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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장, 유엔총회서 팬데믹 예방·대응 국제 공조 강조[한의신문]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은 23일(수)부터 26일(토)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제81차 국제연합(UN) 총회 보건분야 고위급회의에 참석하고, 주요국 공중보건기관 및 국제기구와 보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25일(금) 개최되는 「팬데믹 예방‧대비‧대응 고위급회의(High-level Meeting on Pandemic Prevention, Preparedness and Response)」에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해 우리나라의 팬데믹 대응 경험과 국제사회 기여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사회가 미래 팬데믹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공동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형평성과 연대의 원칙에 입각한 팬데믹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다자·세대 간 협력을 주제로 개최된다. 각국 정상급·고위급 대표와 국제기구 등이 참여하며, 회의 결과로 향후 국제사회의 팬데믹 대비·대응 방향을 담은 정치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 채택이 예정돼 있다. 임 청장은 본회의 발언을 통해 코로나19 등 공중보건위기 대응 경험을 토대로, 감염병 감시·조기탐지 및 신속대응 역량과 국가 간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의 팬데믹 예방·대비·대응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또한 뉴욕 방문 기간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싱가포르 감염병청(CDA),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 감염병혁신연합(CEPI), Resolve to Save Lives(RTSL) 등 주요 공중보건기관 및 글로벌 보건 파트너 대표들과 양자면담을 갖는다. 양자면담에서는 그간의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감염병 감시와 위기 대비·대응, 지역 보건안보, 백신 연구개발과 인공지능(AI)·데이터 활용 등 공통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임 청장은 23일(수)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창립 20주년 기념 고위급 행사에 패널 연사로 참석한다. '혁신에서 접근으로: 향후 20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국의 보건혁신 노력과 경험을 공유하고, 진단·의약품·백신 등 혁신의 성과가 필요한 사람에게 공평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임승관 청장은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했듯이 팬데믹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없는 공동의 과제”라며,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래 팬데믹에 대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도 감염병 대응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보건안보 강화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침 치료도 ‘용량’을 측정할 수 있을까?”[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 연구팀과 상하이중의약대학교 연구진이 침 치료에서 자극의 강도와 침 수기, 환자의 반응을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정량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상하이중의약대학교 Tang Wen-Chao 교수와 경희대학교 윤다은 박사·채윤병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Chinese Medicine’에 9월22일 게재됐다. 침 치료 효과는 단순히 몇 개의 침을 놓았는지뿐 아니라 자침 깊이, 수기 속도와 진폭, 자극 시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실제 임상과 연구에서 충분히 정량화되지 못했고, 같은 수기법이라도 시술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침 치료의 표준화와 재현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침 치료를 ‘입력(input)-과정(process)-제어(control)’의 폐쇄루프 구조로 설명했다. 먼저 입력 단계에서는 침의 개수나 치료 횟수와 함께 ‘자극 강도’를 침 치료 용량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특히 수기의 진폭과 빈도, 자침 깊이, 유침 시간 등을 측정함으로써 전통적으로 경험에 의존해 온 침 자극을 보다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과정 단계에서는 시술자의 침 수기 동작을 3차원 동작 분석이나 힘 센서 등을 이용해 측정한다. 실제로 복잡한 수기 동작도 상하 이동과 회전의 진폭·빈도 등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숙련자의 수기를 일종의 ‘디지털 시그니처’로 기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이러한 정보를 침 수기 교육에 활용한다면 학습자의 동작을 숙련자의 패턴과 비교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득기(deqi)를 환자의 실시간 반응을 알려주는 피드백 신호로 제시했다. 일정한 강도의 자극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침 과정에서 나타나는 묵직함·뻐근함·팽창감 등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자극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즉, 침 치료를 미리 정해진 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아니라 환자의 반응에 따라 자극량을 지속적으로 조절하는 과정으로 해석한 것이다. 채윤병 교수는 “침 치료에서는 오랫동안 시술자의 경험과 섬세한 손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왔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이러한 임상 경험을 없애거나 획일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어떤 자극을 주고 환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 가능한 정보로 연결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적절한 자극량을 찾아가는 과정을 정량화할 수 있다면 침 치료의 재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침 수기 교육과 향후 개인맞춤형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현재의 폐쇄루프 모델이 임상적으로 완성된 시스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수기 동작을 정량화하는 기술의 상당 부분은 아직 팬텀 모델을 중심으로 검증됐지만, 득기와 생체지표를 활용한 자극량 조절이 실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지는 향후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에 연구팀은 앞으로 이번 모델을 침 치료를 보다 정밀하고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
