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지방 거주민의 국립대학병원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수도권 및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8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격차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지방 거주민들은 경증질환이 있는 경우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비율이 과반을 차지했으나, 질환이 중증일수록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향성도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 환자 유출로 인한 비용과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 보고서(사회보장정책연구실 김희년·류재린 부연구위원, 문석준 연구원)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지역의료의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지역 국립대학병원의 역량 부족과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점을 분석했다.

<지역의료에 대한 국민의 인식>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 중인 만 19~69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 거주민의 국립대학병원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 및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7.3%가 ‘매우 심각하다’, 53.9%가 ‘심각하다’고 응답해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81.2%에 달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지방(비수도권)의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10.6%가 ‘매우 미흡하다’, 49.0%가 ‘미흡하다’고 응답해, 59.6%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지방(비수도권) 지역의 의료환경이 수도권에 비해 전반적으로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19.2%가 ‘매우 미흡하다’, 56.8%가 ‘미흡하다’고 응답, 76%가 미흡하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지방(비수도권)의 의료기관이 충분한 역량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는 7.0%가 ‘매우 그렇지 않다’, 31.1%가 ‘거의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는 등 38.1%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경증질환인 경우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에 긍정적으로 응답(매우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한 사람은 54.1%, 부정적으로 응답(매우 그렇지 않다, 거의 그렇지 않다)한 사람은 22.5%로 나타났고, 긍정적 추천의향(매우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을 표한 응답자는 44.6%, 부정적 추천 의향(매우 그렇지 않다, 거의 그렇지않다)을 표한 응답자는 16.6%로 집계됐다.
반면, 중증질환인 경우 경증질환보다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이용 의사에서는 10.6%p 낮은 43.5%로, 추천 의사에서는 10.9%p 낮은 33.7%로 나타났다.
또한 질환의 유형에 따라서도 이용 의사와 추천 의향에 차이가 있었는데,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응급의료 대응 측면에서는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 및 추천 의사가 높았으나, 병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 의사 및 추천 의향>
지역 거주민, “응급의료 시 지역 국립대병원 이용”
응급의료 대응 상황에서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에 긍정적으로 응답(매우 그렇다, 대체로 그렇다)한 사람은 69.4%로 전체 유형 중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부정적으로 응답(매우 그렇지 않다, 거의 그렇지 않다)한 사람은 8.9%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병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 지역 국립대학병원 이용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응급의료 대응 상황보다 24.3%p 낮은 45.1%였으며, 추천 의사는 8.6%p 낮은 34.6%로 나타났다.
“중증질환 시 방문 1순위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증질환의 경우 방문 1순위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생각하는 응답자가 36.5%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지역 국립대학병원 22.0%, 지역 종합병원 13.1%로 나타나 지역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지역 내 이용 의사가 다른 지역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질병특성별 국민의 최우선 선호 의료기관>
상세불명 질환의 경우 방문 1순위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생각하는 응답자가 36.6%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지역 국립대학병원 24.2%, 지역 종합병원 12.8%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답한 영역은 ‘전문의료인력의 확보’(81.0%)였으며, 그다음으로 ‘응급질환에 대한 진료 역량 고도화’(80.5%),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 역량 고도화’(80.1%) 순으로 나타났다.
국립대학병원의 진료 기능 강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는 ‘필수진료과 확충’(78.6%), ‘병원 및 시설 장비 개선’(76.5%), ‘연구 및 교육 기능 강화’(73.6%), ‘환자 중심 문화 구축(71.3%)’, ‘지역 의료기관 연계’(74.7%) 등으로 확인됐다.
지역 거주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순비용의 규모를 추산했다. 서울 상급병원으로 환자 유출이 야기하는 순비용은 ‘유출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에서 ‘환자가 거주지에서 진료 받을 때 발생할 총비용’을 뺀 값으로 산출했다.
서울 유출 환자의 총비용은 진료비(건강보험 급여와 본인부담금), 입원·외래 진료에 따른 기회비용, 교통비, 숙박비, 간병비로 구성했고, 해당 환자들이 지역 국립대병원을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진료비, 기회비용, 교통비, 간병비 등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계산 결과,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 유출된 지역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순비용은 교통 및 숙박비용만을 기준으로 할 때 4,121억 원으로 추산됐고, 서울 상급종합병원과 지역 국립대병원 간 진료비 차이를 반영하면 순비용은 1조7,537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외래 환자 중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이용하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사람이 10%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진료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순비용은 연간 3조2,854억 원으로 추산됐고, 진료비 차이를 고려한다면 순비용은 연간 약 4조 6,2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립대병원, 정교하고 실효성있는 지원 마련
이에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정책 설계가 정교하면서도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학병원은 현행 법령에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명시돼 있으나, 민간 대형병원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만큼 정부는 책임의료기관 제도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국립대학병원이 해당 지역의 의료서비스 제공 및 이용 환경을 책임 있게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최근 의료기관 간 경쟁적 환경을 국민 중심으로 연계·협력하는 환경으로 개선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바,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중심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립대학병원은 교육부 소관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 전문적 지원에 한계를 나타내 보이는 등 거버넌스 구조가 복합적이어서 실효성 있는 정책 구상 및 추진이 어렵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