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동양의학회(회장 최승훈) 주최·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 주관으로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개최된 ‘제20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 둘째 날(지난 17일) 전통의학을 네트워크 약리학 및 인공지능 기반 분석으로 효능을 규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통합의학으로서의 전통의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논문 포스터 세션 전시 및 발표를 통해 △Application of molecular networking for comparing multiple LC/MS profiles from herbal medicines(Dongyeop Jang) △Development of the system to assess the acridity of Pinellia tuber using cultured cells and its traditional detoxification methods(Itsuki Nose) △Exploring the Complementary Role of using Chinese Herbal Medicine with Western for COVID-19 Treatment: A Network Pharmacology Analysis(Yi-Chin Lu) 등 3편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장동엽 가천대 한의대 생리학교실 연구원은 ‘Application of molecular networking for comparing multiple LC/MS profiles from herbal medicines(한약재의 여러 LC/MS 프로파일 비교를 위한 분자 네트워킹 적용)’을 주제로 논문 포스터를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약 처방은 여러 본초를 조합해 활용하는데 이때 상호작용을 통해 개별 본초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며, 이러한 본초 간의 연관성은 ‘군신좌사(君臣佐使)’ 등 전통적인 방제학 이론들을 통해 정리돼 왔다.
그동안 여러 본초를 동시에 사용할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인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단일 본초 추출물과 본초 조합의 추출물을 성분 수준에서 비교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정립이 미흡했다.
이에 장 연구원 연구팀(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 신사라·이슬기·정지연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과학연구부 박사)은 복잡한 허브 추출물 간의 대사 물질 수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소개하고자 한약재에서 얻은 LC/MS 프로파일에 대해 ‘분자 네트워킹(Molecular Networking)’을 채택했다.

분자 네트워킹은 이러한 프로파일의 전구체 간의 구조적 유사성을 시각화하고, 여러 허브를 포함하는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발견하는 도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팔미지황탕과 이를 구성하는 본초 단미의 추출물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팔미지황탕은 현대 임상에서도 노인 질환에 활용되는 처방으로, 부자를 포함한 8가지 본초로 구성돼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단미에 비해 처방 단위로 전탕 시 증가 혹은 감소하는 성분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장 연구원은 “특히 이번 연구는 팔미지황탕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처방들에서 나타나는 성분 수준의 변화에 분자 네트워킹을 적용해 관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으며, 또한 한의학의 전통적인 방제 이론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발견하는 데에 응용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세 이츠키 일본 나고야대 약학대학원 약리학과 연구원은 ‘Development of the system to assess the acridity of Pinellia tuber using cultured cells and its traditional detoxification methods(배양세포를 이용한 반하의 산도 평가 방법 및 이의 전통적인 해독 방법 개발)’을 주제로 포스터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반하(半夏)’는 중국 전통의학(TCM)과 일본 한방의학에 쓰이는 생약으로, 가공되지 않은 반하는 경구 복용 시 경구 및 후두 점막에 매우 강한 산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가열 및 다양한 법제 과정을 통해 독성을 제거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반하에서 옥살산칼슘과 단백질로 구성된 ‘라피데스’라고 불리는 바늘 모양의 결정체가 산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의 유효성분은 유기산이지만 산성 자극이 만들어지고, 독성이 감소되는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연구팀은 배양된 기도 점막 세포에 반하를 부착하는 방법을 활용한 산도 평가 시스템으로 조사했다.

노세 연구원 연구팀(다나카 고이치로·츠카사 후에키 도호대 의대 전통의학과 연구원, 마키노 토시아키 나고야대 약학대학원 약리학과 연구원)은 분말 반하를 저속 원심분리하고 전분 입자를 제거해 ‘저전분 반하 현탁액(이하 LSPS)’을 제조했다. 사람의 폐 상피암 유래 NCI-H292 세포를 LSPS와 30분 동안 배양했다.
이어 세포에 부착된 ‘라피데스’를 HCl에 용해시켜 용액을 체취, 부착된 라피데스의 양을 지표로 하는 HPLC을 통해 옥살산 함량을 조사했으며, 건조된 생강즙(이하 DG) 또는 DG에 함유된 유기산을 처리한 LSPS(40℃, 90분 처리)도 조사했다. 이와 함께 시험관 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인체 미각 실험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LSPS를 DG로 처리함으로써 농도의존적으로 세포-표면 용액 내 옥살산의 양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DG 내 활성 성분을 조사해 유기산(옥살산, 말산, 시트르산, 타르타르산)이 세포 부착 옥살산의 양을 감소시켰으며, 인체 미각 실험에서는 옥살산과 말산이 유의미하게 산성 자극을 감소시켰음을 확인했다.

루이친 대만 장궁기념병원 전통중의학센터 박사는 ‘Exploring the Complementary Role of using Chinese Herbal Medicine with Western for COVID-19 Treatment: A Network Pharmacology Analysis(중의약과 양의약의 코로나19 상호 보완적 역할 모색)’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루이친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시 특히 아시아권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중의약과 양의약을 활용했는데 두 의약의 상호 작용은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한약-성분-표적 네트워크의 구축과 구축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시스템수준에서 기전을 파악하는 ‘네트워크 약리학’을 활용, 코로나19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중의약과 양의약의 잠재적 보완 효과를 생체 분자 관점에서 탐구했다.
루 박사 연구팀(첸싱유 장궁기념병원 전통중의학센터 박사)은 대만에서 코로나19에 널리 사용된 3가지 한약(청관1호, 청폐배독탕, 화습패독방)과 양의약(덱사메타손, JAKI, Anti-IL6, 항응고제, NOAC, 아스피린)의 상호 작용을 분석했다. 대상 단백질과 분자 경로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서 출처를 찾아 식별됐으며, 여기에는 코로나19 관련 단백질도 포함돼있었다.
연구진의 연구 결과 네트워크 약리학은 한약이 IL-10, TNF-a, IL-6, IL-8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염증 관련 단백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덱사메타손과 아스피린은 중의약과 양의약이 다루는 분자 경로에서 상호 배타적인 양상을 보였다. 또 양의약은 사이토카인 조절에 이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신호전달은 중의약이 호중구를 포함한 선천성 및 적응성 면역에 부가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중의약과 양의약을 병행하면 코로나19에 대한 항염증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의약과 양의약의 조합이 유망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