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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은 한의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조익준 한의사 •한의신문 인턴기자 •침구의학과 전공의 한의사에게 침술 등 한의약이 점점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지만,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다 온 환자들을 만날 때 현지 의료기관에서 침을 자주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도리어 필자가 물을 때도 있었다. “거기서도요? 침을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WHO global report on 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 2024(전통, 보완, 통합 의학에 관한 WHO 글로벌 보고서 2024)>에서 2023년 기준, 194개 회원국 중 57개국에서 침술을, 53개국에서 한약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26개국은 침술을, 23개국은 한약 처방을 보험으로 보장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각종 보고서와 통계를 기반으로, 세계인이 한의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북미 지역의 미국과 캐나다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 시리즈 마지막 편이었던 <아이언맨3>는 국내에서만 9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해당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가슴에 박힌 미사일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조금 더 주의 깊게 봤다면 수술 당시 토니 스타크 가슴에 꽂혀 있던 호침도 알아챘을 것이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1년 연속 미국 최고 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은 홈페이지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관절통, 요통을 포함한 만성 통증에 침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용례가 있다1)”라고 침술을 소개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도 홈페이지에서, “조사 대상 129개국 중 103개국에서 침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성인 침술 수진자는 2002년에 비해 2022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로 목, 허리, 관절의 통증 질환에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2)”라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이 공공재정으로 보조하는 보험은 장애인 및 65세 이상 노인을 담당하는 연방 정부의 메디케어와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함께 운영해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메디케이드로 크게 나뉜다. 이 중 메디케어에서는 2020년부터 12주 이상 지속한 만성 요통에 한해, 90일간 12회, 연간 최대 20회의 침 치료를 보장한다. 메디케이드는 주 정부의 자금이 함께 투입되는 관계로, 주마다 침술 보장 여부에 차이가 있다.3) 대부분 국민의 의료 보장을 담당하는 민간 보험을 포함하는 기준으로 보면, 2018~2019년 침술의 보장률은 50.2%였다4) 2020년 메디케어 보장 시작 이후, 이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의사(MD)나 정골의사(DO) 면허를 가진 사람이 일반적으로 200~300시간의 교육을 거친 후에 환자에게 침술을 시행할 수 있다.5) 소정의 학위를 취득한 후 면허 침술사(Licensed Acupuncturist)가 되는 방법도 있다.6) 한국 한의사 면허를 소지한 채, 미국 침구 및 동양의학 인증위원회(NCCAOM)의 시험을 통과하면 특정 주에서는 해당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10개 주(Province)와 3개 준주(Territory)로 구성된 캐나다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 전(全) 국민의 필수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보장 항목은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는 공적 보험과 교통사고 보험, 직장 상해 보험이 침 치료 비용을 보전하고 있다. 해당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Sun Life Financial, Canada Life, Blue Cross 등의 민영 보험사가 치료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많다. 침술을 시행하는 직역은 의사, 치과의사, 물리치료사, 카이로프랙틱 시술자 등이다.7) 브리티시 컬럼비아, 알버타, 퀘벡, 온타리오, 뉴펀들랜드 총 5개 주는 전통 중의사(TCM Practitioner), 침술사(Traditional Acupuncturist), 한약사(TCM Herbalist) 면허 등을 발급한다. 해당 면허도 일반적으로 대학교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얻을 수 있다.8) 한국 한의사 면허를 제시함으로써 면허시험 응시 자격요건 충족을 입증할 수도 있다. 2016년 기준, 상기 5개 주에서 8만544명의 의사(Physician)가 임상 의료에 종사했고 5,815명의 동양의학 시술자(Practitioner)가 활동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9) 현지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침술을 주목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에서는 2022년 기준 침술 수진의 72.8%가 통증 질환 치료 목적이었다고 밝혔다.10) 미 국립암연구소(NCI)가 지정한 암 센터의 88.9%가 침 치료를 권장하거나 직접 제공하고 있다.11) 캐나다 국립 통증 센터(National pain center)가 발간한 보고서 <The 2017 Canadian Guideline for Opioids for Chronic Non-Cancer Pain(아편성 약물로 만성 비암성 통증에 대처하기 위한 2017 캐나다 지침)>에서는 요통, 흉추통, 무릎 골관절염, 경추통, 섬유근육통, (편)두통 등 만성 통증 질환에 침 치료를 우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침은 보편적 치료 수단으로 자리를 넓히는 중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hopkinsmedicine.org/health/wellness-and-prevention/acupuncture 2) https://www.nccih.nih.gov/health/acupuncture-effectiveness-and-safety 3) 한의신문, [FACT Sheet] 미국에서의 침술과 카이로프랙틱 건강보험 급여 현황 4) Molly Candon 외 2인, Trends in Insurance Coverage for Acupuncture, 2010~2019 5) https://medicalacupuncture.org/for-physicians/acupuncture-requirements-by-state/ 6) NCCAOM, Certification Handbook, 2024.01 7) https://acupuncturecanada.org/acupuncture-101/regulation-and-education/ 8) CARB-TCMPA, Candidiate Hadnbook, 2024.11 9)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연구원, 한의사의 캐나다 진출 가이드북 10) https://www.nccih.nih.gov/health/acupuncture-effectiveness-and-safety 11) Hyeongjun Yun 외 2인, Growth of Integrative Medicine at Leading Cancer Centers Between 2009 and 2016: A Systematic Analysis of NCI-Designated Comprehensive Cancer Center Websites -
