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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의 ‘신체감각→공포→예기불안’ 악순환…‘마음침’이 끊다▲(좌측부터) 국혜정 전공의, 이정환 회장, 정인철 교수 [한의신문] 공황장애는 단순한 불안 질환이 아니었다. 환자가 신체감각을 위협으로 해석하고, 이 위협 인식이 다시 공포와 예기불안, 회피행동을 거쳐 신체감각을 증폭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감각→공포→예기불안’의 순환 고리를 끊는 열쇠로 ‘마음침(Mind Acupuncture)’이 제시됐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치료 수용에 어려움을 보인 공황장애 환자의 마음침 및 한의복합정신요법 적용 1례(A Case of Mind Acupuncture and Korean Medicine-Based Integrated Psychotherapy for Panic Disorder with Difficulty Accepting Conventional Psychiatric Therapy)’라는 제하의 논문이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발행)’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국혜정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전공의, 이정환 사암침법학회장(혜민서한의원장), 정인철 대전대 한의대 교수가 수행했다. 이번 증례는 공황발작을 증폭시키는 신체감각과 죽음 공포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게 한 뒤 사암침 자침과 호흡을 통해 그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유도한 ‘마음침’이 치료의 핵심축으로 작용했다. 공황장애는 반복되는 공황발작 자체보다 ‘다시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예기불안이 삶을 무너뜨리는 질환으로,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 순응도 저하가 주요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과도한 신체감각 주의와 예기불안으로 학업과 일상 유지가 어려웠던 공황장애 환자에게 마음침 중심의 한의복합정신요법을 적용한 결과, 공황장애 심각도 척도(PDSS)는 27점에서 5점으로 감소했으며, 치료 종결 6개월 후까지 공황발작과 예기불안의 재발도 관찰되지 않았다. ◎ 뇌 CT는 정상…환자는 매일 죽음을 경험했다 연구 대상은 DSM-5 공황장애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30대 초반 남성 환자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인 Escitalopram, Alprazolam, Diazepam 등을 처방받았으나 과도한 진정감과 활동 저하로 약물치료를 중단했다. 환자는 대학원 발표 수업 도중 갑작스러운 어지럼과 언어장애를 경험했다. 뇌 CT·심전도·혈액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후 흉부 압박감과 호흡곤란, 전신 저림, 현훈, 죽음에 대한 공포가 하루 수차례 반복됐다. 특히 호흡에 집중할수록 증상이 악화됐고, “숨이 멎을 것 같다”, “언제 다시 공황이 올지 모르겠다”는 예기불안이 지속됐다. 초기 평가 결과는 △PDSS 27점 △K-BDI-II 14점 △상태불안(STAI) 55점 △PSWQ 56점 △ISI-K 5점 △KSCL-95: PAN(87T)·PHOB(98T)·AGO(98T)·PTSD(88T)로 나타났다. 이는 공황발작으로 인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상태이며, 우울과 불안이 동반된 중증 공황장애 양상을 시사했다. 치료는 총 11일간의 입원 치료와 약 3개월간의 외래 치료로 진행됐다. △침 치료(1일 2회): 백회·신정·단중·대릉·극문·신맥·조해 등 자율신경 안정화 목적의 혈위 활용 △뜸 치료(주 6회): 관원·신궐·중완 황토뜸 △추나요법: 경추 신연 및 흉부·경항견배부 근막 이완 △한약치료: 시호소간산·시호가용골모려탕·소합향원 △EFT: 자기수용 확언과 경혈 두드리기 △한의정신요법: 지언고론요법·이정변기요법·호흡명상·신체감각 명상 등이 시행됐으며, 핵심 중재로 마음침(주 5회)이 적용됐다. ‘마음침(Mind Acupuncture)’은 감정과 신체증상을 오감과 상징으로 감각화하고, 취상(取象)·정심주(定心住)·사암침 자침을 통해 이를 변화 가능한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경락 기반 심신통합 치료법이다 이에 대한 평가도구는 PDSS, KSCL-95, K-BDI-II, K-STAI-YZ, STAXI-K, PI-WSUR, PSWQ, ISI-K 등 총 8종의 심리평가척도를 활용했다. ◎ 죽음의 공포를 눈으로 보다…마음침이 기록한 취상의 변화 연구진은 정심주 호흡 후 합곡·족삼리·태충·후계를 자침하고, 기문·거궐·단중·대포·중부·수부 등 흉부 혈위를 자극하자 20분 뒤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환자는 △SUDs: 6점→1점 △맥상: 현긴→완(緩) △취상 변화: 뜨거운 금속 조각상→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남성상 △재질 변화: 금속→부드러운 진흙 △자살사고: 소실 △예기불안: 소실 △PDSS: 27점→5점 △K-BDI-II: 14점→2점 △STAI: 55점→20점 △PSWQ: 56점→39점 △ISI-K: 0점으로 증상이 호전됐다. 먼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마음침 과정에서 나타난 ‘취상’의 변화다. 입원 2일차 당시 환자는 가슴 한가운데를 “2~3m 크기의 거대한 금속 조각상”으로 표현했다. “웃는 것 같지만 지쳐 보이는 남성 형상”, “차가워 보이지만 만지면 뜨겁다”, “매우 무겁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당시 주관적 고통지수(SUDs)는 6점, 맥상은 현긴(弦緊)이었다. 입원 9~11일차에는 취상이 다시 변화했다. 환자는 “가슴 중앙에 밝은 황토색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진흙 덩어리가 있다”고 표현했으며, 예기불안을 “더 이상 마음속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퇴원 후에도 △1개월: 학업·일상 복귀 △3개월: 장거리 기차·지하철 이용 가능 △6개월 추적: 공황발작·예기불안 재발 없음 등 회복이 유지됐다. 연구진은 마음침의 핵심을 ‘부정적 감정과 신체감각의 취상, 정심주 호흡에 의한 주의집중, 사암침을 통한 음양·오행 조절, 자기수용 및 자기조절감 회복’으로 요약했다. ◎ 마음침, 공황장애 치료의 새 접근…신체감각과 핵심 정서의 연결 연구진은 이번 증례를 ‘공황장애의 현상학적 재구성’으로 해석했다. 공황장애 환자는 신체감각을 위협으로 해석하고, 위협 인식은 다시 자율신경계 과각성과 신체증상을 유발한다. 즉 ‘신체감각→공포→예기불안→회피→신체감각 증폭’의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마음침이 △취상을 통한 감정의 가시화 △정심주와 자침을 통한 자율신경 안정화 △자기수용과 자기조절감 회복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죽을 것 같다”는 추상적 공포를 ‘뜨거운 금속 조각상’이라는 구체적 이미지로 전환하고, 호흡과 경혈 자극을 통해 신체감각을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재인식하도록 했다는 것. 특히 EFT는 마음침에 집중하기 어려운 급성기에 보조적으로 활용됐다. 환자는 “비록 아픈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자기수용 확언을 반복했고, SUDs는 10점에서 7점, 이후 3점까지 감소했다. 