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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 책방-4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당선수기에 내 이름 석자를 굵은 서체로 표기하여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할 것이라는 약속에 보험이라기보다는 선행의 느낌으로,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꽤 많은 책들을 오랫동안 사 주었었다. 비록 작가로 등단하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글이 아니라면 말로라도 먹고 살아야 하겠다며 대학원 공부를 이어가더니, 결국에는 언어치료사가 되었고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하는 일에 단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책을 사 주지 않아도 본인이 즐기는 책들은 맘껏 사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특히나 친애하는 시인들의 신간이 나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새 책 냄새에 도취되어 당일날 그 책들을 완독하고야 마는, 이름없는 시인으로 온라인에 자작시를 끊임없이 업로드를 하고 있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부지런한 여인!! 그녀는 바로 우리집 넷째딸, 신모씨이다. 동생의 권유로 알게 된 ‘알래스카 한의원’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그래서 시집을 포함한 화제성 있는 신간들은 물론이고 대형서점 마케터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구석에 소외되어 있는 진짜 좋은 책들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어 표지와 목록을 대충 살펴보곤 “요건 신박이 좋아할 책일세”라며 카톡으로 아주 자주 알람을 울려 준다. “『알래스카 한의원』이라는 소설이 있더라. 2023년 3월 초판인데, 왜 몰랐었을까?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의원이 제목에 박혀 있으니 안 읽고 넘어가기엔 아쉬우실 듯!!” “아, 그래그래.. 읽어야겠네. 마침 칼럼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쥐어짜는 글은 딱 보면 알어. 언니도 이제 슬슬 한의신문에서 발 빼소. 글은 말이야... 그냥 좌라락 나와야 하는 거야. 일필휘지! 알지? 아무리 시가 응축미라고 해도 정말 좋은 시는 시간을 얼마 안 들이고 썼구나. 억지로 안 썼구나. 정말 잘 썼구나.. 바로 알아보거든. 언니 글 담당하는 분에게도 말해둬. 더 이상 글이 안 나온다고!! 누가 들으면 대단한 사설이라도 쓰는 줄 알겠다잉. 암튼 글이란 게 쉽진 않지. 이번달도 잘 넘겨봐. 파이팅!!” 동생의 권유로 그리고 8월의 칼럼을 핑계로 숙제처럼 받아든 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은 이러한 배경으로 말미암아 요 며칠간 내 손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 갈 수 있는 병원은 다 가봤으니 한의원에 기대를 걸었다. 평소 동양의학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 신뢰가 없었지만, 서양의학에서 ‘네 병은 우리가 잘 몰라’라는 게 확실해진 시점에서 이지(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전국구 한의원 투어가 시작되었다. - 대체로 몸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것은 같았지만, 진단에 대해서는 한의사마다 의견이 달랐다. - 벌써 서른다섯 번째 한의원이었다. 음과 양의 조화에 대해서는 들을 만큼 들었다. - 이지는 여러 사이비 의사를 만나봤지만, 이 정도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치 동양 야매 의학의 최전선에 있는 강적을 만난 거 같았다. - 고담(알래스카한의원 원장)이 한약팩 두 개를 꺼냈다. “빨간색을 먹으면 부글부글 구역질이 날 겁니다. 그럼 후련하게 토하세요. 전부 다. 있는 힘껏! 그 다음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파란색을 드세요.” - 이제 이지는 고담이 무엇을 파고들고 있는지를 알았다. 지금까지 이지가 만났던 의사들은 통증의 원인을 ‘교통사고’라는 물리적 충돌로만 보았다. 하지만 고담은 다른 측면으로 접근했다. 자동차 사고라는 매개적 사건이 과거의 통증을 깨웠다. 이지의 통증에는 오래된 과거가 있다고. - 당신은 기억을 지웠지만,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상처가 났던 몸 속 세포들은 기필코 그 때의 통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신의 뇌가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말이다. - “어쩌다 알래스카에 한의원을 차리셨어요?” “구구절절 설명하긴 어렵고, 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게 됐죠.” “그래서, 그 사람은 치료 되었나요?” - 막 진료를 마친 흑인 손님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여러 장 돈 통에 넣고 갔다. 보약이라도 지은 걸까. - 고담이 데운 사물탕을 이지에게 건넸다. “마셔요. 허열에 좋습니다.” 이지가 사물탕이 든 잔을 받아 들었다. 왼손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자 어수선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 다음 날, 알렉스 베런(소아성애자, 주인공 이지의 오른손의 복합통증증후군을 유발한 그리니치 영어유치원의 원어민 교사)이 알래스카 스워드에서 검거된 일이 미국 전역에 대서특필되었다. 호머 지역 신문에서는 알래스카한의원의 고담 한의사와 친구들이 범죄자를 잡았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그날 오후 한의원에는 돈 통에 돈을 넣고 간다거나 와인, 보드카, 그림, 편지, 마리화나, 꽃, 초콜릿 등을 선물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 보드카 한 병이 금방 비워지자 고담이 한의원에서 약초로 담근 약술을 가져왔다. 