경산동의한방촌, 인니 웰니스 기업과 업무협약[한의신문] 대구한의대학교(총장 변창훈)와 경산시의 관학협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산동의한방촌(촌장 최용구)이 최근 인도네시아 웰니스 선도기업 PT. Pasti Sehat Sejahtera와 한의웰니스 문화관광 및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동의한방촌이 축적해 온 한의웰니스 체험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를 인도네시아 현지 환경에 맞게 접목하고, 양국 간 K-Wellness 문화관광 및 헬스케어 분야의 교류 기반을 넓히기 위해 추진됐다. 양 기관은 우선 인도네시아 현지에 K-Wellness 체험센터를 구축하고 동의한방촌의 운영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동의한방촌에서 운영 중인 △한방 족욕 △향낭 만들기 △약차 △한방 에센스·향수 만들기 △산소방 등과 같은 체험 콘텐츠를 현지 문화와 관광 환경에 맞게 개발·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협약에는 양 기관을 비롯해 한방웰니스산업경영연구소가 참여해 한의웰니스 분야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함께 △한의웰니스 체험을 통한 건강증진 및 웰니스 문화 확산 △인도네시아 현지 프로그램 운영모델 도입 △현지화 교육 및 컨설팅 등도 추진한다. 특히 이번 협약은 단순한 콘텐츠 교류를 넘어 동의한방촌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현지에 정착시키고, 의료관광과 K-Beauty까지 연계하는 복합적인 협력모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측은 한국의 전통 한의약문화와 현대적 웰니스 콘텐츠를 인도네시아의 문화·관광·헬스케어 환경에 접목해 양국을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K-Wellness 글로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최용구 촌장은 “이번 협약은 동의한방촌의 한의웰니스 콘텐츠와 운영 경험을 해외로 확산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며 “인도네시아 현지화와 교육·컨설팅을 통해 경산의 한의웰니스가 세계와 연결되는 글로컬 협력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약을 계기로 동의한방촌은 국내에서 축적한 K-Wellness 콘텐츠의 해외 현지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향후 국제 웰니스 관광과 한의약 헬스케어 분야의 교류·협력을 이끄는 글로컬 거점으로 발전해 나갈 방침이다. -
잣나무 잎 추출물서 피로 개선 가능성 확인[한의신문]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은 한의약융합연구부 이미영 박사 연구팀이 잣나무 잎 추출물이 근육의 에너지 대사와 미토콘드리아 관련 기능을 회복시켜 피로를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잣나무 잎 추출물과 지표성분인 람베르티아닉산(LA)을 대상으로 근육세포 및 피로 동물모델 실험을 진행하고, 컴퓨터 분석을 통해 관련 작동원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먼저 산화스트레스를 유도한 근육세포에 잣나무 잎 추출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활성산소가 감소하고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손상이 완화되는 한편 잣나무 잎의 지표성분인 람베르티아닉산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어 염증으로 피로를 유도한 생쥐를 대상으로 잣나무 잎 추출물과 람베르티아닉산을 투여한 결과, 감소했던 악력이 회복되고 강제수영시험에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피로와 지구력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 또한 근육 내부의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제 피로를 유도한 생쥐에서는 근육 내 글리코겐이 약 70% 감소하고 ATP도 줄어든 반면, 잣나무 잎 추출물과 람베르티아닉산을 투여한 이후 관련 지표가 정상 수준에 가까운 정도로 회복됐다. 연구진은 세포 및 동물실험 결과와 컴퓨터 분석 결과를 종합해 잣나무 잎 추출물이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조절하는 과정에 PI3K 관련 신호경로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미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활용도가 낮았던 잣나무 잎이 근육 피로 개선을 위한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하고, 고부가가치 항피로 기능성 소재로 전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재로 개발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와 사업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학연구원과 ㈜휴온스엔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응용생명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Applied Biological Chemistry’에 ‘Pinus koraiensis leaf extract and lambertianic acid attenuate fatigue and improve endurance capacity via PI3K-mediated regulation of oxidative stress and mitochondrial biogenesis’라는 제하로 난 6월29일 온라인 게재됐다. 