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가 지난달 24일 불교 전통의학과 아시아 치유 사상, 그리고 현대의학 간의 융합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Buddhism, Healing, and Asian Medicine(불교, 치유, 아시아 의학)’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석학들이 참여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존스홉킨스대 Nicole Laboluto 학장은 환영사에서 “불교와 아시아 의학은 인류 보건과 문화적 치유 패러다임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이 학문적 교류를 넘어 인간 중심의 치유와 건강의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정덕 스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장, 옥스퍼드대 박사)과 오수석 원장(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상임이사, 한의학박사)이 축사를 통해 불교와 한의학의 융합적 탐구가 현대사회의 치유적 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국제심포지엄에서 미국측을 대표해 발표자로 나선 C. 피어스 살구에르 교수(펜실베이니아 주립대·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박사)는 ‘What is Buddhist Medicine?’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불교 의학을 단순한 치료 기술이 아닌, 수행·윤리·세계관이 결합된 복합적 치유 전통으로 규정했다.
그는 “불교의학은 질병과 고통을 단순히 제거하는 기술을 넘어, 존재 전체의 조화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면서 “현대사회가 직면한 정신적·사회적 질병의 치유를 위해 불교의학이 중요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측 대표 발표자로 참석한 장재진 교수(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동국대 인도철학 박사)는 ‘The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Oriental Medicine: Comparative Perspectives on ‘the Five Principles’ in Indian Medical Philosophy and Korean Traditional Medicine’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 인도의 오대(五大, pañca-mahābhūta)와 한국 전통의학의 오행(五行)을 비교 분석하는 한편 두 전통이 각각 존재의 구성 원리와 변화의 조화 원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모두 심신과 자연의 균형을 지향하는 통합적 건강 모델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같은 전통지식은 현대 서양의학의 환원적 관점과 대비되는 조화와 순환의 의학 모델을 제공하며, 만성질환·정신 건강·생활습관병 등 현대적 질병의 예방과 치유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러한 철학적 기반은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과 보완·대체의학 발전에도 핵심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Improvising Invisible Anatomy in Global Chinese Medicine’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란 리 교수(존스홉킨스대)는 중국 의학의 ‘보이지 않는 해부학—경락(經絡)체계’을 서양의 신경해부학과 비교 분석하면서, “중국 의학은 물질적 구조를 넘어선 에너지적 신체 이해를 통해 현대의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수정 교수(존스홉킨스대)는 조선 불교의 부적 치유(talismanic healing)와 출산 의례를 재조명한 ‘Talismanic Healing and Childbirth in Choson Buddhism’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불교의 치유 전통은 여성의 삶과 출산 경험 속에서 실질적인 돌봄의 문화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황순일 교수(동국대)는 ‘Buddhist Meditation and Buddhist Way of Life’라는 발표를 통해 불교의 명상 수행이 삶의 방식과 윤리적 실천을 통해 몸과 마음의 치유에 기여하는 철학적 토대임을 강조하며, “명상은 단순한 내면 수련이 아니라, 신체·정신·사회적 관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통 지혜가 현대의학·정신건강·공공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됐다.
한편 참석자들은 “단순한 학문 교류를 넘어, 불교와 아시아 의학이 세계 의학 담론 속에서 갖는 의미를 재조명한 계기였다”고 입을 모으는 등 이번 국제심포지엄이 불교, 전통의학, 현대의학이 만나는 학제적 대화의 장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