1만명 대상 ‘202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실시[한의신문]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이 국가 건강정책 수립 및 평가의 근거 마련을 위한 ‘2026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실시한다. 올해 조사는 26일부터 12월31일까지, 매주 4개 지역에서 실시된다. 조사내용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유병 및 관리, 건강설문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행태, 영양식생활 및 식품 섭취 등이다. 조사는 질병관리청 질병대응센터(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경북권, 경남권) 소속의 전문조사수행팀이 이동검진차량을 이용해 검진, 면접, 자기기입조사 방식으로 실시한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행태 및 식생활 관련 일부 항목은 사전에 온라인을 통한 자기기입 설문 참여가 가능하도록 운영한다. 이번 추적조사를 통해 10~59세를 대상으로 흡연, 음주 등 건강행태, 영양 및 식생활, 정신건강, 질환력 등을 향후 10년 이상 주기적으로 관찰해 생애주기별 만성질환 예방 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를 강화할 예정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대표 건강조사인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선정된 가구는 가족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소중한 기회이자, 국가 건강정책 추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한 “청소년 및 청장년층에서 증가하고 있는 만성질환의 발생 규모와 원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25년부터 도입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추적조사를 통해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 생산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누리집(http://knhanes.kdc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한쪽 맥이 성할 때 반대쪽을 취한다’는 거자(巨刺) 침법의 핵심 원리 규명<편집자 주>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게 통증 부위가 아닌 반대쪽에 침을 놓는 ‘거자(巨刺) 침법’이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에 모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에 게재돼 관심을 끌었다. 본란에서는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 중랑구 현동한의원의 박신우 진료원장으로부터 이번 연구 결과의 학술적 의미 등을 들어봤다. 박신우 진료원장(중랑구 현동한의원) Q. 이번 연구의 학문적 배경을 설명한다면? :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저의 지도교수이신 강동경희대병원 박연철 교수님께서는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현상이라면, 어떻게든 연구 설계 안으로 가져와 검증할 수 있다’고 말씀해 오셨고, 제 스승이신 현동 김공빈 선생님(현동한의원 대표원장) 역시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많은 사람에게 큰 치료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이러한 관점은 제가 현동학당에서 15년 가까이 『동의보감』을 중심으로 공부해 온 학문적 배경과 깊이 연결돼 있다.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증상이 발하는 한의학적 원인을 진단하는 관점을 배워 왔으며, 이 과정에서 맥진은 병의 원인을 감별하는 데 핵심적인 진단 도구로 활용돼 왔다. 이 같은 학문적 배경은 자연스럽게 진료 원칙으로 이어져 환자를 치료할 때 증상 자체보다 먼저 그 원인을 진단하고, 원인에 맞는 침 치료와 약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게 됐다. 이러한 진료 방식과 치료 원리가 임상에서는 비교적 널리 활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아직 충분치 않았으며, 거자(巨刺) 침법 역시 비교적 흔하게 사용되는 한의학적 치료법이지만 체계적인 분석 및 효과와 적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미비했다. 이 같은 부족한 점을 어떻게든 메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Q. 임상 실제를 구체적인 연구결과로 도출해내고자 했다. : 실제 임상 현장에서 거자(巨刺) 침법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일정한 조건에서는 분명한 치료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경험이 논문으로 정리되거나, 국제 학술지에서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 간극이 단순히 ‘효과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한의학적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병의 원인을 올바르게 진단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으며, 이를 현대 연구언어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치료의 핵심은 특정 술기의 효과를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데 있기보다, 병의 원인을 어떻게 감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거자(巨刺) 침법을 어떻게 연구로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시도였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Q. 연구 결과는 어땠는가? : 거자(巨刺) 침법의 고전적 원리에 초점을 맞춰 좌우 맥력이라는 요소를 선택적으로 분석한 결과, 좌우 맥력 차이가 뚜렷한 환자 군에서는 건측 침치료의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고, 맥력 차이가 크지 않은 환자 군에서도 일정 수준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거자(巨刺) 침법은 맥의 좌우 불균형이 두드러질수록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맥력 차이가 명확치 않은 경우에도 임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유효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Q. 