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수상한 소감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의학 발전에 기여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해 나가겠다.”
Q. 그동안 진행한 주요 연구 내용은?
“그동안 진행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과 한의학을 결합해 한의사의 사고모형을 분석하는 연구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한의학 연구라고 하면 한의사의 진단이나 치료처방을 재현하는 AI모델을 만드는 연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처리 및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한의사가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고과정을 설명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의사가 환자의 전신적 증상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한열, 허실 등의 변증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기계학습의 ‘차원축소(dimensionality reduction)’로 해석할 수 있음을 제안해 왔다. 이를 통해 한의학에서 정보를 압축하는 방식과 그것이 정보처리 관점에서 주는 효용, 그리고 손실되는 정보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같은 연구의 의의는 한의학의 정보처리 방식을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를 제공한다는 점으로, 이를 통해 한의학 이론 자체를 발전시키고, 한의사 사고모형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AI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 분야는 최근 ‘NeuroAI’로 일컫어지는 분야로, 심층신경망을 활용해 뇌의 작동원리를 시스템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것이다. 구체적인 연구 주제는 소뇌신경망의 학습과 기억 메커니즘으로, AI 학습 이론을 바탕으로 소뇌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기억을 저장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이후 실제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연구자로서 진로를 선택한 계기는?
“학부 시절 연구자 진로에 막연한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알아보거나 경험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본과 4학년 때 KAIST 의과학대학원 하계인턴 프로그램에 한 달간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구자의 진로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면서도 각 연구실의 고도로 전문화된 연구주제들의 중요도와 의미를 당시 구체적인 질문이 없었던 인턴으로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2학기에 김창업 교수님의 NNSM 연구실 대학원생 모집공고를 보게 됐는데, 당시 이해한 수준은 부끄럽지만 ‘인공지능 기반의 한의학 연구라니…요즘 말하는 인공지능 의사 이런 건가? 왠지 멋져…’ 정도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구체적인 주제보다도 “연구는 재밌어야 하고, 재밌으려면 새롭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막연히 동기화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Q.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어려운 점은?
“대학원에 진학한 첫 해, 감사하게도 해외 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그동안 공부해온 분야에서 전세계 석학들의 발표를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두근거렸고, 처음 경험해본 포스터 세션에서는 ‘열띤 토론의 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난 큰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어”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새롭고 마냥 신나기만 했던 신입생 시절이 지나고 연차가 쌓여가면서, 학회 무대에서 내 자신의 연구 주제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기간 동안 연구실의 작은 내 공간에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치열하고도, 때로는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Q.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은 한의사 회원들에 조언한다면?
“먼저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컨택하고 경험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국내외 유수의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연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의사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다. 그리고 뜻이 있는 후배님들의 연락에 기꺼이 응답해 줄 것이다.
연구주제에 따라서도, 또 연구기관에 따라서도 연구의 형태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대학원 진학 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고 인턴 프로그램이나 워크샵 등의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적극성은 사실 적극성은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었는데, 대신 나에게는 무모함이 있었고 다행히 운까지 따라주었던 것 같다.”

Q.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분야 및 향후 계획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연구 주제 중 현재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NeuroAI 기반의 계산신경과학적 연구다. 최근 발표한 논문은 소뇌신경망에서 운동기억이 학습되고 저장되는 원리에 대한 것이었는데, 진행 중인 연구에서는 운동조절 등의 전통적으로 알려진 소뇌의 기능을 넘어 고차적인 인지기능과 체내 항상성 조절을 위한 섭식행동에서 소뇌가 어떠한 연산을 하고,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밝혀보려고 한다.
또한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의학적 치료의 신경과학적 메커니즘 연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최근 침 치료의 효과가 어떠한 신경회로를 통해서 발현되는지, 어떠한 분자생물학적·행동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저는 제가 가진 계산신경과학적 전문성을 살려 생리학적·병리학적 상태에서 뇌신경망의 연산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이것이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으로 한의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임상 현장에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기초와 임상 전 분야에서 연구를 통해 한의학 이론을 검증하고,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이론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은 사실 녹록치 않다. 6년이라는 한의대 재학기간 이후 또 다시 기나긴 시간 동안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배움의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한 명 한 명이 역량을 갖춘 연구자로 자라서 한의계와 나아가 기초의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우리 한의계 내부에서도, 또한 국가적으로도 인력 양성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나 역시 이제는 시니어 연구자로서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