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의학의 세계화 방안과 연결된 AI 연구방안은?”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최근 AI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이 가지 않지만 최소한 국내만 놓고 본다면 가히 열풍이라 할 수 있다. 대형서점에 나가보면 가판마다 놓여있는 관련 서적들의 물결 속에 그 출판의 양과 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몇 개의 책을 구입해 보면서 어떤 지식에 대해 이해할 만하면 다른 신지식이 등장해서 이전의 책이 헌책이 되는 현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어떤 책은 이러한 흐름으로 판매량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인지 출판연도와 날짜가 서문이나 추천사 등에 기록하지 않으려는 듯한 노력을 하는 느낌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인하여 인문학의 위기론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반면 이러한 AI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인문학적 견해를 가진 유형의 인간형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반복적 업무나 데이터 기반의 분석 기술에 의해 인간을 대체하는 직군이 계속 발생할 수 있지만,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고유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디지털과 한의학과 인문학을 연결시킨 ‘디지털한의인문학’의 문법적 맥락은 이제 수면 위에서 논의되어야 할 시점으로 넘어왔다. 오랜 기간 한의학을 인문학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습관으로 살아온 필자와 같은 의사학자로서의 한의학자는 앞으로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본질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가는 AI와 비교할 때 인간의 비판과 질문의 능력은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갈 수 있다. 각종 질문형 AI를 통해 받는 답변은 항상 일정하지는 않지만 방향성이 있는 치료법, 처방 등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발열, 두통, 복통, 오한 등의 증상이라도 그 원인은 전혀 상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일선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는 한의사라면 모두 알고 있다. 실제로 몇몇 한의학 전문 AI를 통해 질문을 해보았을 때, 몇 개의 원인과 증상별로 예시를 나열하고 마지막에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전문가 한의사와 상담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의 맨트가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만약 한의학을 디지털한의인문학적 측면에서 개발하기 위해서 어떤 방안이 좋을가 생각해본다. 과거의 지식으로부터 미래의 질문에 답을 주는 생성적 지식 플랫폼을 구축하는 길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처방전을 담은 대형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의보감, 방약합편, 의방유취, 향약집성방 같은 고의서뿐 아니라 근현대 한의사들의 임상 처방 기록과 관련 연구 논문, 의안 기록 등이 디지털 텍스트로 변화된 형태로 디지털화가 필요한다. 어떤 증상에 대해 해당하는 처방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은 이러한 바탕에서 진입이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대별, 의가별, 학파별 치료술의 조합 등은 학습이나 연구뿐 아니라 치료에 있어서도 깊이 고려하는 한의사들이 존재한다. 지역별 특성, 약재 특산 지구별 차이, 체질별 차이, 성격적 경향성, 다국적 시대에 고려해야 할 국적별 차이 등 고려해야 할 차이가 수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분야가 디지털한의인문학 분야의 담당구역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한 디지털화 방안은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 방안과도 연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