제1저자는 이보람 박사·교신저자는 이미영 박사이며,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이명 난치의 벽 앞에서 漢方 선택…日 이비인후과 의사의 30년 임상사카타 히데아키 NES 이사장(가와고에 이과클리닉 원장) [한의신문] 이명은 오랫동안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한국과 일본에선 서양의학의 정밀한 진단·치료와 전통의학의 전인적 접근을 결합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본란에선 국제평형신경과학회(NES) 한국지부와 함께 ‘이명·난청 맑은 소리 북콘서트’를 위해 내한한 『이명 혁명』의 공동저자 사카타 히데아키(坂田英明) NES 이사장을 만나 37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명 통합치료와 한국 한의계와의 교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이번 북콘서트를 마친 소감은? 오늘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은 것은 환자들의 반응이다. 오늘 논의한 동·서양의학의 협력과 이명 치료에 대해 실제 환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또 한국은 일본에 비해 좋은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 행사에서도 이를 다시 한번 느꼈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환자를 보내 황재옥 회장에게 진료받도록 한 사례도 있다. Q. 『이명 혁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은 황재옥 회장(현 한국이명학회장)과 함께 27년간 이비인후과와 한의학의 통합적 관점에서 난치성 이명 치료를 고민해 온 경험을 집약한 지침서다. 현재의 치료법으로 이명 환자의 약 80%는 조절할 수 있지만 기존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을 치료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서양의학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함께 활용한다면 기존 치료가 미치지 못했던 영역까지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보다 완전한 치료를 지향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 Q. 한국의 황재옥 회장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인연은 1999년 황재옥 회장이 제 부친인 故 사카타 에이지(坂田榮治) 교수의 이명·난청·어지럼증 관련 저서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인으로부터 연락이 닿았고, 황 회장이 통역까지 마련해 한국에서 강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처음 서울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일본 이비인후과에서도 이명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전문의가 많지 않은 분야였다. 그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이명 치료와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후 이명 치료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27년째 학술·임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Q. 일본에서 이명·난청 치료법은? 교과서적으로 이명에는 약물·보청기·음향치료 등이 주로 제시된다. 난청은 약물과 스테로이드, 고압산소치료 등을 시행하며, 노인성 난청과 같은 만성 난청은 회복이 어려워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환자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서양의학적 치료와 한약을 병행한다. 이명·돌발성 난청·내이성 현기증에는 고막 안쪽 중이강에 수용성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고실 내 주사치료(STT)를 시행한다. 이와 함께 한방 요법으론 정신적 긴장과 불안에 반하후박탕·억간산, 체내 수분 균형에 시령탕, 기초대사에 인삼양영탕, 신장 기능에 우차신기환, 혈액순환에 당귀작약산, 기력 회복에 보중익기탕 등을 처방한다. 이명 치료에서는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조절도 중요하게 본다. 특히 염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절하느냐가 치료 결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생각한다. 유전자치료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현재는 선천성 난청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단계다. Q. 양방의사로서 한방을 이명 치료에 활용하게 된 계기는? 한방약을 처음 처방한 것은 약 30년 전이다. 당시 이명으로 불면을 겪던 환자가 있었는데, 수면제는 너무 강해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한방약을 처방했는데 효과가 좋았고, 이를 계기로 임상에서 한약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에는 ‘食わず嫌い(구와즈기라이)’라는 표현이 있다. ‘먹어보지도 않고 싫어한다’는 뜻이다. 한방약도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채 의구심부터 갖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처방해 효과를 경험한 의사들은 이후에도 계속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의학적 약물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환자에게 한방약이 또 다른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한의학 드라마 마니아다 한국 드라마에 매료돼 자주 본다. 특히 역사극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 의료계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이러한 역사·문화적 배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한국 의학드라마에서 접한 의료철학도 인상 깊었다. 특히 『제중원』에 등장하는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며, 대의(大醫)는 나라를 고친다’는 취지의 말을 좋아한다. 젊은 일본 의사들에게 이 드라마를 권하고, 이 문구를 액자에 담아 동료 의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을 고친다’는 것은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삶까지 함께 살핀다는 의미라고 본다. 더 나아가 의료가 사회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정신에서 한의학의 매력을 느낀다. Q. 