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겨레 전 한국한의약진흥원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가 한의계 인재를 발굴해 시상하는 ‘2026년 한의융합인재상’에서 배겨레 전 한국한의약진흥원 선임연구원이 산업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의 유효성·안전성 평가 연구를 지원했으며, 국민의 한의약 접근성 향상과 한의약 산업 활성화에 힘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에 본란에선 그가 바라보는 첩약 건보의 의미와 향후 과제, 한의약 근거 기반 연구의 방향을 들어봤다.
Q. 수상소감은?
한의계를 이끌어갈 젊은 여성 인재를 발굴한다는 뜻깊은 취지의 (사)대한여한의사회 ‘한의융합인재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면서도 기관에서 맡은 업무의 성과로 상을 받게 돼 한편으로는 겸연쩍은 마음도 든다.
이번 수상을 통해 이러한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이번 상을 한의약 산업 분야에 더욱 기여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한의약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질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

Q. 현재까지의 주요 경력과 연구 분야는?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한방내과학Ⅲ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수련과정을 거쳐 한방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3년 반 동안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24년부터 현재까지 성신여자대학교 강사로 자료분석 및 통계, 응용통계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한의약 분야의 과학적 근거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정 질환에 대한 한의치료기술의 효과를 직접 연구하기보다는 △한의약 R&D 과제 기획·평가·지원 등 연구개발 전주기 관리 △기존 연구성과의 체계적 정리·분석 △정책 판단에 필요한 과학적 자료 제공 등을 수행해 왔다.
예를 들어 한의약 관련 사업의 효과나 타당성을 판단할 근거가 필요한 경우 표준임상진료지침 등에 축적된 연구 결과를 종합·분석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최근에는 한의약 분야에서 실사용데이터(real-world data, RWD)를 활용한 연구 문헌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연구에 참여한 내용은?
2020년 건보정책심의위원회에 ‘첩약 건보 적용 시범사업(이하 시범사업)’ 추진계획이 보고되면서 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성과평가와 실제 진료현장에서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모니터링하는 임상연구를 병행하는 ‘투 트랙’ 평가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2023년부터 2025년 5월까지 관련 연구 지원 업무를 맡았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전향적 임상연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임상연구 결과와 건보 청구자료 분석 결과, 표준임상진료지침의 연구 결과를 종합·분석했다. 1단계 종료 후에는 표준 진단 체크리스트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 분석에도 참여했다.
2단계에서는 새롭게 추진된 전향적 임상연구의 개시를 지원하고,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등 첩약의 유효성·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지원했다.

Q. 임상에서 정책·연구 분야로 진로를 확장한 계기는?
평소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현대 한의학에서는 근거 기반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임상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임상 현장과 한의약 정책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판단했다.
진흥원은 한의약기술의 과학화·정보화와 산업화·세계화를 추진하고 한의약 관련 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의사로서 경력 초·중반에 한의약 정책과 데이터가 집적되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경험이 한의학과 보건의료 전반을 보다 넓게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진흥원 근무를 선택했다.
Q. 연구자 입장에서 얻은 연구적 의미는?
시범사업의 정책적 성패나 향후 제도 방향과는 별개로, 연구자 입장에서는 한의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실제 진료데이터가 축적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수준 높은 한의약 연구가 꾸준히 축적돼 왔으나 국내에서는 조제한약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 수행에 구조적 제약이 있어 연구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웠다. 이에 의무기록이나 레지스트리를 활용한 분석 연구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활용돼 왔다.
이처럼 실제 진료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특정 정책의 유지나 확대를 전제로 하기보다, 한의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향후 한의약의 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방안은?
건보 정책은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제공하는지,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 등을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첩약 건보 역시 같은 기준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업 시행 이후의 환자 수 및 관련 진료행위 통계를 통해 의료 접근성의 변화 등을 살펴볼 수 있으나 이러한 변화가 실제 환자의 건강 결과와 미충족 의료수요 개선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시범사업 대상 질환 대부분이 복합·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의 이용량이나 재정 투입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향후 RWD가 충분히 축적되면 급여 첩약 처방과 합병증·재발·타 질환 이환 위험 간의 연관성, 장기적인 의료이용과 비용 변화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는 모든 한의약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제도 방향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결과뿐 아니라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까지 함께 확인돼야 보다 합리적인 정책 판단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