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체험수기 공모전-금상
김윤주 님<대전광역시 유성구>
“우당탕탕~탕 탕.” 70Kg의 내가 계단에서 넘어지면 동네가 떠나갈 듯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그렇다, 나는 오늘도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삐끗했다. 여자치고 엄청난 몸무게, 딱 보기에도 튼실해 보이는 몸을 가진 나. 이런 내가 계단에서 넘어지면 한 달은 꼼짝 못하고 절름발이 신세가 된다.
정형외과에 가면 답은 늘 한 가지다. 신기하게도 계단에서 넘어지지만 다리가 부서지진 않는다. 다만 인대가 늘어났다는 판단과 함께 진단이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지만 무릎까지 긴 부목을 대고 반 깁스를 해버린다. 안 그래도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반 깁스까지 하고 있으면 그야말로 초주검 상태.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게 반 깁스는 정말 답이 없는 진단이다.
반 깁스를 하게 되면 물리치료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병원에서 주는 약(진통제)을 먹고, 일주일에 한번 씩 가서 다리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엑스레이 검사를 한다. 그리고 3주가 지나면 붕대를 푼다. 그리고는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계단에서 넘어졌을 때 한의원을 만나기 전까지 이게 나의 치료법이었다. 붕대, 집에서 인내, 달력에 D-21을 세며 붕대 풀 날을 기다리기.
한의 치료법은 영 믿지 못할 치료법으로 인식했었다
그랬던 내가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한의원’을 찾았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어요. 이 쪽 다리는 도무지 움직이지도 못 하겠어요.” 가장 친했던 친구가 정형외과 말고 한의원에 가보라고 말해서 방문했으나, 드라마 ‘허준’ 속에서 약을 달이고 약초로 찜질하는 게 한의원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 곳의 치료법은 영 믿지 못할 치료법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치료가 시작되고, 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리가 아프다는 말에 한의원의 선생님께서 우선 핫팩으로 발을 따뜻하게 찜질해주시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정형외과에서 받는 물리치료기보다 더 성능 좋은 물리치료기로 물리치료를 시작한다. 그 다음이 하이라이트! 한의사 선생님께서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본 후 아픈 부위를 꾹꾹 눌러보신다.
우와 이렇게 신기한 일이. 나의 아픈 부위를 딱딱 짚어 내신다. 그리고 긴 바늘 침을 톡톡 아픈 부위에 찔러주신다. 순간은 따끔 따끔 아프지만 이내 붉은 불빛 아래 침을 놔두면 몸속으로 시원한 느낌이 퍼진다.
내가 생각했던 한의원과는 차원이 다른 치료법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정형외과에서 기존에 받았던 치료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치료를 받는 느낌, 한의사 선생님이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시고, 그 해당 부위에 침을 놔주니까 나를 더 챙겨준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형외과서 3주 받을 치료를 한의원서 1주 만에 상태 호전
그 뿐만 아니다. 침을 맞을 땐 약간 아프지만 집에 돌아가면 물리치료와 침 치료를 하기 전보다 훨씬 다리가 유연해지고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정형외과에서 3주 받을 치료를 한의원에서 1주일 받으면 내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한의원의 팬이 되었다. 2달에 한 번 꼴로 계단에서 접질리는 나의 대형사고. 그럴 때마다 무릎까지 발 전체를 붕대로 칭칭 감고 초주검의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한의원에서 1주일 만에 나의 문제를 해결한다.
한의사 선생님께서도 내가 가면 ‘또 왔네, 아이쿠 어떻게 해요!’라고 안타까워 하시면서 자상하게 어디가 아픈지 여쭤봐 주시고 침을 놓아 주신다. 이렇게 한의원을 사랑하다 보니, 시시 때때로 한의원을 찾는다.
대학교 4학년. 취업 준비하랴, 영어 공부하랴, 학교 전공 공부하랴,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용돈에 보태기 위해 논술 첨삭 알바까지 하니 손목과 목이 장난 아니게 아프다. 다리가 다쳐서 한의원에 간 어느 날, 한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 목이나 손목도 치료가 돼요?” 당연하다는 듯이 씨익 웃어 보이시는 한의사 선생님. 다리 치료와 더불어 손목에도 침 몇 방을 놓아 주셨다. 침을 맞고 집에 돌아오자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더니 잘 돌아가지 않던 손목이 그 다음 날 돌아가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어떠한 이유에서든 아프면 한의원을 찾는다.
“선생님! 오늘은 목이 안 돌아가서 죽을 것 같아요, 선생님 손목이 아파요.” 누워서 침을 맞고 찜질팩을 하며 보내는 그 평화로운 시간, 지친 삶 속에서 나를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다.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한의원에 감사
그렇게 한의원 생활은 나의 초추검의 시간을 단축 시켜주고, 개운함과 시원함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함을 선물해주었다. 한의원은 어른들만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 조금 더 빨리 한의원의 매력을 알게 되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의원을 알게 되었더라면 ‘총명탕’이라도 한 제 지어먹는 건데!
아프고 쓰라렸던 순간 내가 만난 한의원! 그곳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준 한의원의 선생님들이 이젠 가족 같다. 타지에서 자취하며 사는 바쁜 대학생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해주는 안식처와 같은 한의원, 그 곳에 갈 때면 난 늘 편안하다.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한의원에 감사함을 느끼며 많은 이들과 이런 기분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다.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