모두 출처를 의심했지만, 아무튼 술이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로봇, 소리』, 『여고괴담3』 등의 영화 각본을 쓴 이소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알래스카 한의원』은 주인공 이지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팔과 손의 통증이 낫질 않아 험난한 고생을 감내하다가 ‘복합통증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알고난 후 치료방법을 찾던 과정에서 우연히 알래스카의 한인 한의원에 완치 사례가 있다는 논문을 발견하고 그 길로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알래스카에서 결정적인 몇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남으로써 본인이 가진 이 끔찍한 통증의 역사를 알게 되고 사진기 셔터도 누를 수 없었던 이지는 결국 손톱깎기로 손톱을 깎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을 맞이하는 해피 엔딩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 출간 전 영화 판권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조만간 『알래스카 한의원』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준』, 『대장금』, 『마의』 같은 기존의 TV 드라마들처럼 한의계에 혹은 개원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짝 궁금해진다. 미래에 개원한다면 한의원 이름은? 소설을 다 읽은 어느 날, 자매들과 『알래스카 한의원』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미래의 내 한의원 이름짓기가 주제로 떠올랐다. “『신미숙한의원』이 젤 깔끔하지 않어?” “야, 신박이 오은영도 아니고, 누가 신미숙을 알어?! 이름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이쁘지도 않잖아. 빼자. 빼. 신미숙한의원은 아니다.” “『그녀의 한의원』어때? 그녀의 한의원, 뭔가 여성들의 주치의, 워너비, 왕언니 이런 느낌도 있고 남자 환자들에게는 뭔가 묘한 환상적인...” “야, 위험해. 요즘같이 페미논쟁이 최고조에 달해있는데 저건 나 잡숴라.. 하는 거야. 그리고 뭔가 원장이 엄청 이쁠 것 같잖어. 문 열고 들어왔는데 신박이 앉아있다고 생각해봐. 니가 그녀냐? 하면서 항의 엄청 들어올거야” 점점 자매들의 대화는 코믹과 조롱의 콜라보로 위태로운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냥 『신박 한의원』으로 해. “신박한+의원”로도 읽히고 “신박사+한의원”으로도 읽히고. 좋을 것 같은데” “안 돼, 의원인 줄 알고 코로나 검사하러 왔는데 한의원이면 욕 먹을 수도 있어. 요즘 진상이 어디 담백한 진상이던? 어디서 훅 치고 들어와서 시비걸지 모르니까 튀는 이름이면 위험해” “아.. 진짜 어렵다. 좀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한의원들은 동네장사쟎아. 그냥 『우리 동네 한의원』으로 소박하게 가고 그 동네를 좀 있는 동네로 골라봐” “아님,『모스크바 한의원』으로 하고 러시아 여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글로벌하게 가는 거야. 그 여인이 무섭게 생겼다면 진상들도 미리 퇴치할 수 있어. 일석이조야. 『모스크바 한의원』입에 척척 붙는다.” “하하” “깔깔” “우헤헥” 자매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삶의 활력소다. 내가 놀림감의 중심이 되어도 그저 즐거울 뿐이다. ‘『우리 동네 진짜 원조 왕언니 신박사 한의원』으로 확 질러버려?!’라는 상상을 하다보니 갑자기 신당동 떡볶이 거리의 그 무질서한 원조 논쟁 간판 전쟁이 떠오른다. “이토록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다들 대단한 경력과 경쟁력으로, 거기에 놀라운 체력과 마인드는 기본이요. 상상 이상의, 실현 불가능한 최신식 마케팅 실력까지 얹은 채로 골목에서 동네에서 지하철 역세권에서 생존 중이신 모든 개원가 선후배님들에게 진심으로 심심한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최근에는 한의사 버전의 ‘강남언니’앱에 해당되는 한의원-한의사 찾기, 숨은 명의 추천하기 등의 기능을 갖춘 신상 앱까지 출시되어 이런 트렌드에까지 발맞추어 달려가자니 날마다가 가슴 벅참의 연속일 것 같다. 로톡이 변협과의 갈등으로 법정 다툼에까지 이르렀듯이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한의사 추천앱의 결말은 과연 끝까지 순조로울까?! 현재 의료 영역에서 한의계의 위상은? 잼버리는 끝이 났지만 잼버리 관련 후폭풍은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매년 가을은 단풍놀이의 시즌이라기보다는 국정감사의 과로가 국회의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하사품으로 내려지는 시기라서 덩달아 우리 진료실도 이유 있는 바쁨이 거의 확정적이다. 잼버리 관련 국정감사도 그 과정은 이슈 대 이슈, 논쟁 대 논쟁, 공수교대 혹은 공수교차로 복잡다단 화려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우리 모두는 반복해서 그것도 분명히 확인했다. 모든 국감의 결과는 물에 물감 풀어지듯 결정적 한 방 없이 흐지부지했었다는 팩트 기술에 불과한 신문기사들만이 씁쓸하게 남을 것이다. 잼버리 영지 내에 한의진료센터를 두냐 마냐, 준비 단계부터 논란이 꽤 있었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뒤로 하고 결국 진료실은 운영되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찐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직접 봉사에 참석했었던 두세명의 후배들로부터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과 생생한 후기글들을 접하고 나니, 잼버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면 한의진료센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텐데 행사 자체의 냉정한 평가 항목들이 산적해 있는 이 마당에 한의진료센터에까지 상이든 벌이든, 그 순서가 돌아올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늘 이랬었다. 고생은 하는데, 빛은 안 나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막아주는 결정적인 틈새의 요긴한 조약돌 같은 모습을 보여는 주면서도 물살에 묻혀 쉬이 드러나지 않는 바로 그러한 존재감 말이다. 있어도 없는 듯 혹은 없어도 되는데 있으면 도움은 되는 딱 그 정도가 한의계의 위치이다. 깨알이자 틈새. 잼버리에서의 한의진료센터의 존재와 기능을 생각하니 대한민국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딱 이 정도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거린다. 전파를 탄 방문진료 한의사의 모습 어디에서든 ‘모모 한의사 잘 한단다’는 소문을 접하시면 잊지 않고 메모해 두셨다가 전화 혹은 문자를 주시는 울 친정 엄니께서 짧은 문자를 보내셨던 때는 7월 말이었다. “아침에 TV는 못 보시죠? 