한의학 등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발견이나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생각은 처음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예컨데 일본의 ‘오기노식(배란일 계산법)’으로 알려진 오기노 규사쿠 박사(荻野久作, 1882~1975)도 처음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연구 끝에 큰 성과를 이뤄냈다. 전통의학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현대의학은 눈에 보이고 형태가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황 회장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접근법에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됐고, 이를 존중하게 됐다. Q. 한국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본에서는 한방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 치료 가능성을 열어두고 바라보는 의사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기존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한국의 한 의사와 이명 치료를 논의하면서 동양의학적 접근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다면 기존 치료로 낫지 않는 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어떤 의학이든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치료법의 가능성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세계 의료계에 필요한 것도 이러한 ‘연계’라고 생각한다. 의료기술과 시스템은 발전했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의료인이 직접 만나 상대의 관점과 경험을 이해하려는 소통은 오히려 부족하다. 전화나 온라인을 통한 교류도 필요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역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 각자의 관점과 치료 가능성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대의학적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환자의 증상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환자가 실제로 호소하는 증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의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NES 한·일지부, ‘이명·난청 맑은 소리 북콘서트’ (클릭) https://www.akomnews.com/67095 -
소화액에서 전신 신호물질로…‘담즙산’이 여는 성장 치료의 새 길윤지연 원장(장충한의원 원장·동서비교한의학회 학술이사) 현대 생명과학이 담즙산(bile acid)에 새롭게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방의 소화를 돕는 물질을 넘어, 여러 장기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대사 신호전달물질(metabolic signaling molecule)’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즙산은 FXR(파르네소이드 X 수용체)과 TGR5를 비롯한 여러 수용체를 통해 장·간·면역계·내분비계·신경계·장내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며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 신호체계로 작동한다. 이는 인체를 서로 연결된 기능적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네트워크 생리학(network physiology)’과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현대 의학은 담즙산을 생체시계(circadian clock)와 연결해 시간에 따라 작용이 달라지는 신호분자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담 즙산의 합성과 장간순환, 수용체 활성 및 대사 기능은 24시간 생체리듬에 따라 정교하게 조절되며, 이러한 일주기 리듬은 에너지 대사와 면역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의학에서도 오래전부터 자오유주(子午流注) 이론을 통해 담경(膽經)의 기능을 시간의 흐름과 연계해 설명해 왔다. 물론 담즙산의 생체리듬과 담경의 유주를 등치시킬 수는 없다. 다만 두 이론 모두 인체를 공간적 구조만이 아닌 ‘시간적 항상성(temporal homeostasis)’ 속에서 이해하려 했다는 점은 학문적으로 견주어 볼 만하다. 필자는 이러한 연구를 접할 때마다 깊은 학문적 울림을 느낀다. 최첨단 분자생물학과 시스템의학이 밝혀내는 생명 네트워크가 한의학이 장부(臟腑)의 관계와 시간적 질서를 통해 설명해 온 생명관과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방법론에서 출발했지만 ‘생명은 관계이며, 항상성은 그 관계의 조화 속에서 유지된다’는 공통의 질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학문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 담즙산의 두 얼굴, FXR과 TGR5 담즙산의 다면적 기능은 크게 두 가지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세포핵에 존재하는 수용체인 FXR(Farnesoid X Receptor), 다른 하나는 세포막에 위치한 G단백질 결합 수용체 TGR5(Takeda G protein-coupled receptor 5)다. 두 수용체는 모두 담즙산을 인식하지만 작용 부위와 생리적 역할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FXR은 주로 간과 회장(소장의 끝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사 후 담즙산이 회장 말단에 도달하면 장 상피세포의 FXR이 활성화되고, 섬유아세포성장인자19(FGF19)의 발현이 증가한다. 분비된 FGF19는 문맥을 통해 간으로 이동해 FGFR4-βKlotho 수용체 복합체와 결합하고, 담즙산 합성 속도를 결정하는 효소 CYP7A1의 활성을 억제한다. 담즙산의 과잉 생성을 막는 대표적인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 기전이다. FGF19의 역할은 담즙산 조절에 그치지 않는다. 간의 포도당신생합성을 억제하는 한편 단백질 합성과 글리코겐 저장을 촉진하고, 지방산 산화까지 조절한다. 즉 FGF19는 담즙산의 양을 조절하는 신호를 넘어 전신 대사를 조율하는 호르몬으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장은 간의 대사를 원격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의 역할도 한다. 반면 TGR5는 보다 광범위한 조직에 분포하며 다양한 생리작용을 담당한다. 장의 L세포에서는 GLP-1 분비를 촉진해 인슐린 분비와 혈당 항상성을 돕고,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에서는 에너지 소비와 열 생산을 증가시킨다. 