논문 게재 후 국제 학계의 반응도 있었다. : 중국 항저우의 Zhejiang Chinese Medical University 연구진으로부터 ‘맥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맥진 체계를 연구에 반영했는가’ 등 몇 가지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고전적 맥진 체계가 단순히 맥의 강약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맥의 위치(浮·中·沈), 촌·관·척의 분절적 차이, 맥형, 맥수, 리듬 등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인 진단 체계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실제 임상에서의 맥진 역시 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총체적 관찰과 촌·관·척 및 깊이를 구분하여 살피는 분절적 관찰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번 연구는 고전적 맥진 체계를 한 번에 모두 분석하고자 했다기보다는 『황제내경』에 언급된 ‘한쪽 맥이 성할 때 반대쪽을 취한다’는 거자(巨刺) 침법의 핵심 원리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논문 발표 이후 보다 더 상세한 설명을 담은 공식적인 연구 방법 및 내용 등을 동일 학술지에 추가로 게재한 바 있다. Q. 이번 연구가 갖는 학술적 의미는? :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거자(巨刺) 침법이 비교적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거자(巨刺) 침법을 후향적 임상 데이터 분석이라는 형태로 처음 정리해 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거자(巨刺) 침법을 사용하는 세계의 임상의들에게도 하나의 참고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향후 연구 방향과 연결해 본다면? : 후향적 연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거자(巨刺) 침법과 맥을 연결한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경희대 한의대 K-Med Omics & AI Lab.에서는 컴퓨터 과학 분야의 연구팀들과 융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연구를 확장해 맥력의 차이를 측정할 수 있는 prototype 기기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향후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AI 기반 연구를 수행하여 임상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진단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임상에서 확인된 연구주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융합하는 연구는 한의학적 진단을 과학적 연구 체계와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지속하고 싶은가? : 저의 스승이신 현동 선생님께서는 늘 ‘한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진단이다. 한의학의 진단은 사진(四診)을 통해 병의 원인을 찾아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선배 의가들 역시 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아 왔다’고 강조하신다. 이와 함께 현동학당에서 한의학 전반을 아우르는 강의를 지속적으로 하시면서 ‘더 많은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제대로, 그리고 깊이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저 역시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진단 원리와 임상적 사고가 국제 학계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52>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이번호에서는 학부 때 한번 정도는 공부했었던 귀 진주종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진주종의 이름은 1838년 독일의 Johannes Müller가 진주 모양의 중층상피로 쌓여 있는 지방종이나 담도계 지방(콜레스테린)이 있어 다른 지방과 구별된다고 하여 ‘cholesteatoma’란 명칭으로 처음 소개했다고 한다. 다만 이 질환은 신생물 종양이나 콜레스테린, 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닌 축척된 각질(케라틴)을 편평상피가 둘러싸고, 여기에 염증성 육아조직이 다시 둘러싸는 형태이므로 cholesteatoma는 정확한 병리학적 명칭이 아니여서 keratoma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진주종의 분류는 다양해 발생시기에 따라 선천성·후천성으로 나뉘고,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중이 진주종·외이도 진주종이 있다. 후천성 진주종은 발생 과정 중 염증이 관여하는 여부에 따라 일차성·이차성 진주종으로, 중이강 내 발생 위치에 따라 상고실형·고실동형·긴장부 함몰형 등으로 나뉜다. 일차성 진주종은 이관기능장애로 인해 중이강 내 음압이 발생하면서 지지력이 약한 고막 이완부가 중이강으로 빨려들어가는 내함낭이 생기고 여기에 케라틴이 축적되면서 중이강 내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고, 이차성 진주종은 중이염 또는 수술 등으로 인해 고막에 결손부가 생기면서 여기를 통해 상피조직이 중이강으로 침입하면서 발생한다. 이번호에서는 만성 중이염을 가진 이차성 진주종(상고실형)의 모습을 함께 보도록 하겠다. 12월22일 55세 여자환자가 좌측 귀가 꽉 차는 느낌이 있고, 묽은 농이 나오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이전 10년 간에도 몇 차례 이루가 흘러나온 적이 있지만 딱 한번 이비인후과 약을 복용하고 모두 치료 없이 지내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이루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도 양측 귀가 갑갑하다는 증상은 느끼고 있었고, 만성 비염으로 콧물이 있어 코를 들여마시는 동작을 하면 갑갑한 증상이 더 느껴지다 또 사라져 오랜 기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11월에 김장을 한 이후 피로감이 이어지던 중 12월20일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으면서 귀에 물이 많이 들어간 뒤로 귀가 갑갑한 느낌이 평소보다 더 심해 병원에 왔다고 했다. 먼저 귀 상태를 살펴보니 좌측은 진균을 가진 화농성 중이염 상태였고, 우측은 유착성 중이염으로 고막 상부 1/2 정도가 중이강으로 강하게 유착된 상태였다. 좌측에 진균막을 제거하고 이루를 제거해 보니 외이도 상벽이 하방으로 내려와 있는 모습을 보여 혹시 유양돌기염도 같이 있을 것을 예상해 Mastoid CT를 촬영했다. CT 결과는 중이강과 유양동이 넓어지고 거기에 연조직이 들어찬 진주종으로 나왔다. 순서를 생각해보니 환자는 만성 비염이 있어 평소 코 훌쩍임을 자주 하였는데, 우측은 이로 인한 유착성 중이염까지만 생긴 상태이고, 좌측은 우측과 같은 고막 유착이 있는 데다 예상하기로 약 10년 전부터 있었던 중이염으로 고막천공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생겨 여기로 침투한 상피조직이 긴 기간 점점 진행형으로 커진 것으로 생각됐다. 