인간극장에 멋진 한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왔었어요” 울 엄니를 기쁘게 만드신 그 분의 정체는 부산시 개원의셨다가 거제도로 이전하시면서 당신 한의원에 찾아오는 일반 환자분들을 보시면서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을 위해 방문진료를 병행 중인 방호열 원장님이셨다. 지난 7월 17일(월)에서 21일(금)까지 KBS1TV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편에 출연하신 방 원장님의 모습은 동네 주치의, 여러 가지 문제 해결사, 멋진 남편, 따뜻한 아버지 등의 여러 역할들을 너무나도 즐겁게 해내시는 멀티맨이었다. ‘한의사는 도시의 한방병원보다도 도농경계지의 방문진료에 최적화된 의료인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많은 외롭고 아픈 어르신 환자분들에게 그토록 따뜻한 말과 세심한 치료로 심신을 모두 낫궈주는 의료인은 한의사들이 거의 원탑일 수도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독거가구가 무려 40%를 향해 가는 현 시점에서 얼마나 필수적인 분야인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미에서라도 한의사들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한의원의 성장…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지난주, 한의사도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만에 받아보는 최종 결론이다(『한의사도 뇌파계 사용해 치매 진단할 수 있다... 대법 10년만에 결론』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2023년 8월 19일). 초음파 사용에 이어 뇌파계도 한의사에게 법적 권한이 있다는 판결인 셈이다(『대법원, 초음파 이어 뇌파계도 한의사 사용 가능 판결』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23년 8월 18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권한의 지속적인 확대와 한의사의 업권 수호를 지지하는 의미있는 법적 판결로 평가된다. 의협은 항의를, 한의협은 환영의 논평을 내놓았다. 의료기기의 사용이 한의사들에게 얼마만큼의 합법적인 위치를 부과할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임상가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래서 개별 한의원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는 한의계에 내맡겨진 숙제이다. 의료기기의 사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경청과 존중의 진료를 유지해가면서 기기 사용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에는 “고담은 이지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진료 차트에 적었다. 이지는 단단한 얼굴로 묻는 고담을 마주 보았다. 만약 통증이 파도처럼 덮친다 해도 옆에 고담이란 한의사가 있다는 사실에 이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는 따뜻한 문장이 나온다. 알래스카든 우리동네 코앞이든 뭣이 중헌디?!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 가까이 계셔서 너무 좋다고, 그래서 이렇게 자주 와서 치료받고 나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표현해주는 환자분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드리자. 그게 당장 우리가 지속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28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을 방문해 침 치료를 받았다. 내원 당시 발과 종아리에 저림 및 통증이 있다고 했으며, 문진과정에서 당뇨병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는 혈액 순환이 양호하지 않다고 판단, 증상이 심한 종아리에 침을 놓아 피를 뽑는 사혈시술을 했다. 그 후에도 환자는 발가락 부위에 굳은 살이 심해져 갈라지는 상처와 발에 심한 통증이 있다고 했다. 한의사는 사혈로 인해 나쁜 피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종전과 같은 시술과 함께 탕약을 처방하고 전기자극술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환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피부과 검진을 권유했고, 그 후 대학병원에서 당뇨로 인한 족부궤양으로 엄지발가락이 검은 색깔로 변해 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좌족지 절제술 등을 받았다. 이런 경우 한의사에게 침 시술 상의 과실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할까?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 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의사의 진료상 과실 관련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위 사건의 경우 한의사는 당뇨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환자가 한의원 내원 당시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한의원에 다니던 중에도 병원에 가서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받고 그 사실을 환자에게 말했다면, 한의사로서는 환자가 당뇨병 관련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괴사 후 절단된 환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균이 한의사가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환자의 괴사 부위는 한의사가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부위이고, 환자는 한의사로부터 피부과 전원권유를 받은지 13일이 지나서야 내원했다. 또한 입원권유에도 입원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했고, 그 다음날 다른 병원에 내원하여 피부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후 입원했다. 