면역세포에서는 염증 반응의 핵심 경로인 NF-κB를 억제해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며, 담도 상피세포에서는 담즙 분비를 조절한다. 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 담즙산과 갑상선호르몬, TGR5-DIO2-T3 축 최근 주목받는 경로가 ‘TGR5-DIO2-T3 축’이다. 담즙산이 TGR5를 활성화하면 세포 내 고리형 AMP(cyclic AMP) 농도가 증가하고, 이는 제2형 탈요오드효소(DIO2)의 발현을 촉진한다. DIO2는 비활성형 갑상선호르몬인 T4를 활성형 T3로 전환하는 효소다. 이에 따라 담즙산은 해당 조직에서 갑상선호르몬 활성을 국소적으로 높이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산화적 인산화를 촉진해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 다만 이러한 대사 촉진 효과를 곧바로 소아의 키 성장이나 성장판 자극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담즙산의 대사 조절 기능에 대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축적돼 있지만, 성장판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규명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 장내미생물과 담즙산의 ‘양방향 대화’ 담즙산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장내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이다. 과거에는 장내세균이 담즙산을 일방적으로 대사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숙주와 장내미생물이 담즙산을 매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방향 관계로 이해되고 있다. 장내세균은 담즙산염 가수분해효소(BSH)와 7α-탈수산화효소 등의 효소를 이용해 1차 담즙산을 2차 담즙산으로 전환하고, 숙주가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는 새로운 담즙산 대사산물까지 만들어낸다. 반대로 담즙산은 항균 작용을 통해 장내미생물의 구성과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담즙산 조성이 변하면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달라지고, 장내미생물의 변화는 다시 담즙산 풀(bile acid pool)의 조성을 바꾼다. ◆ 담즙산에서 성장·면역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이러한 상호작용은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담즙 분비가 감소하거나 장간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소장세균과다증식(SIBO)이 발생하기 쉬워지고, 담즙산 기능의 이상은 지방 흡수장애와 지용성 비타민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장 장벽 기능까지 약화되면 내독소가 전신으로 유입되면서 저등급 만성염증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만성염증은 간에서 성장호르몬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성장호르몬 저항성(GH resistance)을 유발해 성장과 조직 재생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결국 담즙산은 장내미생물→장 장벽→면역계→간 대사→내분비 신호를 하나의 생리학적 축으로 잇는 핵심 매개체다. 이러한 관점은 성장 치료 역시 성장판이나 성장호르몬이라는 단일 요소를 넘어 소화·흡수, 장내미생물, 면역·염증, 간 대사와 내분비 신호의 상호작용을 함께 살펴야 함을 시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담(膽)을 바라보는 새로운 임상적 질문이 시작된다. -
‘침도(鍼刀)요법’ 요추 척추관협착증 치료 안전성·유효성 확인[한의신문] 부산대학교한방병원 침구의학과 김은석 교수 연구팀이 초음파로 보면서 시술하는 ‘침도(鍼刀)요법’의 요추 척추관협착증 치료 타당성과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물리치료와 비교한 예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통증과 보행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났으며, 치료 종료 후에도 그 효과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학교한방병원 김은석 교수 연구팀은 요추 척추관협착증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의 타당성·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Pain Research’에 발표했다. 요추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보행시 다리의 방사통(신경인성 파행)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특히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요추 척추관협착증은 불가피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의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가 일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침도요법은 침 끝을 납작한 칼날 형태로 가공한 특수침으로 유착, 흉터화, 섬유화된 병리조직을 박리·절개하는 치료법으로, 요추 척추관협착증을 포함한 다양한 척추질환에 널리 활용되어 왔다. 다만, 기존 침도 시술은 신경과 혈관이 밀집한 허리의 깊숙한 부위에서는 안전성 확보가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연구팀은 퇴행성 요추 협착증 환자 50명을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ultrasound-guided acupotomy)을 받는 시술군과 경피적 전기신경자극(TENS)와 심부온열요법(Microwave)을 받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을 했다. 두 그룹은 모두 4주간 주 2회씩, 총 8회 치료를 받았고, 그 경과를 12주까지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초음파 유도하 침도치료를 받은 시술군은 기존 물리치료 대조군에 비해 시각적 통증 척도(VAS), 취리히 설문(ZCQ) 등 주요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호전을 보였으며, 특히 통증 및 보행증상(파행) 개선에 있어서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또한 시술군은 치료 종료 후에도 통증 감소 효과가 12주까지 유지된 반면, 보존적 물리치료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료 효과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안전성 측면에서도, 시술과 관련해 보고된 이상반응은 시술 후 일시적인 통증이나 국소적인 뻣뻣함 정도로 모두 경미했고, 별도의 처치 없이 수 일 안에 회복됐다. 