진주종으로 인한 증상은 이소골, 유양동, 안면신경관 등 침범 부위에 따른 골 미란, 파괴에 따라 다양해 초기에는 무증상이기도 하나 이명, 청력저하, 이통, 어지러움, 안면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청력저하 또한 초기에는 증상을 못 느끼다 조금씩 저음 위주의 전음성 난청이 있고 합병에 의해 혼합성 난청으로 진행하게 된다. 환자는 양측 모두 전음성 난청이 있고 좌측이 조금 더 심한 상태였다. 진주종은 진행형의 질환으로 현재 어지러움이나 이통, 안면마비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중이강 내의 골조직, 연부조직을 점점 침범하면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발견하면 가능한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진주종을 한의의료기관에서 감별해 내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첫째 환자의 증상이다. 진주종은 초기에는 이명만 있는 정도이다가 이충만감, 청력저하, 이통, 어지러움 등이 발생하므로 증상이 조금씩 진행하는 형태를 보이면 다른 귀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둘째 청력을 살펴야 한다. 중이질환으로 전음성 난청을 보이지만 침범 여부와 합병증에 따라 혼합성 난청도 보일 수 있다. 세 번째로 고막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루의 양상이 건락형 이루로 일반적인 중이염 분비물보다 점도도 높아 마치 우유 덩어리같이 나온다면 진행중인 가능성이 있다. 지난 44회 기고를 통해 설명한 것처럼 고막 이완부가 함몰, 천공되고 이완부에 각질이 차있으면 일차성 진주종을 의심하는 단계다. 이차성 진주종의 경우 이 환자의 고막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중이염이 진행 중인 경우 일차성처럼 특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우측 고막이 유착이 심하여 좌측도 유착상황이 동반될 것이라는 가정과 더불어 만성 중이염을 보이는 경우 증상과 종합하여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의심이 되면 Mastoid CT를 통해 골 구조의 미란 또는 파괴나 Prussak 공간의 팽대 같은 연부 조직 변화 소견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환자를 타 대학병원에 의뢰했더니 추가 검사를 마치는 대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만 듣고 다시 내원했다. 향후 수술을 하더라도 현재 중이염과 이진균증은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급성 화농성 중이염 치료를 위해 만형자산을 투여했고, 예풍혈 소염약침과 침 치료를 시행했다. 이진균증 치료를 위해서는 외이도에 초포방을 도포해 세척하였고, 건조한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귀 관리를 위해 비염 치료를 병행했고, 후비루가 느껴져도 코를 훌쩍이지 않도록 설명해 드렸다(44회차 칼럼 참조). 앞으로 진주종을 수술하면 어떤 모습의 귀인지도 궁금하다. 다른 환자의 예를 보면 우측 진주종으로 유양동을 절제한 후의 고막 모습과 CT 사진이다. 수술 이후에 발생한 어지러움과 귀 먹먹함으로 오셨던 환자로 한의치료로 호전이 된 경우다. 이명으로 내원한 경우 만성 중이염을 가진 환자라면 진료시 증상, 귀 상태를 종합해 진주종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한의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치료의 영역은 넓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
한의 피부미용·초음파 활용 약침 등 최신 임상지견 공유[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가 11일 광주 과학기술원 오룡관에서 ‘2025년도 호남권역 추가 보수교육’을 개최, PDRN·PN 임상 활용 및 근골격계 관련 추나요법 등 최신 임상지견을 공유했다. 이날 김경한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의무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 보수교육을 통해 회원 여러분이 최신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현장에 적용하길 기대한다”며 “특히 PDRN과 PN의 특성과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근골격계 기능장애를 변위 진단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치료 정확도와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수교육에서는 △PDRN, PN의 임상 활용(신민섭 한의영상학회 부회장) △근골격계 다빈도 기능장애에 대한 실전 추나요법(설재욱 동신대 한방병원 교수)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신민섭 부회장은 발표를 통해 PDRN의 정의와 함께 아데노신A2A 수용체(A2AR)에 결합해 혈관내피 성장인자 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의 합성을 유도하고, 콜라겐섬유를 생산하는 섬유모세포(fibroblast)를 촉진하는 등의 효과 및 작용기전을 설명했다. 신 부회장은 “인체 투여시 부작용이 거의 없고, 관절이나 연골 손상 환자 등에게 활용할 수 있다”며 “또 피부주사 시에는 탄력섬유를 재생성하는 효과도 확인, 피부재생·노화방지 등 인체 재생 및 회복의 목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PN과 PDRN의 차이에 대해 화합물의 길이·분자량 크기·응용·효과·기능에 대해 공유한 신 부회장은 “기능적 측면에서 PDRN은 항염작용(anti-inflammatory), 세포증식(cell viability), 세포외기질생성(ECM), 신혈관생성(angiogenesis)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더불어 PN에서는 많은 수분 흡수(피부결, 잔주름, 피부톤, 유-수분밸런스), Nucleotides –sides 제공(metabolism), 피부지지체역할–long duration of effect(피부내 잔존기간 김)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설재욱 교수는 인체의 구조 및 기능상의 문제, 변위의 유형 등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한편 신경계·혈관계·근육 및 골관절계·맥관계의 계통적 접근이 필요하고, 구조나 기능상의 문제와 변위의 유형·움직임 등으로 변위 진단을 강조했다. 설 교수는 변위의 특징과 관련 변위된 쪽으로 잘 움직이는 것, 쓰임이 많은 곳이 변위되기 쉬운 것, 변위된 방향의 근육은 단축·반대쪽은 이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으며, 더불어 근골격계 다빈도 기능장애 진단 및 치료로 △골반대 △흉·요추 △경추를 소개하며, 검사·치료 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공유했다. 