그렇다면 해당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했고, 그로 인하여 환자에게 발 괴사의 상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2심에서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세균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제때 환자를 피부과 등 전문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러한 한의사의 잘못(과실)과 환자의 상해 사이에 형법상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판결은 형사상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601판결). 위 판례와 관련 한의사로서는 내원 환자에 대한 진단 시 문진 과정 관련 진료기록지에 세심한 문진기록작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료과실문제가 통상 진료단계별로 진단, 검사상 과실, 투약 상 과실 및 주사 상 과실, 수술(시술)상 과실, 경과관찰을 포함한 전원 상 과실, 사전설명 의무와 요양방법에 관한 지도설명 의무위반 외에 추가로 감염관리상 과실, 낙상 등의 안전관리상의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의사로서 요구되는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비추어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기울이고 그와 관련 진료기록에 반드시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한의사는 해당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전문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판결). 적자 생존? 찰스다윈의 말이 아닌 적어야(기록해야) 산다(입증·면책 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5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許溢 先生(1923〜?)은 1954년 만학의 나이로 경희대 한의대를 3기로 졸업한 후 1955년 대구광역시에서 영주한의원을 개원하여 활동했다. 1982년 『醫林』 제151호에는 허일 선생이 「인공유산 후유증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유산을 경험하는 임산부의 연령별 통계와 후유증별 통계, 유산으로 인한 병리적 변화, 유산 후유증 치료의 방향 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유산 후유증을 肝臟, 心臟, 肺臟, 腎臟, 胃腸, 脾臟, 膵臟, 腰痛, 子宮, 각기, 사지골절통, 방광통, 불면증, 빈혈,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동맥경화, 비대증 등과 연결시켜 논증하고 있다. 아래에 그의 주장을 요약한다. ①유산과 간장과 그 치료: 해독과 배설하는 작용과 영양을 공급하는 작용과 소화를 돕는 작용이 있다. 淸肝解鬱湯을 복용시킨다. ②유산과 심장과 그 치료: 평소에도 근심과 걱정과 수심과 울분이 있게 되면 상하는데 유산했을 경우의 여파가 크다. 유산으로 인하여 1분간 맥박수가 100회가 넘게 나오는 경우 瀉心湯을 복용시킨다. ③유산과 폐장과 그 치료: 유산으로 인해 체력이 쇠퇴해지고 지나치게 슬퍼한 나머지 호흡작용에까지 이상을 일으켜서 폐에 균이 스며들어 폐를 상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는 淸肺湯이 좋다. ④유산과 신장과 그 치료: 유산을 경험하고 또 다시 유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앞서는 경우 신수, 요수에 은은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滋腎湯이 좋다. ⑤유산과 위장과 그 치료: 유산을 하게 되면 밥맛과 입맛을 잃게 되어 체력을 유지시킬 수 없게 된다. 平胃散이 좋다. ⑥유산과 비장과 그 치료: 출혈이 심하면 비장이 제구실을 못 다 하는 것으로서 이 때는 補中益氣湯을 복용하면 된다. ⑦유산과 췌장과 그 치료: 유산 후 당뇨병이 생기면 췌장에 흠집이 생긴 것이므로 十全大補湯을 복용해야 한다. ⑧유산과 요통과 그 치료: 유산 후유증으로 가장 많은 것이 요통이다. 노폐물이 근육 속에 남기 때문에 허리의 통증이 오는 것이다. 五積散으로 치료하면 좋다. ⑨유산과 자궁과 그 치료: 유산으로 인한 염증으로 끊임없는 출혈을 치료해야 한다. 八正散이 좋다. ⑩유산과 각기와 그 치료: 각기가 점차 심해지면 배와 입둘레까지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유산으로 다리가 붓는 경우 檳蘇散이 좋다. ⑪유산과 사지골절통과 그 치료: 인공유산의 경우 자연유산보다 통증이 더한 경우가 많다. 活血湯이 좋다. ⑫유산과 방광통과 그 치료: 방광통은 세균이 외부로부터 침입해서 발생하는데 무엇보다 소변의 절도를 잃게 되는 것이 특색이다. 木通湯을 사용한다. ⑬유산과 신경통과 그 치료: 신경통에 좌골신경통, 늑간신경통, 안면신경통 등 여러 가지 종류가 나타난다. 烏藥順氣散이 좋다. ⑭유산과 불면증과 그 증세: 유산으로 인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불면증이다. 물론 신체적으로 통증으로 인해서 잠이 오지 않는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으로 받은 쇼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더욱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으로서 이로 인해 히스테리가 생기면서 몸만 더욱 쇠약해지는 것이다. 이 때는 歸脾湯을 복용하면 좋다. ⑮유산과 빈혈과 그 치료: 유산은 출혈 없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출혈이 심하면 血不足 현상이 오게 마련이고 血이 弱하면 氣도 쇠약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서 이 때는 蔘歸茸湯이 좋은 것이다. ⑯기타 유산과 관계되는 잡병: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동맥경화, 비대증 등이 관계가 많다. -