또한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참여자들의 치료 순응도 또한 높아 시술군은 예정된 치료를 모두 마쳤고 중도 탈락도 거의 없어, 향후 대규모 확증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 설계의 실행 가능성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요추 척추관협착증에 대한 초음파 유도하 침도치료의 적용 가능성과 안전성, 임상적 효과를 탐색한 예비 임상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요추 연부조직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방법을 도입하여 초음파 유도 침도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임상 근거를 더욱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본 논문의 1저자인 부산대학교한방병원 침구의학과 안수광 전공의는 “기존 침도요법에 초음파 가이드를 접목함으로써 요추 심부의 주요 구조물을 확인하면서 목표 부위에 접근하여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정밀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Feasibility, safety, and effectiveness of ultrasound-guided acupotomy treatment for degenerative lumbar spinal stenosis: A pilo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라는 제목으로 26년 9월 1일에 SCI(E)급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 (IF 3.1)’에 게재됐다. -
경추 신경근병증 치료 타당성·안정성 및 유효성 확인[한의신문] 경추 신경근병증은 목에서 신경근이 압박·자극되어 목 통증과 팔로 뻗치는 방사통과 저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히 알려진 '목 디스크·협착증'이 주요 원인이며, 경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골극이나 추간공 협착으로도 발생한다. 도침(刀鍼)이라고도 불리는 ‘침도(鍼刀)요법’은 침 끝을 납작한 칼날 형태로 가공한 특수침으로 유착, 흉터화, 섬유화된 병리조직을 박리·절개하는 치료법으로, 다양한 척추관절 및 신경계질환에 활용되어 왔다. 다만, 기존 침도 시술은 신경과 혈관이 밀집한 경추에서는 안전성 확보가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김은석 교수 연구팀은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결합해 경추의 신경근과 혈관을 포함한 주요 구조물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시술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퇴행성 경추 신경근병증 환자 32명을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ultrasound-guided acupotomy)을 받는 시술군과 간섭파 전류치료(ICT)와 심부온열요법(Microwave)을 받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을 했다. 두 그룹은 모두 3주간 주 2회씩, 총 6회 치료를 받았고, 그 경과를 11주까지 추적 관찰했다. 이에 따른 연구 결과, 시술군은 치료 직후 대조군보다 목과 팔의 통증이 더 크게 줄어들었고 이러한 효과는 마지막 평가시점까지 잘 유지됐다. 특히 저림이나 화끈거림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 지표에서는 두 그룹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이 일시적인 진통 효과에 그치지 않고 통증의 성질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목의 기능장애에서도 시술군이 모든 시점에서 일관되게 더 나은 결과를 보였고, 건강 관련 삶의 질 역시 치료가 끝난 직후와 그 이후 시점에서 시술군의 개선 폭이 더 컸다. 한편 우울·불안·스트레스를 평가하는 심리 지표에서는 치료가 끝난 직후에 우울과 스트레스 항목에서 두 군의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시술과 관련해 보고된 이상반응은 시술 후 일시적인 통증이나 국소적인 뻣뻣함 정도로 모두 경미했고, 별도의 처치 없이 수 일 안에 회복됐다. 중대한 이상반응이나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참여자들의 치료 순응도 또한 높아 시술군은 예정된 치료를 모두 마쳤고 중도 탈락도 거의 없어, 향후 대규모 확증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 설계의 실행 가능성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은석 교수(침구의학과)는 “이번 연구는 경추 신경근병증에 대한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의 적용 가능성과 안전성, 임상적 효과를 탐색한 예비 임상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경추 연부조직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방법을 도입하는 확증형 임상시험을 통해, 초음파 유도 침도요법의 임상 근거를 더욱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논문의 1저자인 조수란 한의사는 “경추 부위에는 신경과 혈관 등 주요 해부학적 구조물이 밀집해 있는 만큼, 실시간 초음파를 통해 신경근과 주변 혈관, 뼈 구조물을 확인하면서 목표 부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초음파 유도하 침도치료의 중요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Feasibility, safety, and effectiveness of ultrasound-guided acupotomy treatment for degenerative cervical radiculopathy: A pilo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라는 제목으로, 26년 8월 15일에 SCI(E)급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 (IF 3.1)’에 게재됐다. -