특히 설 교수는 “추나요법은 단순한 교정이 아니라 전신의 구조와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치료”라며 “정확한 변위 진단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접근이 임상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한 회원은 “PDRN과 추나요법에 대한 이해를 임상 관점에서 넓힐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임상에서 환자 치료의 선택 폭을 넓히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오는 2030년, 건강보험 총 진료비 191조원 달해[한의신문] 오는 2030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19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질환별 건강보험 진료비 추계 및 분석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가운데 22대 질병분류별 총 진료비는 ’10년 43.3조원에서 ’20년 89.9조원으로 늘었고, 오는 ’30년에는 189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추계 시 제외된 ‘특수목적코드’와 ‘기타’ 항목이 총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년 기준(1.3%)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30년 총 진료비는 191조원이 된다고 밝혔다. 인구학적 요인과 비인구학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질환 단위에서 정밀하게 추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에서는 22대 질병분류 단위의 총 진료비를 추계해 질환구조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미래 질병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인 치매를 대상으로 ‘역학모형(Illness-Death Model)’을 적용해 세부 질환 단위의 진료비를 추계, 질환별 발생률·유병률·사망률의 변화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진료비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효율적 자원 배분 및 선제적 관리 전략 병행 필요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22대 질병분류별 진료비 추계 결과, 전체 진료비는 ’0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3년에는 약 5배 이상 확대됐으며, 오는 ’30년에는 ’23년과 비교해 약 1.6∼1.8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진료비 규모 측면에서는 순환기계 질환,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질환, 신생물, 소화기계 질환 등이 상위권을 차지해 전체 진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층 인구 증가와 만성질환의 장기 치료 수요 확대가 주요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순환기계 질환은 전체 진료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30년에도 그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증가율 측면에서는 정신 및 행동장애, 신경계의 질환,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 질환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증가세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22대 질병분류별 추계 결과는 진료비 규모는 순환기계·근골격계·신생물 중심으로, 증가율은 정신·신경계 질환 중심으로 질환 구조가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단순히 인구고령화에 따른 진료비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질환 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향후 지출 관리는 진료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질환에 대한 효율적 자원 배분과 함께 증가율이 빠른 질환에 대한 선제적 관리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치매 진료비, 연평균 11% 내외 상승세 보여 보고서에서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미래 진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부질환으로 치매를 선정해 진료비를 추계한 결과, 치매 유병자 수는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23년 대비 약 1.3∼1.5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진료비의 경우에는 ’10년 약 7797억원에서 ’23년 약 3조337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연평균 약 11% 내외의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입원·외래·약국 모든 진료 형태에서 비슷한 증가 흐름이 확인됐다. 유병자로부터 추계한 총 진료비는 상·하한(모형별 시나리오 범위)을 고려하더라도 지속적 증가가 예상되며, ’30년에는 치매 진료비가 약 3.7∼4.4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진료형태별로 보면 입원 진료비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약국 진료비의 증가율이 가장 높게(약 18배) 나타나 전체 진료비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진료비 전망 넘어 향후 정책방향 근거 제시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질환 단위 진료비 추계 결과는 단순한 진료비 전망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정책 의사결정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근거자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질환별 관리정책 설계 측면에서는 치매, 근골격계 질환, 정신·신경계 질환 등 주요 질환군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치매의 경우 ’30년 진료비를 3.7조∼4.4조원으로 추계했으며, 연령별·성별 유병률과 유병 환자 수를 함께 산출했다. 향후 연구에서 지역별 유병률 및 환자수를 추가로 세분화할 경우, 치매안심센터의 지역별 배치나 요양보호사 인력수급과 같은 돌봄 정책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근골격계 질환은 고령층에서 유병률과 의료이용 강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질환군으로, 고령자의 의료비 부담 및 건강보험 재정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확인됨에 따라 예방 중심의 건강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번 연구의 결과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기능 유지 및 건강증진 중심의 정책 설계로 전환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신·신경계 질환의 경우에는 우울증·인지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의 장기적 의료비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정책 근거로 활용 가능하며, 특히 청소년층의 정신건강 질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학교 내 정신건강 서비스 강화와 같은 세대별 맞춤형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운용계획 수립 측면에서 질환 단위 예측 결과는 질병별 재정위험도를 산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지출 구조의 선제적 재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치매 