제167차 KOMSTA 우즈벡 타슈켄트 의료봉사에 다녀와서전준하 일반단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KOMSTA(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의 WFK 한의약 봉사단은 KOICA-WFK 봉사단 중의 하나다. 세계 속에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의약을 통한 의료봉사 및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의약 임상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등 대한민국의 나눔의 마음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3년 8월10일 목요일, 유난히도 뜨겁던 햇빛 가운데 제167차 봉사단은 한국과 약 7시간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로 한의사 4명과 일반단원 7명, 총 11명이 파견됐다. Raxmat! 첫날부터 아주 많은 환자들이 의료봉사 현장을 찾아왔다. 한 분이라도 더 꼼꼼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 접수를 시작으로 환자들을 맞이했다. 환자의 성비는 7:3으로 여성이 훨씬 많았으며, 주된 호소 증상은 허리디스크, 무릎 통증 등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는데, 고령의 할아버지였다. 서혜부 탈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술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던 경우였으며, 이외에도 편마비 환자, 뚜렛 증후군 등 치료가 잘되지 않는 여러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조금이나마 통증을 줄여드리고 싶어 시간이 걸리되 꼼꼼하게 진료 보조를 했다. 침 치료와 사혈을 한 뒤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합니다”라는 우즈베키스탄어 “라흐맛”을 연달아 받으며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진료 셋째 날이었다. 다음날은 오전 진료만 있고 오후에는 뒷정리하고 봉사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원래 16시에 접수 마감을 해 17시에 진료가 끝나는 일정이지만, 다음날 오전 진료만 있기에 팀원들은 무리해서 환자들을 더 받았다. 모든 팀원들이 4개의 진료실에서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나니 배고픈지도 몰랐던 것 같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시간은 많이 흘렀고, 총집계까지 해 진료 종료 시각은 19시 30분이었다. 몸은 고됐지만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정말로 행복했다. 어떤 환자는 차로 300km 거리를 달려 병원에 왔다고 얘기하며, 치료 효과가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방문했다. 나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해준 환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와 진료 보조를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이처럼 만나는 한분 한분마다 온 정성을 다해 도와드린 뒤 ‘건강하세요’라는 우즈베키스탄어 ‘소그 볼링’을 연달아 외쳤으며,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오는 진심 어린 “라흐맛”은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궁무진한 한의학의 힘을 느끼다 사실 나는 한의대생이 아닌 간호대생이다. 하지만 평소 앓고 있는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인해 한의원에 많이 가 환자의 입장과 한의사의 입장을 둘 다 알 수 있어, 진료 보조 시 둘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의학의 힘은 대단하며, 우즈베키스탄 봉사를 하면서 몸소 체감했다. 3.5일 동안 783명의 환자가 방문했는데, 3.5일 내내 방문해준 재진 환자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짧은 3.5일 안에 많은 환자들을 다 치료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까웠으며, ‘지속적인 치료 방법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우즈베키스탄의 한의원이 더욱 번성해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한다. 마치 꿈만 같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소중한 인연들과 소중한 순간들이었던 한의약 의료봉사가 끝났다. 인종, 언어가 달랐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봉사란 한 뜻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봉사는 ‘우물 안 개구리’인 나를 ‘우물 밖 개구리’로 성장시켜줬으며, 반년 뒤 의료인이 될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봉사하면서 언어의 다름으로 인해 어려운 부분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통역사 선생님들과 병원 관계자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인해 웃으면서 봉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만찬회 날과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다시 한번 기도한다. 정말로 감사드렸고 평생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추후 나는 전 세계를 돌면서 의료봉사를 할 것이며, 여러 봉사를 도전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체가 나에겐 너무 행복하고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누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저 멀리 대한민국에서 간절히 기원한다. -
대구한의대, 영덕 영해면서 한의약 건강상담 실시대구한의대학교 세대통합지원센터(센터장 안창근‧이하 통합지원센터)는 영덕군 영해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의의료봉사패키지 ‘영덕의 한방’ 건강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봉효 한의학과 교수가 진행한 이번 프로그램은 영해면 지역주민들에게 한의학을 활용한 의료상담 및 주민 개인맞춤형 진단을 제공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류미정씨는 “영해면에 거주하면서 건강상담을 제공받을 기회가 없었다”며 “특히 한의의료 관련 정보는 얻기 어려웠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나와 자녀에게 맞는 건강정보를 알게 돼 좋았다”고 밝혔다. 이봉효 교수는 “영해면에 직접 방문해서 주민들에게 건강상담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건강상담 외에도 주기적인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며, 주민들에게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지원센터는 한의학과와 연계해 주기적인 건강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