韓·日, ‘火熱’을 신경·피부·미세혈관 기전으로 해독…황련해독탕의 진화[한의신문] 대한한의학회(회장 이재동)가 23일 대전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2026 전국한의학학술대회(중부권역)’를 개최한 가운데 ‘황련해독탕의 현대화’라는 하나의 화두로 한·일 양국의 연구가 모였다. 전통의 ‘화열(火熱)’을 현대 약리기전으로 재해석하고, 황련해독탕의 치료 영역을 확장하는 연구 성과가 한자리에서 제시됐다. 대한한의학회와 일본동양의학회(회장 타하라 에이치)가 공동개최한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좌장 요시토미 마코토·남동우)’에선 신경흥분·염증 억제부터 피부–뇌 네트워크·미세혈관 조절까지 아우르는 다중 작용기전과 함께 전통 탕약에서 약침·표준화 제제, 약리학적 지혈제로 이어지는 임상 활용 가능성이 집중 조명됐다. 타하라 에이치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의학은 공통된 뿌리를 바탕으로 각자의 역사·문화·의료제도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만큼 서로 축적한 임상 지식과 경험의 차이에서 배우고, 공동연구와 인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며 “故 김영신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젊은 의료인과 연구자들이 국경을 넘어 교류하며 고령화·만성질환 등 공통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전통의학의 새로운 가치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에서는 △한국의 황련해독탕의 역사적 발전과 최신 적용-신경계 증상 및 질환을 중심으로(권승원 대한한의학회 편집이사) △한의 임상에서 황련해독탕 약침의 활용-전통 이론에서 근거중심 진료로(안병수 대한약침학회장), 일본 측에서는 △황련해독탕의 피부·정신 증상 개선 효과: 외배엽 유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야마오카 덴이치로 마쓰야마기념병원 교수) △항염증 효과를 넘어선 황련해독탕-약리학적 지혈제로서의 가능성(사카타 마사히로 히라이외과·위장과의원장)이 발표됐다. ◎ ‘화열’ 잡는 황련해독탕, 신경·자율신경계 넘어 뇌혈관까지 권승원 편집이사(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황련해독탕이 감염성 발열·섬망에서 출혈·염증, 신경계 질환·뇌혈관 위험인자 관리로 적응증을 넓혀왔으며, 현대에는 탕약·약침·표준화 제제(HH333)로 제형도 다양화됐다고 소개했다. 권 이사는 황련해독탕을 과도한 생리적 열과 신경계 흥분을 낮추는 ‘전신 냉각 시스템’으로 제시했다. 치료 성패의 핵심으로는 ‘화열(火熱) 변증’을 꼽았다. 화열형(과활동·자율신경 불안정·흉부 열감·갈증·안면홍조·초조·불면)은 빠른 개선을 보인 반면 냉증형(저활동·전신 허약·오한·무기력·우울)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뇌졸중 후 ‘병적 웃음’ 환자 14명에서도 화열형 8명과 달리 냉증형 6명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임상 적용은 △심인성 비간질성 발작(PNES)—황련해독탕·억간산 병용 후 3일 이내 전신 근간대성 발작 소실 △일시적 혈압 상승—4명 모두 1회 투여 후 2시간 이내 수축기혈압 감소 △복부비만—13명 전원 허리둘레 감소·92.3% 체중 감소 등으로 제시됐다. 국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KM-CPG)에서도 치매 행동심리증상(BPSD)·고혈압 동반 어지럼·뇌졸중 후 신경학적 장애 등에 황련해독탕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황련해독탕 기반 표준화 제제 ‘청혈단(淸血丹·HH333)’의 뇌졸중 재발 예방 가능성도 제시됐다. 소혈관질환 허혈성 뇌졸중 환자 356명 대상 2년 관찰에서 재발률은 HH333군 2.0%(3/148명), 기존 항혈소판제군 8.2%(17/208명)였으며, 5년 관찰에서는 누적 재발률 6.2%·이상반응 0건을 기록했다. 현재 236명 대상 다기관·이중맹검·무작위배정·위약대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권 이사는 “황련해독탕의 현대적 활용은 전통 처방의 단순한 적응증 확대가 아닌 정확한 변증을 기반으로, 신경·자율신경계 증상 조절에서 약침을 통한 국소치료, 표준화 제제를 활용한 뇌졸중 재발 예방까지 발전해 온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 피부와 불안의 동시 호전…40년 임상이 던진 ‘외배엽 네트워크’ 야마오카 덴이치로 교수는 40여 년간의 한방 임상경험을 토대로 황련해독탕 관련 처방의 피부질환·정신 증상 동시 개선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부·구강 및 비강점막·중추신경계가 외배엽에서 유래한다는 공통점에 주목, 피부–점막–장–뇌를 하나의 염증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Skin–Mucosa–Gut–Brain Network’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약용식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015년부터 황백의 기원식물인 황벽나무를 재배해 누적 2만 그루 이상을 식재했으며, 현재 약 8000그루가 생육하고 있다. 또한 병원 내 정원에서 당귀·황벽·작약·황련·목단·치자 등을 길러 한약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야마오카 교수는 “피부를 치료했는데, 불안까지 좋아졌다”며 주요 임상사례로 △온라인 괴롭힘 이후 사회적 위축·불안과 아토피·여드름 악화→ 청상방풍탕 투여 후 피부병변·불안 감소 및 외출 재개 △항정신병약 부작용 후 불안·우울과 여드름·아토피 동반 악화→투여 후 피부·정신 증상 동시 개선 등을 젯기했다. 청상방풍탕(淸上防風湯)에는 황련해독탕 구성 약재 중 3종이 포함된다. 생물학적 연결고리로는 황련의 주요 성분 ‘Berberine’이 제시됐다. 파킨슨병 실험연구에서 △도파민성 신경세포 보호 △신경염증 억제 △신경세포 apoptosis 억제 △장–뇌 신호전달 조절 가능성 등이 보고돼 피부질환을 넘어선 작용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야마오카 교수는 “피부와 정신 증상의 동시 개선이라는 임상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며 ‘Skin–Mucosa–Gut–Brain Network’를 향후 검증할 연구 프레임으로 제시했다. ◎ 약침, 항산화 88%·TNF-α 75%↓…약물에서 경혈까지 처방 안병수 회장은 황련해독탕 약침의 전통적 ‘청열사화·해독(淸熱瀉火·解毒)’ 효능을 항염·항산화·신경보호 기전과 안전성·임상근거로 재해석하고, 약물과 경혈을 함께 선택하는 ‘동시처방’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련해독탕 약침은 황련(Berberine)·황금(Baicalin)·황백(Palmatine)·치자(Geniposide)를 증류·여과·멸균해 조제한다. 전임상에서는 △iNOS·NO 및 NF-κB·IκB 인산화 감소 △비점막 TNF-α 75% 감소 △항산화 효과 농도의존적 증가(0.2mg/mL 23%→1.0mg/mL 88%) △ACh·BDNF·p-CREB 증가 및 기억·학습능력 회복 등이 확인됐다. GLP 단회독성시험에서도 최대 1.0mL 투여까지 사망 및 시험물질 관련 이상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문헌 39편의 적용 분야는 △근골격계(경항통·발목염좌·안면마비) △피부·외과계(알레르기피부염·여드름·욕창) △신경·정신계(뇌졸중 후 우울증·두통·HRV) 등이다. 주요 결과는 △안면마비 25명—House-Brackmann grade 3.4→2.7·NRS 8.5→3.0 △뇌졸중 후 우울증—HAM-D 14.3→8.6(p<0.01) △급성 발목염좌—체중부하율 개선 등이 제시됐다. 