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 전통의학 협력 가능성을 탐구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송영일 박사와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는 최근 △A review on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Traditional Medicine in Uzbekistan(‘대한한의학회지’ 제46권 제2호) △Study on the Uzbekistan educational system for traditional medicine(‘한의학교육학회지’ 제3권 제2호) 등 2개의 논문을 발표,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의 역사, 법적·제도적 기반, 교육체계 및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면밀히 탐구했다.
우즈벡 전통의학의 역사와 현주소는?
논문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은 ‘이슬람의학’을 뿌리로 하는 풍부한 전통의약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련 통치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많은 전통의학적 요소가 억압되거나 사라졌다가, 최근 독립 이후 ’18년 전통의학 발전 대통령령이 발표돼 전통의학의 복원 및 발전, 공공보건 체계 내의 역할 확대가 활발히 실행되고 있다.
실제 우즈벡 정부는 공중보건체계 내에도 전통의학을 활용코자 전통의학 의사를 의과대학 내에서 정규 학사과정을 통해 배출하고 있고, 전통의학을 통한 자국의 약학, 제약생산 부문의 발전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전통의학 학부과정을 졸업한 후에도 수련의 및 석사 과정을 통해 전통의학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우즈벡 전통의학 의료인의 법·제도에서의 위치는?
논문에서는 또 우즈벡에는 전통의학을 규정하는 법률 및 정책이 존재하며, 그중 ‘전통의학 의료인(specialist of traditional medicine, doctor)’의 역할과 활동 범위, 전통의학 시술 범위, 전통의학 면허, 자격획득 방법 및 보수교육 제도 등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 한의학의 법·제도와 분석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우즈벡은 면허 및 자격체계에 한국처럼 국가적 통일성을 갖춘 국가시험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통의료 제공자들의 자격을 검증하는 제도 및 표준이 개별 대학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한 전통의학 관련 보수교육 관리 제도가 아직 정립되지 못했고, 전통의학의 교육에 있어서도 과학적 효능 검증, 안전성, 품질 보증 등의 국제기준 또는 WHO 가이드라인 수준에 부합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더불어 법률적으로는 전통의학이 현대 보건의료체계와 ‘통합(integration)’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보완(complementary)’ 역할에 한정하고 있는 상태로, 전통의학 의사는 환자 진료에 있어 한국의 한의사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지위를 정립하지 못한 상태다.
우즈벡 전통의학 교육의 특징은?
송영일 박사와 채한 교수는 우즈벡 보건부 공식 교과과정 문서인 ‘60911100-Халқ табобати’를 분석, 우즈벡 전통의학 교육에 대한 특징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즈벡에는 10개의 국립 의과대학에 전통의학 학과가 동시에 개설됐으며, 10개 학교가 동일한 학과목을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과목을 분석해보면 현대의학 의학과목이 주된 부분을 차지하고, 전통의학 관련 학과목이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또한 전통의학 관련 과목 내에서도 이슬람 전통의학보다는 동아시아 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 침구학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자국의 전통의학 비중이 높지 않다.
또한 현재까지 우즈벡에 전통의학 전공 관련 박사학위과정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의학 학과는 의학과에 종속돼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통의학과 교수진들은 의학 혹은 약학 학위를 가진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와 함께 학교별로 전통의학 전문병원이 부재해 교육자원의 부족과 실습 기회의 제약이 있어 전통의료 기술 및 약초 처리, 조제 실습 시설, 전통 진단법과 치료 등의 실제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임상 또는 현장 교육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한편 교육의 질 및 표준화도 완전하게 확보되어 있지 않아, 교수자의 자격과 교육내용, 인증체계가 지역 및 기관 간 편차가 존재하고 있다.

우즈벡과의 협력사업 추진에 기초자료 역할 ‘기대’
특히 이들 논문에서는 우즈벡 전통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한의학이 가진 선경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즈벡 내 전통의학을 현대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공식적인 통합의료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법률상 및 정책상 지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즉 한국 한의학처럼 건강보험 적용, 의료정책 참여, 지역 보건센터에서의 전통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전통의학이 국민보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즈벡 전통의학 교육과정 표준화 및 전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영일 박사는 “한국 한의학의 교육시스템은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커리큘럼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양국 간 교육협력의 실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우즈벡 전통의학 독립 전공의 개발, 실습 중심 교육의 확대, 전통의학 전문 교원 양성의 강화 및 국제적인 기준 수립을 통한 교육의 질 확보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우즈벡 전통의학은 한국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국제 협력 및 공동연구 확대를 이뤄낼 수 있다면서 한국 한의학이 가진 다국가간의 연구성과, 임상매뉴얼 지식, 통합치료 경험 등을 우즈벡 전통의학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공동 연구와 교재 개발, 교수 교류, 워크숍 등을 통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며, 더불어 WHO 전통의학 전략이나 관련 국제기구 가이드라인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송영일 박사는 “이번 논문들은 우즈벡 전통의학의 과거(역사)와 현재(법적·교육적 현황), 미래(발전 가능성 및 요구사항)를 포괄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한국이 우즈벡과 전통의학 분야에서 협력할 때 고려해야 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침을 제공하고자 했다”면서 “앞으로 양국 간 교육과정 공동 개발, 제도적 체계 구축, 교수 및 의료인 교류, 연구 인프라 강화 등의 협력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귀중한 기반 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