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가천대학교와 부산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객관 구조화 임상평가(OSCE) 교육 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 챗봇을 활용한 학습 효과를 평가하고, 동료 역할극 방식과의 차이점을 검토해 새로운 교육모형을 제안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교육 분야의 Q1 저널인 ‘BMC Medical Education’에 “Comparing AI chatbot simulation and peer role-play for OSCE preparation: a pilo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최신 생성형 AI 챗봇이 실제 의료 임상 교육에서 어떤 교육적 가치를 가지는지를 무작위대조시험 설계를 통해 확인한 국내외 첫 사례로, AI를 활용한 한의사 교육의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에서는 4학년 예비 한의사 학생 19명을 ‘AI 챗봇 기반 학습 그룹’과 ‘동료 역할극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AI 챗봇은 GPT-4o와 Claude 3.5 기반의 대화형 환자 시뮬레이터이며, 동시에 채점을 수행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두 그룹 모두 동일한 사전 학습 시간을 가진 후 각각의 방식으로 임상면담 훈련을 진행했고, 이후 두 차례의 OSCE시험을 통해 학습 효과를 평가받았다.
연구 결과 AI 챗봇 기반 학습 그룹의 OSCE 수행 총점은 동료 역할극 그룹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각기 다른 임상 역량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동료 역할극 그룹은 병력 청취(History Taking) 영역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으며,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훈련에 강점을 나타냈다. 반면 AI 챗봇 그룹은 환자 교육(Patient Education)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한편 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혼자 반복 연습하고, 자동화된 구조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즉, 두 방법은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보인 것으로, 동료 역할극이 대면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 가까운 상호작용 기술을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였다면, AI 챗봇은 자기 주도적이고 성찰적인 환경에서 임상 추론 능력을 키우는 데 잠재력이 있다는 것. 이에 연구팀은 두 방법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 모델’이 최적의 학습 전략임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김창업 가천대 교수(교신저자)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에 대한 걱정보다도, 그 강력함을 어떻게 활용해 더 뛰어난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을지 질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으며, 김지환 부산대 교수(교신저자)는 “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OSCE 교육에서 AI 기반 도구는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잠재력이 크며, 향후 한의교육학계의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혜윤 부산대 교수(공동 1저자)는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교육 목적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었다”며 “모의진료 교육은 질문 목록을 외워 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임상추론 능력을 기르는 데 핵심이 있음을 상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준동 가천대 박사과정생(공동 1저자)은 “AI를 활용한 RCT 연구 과정에서 마주했던 실질적 교훈들도 함께 정리해 소개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