안 회장은 “전임상 기전과 안전성 근거는 비교적 잘 확보됐지만 임상근거는 아직 발전 단계”라며 △경혈·깊이·용량 표준화 △충분한 표본의 위약대조 RCT △장기추적 △국제학술지 등재를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 대장게실출혈에 항염·혈관조절→지혈 가능성 주목 사카타 마사히로 원장은 황련해독탕을 기존 청열해독·항염 처방에서 대장게실출혈 등 난치성 출혈에 활용하는 ‘약리학적 지혈제(pharmacologic hemostat)’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17년 보고한 난치성 출혈 8례(코피·출혈성 위염·십이지장궤양·대장게실출혈·혈흉 등)에서 황련해독탕 투여 후 수분∼수일 내 효과가 관찰됐다. 대장게실출혈 3례는 △72세 남성: 5g씩 2회 관장 후 1∼2일 △78세 남성: 7.5g 1일 3회 복용 후 1일 △79세 여성: 5g 1일 2회 복용 후 1일 만에 효과가 나타났으며, 진행성 위암 출혈에서는 5g을 병변에 직접 살포한 뒤 수분 내 효과가 관찰됐다. 지혈기전으로는 △COX-2/PGE2 조절 △미세혈관·혈관평활근 수축 △염증성 충혈 억제 △혈소판 활성화 등이 제시됐다. 이는 혈액응고 자체를 촉진하기보다 항염·혈관조절을 통해 출혈 부위의 미세환경을 안정화함으로써 지혈을 유도한다는 가설이다. ’15∼’23년 대장게실출혈 환자 161명(재입원 포함 224건) 분석에선 출혈점 확인율이 37.3%에 그쳤으며, 전체 환자의 30.7%에 황련해독탕이 투여됐다. 출혈점 확인 후 내시경 밴드결찰술(EBL)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환자의 30일 이내 조기 재출혈은 0%, 장기 재발률은 12.5%였다. 황련해독탕은 반복 출혈·출혈점 확인 불가·항혈전제 지속 복용 등 고위험군에 주로 사용됐으며, 최대 5년 추적에서 이상반응은 0건이었다. 사카타 원장은 “기계적 치료는 보이는 지점을 치료하고, 황련해독탕은 게실 전체를 둘러싼 취약한 미세환경을 치료한다”면서 “출혈점 확인 시 EBL, 확인 불가·재발 고위험군에서는 황련해독탕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지혈전략”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표 이후 자유토론에서는 발표자와 참석자 간 황련해독탕의 ‘청열(淸熱)’을 현대 약리학적 항염작용과 단순 등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허열·실열 및 허·실에 따른 적응증 구분 △출혈을 열증으로 해석한 황련해독탕 적용의 임상적 타당성 △허증 환자의 장기투여에 따른 이상반응 가능성 △약침 치료 단계 전환을 위한 임상기준 마련 등 전통 이론과 현대 약리기전을 접목하기 위한 과제가 논의됐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2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인공지능(AI)과 첨단 디지털 기술이 문명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수백년 전 역사 속 지식인이었던 ‘儒醫’들의 발자취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일찍이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 儒醫列傳』(2011년, 들녘출판사)을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왜 醫學에 침잠하였으며, 그들이 추구했던 학문적 지향점이 무엇이었는가를 탐색한 바 있다. 유의란 유학적 理性과 修己治人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의학의 이치를 궁구했던 지식인 醫家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로서의 醫業에 머물지 않고, 格物致知의 학문적 엄밀함과 活人救民의 실천적 박애주의를 결합하여 한의학을 체계적이고 이성적인 학문으로 정립해 냈다. 우리가 중인 계층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허준, 이제마 뿐만 아니라 유학자이면서 의학 연구에 매진한 정약용, 류성용 같은 인물들이 바로 ‘유의’의 범주에서 논의해야 할 한의사집단이다.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하고 빅데이터가 질병을 예측하는 AI 시대에, 유의의 정신은 현대 한의학이 나아갈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이정표를 제시한다. 첫째, AI 데이터 분석을 통한 ‘新儒醫的 한의학체계’의 정립이다. 조선의 유의들은 『東醫寶鑑』, 『醫方類聚』, 『鄕藥集成方』 등 방대한 문헌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당대의 경험지식을 집대성하여 독창적인 의학 체계를 구축했다. 현대의 한의학은 수천 년간 축적된 고전 의서와 임상 醫案을 AI 알고리즘과 데이터 마이닝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이는 옛 유의들이 수많은 의방을 절충하고 요점을 간추려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던 지적 작업의 디지털적 계승이다. 이를 통해 한의학 고유의 辨證論治를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데이터 모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계적 추산을 경계하고 ‘인간 중심의 진료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다. 『草窓訣』을 지은 儒醫 尹東里는 運氣學說을 임상에 적용하면서 기계적인 추산을 경계하고 반드시 환자의 개별 증상을 살피는 辨證을 중시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처방 알고리즘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心醫’의 윤리와 인간에 대한 전인적 통찰은 오직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는 진단의 도구로 삼되, 치료의 주체로서 환자와 교감하고 생명을 보살피는 유의의 도덕적 책무를 한의사가 온전히 견지해야 한다. 셋째, 利用厚生과 K-컬처를 융합한 한의학의 글로벌화 및 지역 문화 활성화이다. 홍만선의 『山林經濟』나 서유구의 『林園經濟志』가 보여주듯, 유의의 의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생명을 기르는 養生과 食治 중심의 실용주의였다. 이러한 유의의 생활의학 전통을 현대 K-웰니스(Wellness) 및 푸드,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야 한다. 나아가 상주 ‘存愛院’과 같은 유의들의 공동체적 애민 의료 유산을 지역 축제 및 치유 관광 자원과 연계함으로써,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고 한의학의 가치를 세계인과 나누는 K-컬처의 새로운 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으로 귀결된다.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전통 유의들이 품었던 냉철한 지성과 따뜻한 활인의 마음을 되살려낼 때, 한국 한의학은 미래 의료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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