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국회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상해등급 12∼14급 교통사고 환자에게 충분한 치료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지난달 20일 정부 당국은 국내 자동차보험 부담 완화와 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정 배상을 이유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이번 개정안에서 정작 피해자인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운을 뗐다.
송 이사는 이어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사안을 두고 해법을 모색해 왔으며, 소비자, 보험 관련 학계, 연구기관, 보험업계 등으로부터 의견수렴을 하고, 최종적으로 제도 개선 사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어디에도 의료계는 없었으며, 거의 유일한 의학적 근거는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작성 교부 지침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송 이사는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일반적인 외상과의 차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교통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만큼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지거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신체적 손상뿐 아닌 심리적 스트레스가 함께 나타나고, 단순한 외상처럼 보여도 신체적·심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한 치료·관리와 함께 세심하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이사는 “연구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편타성 손상 환자의 55%가 신경 기계적 민감성을 보였고, 47%는 정량적 감각 검사에서 감각과민을 나타냈다”며 “또한 급성 편타성 손상 환자의 65%가 신경병증성 통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사고 발생 후 6개월 후에도 32%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지속됐다”며 교통사고 환자의 신경병리학적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송 이사는 자동차사고 시 골절 등 중증 손상이 없어도 만성 통증 및 장애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과 검사 지표가 다 설명하지 못하는 임상 증상들을 각종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하는 한편 교통사고 후 심리적 요인이 통증의 만성화와 장애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도 함께 공유했다.
특히 피해자의 94%에 이르는 상해 등급 12∼14등급의 교통사고 피해자를 ‘경상환자’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송 이사는 “환자 치료 과정에서 외상이 경미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옳지 않은 판단이며, 경미한 사고라도 환자에 따라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차량 파손 정도나 초기 진단 등 외부 지표만으로 일정 치료 기간 후 사고 종결을 종용하는 현행 보험처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송 이사는 또 “개별 환자의 상황에 맞게 충분한 치료 기간이 보장되어야 하며, 외상 정도만을 근거로 일률적인 치료 제한을 두기보다는 의학적 소견과 환자 개별 상황에 기반한 유연한 보장 정책을 펴야 한다”며 “그래야만 경미한 사고로 부상을 입은 환자들도 필요하면 장기적인 치료와 재활을 통해 완전한 회복을 도모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만성 통증으로의 이행을 막고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손종숙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는 자신의 교통사고 및 치료, 이와 관련한 보험회사와의 소송 경험을 토로하면서, 통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수 있다는 점과 경미해 보이는 사고로도 중상을 입는 환자들의 사례가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손 활동가는 이번 개정안이 손해보험사의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 피해자의 손해 배상 범위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면서 “피해자가 8주 이상 요양급여를 받으려면 손해보험사가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의무화 하는 내용은 의료비용을 포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금을 축소하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자배법의 ‘피해자 보호’라는 제정 목적이 사실상 손해보험사 주주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손 활동가는 손해보험사 적자 주장의 허구성 및 손해배상금 축소의 불합리성 및 자동차보험 피해자(손해배상 청구권자) 손해배상금 지급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더불어 손 활동가는 피해자 권익 보장이라는 자배법의 본래 목적을 회복하고, 손해보험사 주주 이익의 부당한 추구를 막기 위해 △법원 판결 금액에 준하는 손해배상 보장 △투명한 보험 통계 관리 △법규 전면 재검토 및 용어 개정 △심의 기구의 역할 재정립 및 감시 강화 등의 개선 방안을 제언했다.
이에 백선영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팀장은 “국토부는 향후 공청회, 대국민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며 “개정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수정안을 제기해 준다면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귀 기울일 것이며, 자동차보험 개정안이 어느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관련 학계 및 보험업계, 언론계 등이 참여해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최영석 한라대학교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결국 이번 사안은 사회적 합의에 대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 특히 자동차사고 피해 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한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김형일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팀장은 경미한 자동차 사고지만 치료 기간과 금액이 과도하게 책정된 사례들을 영상을 통해 소개하면서 “이번 개정안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찬성한다”며 “과잉진료 및 부정수급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통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관희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기술연구실장은 “한 해 동안 100대가 자동차보험에 가입을 한다면, 15% 정도가 사고를 내며 85% 정도는 무사고”라며 “이러한 85%의 무사고 자동차보험 소비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근빈 뉴데일리 기자는 “결론적으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부정수급이나 과잉진료를 걸러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의료인의 결정을 통해 치료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부정수급 및 과잉진료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시스템에 의해 걸러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