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세무조사 또한 그러하다. 세무조사로부터 이어지는 여러 절차들을 알아보고, 한의원이나 사업체에 세무조사가 나왔을 때 어떤 절차가 이어지게 되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보자.
세무조사 착수 후 조사절차 자체가 위법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권리보호요청을 제기
세금의 부과·징수 또는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었음이 명백한 경우, 납세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권리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고대부터 국가의 세금 부과 및 집행에는 자의가 개입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폐해가 많았다. 현대사회는 그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세무공무원이 과세행정을 집행하면서 지켜야 할 절차를 법으로 정하고, 그러한 절차의 위반이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라면 응당 납부해야 마땅한 세금마저 걷지 못하도록 통제함으로써,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강력히 보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납세자가 일단 위법한 법집행에 따라 과세처분을 받고 차후에 이를 다투는 것은 가혹하다. 이에 우리 세법은 ‘납세자보호위원회’를 각급 세무관서에 두어 위법·부당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자기통제를 하도록 했다.
국세청은 더 나아가 내부규범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을 통해 납세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보호요청’을 함으로써 위법·부당한 세무조사절차를 조사 단계에서부터 다툴 수 있도록 했다. 세무조사 개시사유가 없는 경우, 위법한 중복세무조사인 경우, 적법한 연장절차를 거치지 않은 장기간의 조사인 경우, 장부를 예치하고 돌려주지 않는 경우 등을 문제 제기하면서 다툴 수 있다.
세무조사결과통지 이후 고려해 볼 수 있는
과세전적부심사와 조기결정신청
과세관청이 사전에 약속한 세무조사기간이 지나면, 곧 조사결과에 따른 세무조사결과를 통지해 준다. 여기에는 과세연도 및 세목별로 추가 납부할 세액과 가산세, 그리고 개략적인 과세이유가 기재되어 있다.
그 뒤에는 ‘과세전적부심사’ 또는 ‘조기결정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안내가 첨부돼 있다. 일정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있으면 비로소 ‘납세고지서’가 나온다. 납세자는 납세고지서에 적힌 기한 안에 고지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뒤에서 설명할 사후 구제절차인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가 (i) 고지된 세금을 일단 납부하고, (ii)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다툼을 하게 돼 있다. 과세전적부심사는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납세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성적 고려 하에 도입됐다.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을 통해, 세금이 고지되기 전에 다툴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납세자는 현저히 위법·부당한 세금 부과임에도 일단 고지된 세금을 마련해 납부하고 다퉈야 하는 불편을 피하고, 신속한 권리 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당초 부과 예정이던 세금의 일부 혹은 전부가 부과되지 않게 된다. 반대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는 당초 결과통지에 따른 납세고지서를 받게 된다.
만약 과세관청의 조사에 이은 과세가 정당한 것이었고, 납세자도 다툴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납세자는 이 경우 납세고지서를 즉시 발부받고 조사결과에 따른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불어나는 가산세를 줄일 유인이 있다. 국세청은 이와 같이, 과세전적부심사를 제기할 의사가 없는 납세자에게 ‘조기결정신청’을 하여 가산세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생업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었다.
과세처분 이후 불복절차
–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납세고지서를 통해 과세처분이 이뤄지면, 납세자는 그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분할납부가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자산을 처분하거나 빚을 내서라도 일단 세금을 납부한다. 고지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압류 등 ‘체납절차’가 개시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금융거래에 있어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Event of Default)’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시에 대출 원리금의 상환을 요구받게 되며, 더 이상의 신용거래가 불가능해짐을 뜻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유동성 위기로 흑자도산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납세고지서가 발부되면, 그 고지가 아무리 위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단 고지된 세금을 내고 다퉈야 한다.

과세처분 이후의 불복절차는 크게 이의신청을 거치느냐 거치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납세자는 과세처분 문서를 받은 날(가족은 물론 대리인, 심지어 경비원이 받아도 그날 본인이 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로부터 90일 이내에 당해 세무서 혹은 관할 지방국세청장에게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납세자는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통해 다음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로 직행하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과세처분 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하여야 한다. 이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거치지 아니하면, 과세처분이 위법하여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없다. 심사청구 혹은 심판청구는 법원으로 가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즉 필수적 전심절차인 셈이다.
심사청구는 처분을 한 세무서장을 거쳐 국세청장에게 한다. 심판청구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조세심판원에 접수한다. 원칙적으로, 납세자로부터 심사청구를 접수한 국세청장 또는 심판청구를 접수한 조세심판원은 그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납세자로부터 제기된 다수의 사건을 심사숙고하여 조사하고 판단을 내리려다 보니, 모든 사건에 대해 90일 안에 판단을 내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신 세법은 납세자가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제기한 후 90일이 지나게 되면, 국세청장이나 조세심판원이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음 불복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국세청장에 대한 심사청구 외에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것도 필수적 전심절차로 인정되기는 하나, 위에서 언급한 국세청장에 대한 심사청구 혹은 조세심판원에의 심판청구와는 달리 심사청구를 제기한 후 90일이 지나더라도, 소송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즉,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는데 감사원의 사건 처리가 지체되는 경우, 납세자는 그 결정을 받기까지 기다리고, 그 다음에야 행정소송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세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절차
– 법원의 행정소송
만약 심사청구나 심판청구 결과 기각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다툼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내에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여야 한다. 관할세무서가 서울 소재 세무서라면 서울행정법원, 그 외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본원에 접수한다.
심사청구나 심판청구 단계에서는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과세관청은 그에 대해 다툴 수 없고, 곧바로 해당 결정에 따라 잘못 부과된 세금을 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조세소송은 그렇지 않다. 납세자가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대개는 과세관청이 그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거나 상고하여 분쟁이 지속된다. 소송 단계까지 왔다면, 긴 호흡을 가지고 불복에 임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강조할 것이 있다. 각 단계별로, 대체로 ‘안 날로부터 90일’이라는 ‘불변기한’이 있다는 점은 잊지 말자. 이를 놓치면, 대개는 다툴 기회를 영영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위 기한보다 하루이틀 먼저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