연구진은 “마음침은 단순히 불안을 낮추는 기법이 아닌 신체감각과 핵심 정서를 연결하고, 이를 자기조절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례는 공황장애의 핵심 병리인 예기불안·회피행동·신체감각 과민성을 동시에 다룬 한의복합정신요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환자의 ‘뜨겁고 무거운 금속 조각상’이 ‘따뜻한 황토빛 진흙’으로 변화한 과정은 죽음 공포가 자기조절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연구진은 “향후 다기관 연구와 표준화된 마음침 프로토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한방신경정신과적 통합치료의 유효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마음침은 공황장애 치료의 보완적 전략을 넘어 심신통합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산청군, 공공 한약재 GMP 시설 건립 추진…복지부에 국비 지원 요청[한의신문] 산청군이 안전하고 품질이 검증된 한약재의 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을 위해 공공 한약재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산청군은 지난 9일 경상남도 산업정책과 담당자와 함께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공공 한약재 GMP 시설 건립을 위한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산청군은 복지부 박종억 한의약산업과장을 만나 공공 한약재 GMP 시설 건립의 필요성과 사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적극 건의했다. 현행 제도상 의약품용 한약재는 GMP 기준을 충족한 시설에서 생산된 제품만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량이 적은 일부 한약재는 규격품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의료기관이 필요한 품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산청군은 설명했다. 산청군이 추진하는 공공 한약재 GMP 시설은 원료 구입부터 가공, 포장, 출하에 이르는 전 공정을 GMP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생산시설이다. 이를 통해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용 한약재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공공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군은 시설이 구축될 경우 소량소비 한약재의 공급 안정화는 물론 한의의료기관의 한약재 수급 불균형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약초를 활용해 연구개발(R&D), 생산, 가공, 유통을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청한방약초산업특구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역 약초 재배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소득 증대, 한약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산청군은 내다봤다. 산청군은 이번 보건복지부 방문을 계기로 관계 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며 공공 한약재 GMP 시설 건립을 위한 국비 확보 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공공 한약재 GMP 시설은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한약재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국가 인프라”라며 “공공 한약재 GMP 시설 건립을 통해 산청을 대한민국 항노화·웰니스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최고의 의사는 약을 가장 적게 쓰는 의사다.” (The best doctor gives the least medicines.)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남긴 이 말은 현대 내과학이 태동하기도 전에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한 선지자적 통찰이었다. “늘 피곤하고 아침에 손이 부어요.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립니다. 마른기침을 자주 하고, 대변은 하루에 3~4번씩 보고 늘 무른 편입니다.” 65세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였다. 옆에서 환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지인이 최근 얼굴이 너무 붓고, 낯빛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크게 염려돼 한의과 의사의 진료를 한 번 받아보라 했다고 했다. 환자는 그 조언을 듣고 내원한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그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출장과 외부 일정으로 인해 외식과 야식이 잦았으며, 늦은 밤 폭식도 많이 하고 있었다. 환자는 피곤함,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무른 변 증상 외에도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심했고, 소변을 자주 보며, 밤에 잘 때 자주 깬다고 했다. 환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5회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성분 분석(BIA)상 BMI 25.8 kg/㎡, 체지방률 25.4%의 과체중 상태였다(표 1). 만성 스트레스, 외식, 야식 및 폭식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 불균형이 크게 의심됐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최근 1년 동안의 약물 사용 내용을 조회해 보았다. 환자는 적어도 1년 전부터 프로파페논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근거림이 지속되고, 가슴 답답함까지 나타나 내원 2주 전 양방 내과에서 진료받았다. 진료 후 메트포르민,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 세 가지 약물이 추가돼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은 총 5가지로 늘어난 상태였다. 환자의 舌質은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厚•潤•粘했다. 脈象은 沈•細•滑 하면서 結脈이 관찰됐다. 이러한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便溏을 동반한 消渴 및 濕痰證으로 辨證할 수 있었다. 환자가 가진 질병의 내면을 더욱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病名에 대한 진단도 이뤄져야 했다. 초진 당시 증상 완화를 위해 소청룡탕을 우선 일주일 처방하는 한편, 심장 표지자를 포함한 진단의학적 검사,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 및 연속혈당측정검사(CGM)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혈액 검사 결과, Troponin-I, CK-MB, NT-proBNP 등 심장 표지자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1.33 mg/dL까지 치솟아, 사구체여과율(eGFR) 59 mL/min/1.73m²로 만성신부전 3a기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표 1). 표 1. 화학약물 감약 및 포괄적 한의 치료에 따른 진단의학적 검사 및 체성분 변화 약물 재평가를 통한 감약 및 중단과 함께 약 3개월간 포괄적 한의 개입을 시행한 결과. 신장 기능(eGFR)이 만성신부전 3a기 수준에서 의미 있게 개선되었으며, 당화혈색소 안정화와 함께 근손실 없는 체지방 중심의 대사 회복이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됨. 당화혈색소는 5.9%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였으며, CGM 검사에서는 잦은 외식 및 야식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이 관찰됐다(그림 1). 그림 1. 치료 전 1주일간의 외래 혈당 프로필(AGP) 대사 불균형 환자의 치료 전 연속혈당측정 결과. 