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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8일 (월)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공백의 대응책이 납세자의 올가미로”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공백의 대응책이 납세자의 올가미로”

다양한 생활 속 조세·법률 상식 ⑩

박진호 변호사님.jpg

 

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사회초년생 철수와 영희는 목돈을 모아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월 급여에서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다달이 부모님께 송금했다. 철수의 어머니는 철수 명의로 적금을 통해 돈을 모았고, 철수가 결혼할 때 만기가 된 적금통장을 돌려주었다. 영희의 아버지는 자신의 증권계좌에서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두 배로 불린 뒤, 영희가 결혼할 때 건네주었다. 


2년 뒤, 세무서에서는 영희에게 아버지 증권계좌에서 매수한 주식의 가액만큼 증여의제가 되니 증여세와 가산세를 납부하라고 통보해 왔다. 자녀가 부모에게 자산관리를 맡겼다가 돌려받았다는 본질에는 차이가 없었는데, 어째서 철수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고 영희에게만 거액의 세금이 부과된 것일까?


명의신탁 증여의제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의 제목은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등’이다. 같은 조 제1항은,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그 재산가액을 명의자가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고 있다. 다만, “조세 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 명의로 등기 등을 한 경우에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세관청은 이와 같이 ‘명의신탁’을 ‘증여’로 의제하여 세금을 매기는 세법 조항을 통해 증여가 아닌 경제활동을 증여로 간주하고 세금을 매길 수 있다. 


이 세법 규정의 연원을 살펴보자.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1974년 최초 도입된 이래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왔다. 과거 일부 납세자들이 증여세 신고 없이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여 증여세 과세를 피한 다음, 만약 과세관청이 이를 발견하여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면, “이 거래는 명의신탁에 불과하므로 증여가 아니다”라 변명하며 과세를 피하기도 했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어렵게 발견해 낸 증여의 단서를 포착하여 과세를 시도하였다가, ‘진정한 증여의사’로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였는지, 아니면 납세자의 항변처럼 ‘명의신탁의 목적으로만’ 재산의 명의를 이전하였는지는 대체로 납세자 측의 내심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이를 구분해 내지 못한 채 과세에 실패하는 사례가 축적되어 가자,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느꼈다. 


이 같은 증명곤란 탓에 발생하는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해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단 명의신탁을 전부 증여로 간주한 다음, 조세회피목적이 없음을 납세자가 증명하여, 증여세 과세를 피하라는 것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당초 입법목적 자체는 이해가 간다. ①과세관청에게는 ‘증여’를 ‘명의신탁’으로 위장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람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무기를 쥐어주는 한편 ② 납세자에게는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음’을 증명하여 과세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방어방법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의 그림자


제도의 도입 취지가 위와 같다면, 조세회피의 목적 없는 명의신탁에 있어서 납세자의 소명이 인정되어, 억울하게 증여로 간주되어 과세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예컨대 주식이 분산되어 다수의 투자자들이 함께하는 회사로 보이는 것이 필요한 경우, 부득이하게 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하고 경영해야 하는 경우와 같이, 부의 이전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주식 등의 명의만 이전하거나 분산해 놓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사례들은 실제로 주식 등 재산을 이전할 의사가 없고, 따라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애초에 아니기에 증여세를 탈루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굳이 주식 명의신탁 이후 결과적으로 감소한 조세 부담을 찾아보자면 양도소득 분산에 따른 양도소득세 절감액 수십만 원, 배당소득 분산에 따른 배당소득세 절감액 정도이다.


그럼에도, 과세관청이 일단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세를 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이러한 과세처분은 입법목적을 벗어나는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보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금을 매기는 과세관청도, 조세불복 절차에서 판단을 내리는 조세심판원이나 법원도 ‘사소한 조세경감의 효과’만으로도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볼 수 없다’라며 명의신탁 증여의제를 통한 과세처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납세자는 매우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애초에 세금 효과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다른 사업상 목적으로 주식의 명의를 이전하여 두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부수적으로 발생한 조세경감의 효과가 미미한데도,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설령 그것이 ‘명의신탁 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과도한 제재는 아닐까?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의 종류나 수준과 비교해 보면,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가 그 행위에 비하여 얼마나 무거운 제재인지 알 수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고발하여 벌금형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 때 과태료는 부동산의 가액, 위반 기간별로 10~30%의 비율을 부동산 공시가격에 곱하여 과태료를 산정한다. 조세포탈이나 법령상 제한 회피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100분의 50을 감경할 수 있기도 하다. 


반면 주식을 명의신탁한 데 따른 제재로는 명의신탁을 한 주식 시가의 최대 50%에 달하는 증여세,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가 가산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의신탁된 주식 가액에 육박하는 세금이 나오기도 한다. 조세부과처분은 법률에 기속되는 처분이어서, 과세 대상이라는 판단이 서면 부과될 세액이 법에 따라 정해지고, 정상참작을 통해 감액할 방법도 없다. 담세력의 징표가 되는 소득도, 자산의 이전도 존재하지 않는데 거액의 세금을 부과받은 데 대한 억울함에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의 위헌성을 다투러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린 납세자도 더러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론과 대법원의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제도의 맹점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납세자가 조세회피목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면 증여세를 면할 수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명의신탁이 조세회피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고, 그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한 바 있다. 법리만 보면 납세자에게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무에서 납세자가 이 증명에 성공하기란 극히 어렵다. 


법원은 “조세회피와 상관없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회피될 조세가 없었다는 점을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갖지 않을 정도”로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데, 타인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소득의 귀속이 달라지고,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구간에 미세한 변동이 생기며, 대주주 요건 충족 여부가 바뀔 수 있어, 부수적 조세 효과가 거의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때문이다. 결국 명의신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 조세회피목적의 추정은 사실상 번복하기 어려운 굴레가 되고, 헌법재판소가 합헌의 근거로 들었던 ‘반증의 기회’는 형식적인 가능성에 그치게 된다. 


특히 상장주식은 대부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회피 가능한 배당소득세도 금액이 크지 않은데, 이처럼 사소한 효과만으로도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어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주식 분산 보유나 자산 관리 편의를 위해, 또는 타인에게 주식 매입 및 운용을 맡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녀의 자산을 대신 운용해 주거나, 친지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명의를 빌려주는 거래까지도 자칫하면 이 조항에 기초하여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률가조차 조세법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조항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주식을 분산하여 두는 경우도 발견될 정도이다. 


그동안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대하여 (i) 명의신탁의 주된 목적이 따로 있고, 사소한 조세 절감의 결과가 뒤따르더라도 거래의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조세 절감을 목표로 한 거래가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 대상에서 배제하여야 한다는 주장부터 (ii) 나아가 명의신탁을 하게 된 이유가 조세절감 외의 사업상 이유임이 명백하다면, 절감하게 된 조세의 절대금액이 크더라도 조세회피목적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층위의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비상장주식에 비해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를 더 넓게 인정하는 실무 운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같은 논의와는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합헌의 근거로 삼은 ‘불복의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제도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될 것이다. 아울러 이 제도를 미처 알지 못해 증여세 과세라는 올가미에 갇히게 된 납세자의 억울함 또한 계속될 것이다.


나가며

 

영희는 자기 돈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아버지는 딸의 돈을 불려주려 했다. 그 결과는 거액의 증여세 납세고지서였다.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정작 부의 무상이전이 전혀 없는 평범한 가족 사이의 자산 관리에까지 무거운 세 부담을 가하는 도구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과세처분이 계속되어야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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