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어느새 일년의 절반이 지난 가운데 상반기 필자의 진료실에는 비염뿐만 아니라 비부비동염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번호에서는 임상에서 흔하지는 않다고 하는 접형동염 환자의 치험사례를 소개하려고 한다.
33세 여자환자가 5월23일 한달간 지속되는 노란 콧물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4월20일경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는 날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감기에 걸렸고, 노란 콧물이 오른쪽에서만 나와 4월27일 인근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우측으로 부비동염이 왔으니 항생제를 복용하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약 10일간 복용했다. 약을 다 복용하고 콧물이 줄어드는 듯하다 다시 우측으로 농성 비루가 나와 병원에 재방문했더니 항생제를 바꿔주었고, 다시 10일 넘게 복용 중인데 콧물의 양만 조금 줄고 여전히 코 뒤로 넘어가는 노란 콧물이 나와 걱정이 되는 중이라고 했다.

급성 부비동염은 적절한 치료를 했을 경우 대략 2주 내외로 호전이 되는 질환이다. 이 환자의 경우 약을 복용했고, 5월은 시험도 없어 피곤함이 심하지도 않았으며, 코 세척 및 다른 생활 관리도 잘 해온 것으로 보여 문제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임상에서 흔한 상악동염, 전두동염, 사골동염(전부·중간부)의 경우 비루가 중비도로 흘러나온다. 특히 중비갑개와 비측벽 사이에 한 줄 농이 보이면 객관적 내시경 소견을 만족하고 전두동염은 약간 중비갑개 위 쪽에서 흘러나오거나, 사골동염의 경우 중비갑개 비중격쪽 측면을 감싸듯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측벽과 중비갑개 사이가 아닌, 비중격과 중비갑개 사이를 중심으로 중비갑개 상단에서 후비공까지 죽 이어지는 비루 즉, 중비도가 아닌 상비도를 따라 내려오는 모습으로 보였다. 이는 ‘접형동염의 경우 상비도에서 내려오는 분비물이 후열을 따라 내려온다’는 교과서적인 표현이 딱 맞는 모습으로, 접형동염이여서 호전이 조금 어려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CT 촬영을 통해 확인해보니, 예상대로 접형동과 인접한 후부 사골동에 우측으로만 농이 차있었다. 접형동의 개구부는 접형동의 앞쪽 벽면, 후비공의 위쪽 가장자리를 기준으로 위쪽으로 약 12mm 위에 위치하고, 너비는 평균 5.6mm 내외로 좁아 배농이 쉽지 않고 시일이 가면 만성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접형동은 해부학적인 위치상 뇌와 수막, 시신경, 해면 정맥동, 뇌신경 등과 인접해 있어 여러 뇌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만성화가 될 경우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가능한 치료가 조기에 마무리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발생 한 달이 넘어가는 시기여서 치료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였다.
먼저 배농을 위해 형개연교탕과 오령산을 같이 복용하도록 했고, 치료실에서는 침 치료, 증기치료, 약침 치료 등을 시행했다. 추가로 환자에게 점막의 부종을 완화시키기 위해 안면부에 차가운 기운이 닿지 않도록 세수할 때 조심하고 시간이 나면 코를 중심으로 온습포를 할 것을 설명했다.
침 치료와 증기 치료로 점막 부종이 완화될 것이 예상되는 시기에 진료실에 다시 들러 석션을 충분히 해주어 물리적인 배농도 최대한 많이 되도록 했다.
5월23일과 5월25일 2회 치료 후 5월28일부터 농성 콧물이 거의 없어졌고, 6월3일 4회차 치료에는 내시경으로 보아도 비인두에 후비루만 약간 남은 상태로 빠른 호전을 보였다.

접형동의 호전도를 보기 위해 한달 후인 6월24일에 다시 내원하도록 하여 재검한 결과 접형동과 후부 사골동이 깨끗해진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접형동염은 타 부비동의 침범시 보다 좀 더 진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점들이 있다.

첫째, 접형동염의 경우 콧물, 코막힘, 후비루 같은 비과적 증상이 없이 두통을 주 증상으로 호소하거나 복시 시력장애 같은 신경학적인 증상만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
둘째, 대부분은 세균성이지만 약 30%에서 진균성 접형동염을 보여 치료가 더디다면 영상촬영을 통해 특징적인 석회화 소견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환자의 경우에도 초기 내원시에서 한달 기간 동안 두통, 안피로감, 시력 변화 등 동반될 수 있는 신경학적 증상을 매번 확인했고, 다행히 환자는 농성비루와 후비루, 후각장애 등의 비과적 증상만 있어 추가 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개구부가 막혀 배농이 안 되는 부비동염은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결국은 수술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은 적절한 한의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다. 이번 치료사례와 지난 20회 기고에서 소개했듯이 초기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관리를 병행해 만성화 되기 전의 접형동염 치료는 한의 의료기관에서 잘 수행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