소속회원에게 의료혜택 및 건강강좌 등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로타리재단 프로젝트에 협조해 의료 지원 등의 업무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영일 병원장은 “협약을 계기로 지역사회의 변화와 상생을 위해 헌신하는 중도로타리클럽과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
육아에서 찾은 소우주-4박윤미 한의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육아와 한의학, 인문학 등의 분야를 오가며 느꼈던 점을 소개하는 ‘육아에서 찾은 소우주’를 싣습니다. 대전시 중구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자 박윤미 한의사는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뒤늦게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에게 한의 인문학을 강의하며 생명과 건강의 중요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 집 장남은 깡마른 체형에 공부에 별 관심 없는,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데 중3이 되면서 부쩍 친구 K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K는 체격도 좋고 농구도 잘하고 성적도 우수하다는 거였다. 본인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친구라서 부러운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당시, 나는 5살 막내를 키우며 직장 다니느라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큰 아이가 피해자로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아이가 집에서 유난히 짜증을 내고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해도 그저 사춘기라고 여기고 무시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모처럼 아이의 방을 꼼꼼히 청소하다가 침대 밑에서 반쯤 불탄 아이의 가방을 발견했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갈색 아디다스 가방이었다. 순간, 불길한 예감에 머리 속이 텅 비면서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날 저녁 불탄 가방을 들이밀며 아이를 추궁했고, 교실 안에서 학폭을 당했음을 알게 되었다. ◇한 달 만에 전학·이사 마쳤지만…회복까지 오랜 시간 걸려 그날 밤을 하얗게 새우고 학급 담임을 찾아갔다. 여기서 2차 충격이 이어졌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담임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나를 한심해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어차피 끼리끼리 모이는게 세상사인거 아실텐데요, OO이도 어차피 다 같이 어울리는 멤버였어요. 지들끼리 어울려서 게임이나 하고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놈들인데, OO이가 그 와중에 지들 무리한테 뭘 밉보였는지 얼마 전부터 부쩍 괴롭히는 것 같더라구요, 다 OO이가 자초한 건데 학교에서 뭘 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집에서 아이한테 신경 좀 쓰셔야겠죠”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네 자식을 맡아서 돌보기 힘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교에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었기에 당장 부동산에 가서 집을 매매로 내놓았다. 그날 이후, 아이를 그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가해자와 만나는 것도 싫었지만 담임이 있는 교실에 아이가 앉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끔찍했다. 이사 및 전학은 한 달 내에 완료되었다. 다행히 곧 여름방학이라서 나도, 아이도 숨 돌릴 여유가 있었다. 함께 맛집도 가고 근교 나들이도 갔다.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한테 쌓인 앙금도 많았는데, 바쁘단 핑계로 아이를 이해하기보단 장남 노릇을 강요했구나 싶어 반성도 많이 했다. 다행히 전학 간 학교에서 새 친구들과 너그러운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우리는 숨을 쉴 수 있었다. 아픈 경험 끝에, 아이는 약육강식의 세상을 살아가려면 본인이 힘을 키울 수밖에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것 같았다. 고등학교에 가서부터는 착실하게 공부를 했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서 점차 전공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비례해서, 우리의 상처도 차츰 치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자는 그때 일을 되도록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학폭 피해의 상처는 너무도 깊고 폭이 넓어서 회복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우리는 그랬다. 다만, 우리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받아봤자 별 도움 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당시에 아이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때, “OO아, 문제가 생겼을 때 10:0은 없어. 너도 뭔가 그들에게 원인 제공을 했을거야. 그리고 담임한테 너나 엄마가 무시당한 것도, 우리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거야. 그걸 찾아내서 해결해야만 우리가 다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거야. 엄마도 찾을테니까, 너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렴” 이렇게 말했었다. ◇나를 깨운 논어의 한 문장 요즘 과거의 학폭으로 인해 무대에서 퇴장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을 많이 본다. 사필귀정이긴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싶다. 피해자가 자존감을 되찾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학교와 지역 사회가 무엇을 해줄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초등 고학년부터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쳐 주면 알게 모르게 학폭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불면증을 겪었고, 그때 논어를 꺼내어 읽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과 시절, 정규 과목으로 논어를 배울 땐 한문도 어렵고 내용도 지루하기만 했었는데, 참 아이러니했다. 그제서야 책 속의 문장이 현실화되어 가슴으로 들어온 것이다. 논어 속의 한 문장을 소개해 본다. ‘군자 주이불비’(君子 周而不比), ‘소인 비이부주’(小人 比而不周). ‘군자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두루 사귀지만 그들과 함부로 결탁하지 않고, 소인은 무리들끼리는 잘 어울리지만 폭 넓게 두루 사귀지를 못한다’는 뜻이다. 이 구절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면, 성품이 너그러운 사람은 반 친구들과 두루 사귀지만 소수의 그룹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반면, 성품이 옹졸한 사람은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그 밖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이다.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이 배타성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누군가 한명을 따돌림으로 내몰 수도 있다. 반친구들 누구나와 똑같은 정도로 친하게 지낼수는 없겠지만, 나와 같이 다니는 무리 밖에 속한 친구들에게도 밝고 예의바르게 대하는지를 스스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