환자의 혈당 중앙값이 대사 회복을 위한 엄격한 목표 구간(70~130 mg/dL)을 빈번하게 이탈하며 심한 변동성을 보임. AGP, ambulatory glucose profile; IQR, interquartile range; Avg, average. Holter 검사에서는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과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이 포착됐다(그림 2). 그림 2. 치료 전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에서 관찰된 심방성 부정맥 파형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전도 기록. 대사 불균형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 (A)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 및 (B)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4회 연발의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 소견을 나타냄. Holter, Holter electrocardiogram; SVE, supraventricular event; PAC, premature atrial complex; NSAT, non-sustained atrial tachycardia; HR, heart rate.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 대사 불균형 및 수분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만성 피로와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장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 없이 약물이 추가되는 동안,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의 대사 상태와 신기능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설명한 뒤 환자의 동의를 얻어 프로파페논은 급격한 중단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하여 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했고, 나머지 약물은 적응증과 위험-편익을 재평가하여 우선 감약했다. 이와 함께 停滯된 水濕을 제거하는 五苓散에 宣肺平喘의 효과가 있는 桑白皮, 麻黃, 石膏 등의 약재를 加味하여 약 3개월간 투여했다. 치료 동안 환자에게 식후 혈당 급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 혈당 범위(70~130 mg/dL)를 제시하고, CGM을 지속적으로 부착하여 혈당을 감시했다. 한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약물 감약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eGFR은 빠르게 회복됐고, 신장 기능은 한약 복용이 종료된 후에도 잘 유지됐다(표 1).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는 0.99에서 0.39로 현저히 감소했고, 당화혈색소는 5.7%로 안정됐다. 체성분 역시 골격근량의 손실은 거의 없이 체지방만 4kg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환자의 대사 불균형이 뚜렷하게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피로감과 부종, 마른기침은 소실됐으며, 두근거림은 완화됐고, 대변의 상태도 호전되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회복됐다. 약은 음식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부작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은 곧 毒'이라는 명제가 의학의 출발점이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물을 기계적으로 추가하는 접근만으로는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에 한계가 있다. 현명한 의사란, 환자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조율하여 오히려 약을 줄이고 끊어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의사다. 천연물 기반 약물과 화학합성약물의 특성을 함께 이해하고, 전체론적 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정한 건강’으로 인도하는 한의사는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인이며, 일차의료 주치의로서도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
“CBD, 뇌전증 발작 억제 확인”…의료용 대마 법제화 속도전[한의신문]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해외 수입 의존에 따른 공급 불안과 환자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촉구한 가운데 한의계는 의료용 대마의 한약제제 개발과 한의사의 제도적 역할 마련을 강조했다. 서미화·김형동 의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7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대마 성분 의약품 도입 방안 정책 토론회’를 공동개최하고, 희귀・난치질환 환자에 대한 치료기회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의료용 대마의 제도권 도입과 국가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생산·공급 허용과 원료관리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는 개정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제도 방향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왼쪽부터) 김형동·신성범·한동훈·한지아 의원 김형동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와 함께한 대마가 합법화되지 못한 채 해외 수입 의존으로 높은 약가 부담과 수급 불안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관련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의료용 대마의 재배부터 원료 추출, 완제품 생산까지 전 주기 산업은 물론 글로벌 바이오 허브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식약처에 “천연물 신약 가운데 특히 의료용 대마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철저한 감독 하에 대마를 재배, 의료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농가와 신약 개발 등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그동안 대마를 법무적 관점에서만 다뤄왔는데, 이제는 환자를 위해 악용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쪽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공동발의자인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국산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에 불과한 만큼 개정안이 지향하는 목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안보와도 부합한다”며 “이제 난치성 신경질환에 있어 대마는 관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법안이 통과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고순도 CBD, 신경흥분 조절로 발작 감소 확인” 양동화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신경분과 임상조교수는 ‘소아 뇌전증에서 에피디올렉스의 임상적 역할과 치료 접근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기존 항발작제 병합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소아 뇌전증에서 칸나비디올(CBD)을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주목했다. 