텃밭에서 찾은 보약-26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 저자 여름은 아무래도 더워야 하는 계절입니다. 물론 7월에는 장마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지요. 그런데 만약 ‘비가 많이 오는 여름’과 ‘비가 오지 않고 더운 여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비가 오지 않는 더운 여름’을 택할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고추에도 병이 들고, 수박, 참외, 호박 등 땅바닥에 열매가 열리는 식물들도 영글기 전에 물에 젖어 썩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올 7·8월은 정말 어찌 이리도 비가 기다려지던 지요. 더워도 너무 더우니 밭에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 여름이었습니다. 중부지방에는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파주는 땡볕에 무더위가 말 그대로 기승을 부렸습니다. 인간은 뜨거울수록 지치고 힘들어하고 입맛도 잃는데 채소들은 뜨거울수록 단맛을 가득 품습니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물 주러 다녀오신 거예요?” 아침 일찍 들어오시는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고구마며 호박이며 넝쿨이 이 더위에도 엄청 뻗어 가는데 비가 오지 않아 시들시들하다. 그래서 물 좀 주고 왔지.” 어머니의 걱정 어린 말씀이었습니다. “지금 아니면 밭에 못 나가! 일사병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그런데 이것 봐라!” 어머니 손에는 호박꽃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 날씨에도 꽃이 핀다! 딱 봉오리가 이쁘길래 따 왔지!” 아들 줄기에서 자라는 호박, 순 자르기를 해주면 잘 자라요. 작년 이맘때는 호박잎에 강된장이 어머니의 관심사였다면 올해는 호박꽃 요리입니다. 누군가는 화전처럼 부침개를 구우면서 호박꽃을 펼치고, 누군가는 꽃모양 그대로 튀김가루를 묻혀서 튀김을 합니다. “작년에는 잎을 따가더니 올해는 꽃을 따 간다고 호박이 욕하겠다!” 제가 어머니께 농담을 던졌습니다. “모르는 소리 마라! 내는 암꽃은 안 딴다. 수꽃은 어차피 열매를 못 맺어서 따도 된다. 잘 보면 암꽃보다 수꽃이 더 많다. 그라고 잎도 박과 식물은 원줄기보다 아들 줄기에서 열매가 생겨야 돼서 손자 줄기는 나오면 자르는 게 호박한테도 좋은 기다.” 어머니의 설명에 아들 줄기, 손자 줄기가 뭔 소리인가 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농부학교에서 배운 그 순 자르기 이야기하는 거예요?” 10년 전쯤 텃밭 시작할 때 농부학교를 다녔습니다. 농사를 공부로 배운 제 기억 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참외는 손자 줄기에서 나와야 잘 자라고 ‘박’자가 들어간 식물은 아들 줄기에서 자라야 튼실하다!” 어머니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식물을 심으면 뿌리에서 줄기 하나가 뻗어 가다가 옆으로 줄기가 퍼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원줄기를 잘라버리면 옆으로 뻗어가던 줄기가 더 튼튼해지고 잘 자랍니다. 그 첫 번째 옆으로 뻗어간 줄기를 ‘아들 줄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아들 줄기’가 자라면서 또 줄기에서 옆으로 순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손자 줄기’라고 부릅니다. 그 ‘손자 줄기’가 필요한 참외는 그때쯤 ‘아들 줄기’ 끝을 잘라버려야 ‘손자 줄기’가 더 튼튼히 자랍니다. 그러나 박과는 ‘아들 줄기’에서 작물을 얻어야 해서 ‘손자 줄기’가 나올 때마다 어릴 때 잘라주어야 ‘아들 줄기’가 잘 뻗어 갈 수 있습니다. 식물의 속사정을 사람이 알아내서 농사에 이용한 지혜입니다. 수술 제거한 호박으로 만두를, 꽃이 찢어지면 전을 만들어요. 수꽃은 수술에 꽃가루가 있을 수 있어서 수술을 제거하고 한 번 씻어 둡니다. 수술을 제거하다가 꽃이 많이 찢어지면 따로 빼두었다가 전을 합니다. 꽃을 조심히 다루어 찢어지지 않으면서 수술이 제거되면 ‘호박꽃 만두’를 해 먹기 딱 좋습니다. 이름 그대로 만두 속을 호박꽃 안에 넣어서 먹는 것입니다. 만두 속 재료 중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는 부추가 딱입니다. 고기만두를 한다면 부추로 고기의 냄새도 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은 새우에 두부 그리고 양파, 부추를 넣어서 만두 속을 했습니다. “할머니 호박꽃은 아무 맛이 안 나는데 만두피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에요.” 딸이 호박꽃 만두를 힘들게 만들어 준 할머니에게 만두가 맛있다는 표현을 이렇게 했습니다. “그치! 눈으로 먹는 만두지! 다음에 또 해줄까? 지금이 꽃이 한창 필 때라 이때만 먹을 수 있는 거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어머니는 자주 해줄 요량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아이들이 좋아하면 어머니는 마다하지 않고 만들어주십니다. 아이들이 호박꽃만두에 입이 즐겁다면 남편은 호박잎에 강된장으로 여름 입맛을 잡습니다. 상 위에 강된장이 없으면 손수 냉장고를 뒤져 ‘여기 있네! 하며 꺼내 먹을 정도입니다. 바로 쪄서 따뜻한 호박잎을 차가운 된장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강된장도 호박잎도 차갑게 해서 먹어도 좋으니 여름 반찬으로 좋습니다. 호박꽃의 수술을 떼다가 꽃이 찢어지면 쌀가루에 호박화전을 구워 그 위에 꿀을 살짝 뿌려 먹습니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가을 배추와 무를 심기 전 밭 정리를 해줘요. 오이, 토마토, 여주 같은 넝쿨식물도 끝이 나고, 그 흔하던 상추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밭에 호박 넝쿨은 남의 밭인지 자기 밭인지도 모르고 뻗어 갑니다. 그런 줄기를 자르고 방향을 잡아줍니다. 그러고는 밭 정리를 합니다. 선선해지면 배추, 무를 심어야 하니까요. 그 자리에 배추, 무가 다 자라고 나면 겨울이 오겠지요. 저 또한 글을 쓰면서 강의를 하면서 여름날처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정리의 시기가 오고 쉬는 시기도 오겠지요. 자연의 변화를 보며 언제나 화려하고 뜨거운 인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
