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상지대 한의대 예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의학 스터디를 실시했다. 필자(유준상 교수)는 평소 진로나 학습 방향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은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방황과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데 착안, 새 학기를 앞둔 여름·겨울방학 기간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터디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1·2월 매주 화요일에 진행된 스터디 참여 학생들의 소회를 들어봤다.
김선구(상지대 한의대 예과 2학년)

그동안 수업을 통해 다양한 한의학 개념을 접했으나 단편적인 지식만을 머릿속에 담고 있을 뿐, 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활용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다. 스터디를 통해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고, 학습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
특히 한의학 개론에 속하는 내용에서는 장부론이 가장 인상 깊었다. 교수님께서 장부 간의 관계를 도식화하여 설명해 주시고, 이를 정리하는 과제를 부여해 주신 덕분에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며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던 기(氣)의 역할에 대해 교수님께서 쉽고, 명확한 설명을 해주셔서 한의학적 사고를 더욱 깊이 있게 정립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이와 더불어 교수님과 동기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한의학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머릿속에 지닌 기존의 체계에 의해 한의학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오해될 수 있는지, 현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혼자 고민했다면 미처 떠올리지 못했을 다양한 질문과 논의를 접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한의학을 바라볼 수 있었고, 한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됐다.
유경호(상지대 한의대 예과 2학년)

한의대에 입학하고, 지난 1년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 속에서 보냈다. 한의학의 사회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현실과 임상과의 연계보다는 고전에 치우친 교육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학문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이러한 고민 끝에 ‘무엇이든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터디에 참여했는데 이 는 한의학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터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질의응답으로, ‘한의학의 침체된 현실’, ‘의료일원화’,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 ‘한의사로서의 방향성’ 등 다소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한의사이자 스승으로서 진솔하게 답변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의학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었던 점이 매우 뜻깊었다.
또한 실제 진료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경험은 학문과 임상의 괴리를 좁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의학 이론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는 과정에서 한의학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 쉬며 실효성을 갖춘 학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를 통해 나 자신도 스스로 떳떳한 의료인이 되기 위해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번 경험은 한의학에 대한 나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앞으로의 학문적·실무적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기회가 됐다.
이수인(상지대 한의대 예과 2학년)

스터디는 교수님과 ‘의학심오’라는 책을 같이 공부하고, 평소 한의학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질문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수업때 마다 경혈과 본초 등 암기 과제도 주셨다.
매주마다 암기해 가야하는 혈자리와 약재들은 정말 많았다. 그러나 예과2학년이 되고,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내주신 과제들이 빛을 바라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잘 들어오지 않던 정보들이 쉽게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또한 청나라 당시 쓰여진 의학심오는 예과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교수님께서 읽어주시고, 이에 대해 부가 설명을 해주셔서 저자의 의도와 요즘 시대와의 차이점을 이해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제가 한의학이라는 분야에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기에 이 분야의 전문가의 식견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업이 끝나고도 스터디 동기들과 한의학에 대한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수업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의 그림을 그려나가 볼 수 있었던 점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채지훈(상지대 한의대 예과 2학년)

학기에 분명 한의학개론, 의학 한문 등 수업을 받았지만 모든 것이 추상적이게만 느껴진 시점에 스터디 모집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참여했으며, 이는 제가 미래로 나아갈 큰 동력과 자산이 되어줬다.
첫 수업에서 한의학개론을 배우며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떤 한의사가 돼야 할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스터디에서 한의학을 개괄할 수 있는 설명을 듣고부터 한의학개론 내용이 떠오름과 동시에, 파편적으로 남아있던 개념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경험을 했다.
특히 스터디 참여 학생들은 매 수업 후 이어진 질문이 시간이 정말 값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질문의 내용도 깊어지고, 스터디 후 교수님께 질문할 내용도 고민해보며 한의학에 대한 견문도 넓어질 수 있었다.
또한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시는 현대 한의학적인 트렌드와 연구, 진료하시는 모습을 보며 앞으로 어떤 한의학자가 돼야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유준상 상지대 한의대 교수

이번 한의학 스터디를 통해 한의예과에 들어왔을 때 느끼는 고민을 들어봤다. 예상보다 진로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진료실에서 스터디를 진행하고, 환자 상담 시 가운 착용 후 배석시켜 진료 상황도 보도록 한만큼 향후 본인들이 한의사가 돼 이렇게 진료를 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장 경험으로 목표도 생기고, 좋은 자극의 기회도 마련됐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움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스터디를 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