양 조교수에 따르면 뇌전증(LGS)은 △24시간 이상 간격의 비유발 발작 2회 이상 △향후 10년 내 발작 재발 위험 60% 이상 △뇌전증 증후군 진단 가운데 하나를 충족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전 세계 환자는 약 5170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약물난치성으로 분류된다. 소아 뇌전증의 연령표준화 유병률·발생률(10만명당)은 △미국 706.9명·43.0명 △한국 511.6명·30.5명 △노르웨이 450.3명·41.5명 △일본 413.2명·19.2명으로, 국내 역시 높은 질병 부담을 보여 조기 진단과 치료 접근성 확보가 요구된다. 특히 양 조교수는 FDA 승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THC(Tetrahydrocannabinol·대마의 환각 성분)를 거의 제거한 고순도 CBD 제제로 소개했다. 그는 “CBD는 THC와 달리 항경련·향정신성 효과가 없고, TRPV1·GPR55·adenosine 경로를 통해 신경세포의 과흥분을 억제하는 것이 주요 기전”이라며 “Sativex(THC·CBD 혼합제), Marinol·Cesamet(THC 유사체) 등 THC 기반 의약품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병합요법에도 조절되지 않던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 CBD의 치료 효과도 소개됐다. 5세 환자는 Orfil·Keppra·Topamax·Sentil·Lamictal·Inovelon 병용에도 발작이 지속됐으나 CBD 투여 1개월 후 모든 경련이 소실되고, 인지·표현능력과 일상생활 기능이 개선됐다. 또 9세 환자는 뇌량절제술과 미주신경자극술 후에도 매일 발작이 발생했으나 CBD 투여 2개월 후 발작이 소실되고 인지기능도 향상됐다. 이에 대해 양 조교수는 “에피디올렉스는 기존 항발작제에도 조절되지 않는 중증 소아 뇌전증에서 발작 감소와 기능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가별 허가·급여 체계를 비교하며 국내 치료 접근성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FDA)과 유럽(EC 중앙허가)은 정식 허가 후 일반 약국에서 처방이 가능하지만 국내는 품목허가 없이 희귀필수의약품 자가치료용 수입만 허용된다”며 “적응증은 뇌전증과 드라벳증후군은 급여, 결절성경화증은 비급여이며, 처방 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과 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해외 수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서, 진단서, 진료기록, 대체치료 부재 소견서 제출 등 복잡한 행정절차와 공급 지연도 임상 현장의 부담으로 꼽았다. 양 조교수는 “약물난치성 소아 뇌전증에서 의료용 CBD는 발작 감소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며 “고순도 CBD 의약품인 만큼 기호용 대마와는 명확히 구분해 접근해야 하며, 환자가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의학에 명시된 ‘대마’, 한의사 역할과 한약제제로 이어져야”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용 대마 제도화 과정에서 한의사의 제도적 역할을 공고히 하는 한편, 대마 성분 의약품의 한약제제 개발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의료용 대마 제도화와 관련해 △한약제제 개발 기반 구축 △촘촘한 안전망 구축을 제안했다. 송 이사는 “대마는 전통 한의학 문헌에 기록돼 오래 전부터 통증질환 등에 활용돼 온 천연물로, THC 등 개별 성분이 규명되기 이전에도 해당 환각 증상 또한 명기돼 있으며, 이를 다루는 한의사 역시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취급의료업자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마 성분으로 제조된 향정신성의약품이 한약제제로 개발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해진다면 제약업계도 환자의 치료 선택권 확대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한약제제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촘촘한 안전망을 통한 오남용 방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전향적인 정책을 추진해 의료용 대마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환자 접근성 높이되 오남용 차단 장치 병행해야” 한편 왕승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선 안전한 제도 운영을 위한 처방 교육과 공적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허도경 한국뇌전증협회 이사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보장을 촉구했다. 그는 “에피디올렉스는 기존 항경련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중요한 치료 선택지”라며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거쳐 지정약국에서 약을 수령해야 하는 절차와 공급 지연, 거점약국 감소로 환자 불편이 큰 만큼 병원 약국 직접 수령 등 공급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다. 공급 여건을 짚은 김기영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본부장은 “실제 처방의 74%가 서울 대형병원에 집중돼 지역 간 접근성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공급도 해외 단일 제조사에 의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취약하고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센터의 인력과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두재 한국칸나비노이드협회장은 제도의 핵심 과제로 ‘처방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그는 “개정안들은 재배와 제조, 유통 등 공급체계에는 충실하지만 누가 어떤 교육을 받고 처방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비어 있다”며 “처방 의료진 교육과 표준 임상진료지침, 처방 등록 및 모니터링 체계를 법 시행과 함께 마련해야 안전한 의료용 대마 제도가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환자 치료기회 보장과 마약류 오남용 방지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피디올렉스는 대체약이 없고, 전량 수입에 의존해 환자 부담이 큰 만큼 의약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국내 생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의료용 대마 재배가 허용되더라도 원료 재배 단계부터 철저한 관리체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의된 개정안은 CBD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원료관리센터와 공적 공급체계를 통해 오남용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식약처도 입법 과정에 참여해 엄격한 안전관리 아래 환자의 치료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근거-지침-정책-임상 선순환’…한의CPG, 日학계에 표준화 모델로 주목[한의신문] 우리나라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경험이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서 소개되며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근거중심 발전 모델로 주목받았다. 