비대면진료 법안 심의 세 번째 불발...“부작용 해결 방안 강구해야”정부가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진료의 제도화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계속심사’로 결정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6건을 비롯한 총 16개 안건을 상정·심의했다.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고영인)는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이날 세 번째로 해당 법안 논의에 나섰다.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 6건은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의료법에 의료인-환자 간 원격 모니터링 또는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 김성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들과 신현영 의원이 추가 발의한 비대면진료 중개플랫폼 관리에 관한 법안이다. 이날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정부가 지난 6월 1일부터 시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선요구됨에 따라 ‘계속심사’로 결정했다. 회의를 마친 고영인 위원장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이후 초진임에도 처방을 해주는 경우와 약국에서 2년 치를 처방받은 경우도 보도가 됐었다”며 “이러한 부작용 확대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사안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이어 “이 같은 제도적 부작용들이 정리돼야 법제화를 진행할 수 있는데 예상보다 검토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현재 정부 측에 관련 대안을 촉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대안으로 △플랫폼 업체의 대리 약 배송 금지 방안 △130%의 수가를 100% 이하로 조정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위원장은 “플랫폼 업체에서 직접 약 배송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가 심각했다”며 “이를 공공화해서 환자가 원하는 가까운 약국에서 약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또 “외국에서는 수가를 100% 이상 주는 곳이 없다”며 “제도 초기 비대면진료에 대한 노고와 장려를 위해 130%의 수가를 줬지만 이 부분에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 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결정적인 것은 ‘초진과 재진을 어떻게 구별하느냐’와 ‘불법적인 처방 행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①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 전문의인 이제원 비엠한방내과한의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단순히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의 근간이 곧 내과학이라면서, 한방내과적으로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의 해답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내과학이란, 단순히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왜 한의사가 내과 진료를 하는 한방내과 진료실을 찾아올까? 저자는 본란을 통해 이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소화가 잘 안되고, 등 쪽 통증도 함께 있어요. 3개월 전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다음 날 바로 양방내과에서 위내시경을 했고, 만성위염으로 진단받아 양약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오히려 속이 더 아파서 복약을 중단하고, 열흘 전부터는 하루에 죽만 한두 스푼 겨우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어요. 본래 52kg 이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48kg 밖에 안 나갑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현병력을 이야기하는 50대 여성 환자.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많은 병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악성종양이나 대동맥류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부터 췌장염, 십이지장궤양, 만성위염 등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의무기록사본 중 혈액 검사 결과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CRP 1.56 mg/dL, ESR 100 mm/hr, Free T4 1.43 ng/dL, TSH 0.03 µIU/mL 결과가 신경 쓰였다. 혹시 갑상선에 대한 과거력은 없는지 물었다. 4개월 전 건강검진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는데, 16일 전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갑상선 쪽이 의심된다고 했고, 그래서 내과에 갔더니 갑상선에 염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내가 보았던 혈액 검사 결과는 그때 시행된 것이었다. 당시 처방받은 약물을 살펴보니 란소프라졸, 폴라프레징크와 같은 소화기 약물에 더하여 메틸프레드니솔론, 펠루비프로펜과 같은 소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환자는 그 약을 먹고 나흘 만에 구토 증상이 발생하는 등 소화기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그 후로 약물을 바꿔가며 세 번의 처방을 더 받았으나, 소염제는 없었고 오직 소화기 증상에만 초점을 맞춰 약물을 처방받았다. 그런데도 환자는 약물 복용 후 속이 더 아파서 모두 중단하고, 열흘 전부터 죽만 먹고 있다고 했다. 일단 혈액 검사를 다시 시행하고 필요시 복부 CT 검사 시행도 고려해야 했다.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Hs-CRP 4.90 mg/L, ESR 42 mm/hr, Free T4 2.52 ng/dL, TSH <0.01 µIU/mL. 