및 신경계 질환 중심의 고위험군 지출 증가가 예상될 경우에는 중기재정계획 수립 시 해당 질환군에 대한 예산을 미리 반영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의료비 구조 변화 대한 적극적 대처 필요 이와 함께 정책 평가 및 제도 개선 측면에서 이번 연구의 질환 단위 의료비 예측모형을 활용한다면, 질환군 및 연령대별 진료비 증가 위험순위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질환군 및 연령별 지출 시나리오 기반 정책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향후 의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실증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인구요인 기반 추계의 한계’라는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질환 단위 기반 예측 체계의 제도화’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접근은 단순한 기술적 제안을 넘어, 의료비 증가의 구조적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정 투입의 방향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향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결국 재정추계가 ‘얼마나 늘어나는가’에서 ‘어떠한 질환의 진료비가, 왜 늘어나며, 어디서 통제할 수 있는가’로의 전환되며, 증거 기반 재정 관리가 향후 한국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적 재정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
담적증후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신설[한의신문] 제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9)가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담적증후군(Damjeok Syndrome)’이 신규 코드(U877)로 등재, 제도권 내 질병명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는 오랫동안 증상이 있어도 ‘정상’이라는 진단과 ‘이상 없음’이라는 검사 결과로 인해 의료체계 밖에서 고통받던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신규 코드 등재는 대한담적한의학회(회장 최서형)를 중심으로 ‘임상-연구-정책’ 세 영역이 함께 만들어낸 쾌거로, 실제 한의사들의 진료 경험과 연구자들의 과학적 근거 축적, 학회의 표준화 노력까지 모두 모여 이뤄진 결과물로 평가되고 있다. ‘담적’은 복부 국소 경결을 특징으로 상복부 불편감, 자율신경계 이상, 정신신경계·근골격계 증상이 동반되는 병태로 오래 전부터 임상에서 치료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기능성 소화불량, 상복부 통증, 비특이 증상 코드 등으로 흩어져 기록돼 질병이 존재하지만 코드가 없어 존재하지 않는 질병처럼 취급돼 왔다. 1만1214명 환자 임상데이터 등 방대한 근거자료 구축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담적한의학회는 ’23년 대한한의학회를 통해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에 신규 상병 신설을 공식 제안했고, 대한담적한의학회와 대한한의학회에서는 ‘KCD-9 대응 TF’를 구성해 담적증후군의 △정의 △병태생리 △복진 기반 진단 기준 △국내외 임상문헌 △기존 상병과의 구분 근거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담적증후군의 신규 코드 등재는 기존 상병 신설 사례와 비교하기 어려운 만큼 방대한 실증자료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실제 제출된 자료에는 위담한방병원에서 확보된 1만1214명의 환자 임상데이터와 전국 500여 개 담적 표방 한의원의 자료, 담적증후군 정의와 임상사례집, 복부경결 등급 체계, 증상군 구조 분석, 복진 소견의 재현성 검증 자료 등이 수천 페이지에 걸쳐 정리돼 있다. 이와 관련 최서형 회장은 “담적증후군에 대한 방대한 자료는 심의위원회에서도 매우 높은 근거로 평가됐다”면서 “담적증후군의 신규 코드 등재는 수십년 동안 진료실에서 치료해온 질병이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며, 제도 속에서 한의학적 진단이 공신력 있는 데이터 단위로 자리잡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통의학·소화기 질환 관련 논문, 기능성소화불량(FD) 및 과민성대장증후군(IBS)과의 비교 연구, 기존 증상 코드와의 중복·비중복 분석 등 국내외 학술 논문과 기능성위장관질환(FGID) 비교 연구를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제시, 담적증후군이 기존 기능성위장관질환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독립적 임상 프로파일을 갖고 있다는 점도 등재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위담임상연구소 출범, 담적증후군 표준화의 기반 마련 이같은 방대한 자료를 모을 수 있는 토대에는 ’21년 출범한 위담임상연구소가 중심이 돼 담적증후군의 정의와 복진 기준, 대규모 임상데이터 축적 등 표준화의 기반을 닦아나갈 수 있었다. 또 ’22년에는 재단법인 위담이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 담적증후군 과제가88.9억원 규모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사업(차세대 바이오 사회밀착형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한국한의학연구원·대전대 한방병원·국가독성과학연구소·건양대 의과대학 등과 함께 병태생리 규명, 동물모델 구축, 환자군 분류, 약물 효능 분석, 진단설문지 개발 등을 수행하면서 과학적 타당성이 크게 강화됐다. 더불어 ’25년 국제학술지 ‘Healthcare’에 게재된 ‘A Pilot Analysis of Bioparameters in Patients with Dyspepsia Accompanied by Abdominal Hardness’라는 제하의 논문은 담적증후군의 병태생리적 정체성을 보완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 연구는 담적증후군 환자에서 관찰되는 상복부 경결이 자율신경계 변화와 세로토닌 대사 이상 등 특정 생체 패턴과 연관될 수 있음을 제시해 전통적 담적 개념이 현대 생의학적 지표로도 설명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기존 기능성 소화불량·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구별되는 담적증후군의 임상적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축적된 연구자료와 실증 근거는 ’23년부터 ’25년까지 이어진 KCD-9 개정 절차에서 △정식 심의 △전문가 검토회의 △사례집 기반 코드 적용 검토 △관계 기관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통과하는 기반이 됐다. 담적증후군, 이달부터 전국 의료기관서 공식 사용 심의위원회는 임상적 독립성, 진단 재현성, 실제 임상 사용 빈도, 기존 코드로 대체 불가능한 특성 등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고, 담적증후군은 이 모든 요건을 충족, 지난해 7월1일부로 ‘U877’ 코드로 관보에 고시됐으며, 이달 1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게 됐다. 