특히 근거 창출과 진료지침, 정책, 임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체계는 전통의학의 표준화와 제도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됐다. 일본동양의학회 EBM위원회(위원장 고구레 도시아키)는 ‘진료 가이드라인과 한방-한방을 어떻게 진료지침에 포함시킬 것인가(診療ガイドラインと漢方:どのように漢方を組み入れるか)’를 주제로 기획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한국 대표 연자인 권승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근거 기반 전통의학 가이드라인의 개발과 사회적 구현-한국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경험과 한방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며 전통의학의 근거 창출과 표준화, 정책 연계 전략을 소개했다. 권 교수는 전통의학과 EBM은 대립 관계가 아닌 통합의 대상으로 규정, 근거(Evidence)-가이드라인(Guideline)-정책(Policy)-진료(Practice)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 설계를 사회적 구현의 핵심으로 강조했다. 그는 임상진료지침의 역할로 △연구성과의 체계적 평가 △임상 의사결정 지원을 제시하며 “가이드라인은 의사의 경험을 대체하는 문서가 아니라 환자별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판단을 돕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증 기반 개별화 진료와 침·뜸·한약의 복합중재, 시술자 숙련도 차이는 전통의학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표준화와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근거 창출과 체계적 구현이 부족하면 진료지침이 있어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실행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근거는 GRADE로, 변증은 알고리즘으로”…한의CPG의 해법 권 교수는 한국의 국가 주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하 한의CPG) 사업을 소개했다. ‘한의약육성법’과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기반으로 추진된 한의CPG 사업은 2016년 사업단 출범 이후 30개 질환의 초기 지침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신규 질환 추가와 기존 지침 개정을 중심으로 2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는 “한의CPG는 단순한 대증치료 매뉴얼이 아닌 생활습관 관리와 미병 예방, 서양의학적 진단과 한의학적 변증의 통합, 침·뜸·추나·한약 단독 및 복합중재, 수술 후 회복과 장기 예후관리까지 포함하는 전인적 진료체계”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완료된 지침은 63건, 개발 중인 지침은 31건이며, 오는 2029년까지 총 103개 질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질환 선정에는 질병 부담과 한의의료 이용 빈도,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 정책 파급효과 등이 반영된다. ◎ “근거는 국제기준, 변증은 한의학 특성 반영” 이날 한의CPG의 특징으로 국제표준 방법론과 한의학 고유 특성의 결합을 제시한 권 교수는 “고전 문헌과 최신 임상근거를 통합해 실제 진료에 활용 가능한 권고안을 도출하고 있다”며 “임상전문의와 개원의, 방법론 전문가, 통계학자, 환자대표 등이 참여해 실제 진료환경과 환자 가치, 비용효과성을 함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증을 진료지침에 체계적으로 반영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라도 변증 유형에 따라 권고 치료가 달라질 수 있다”며 “한의CPG는 변증을 진료 알고리즘의 핵심 분기점으로 설정해 개별화 진료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표준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외부 전문가 검증과 학회 승인, 독립 평가 등을 거쳐 임상적 타당성과 정책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며, 텍스트 중심 지침을 실제 진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진료 알고리즘과 임상경로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 “서가의 지침으론 세상 못 바꿔”…한의CPG의 사회적 구현 권 교수는 가이드라인의 가치는 개발보다 활용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완성도 높은 지침이라도 서가에 꽂혀 있다면 의미가 없다”며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NCKM)’을 통해 한의CPG 전문과 임상경로, 요약자료, 환자용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학부교육과 보수교육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정책 연계와 관련해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들어 “한의CPG를 통해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제시한 결과로, 가이드라인이 학술문서를 넘어 국가 보건의료정책에 영향을 미친 대표 사례”라고 평했다. 이어 “추나요법은 건강보험 적용 이후 연간 450만 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며 “근거 창출과 가이드라인 개발, 정책 결정, 임상 활용이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보조요법을 넘어 권고요법으로”…일본 한방에 던진 화두 권 교수는 발표 말미에 일본 한방의료의 발전 방향도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국가 주도의 포괄적 진료지침 체계를 구축해 왔고, 일본은 서양의학과 한방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일본 한방의 강점은 다수의 서양의학 진료지침에 한방약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제는 보조적 언급을 넘어 적극적 권고 단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며 △기능성 질환 △수술 후 회복 △노인의료를 대표 분야로 제시했다. 또한 일본 한방의 과제로는 △근거 창출 △가이드라인 개발 △교육·확산 △정책·임상 적용을 연결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꼽고, 이를 위해 실제임상데이터 활용, AI 기반 근거 통합, 구현과학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전통의학 역시 충분히 근거 기반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개발에 머물지 않고 교육·정보포털·보험제도·정책결정과 연결되는 살아있는 진료지침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통합의료 인프라와 한국의 국가주도 진료지침 개발 경험이 결합된다면 양국은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좌장을 맡은 고구레 도시아키 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이처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전통의학 임상진료지침을 체계적으로 개발·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근거 창출부터 진료지침 개발, 교육, 정책 연계까지 하나의 체계로 구축한 한국의 사례는 일본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평했다. 아울러 “진료지침이 건강보험 적용과 지방자치단체 한의약 사업으로까지 연결되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며 “앞으로 한국의 사례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고 전했다. -