그리고 추가 검사를 통해 TSH-R-Ab(TSI) Negative(0.80 IU/L), Thyroglobulin 133.00 ng/mL 라는 결과도 관찰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 상, 우엽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 음영이 확실하게 관찰됐고, 협부와 좌엽에서도 우엽보다는 작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 음영이 각각 관찰됐다. 그리고 해당 부위의 피부에 탐촉자가 닿을 때, 심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통증을 환자가 호소했다. 이 환자는 아급성 갑상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어 바이러스성 갑상선염이라고도 하며, 증상이 인두염과 유사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질환이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임상 경과는 갑상선중독기, 갑상선기능저하기, 회복기의 특징적인 단계를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 증상 및 체중감소가 갑상선기능 관련하여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후유증 없이 호전되나, 일부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 갑상선염은 癭瘤라는 병증으로 다루어진다. 癭瘤의 구체적인 병인병기는 주로 氣鬱痰阻, 肝胃火鬱, 肝腎陰虛, 氣血鬱結, 陽氣虛弱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환자의 주요 증상을 토대로 心脾兩虛로 변증한 후 歸脾湯加味方을 사용하였다. 치료 1개월이 지나자, 환자의 소화기능이 개선되고, 식사량이 회복됐다. 갑상선기능도 심한 중독 또는 저하 증상 없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치료 3개월 후 소화불량 증상이 호전되어 약물 복용을 종결했고, 치료 6개월 후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는 갑상선 관련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환자의 주소증은 소화불량과 등 통증, 그리고 체중감소였다. 환자의 소화기능이 개선되고 식사량이 본래대로 회복하기까지는 약 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앞선 양방내과처럼 소화기 증상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약을 처방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혈액 검사 결과와 초음파 소견을 참고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는 있었을까? 우리 몸은 각 세포와 조직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몸은 한 번에 한 가지 증상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생명활동은 매우 복잡해서 경이롭기까지 하며, 그 속에서 질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라는 이유로 질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도구에 스스로 제한을 두거나, 그 도구의 사용을 제한받아서도 안 된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서 결코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유기적인 생명활동 속에서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은 한의사가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
‘2023 글로벌 전통의약 협력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 개최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 내달 20, 21일 이틀간 산청엑스포 동의보감촌 내 산청한방가족호텔에서 ‘미래산업으로서의 전통의약’을 주제로 ‘2023 글로벌 전통의약 협력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의약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주요국의 최신 전통의약 정책 및 연구 성과 등 정보교류의 장을 마련키 위해 준비됐으며, WHO를 비롯해 미국‧호주‧중국‧일본 등 총 10개국 28명의 연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20일에는 Heather GRAIN 호주 로열맬버른공과대학교 교수의 ‘변화하는 세상의 기회-전통의약을 의료의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전통의약 품질 강화 정책과 협력(WHO‧몽골‧베트남‧필리핀‧라오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적용과 활용(호주‧중국‧한국) △한‧중 심포지엄(대한한의학회‧중화중의약학회)등이 진행되며, 한‧중 심포지엄은 별도 진행 장소 없이 온라인 송출로 진행된다. 또한 21일에는 ‘미래산업으로서의 전통의약’을 주제로 최성훈 국제동양의학회장이 기조연설을 나서는 것과 더불어 △한의약 해외진출 전략 및 사례 공유(미국‧한국) 특별세션과 함께 △최신 한의 임상기술(한국) △한의약 기반의 감염병 후유증 대응 사례 및 성과(일본‧한국) 등의 세션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며, 내달 13일까지 공식홈페이지(http://2023ictm.org)를 통해 사전등록 후 참여 가능하다. -
심평원 전주지원, 사랑의 PC 기증식 개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주지원(지원장 안미라·이하 전주지원)은 24일 전주지원에서 사랑의 PC 기증식을 개최하고, 내용 연수가 지난 업무용 PC 등 45대를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에 기증했다.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은 장애인 및 정보소외계층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증식을 통해 전주지원은 안전하게 정보보호 처리한 PC 등을 제공하고,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은 업사이클링(새활용) 과정을 거쳐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등 정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시설에 전달할 예정이다. 안미라 지원장은 “전주지원이 지역 소외계층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 등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