한편 이번 담적증후군의 신규 코드 등재는 향후 임상 기록·보험 청구·역학 연구의 정합성을 높이고, 보건의료 빅데이터에서 담적증후군을 독립적인 항목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연구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치료효과 분석, 환자군 특성 규명, 난치성 소화불량 하위군 연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며, 복부 경결 및 다기관 증상이라는 임상적 특성은 기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설명되지 않는 환자군을 분리·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서형 회장은 “담적증후군 코드 신설은 임상현장에서 수십 년간 관찰된 병태가 국가 표준질병체계 안에 공식적으로 반영된 역사적 사건”이라며 “복진 기반 상복부 경결이라는 명확한 진단 기준이 제도권 질병분류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위담임상연구소 연구책임자인 노기환 원장(위담한방병원)은 “이번 코드 신설이 있기까지 1만1214명 규모의 환자 통계, 여러 생체지표 기반 자료, 정부과제 성과물, 다수의 관련 논문, 위담임상연구소의 자료가 등재의 기반이 됐으며, 이를 계기로 담적증후군의 병태적 특성이 더욱 정교하게 연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은 “담적증후군이 KCD-9에 신규 코드로 등재된 것은 한의학적 진단지식이 공공 데이터체계에서 정식 질병 단위로 인정받은 상징적 사건이자, 담적 환자들에게 진단과 치료의 근거를 제시한 쾌거”라며 “이제 환자들에게 ‘당신 병은 존재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국가에서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한의학회 한창호 정책이사(동국대 한의대 교수)와 서병관 보험이사(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심의 단계에서 제기된 여러 기술적·분류학적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제공해 등재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 이밖에도 임상에서 담적증후군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해 온 의료기관 중 하나인 위담한방병원에서는 복부경결 검사·HRV 분석·PPT 계측 등 실질적 진단 자료의 표준화 과정에 참여, 담적증후군 임상 근거의 정교화에 크게 기여하는 한편 대한담적한의학회 산하 담적표준화위원회(위원장 노기환, 위원 최규호·임윤서)가 담적증후군의 정의, 진단기준, 복진평가법, 진단 보조검사 및 대규모 자료 정리 등에 있어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최서형 회장은 “올해부터 담적증후군은 국가 의료데이터, 건강보험 정책, 임상 진료, 학술 연구의 모든 영역에서 독립된 질병으로 기록된다”면서 “오랫동안 진단받지 못해 외면당했던 환자들이 이제는 제도권에서 자신의 병을 설명할 언어를 갖게 됐고, 이는 치료와 연구의 새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퓨어, 제2회 한의사와 함께하는 뉴질랜드 녹용 산업 시찰[한의신문] 뉴질랜드 사슴협회(이하 DINZ·Deer Industry New Zealand)의 초청으로, 지난해 1차 녹용산업 시찰에 이어, 보다 심도 있는 교류를 위해 ㈜한퓨어가 주관한 제2회 뉴질랜드 녹용 산업 시찰이 지난 11월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다. 시찰단은 ㈜한퓨어 정충묵 대표와 무궁화한의원 김다은 원장, 경희늘푸른한의원 주찬호 원장으로 구성됐으며, 뉴질랜드의 사슴 농장과 녹용의 주요 연구·생산 시설을 방문했다. 이번 2기 시찰단에서는 실제 임상에서 녹용을 사용하는 한의사의 시각이 충분히 반영된 밀도 높은 교류가 이뤄졌다. 현지에서는 DINZ 관계자와 연구진, 농장주들이 직접 동행하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전반을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한의학에서 녹용은 으뜸가는 약재 중 하나다. 그만큼 환자들의 기대치가 높으며, 안전성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하다. 이에 시찰단은 임상에서 사용되는 녹용이 어떤 환경과 기준 아래 생산·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녹용 생산지인 뉴질랜드를 찾았다. 이번 시찰은 사슴 사육, 절각, 선별, 연구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실제 운영 체계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던 중요한 자리였다. 표준화된 품질 관리: PGG Wrightson grading centre 첫 일정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녹용 선별시설 중 하나인 PGG Wrightson 방문이었다. 시찰단은 먼저 녹용 총괄 책임자인 토니 코크렌(Tony Cochrane)으로부터 안전 규정과 선별 작업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작업소 내부로 들어갔다. 농장에서 절각된 녹용은 수의사가 할당한 VelTrak 전자 추적 태그가 즉시 부착되며, 냉동 상태로 작업소에 배송된다. 입고 단계에서는 이 VelTrak 태그를 다시 스캔하여 개체 정보와 이력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데, 이러한 추적 시스템은 농장에서부터 최종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역추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별실에 도착한 녹용은 성상, 무게, 길이, 둘레, 단면 구조 등을 기준으로 SAT·SA·A·B 등급으로 분류되고, 이후 영하 20℃의 냉동실에 보관된다. 등급 결과는 다시 농가에 통보되어 생산자의 품질 관리와 사육 전략에도 반영된다. 시찰단은 현장에서 다양한 등급의 녹용을 직접 들어보고 무게와 성상 차이를 비교해 보며, 분류 기준과 관리 체계에 대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녹용 선별 과정이 단순 외형 평가가 아니라 기준화된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총괄 책임자인 토니 역시 실제로 녹용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업자 대부분이 20년 가까이 녹용 산업에 종사해 온 베테랑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장기간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수많은 녹용 중 최상품만을 골라내고 있었으며, 한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용 녹용은 이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에 한정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대형 냉동창고에서 등급별 녹용을 직접 비교해 보니, 뉴질랜드가 오랫동안 고수해 온 ‘표준화된 품질 기준’과 ‘추적 가능한 관리 체계’가 녹용 산업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물 복지 중심의 생산 현장: Whyte Farm 애쉬버턴 지역 최대 규모의 사슴 농장 Whyte Farm에서는 사육 환경과 절각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이 농장은 가족 경영으로 약 5000마리의 녹용 생산용 사슴을 사육하고 있으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 1세대에 속하는 도널드 화이트(Donald Whyte) 씨가 오랜 기간 일군 농장이며 아들 글렌 화이트(Glen Whyte) 씨와 딸 안젤라 화이트(Angela Whyte) 씨로 대를 잇고 있다. 