한의약진흥원 개발 CPG 교육, 전국 한의사 필수교육 지정[한의신문] 질환별 핵심 권고사항과 실제 임상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한의약진흥원의 CPG 온라인 교육 콘텐츠가 전국 한의사들의 보수교육에 활용된다.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이 개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linical Practice Guideline of Korean Medicine·이하 CPG)’ 기반 온라인 강의가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 보수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의사 보수교육 필수과정으로 지정됐다. 보수교육은 한의사를 비롯해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무 전문성과 최신 의료기술·임상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법정 의무교육으로, 매년 8평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중 의무평점 1점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의무평점을 이수할 수 있는 교육이 바로 필수과정이다(시도지부에서도 의무평점 취득 가능). 한국한의약진흥원이 개발하고 있는 CPG는 질환별 진단·치료·관리 방법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체계화한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으로, 의료기관의 규모나 지역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준으로, 또한 국가 보건의료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 건강보험 보장성 논의 등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총 62종의 CPG를 개발 완료한 한국한의약진흥원은 CPG 기반 교육 콘텐츠를 제작·보급해 오고 있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 e-러닝 플랫폼을 통해 총 39개 질환에 대한 CPG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콘텐츠는 현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질환별 핵심 권고사항과 실제 임상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고호연 원장은 “이번 필수과정 지정으로 전국 한의사들의 CPG 활용이 확대되면서 개인 경험 중심의 진료 편차를 줄이고 근거 기반의 표준화된 진료 체계가 의료현장 전반에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대한한의사협회와 긴밀히 협력해 국민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한의의료 서비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근거 창출과 교육 확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락경혈학회, 오는 22일 온라인 학술아카데미 개최[한의신문] 경락경혈학회(회장 이향숙)가 22일 오후 8시 ‘한의학의 임상적 가치 확장: 회복을 위한 치료와 실용적 임상연구’를 주제로 기초연구자와 임상 한의사가 함께하는 온라인 학술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아카데미에서는 한의학의 임상적 활용과 실용적 연구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두편의 강연이 마련됐다. 첫 번째 강연은 ‘실용적 임상연구 관점에서의 한의연구’를 주제로, 하인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장(부천자생한방병원)이 발표를 맡으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학 연구가 환자 진료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용적 임상연구(pragmatic clinical research)의 관점에서 한의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두 번째 강연은 ‘외상 이후의 삶-침구의학의 역할(The role of acupuncture for trauma survivorship)’을 주제로 김건형 교수(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가 발표를 진행, 외상(trauma) 이후 환자들의 삶과 회복 과정에서 침구의학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조명하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회복 지원 측면에서 한의학적 접근의 가능성을 소개한다. 경락경혈학회 학술아카데미는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활용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연구자와 임상가가 함께 소통하는 학술 교류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최신 연구성과와 실제 임상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한의학 연구와 임상 적용의 접점을 넓히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향숙 회장은 “이번 학술아카데미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경험과 환자 중심의 치료 접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용적 연구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임상 한의사와 연구자가 함께 참여해 한의학의 근거를 확장하고 임상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경락경혈학회는 앞으로도 연구와 임상을 연결하는 지속적인 학술 교류를 통해 한의학의 발전과 과학적 근거 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아카데미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면 참가비는 무료다. 또한 임상 한의사와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ZOOM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며, 경락경혈학회 회원의 경우 일정 횟수 이상 참석 시 ‘경락경혈학회 학술아카데미 이수증’이 수여될 예정이다. 참가 희망자는 신청서 링크(https://forms.gle/aba2v4btuDm1taWk6)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의 의료서비스 사업, 통증 감소·높은 만족도 확인[한의신문] 서울특별시한의사회(회장 박성우)가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의 의료서비스’ 사업 성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소방공무원 진료 사업에 참여한 박성민 한의사는 장보형 경희대 한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와 함께 2024년도 사업 운영 결과를 국제학술지 ‘Chiropractic & Manual Therapies(IF: 2.3)’에 ‘On-site manual therapy for firefighters in Seoul: six-month utilization and outcome from a retrospective service analysis and web-based survey’란 제하로 게재했다. 특히 이번 논문은 학술지로부터 신진 연구자가 수행한 우수 연구로 인정받아 논문 게재료(APC) 면제 대상으로 선정됐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24시간 교대근무와 잦은 출동 대응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서울시한의사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고자 시간·장소의 제약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소방서로 직접 찾아가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참여자 대상 치료효과 및 만족도 분석 이번 연구에서는 2024년 6월11일부터 12월6일까지 6개월간 서울특별시한의사회에서 운영한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의 의료서비스’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료 효과를 분석하는 한편 설문을 통해 만족도 등을 확인했다. 분석 대상은 동대문·강동·광진·송파·중부 소방서에서 진료를 받은 376명의 소방공무원으로, 이들은 6개월간 총 808회의 한의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사업에서는 추나요법 등 수기요법을 중심으로 진료가 진행됐다. 이와 관련 박성민 한의사는 “진료를 시행하면서 침·부항 치료도 진행했지만, 급작스러운 출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진료했다”면서 “대부분 통증이 여러 부위에 있기 때문에 복합증상에 맞춰 근막이완과 관절신연 등 여러 종류의 추나요법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설문 조사를 통한 사업의 평가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2.4%가 통증 평가척도인 NRS 점수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실제 근무 경력 10년 초과 소방공무원의 평균 NRS 감소 폭은 2.45점, 10년 이하 소방공무원의 평균 감소 폭은 2.05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증 개선을 경험하지 못한 답변의 경우 근무 경력이 긴 그룹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장기 근무자의 경우 비교적 연령이 높고 장시간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만성 질환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단기간 프로그램만으로는 통증 개선 정도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 만족도 ‘9.05점’…재이용 의향 높아 이와 함께 △의료서비스의 질 △치료자의 태도 △접근성 △행정절차 등을 포함한 10개 항목의 만족도 조사에선 평균 9.05점(10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근무 경력이 긴 소방공무원은 근무 경력이 짧은 소방공무원보다 만족도 점수가 더 높았으며, 특히 ‘프로그램 재이용 의향’과 ‘한의사의 태도 및 공감 능력’ 항목에서 높은 평가가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응답자의 97.3%는 이 사업을 다른 소방공무원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했으며, 추천 이유로는 소방서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 및 통증 감소 효과 등을 꼽았다. 이밖에 사업에 대한 개선사항으로는 진료 횟수의 증가를 가장 많이 꼽았고, 소방서뿐 아니라 119안전센터 및 외근인력까지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의견과 추나 테이블 마련 등의 장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다 다양한 고위험 직군으로의 사업 확장 기대 연구진들은 “‘소방공무원 찾아가는 한의 의료서비스’ 사업은 24시간 교대근무와 잦은 체력훈련, 항시적인 출동 대기 등으로 외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소방서 내에서 진료함으로써 시간적 부담을 줄여 높은 활용도를 보였다”면서 “아울러 연구를 통해 참여자 대부분이 통증 감소 효과는 물론 높은 만족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사업은 이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사업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도 사업에 대한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현장 기반의 한의진료가 소방공무원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구진들은 “근골격계 질환 위험이 높은 소방공무원과 같은 고위험 직군에서 현장 기반의 한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근로자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근무시간과 출동 대기 등으로 외부 진료 접근이 어려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제공되는 한의 의료서비스 사업이 점차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
한의약진흥원, WHO 전통의학 진료지침 개발 나선다[한의신문]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고호연)이 세계보건기구(WHO) 전통의학 진료지침 개발 연구를 맡아 전통의학의 국제기준 마련에 나선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WHO와 협의를 완료하고, ‘전통의학 진료지침 개발 매뉴얼 연구(Development of the WHO Manual for Traditional Medicine Clinical Practice Guidelines)’를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통의학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표준화된 진료지침 개발 방법론과 실무 매뉴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WHO는 지난해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서 채택한 ‘전통의학 글로벌 전략 2025-2034’를 통해 전통·보완·통합의학의 안전성과 효과성 확보를 위한 근거기반 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임상진료지침 개발 체계는 서양의학 중심으로 구축돼 있어 전통의학 고유의 진단체계와 치료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에 한국한의약진흥원은 이번 연구에서 전통의학 진단체계와 치료중재, 실제 임상현장의 통합·협진 모델 등을 체계적으로 반영한 지침 개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WHO 회원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전통의학 분야 국제 공동연구와 정책 수립, 글로벌 임상 활용 확대 기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공공기관이 WHO 전통의학 정책 및 지침 개발 분야 핵심 연구를 직접 수행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며, 국내 유일의 한의약산업 육성 기관인 한국한의약진흥원은 그동안 국내 한의약 임상 근거 창출과 표준화를 선도해 왔다. 2016년부터 총 62종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지원했으며, 근거평가 체계 구축부터 임상진료 권고안 개발, 의료현장 확산까지 이끌어 오고 있다. 이러한 성과와 전문성이 이번 WHO 연구 수탁으로 이어지며 한의약의 국제 신뢰도와 정책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고호연 원장은 “이번 WHO 연구 수탁은 한의약의 임상 근거 개발 역량과 국제적 신뢰도를 인정받은 성과”라며 “전통의학 분야 국제 표준화와 근거기반 강화에 기여하고 글로벌 보건 정책 속에서 전통의학의 역할 확대와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일차의료, 직능 간 갈등 넘어 환자·역량 중심으로”…‘VALUE 모델’ 제시[한의신문] 통합돌봄과 재택의료·일차의료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과 현장 수요 간 괴리와 보건의료 직능 간 역할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의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직능 간 업무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판단 틀로 ‘VALUE 모델’이 제시됐다. 정혜인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과 김경한 우석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부교수가 수행,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일차의료를 위한 보건의료인 업무범위 조정 기준 연구: 의료인을 중심으로’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이 대한한의학회지 제47권 1호에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오늘날의 보건의료 환경은 영상진단장비,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 인공지능 보조진단 기술 등은 과거 특정 직역의 고유 영역으로 간주되던 진단·평가 기능을 재구성하고 있으나 이 같은 변화에 있어 기존 법적·행정적 해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전통적 면허 구분만으로 새로운 의료기술 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은 의료현장의 기능적 변화와 괴리를 빚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일차의료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직역 간 유연한 협력이 필수 과제로 부상했음에도 여전히 현장 수요와 규제 간 괴리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의사와 한의사 간 업무범위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돼오고 있다. ◎ 판례·국제 기준 통합…업무범위 판단 틀 ‘VALUE 모델’ 설계 연구팀은 국내외 법·정책 문헌과 판례를 대상으로 질적 내용분석을 수행했다. ‘의료법’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직역 간 업무 중첩 사례를 분석하고, 핵심 판례(2011도16649·2013도850·2016도21314·2023도10286)를 검토했으며, WHO, OECD, NAM, PSA, AHPRA 등의 외국 가이드라인과 정책보고서를 분석했다. 이후 업무범위 판단 요소를 통합한 ‘VALUE 모델’을 설계했다. VALUE는 △Validity(법적 타당성) △Academic Principle(학문적 원리) △Low Risk(저위험성) △Utility(사회적 효용) △Education/Expertise(교육·전문성)의 다섯 축으로 구성된다. ‘법적 타당성’은 해당 행위가 명시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고, 면허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지는 일차적 기준이며, ‘학문적 원리’는 행위의 기원을 특정 학문이 아닌 현대 과학기술에 따른 정당성이다. ‘저위험성’은 막연한 우려가 아닌 실증적 위해 가능성을 평가하는 요소이며, ‘사회적 효용’은 국민 건강, 접근성, 자원 배분 효율 등 체계 전체의 이익이 판단 기준이다. ‘교육·전문성’은 학부 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 심화교육, 임상 수련, 숙련도까지 포함한 실질 역량을 검증하는 요소다. ◎ 국내외 판례·정책, ‘직역 중심’ → ‘역량·위험 기반’으로 전환 연구 결과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국내 판례에서 의료인 업무범위 판단 기준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직역의 고유성과 면허 체계의 이원적 구조를 강조하며 경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 판결로 갈수록 명시적 금지 규정의 존재 여부, 실제 위해 가능성, 교육과 숙련을 통해 확보된 역량, 그리고 사회적 필요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법적 타당성 측면에선 초기 판례가 직역 간 행위 이동을 제한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후에는 명문 규정이 없는 중첩 영역에 대해 탄력적 해석이 확대됐다. 특히 2016도21314 판결은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관련해 명시적 금지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2023도10286 판결 역시 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체 채취를 ‘진료의 보조’ 범위로 인정하는 등 현장 수요와 제도 취지를 반영하는 흐름을 보였다. 학문적 원리에 대한 판단도 변화해 특정 행위의 학문적 기원보다 목적과 활용 방식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특정 학문체계의 전유물이 아닌 범용적 보조수단으로 본 판결은 이러한 전환을 보여준다. 또한 역량과 전문성 판단 역시 형식적 교육 여부를 넘어 임상 수련과 숙련도를 포함한 ‘실질적 역량’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업무범위 판단의 기준이 ‘직역’에서 ‘수행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환자 안전 기준 역시 추상적 위험에서 실질적 위해 가능성 중심으로 변화했다. 최근 판례는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객관적 근거에 따라 판단하며, 실제 위해 개연성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 업무범위를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효용과 의료 현실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부상해, 의료 접근성 제고와 인력 부족 해소 등 공익적 가치가 업무범위 조정의 근거로 반영되고 있다. 국제 동향 역시 이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WHO, OECD, PSA, AHPRA 등은 업무범위를 고정된 경계가 아닌 환자 안전과 체계 효율을 위한 유연한 개념으로 보고, ‘위험 기반 규제’와 ‘역량 기반 접근’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과 수련을 통해 입증된 역량에 따라 업무범위를 확장하는 구조와, 저위험·표준화된 업무를 다양한 직역에 재배분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 VALUE 모델, 사법 판단 넘어 ‘사전적 업무범위 기준’ 필요성 제시 연구팀은 우리나라 역시 국제 기준에 맞춘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변화의 속도와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법’의 포괄적 금지 구조로 인해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사법부 판단에 의존하는 한계가 지속되면서 현장의 역할 조정과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VALUE 모델이 향후 직역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이고, 사법부의 사후 판단에만 기대던 기존 구조를 넘어 보건당국과 전문가 단체가 사전적으로 합리적 업무 조정 기준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요구가 이미 전통적 면허 경계를 넘어선 현 시점에서 환자 안전을 담보하면서도 보건의료인의 실제 역량과 공적 효용을 함께 고려하는 다차원적 판단 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