이 농장은 암수와 연령, 상태에 따라 세밀하게 패덕(paddock, 가축을 방목하거나 관리하기 위해 구획해 놓은 울타리 안의 초지(草地) 구역)이 구획되어 있었으며, 임신한 암사슴들의 경우 은신처가 충분히 있는 넓은 방목지로 배정되었다. 사슴의 영양 공급과 보조제 투여에 대한 질문에는 “순수 grass feeding으로 운영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절각 대기 및 절각 시설은 사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어 발자국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고, 사슴을 이동·고정하는 장치는 몸이 닿는 모든 부분에 쿠션이 덧대어져 조용하고 부드럽게 작동했다. 절각은 과학적으로 연구된 방식으로 마취해 고통 없이 진행되며, 반드시 수의사 또는 면허 소지자만이 절각이 가능하다. 이러한 설비를 통해 사슴이 다치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절각이 이뤄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동물복지를 중심 가치로 두는 뉴질랜드의 사슴 산업 운영 철학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귀에 부착된 태그를 스캔하여 개체 이력을 확인한 뒤, 절각이 끝난 녹용에는 곧바로 VelTrak 추적 태그를 부착하고 즉시 냉동창고로 옮긴다. 이처럼 절각 직후부터 녹용의 위생과 이력 관리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절각 시설과 냉동 보관실이 물리적으로도 가까이 위치해 있어,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빠르게 냉동 상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정밀한 분석과 데이터 기반의 과학 기술: BSI 연구소 이번 시찰의 핵심 일정 중 하나는 링컨대학교 내 BSI(구 AgResearch) 연구소에서 진행된 학술 교류였다. 스티븐 하인즈(Stephen Haines) 박사는 화학 및 합성 유기 화학을 전공한 녹용 연구의 권위자로, 1985년부터 지금까지 녹용의 성분과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하인즈 박사는 녹용의 생리활성 기전에 대해 “핵심은 단백질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펩타이드”라고 설명했다. 녹용에는 콜라겐과 헤모글로빈 등에서 유래한 다양한 펩타이드가 풍부하게 존재하며, 이들이 면역 조절, 상처 회복, 항염, 신경 보호 등 여러 기능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한국 환자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임상 질문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녹용 복용이 비만을 유발하는지, 소아에서 성호르몬 교란이나 성조숙증을 유발하지는 않는지, 기존 종양을 자라게 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해 하인즈 박사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적인 성호르몬 증가나 종양 성장 촉진 작용은 확인된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전립선암·유방암·골암 등 다양한 종양 모델에서 종양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와 항암제 투여 시 피로·체중 감소를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한의 임상에서 체력 저하, 만성 피로, 항암 후 회복 관리에 녹용이 활용되는 현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학술 교류 후에는 최신 설비를 갖춘 연구실 견학이 이어졌다. 표지물질을 이용한 추적 실험, 펩타이드 및 단백질 분석을 위한 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장비들을 직접 보면서, 녹용 연구가 단순 경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정밀한 분석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축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용 산업의 초석: Invermay 연구소 이어서 방문한 Invermay 연구소는 뉴질랜드 사슴 연구의 발원지라 불리는 곳으로, 사슴의 품종·영양·사육 방식 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곳이었다. 한때 유해동물로 취급되던 사슴을 체계적으로 사육 가능한 가축으로 전환하고, 오늘날과 같은 녹용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일정에서는 녹용 연구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두 원로 연구자, 캔 드류(Ken Drew) 박사와 지미 서티(Jimmy Suttie) 박사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두 분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열정을 잃지 않고 학술 회의에 흔쾌히 응해주었으며, 그들의 모습 자체가 뉴질랜드 녹용 연구가 걸어온 시간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특별히 시찰단을 위해 준비된 서티 박사의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인버메이에서 진행된 녹용 연구’ 브리핑은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학술 교류에서는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시작된 초기 배경부터 환경에 따른 녹용의 효능 차이, 품질 향상을 위한 종자(種子) 관리의 중요성 등이 논의되었으며, 1세대 연구진이 수행했던 녹용 부위별 약성, 추출법, 효율 분석 등 기초 연구 성과들도 함께 공유됐다. 이를 통해 오늘날 뉴질랜드 녹용 품질의 철학적 기반이 특정 기술이나 단기 성과가 아니라, 오랜 연구 축적과 현장 경험 위에서 형성되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약 50년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뉴질랜드가 높은 수준의 녹용 산업으로 성장해 온 과정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원로 연구자들이 들려준 연구용 사슴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와 현장 경험담은 뉴질랜드가 현재의 수준 높은 관리 시스템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연구소에서는 절각 시기와 절각 후 처치에 따른 녹용의 성장과 효능 변화를 분석하는 실험이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 연구소와 바로 인접한 곳에는 연구소 관할의 사슴 농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녹용이 앞서 방문했던 BSI 연구소의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연구와 사육 현장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를 직접 확인하며,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과학적 연구와 현장 실험을 토대로 발전해 온 체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녹용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 교류의 장: SCNO Velvet Competition 마지막 일정은 South Canterbury–North Otago 지역에서 열린 Velvet Competition 행사였다. Velvet Competition은 뉴질랜드 농가가 참여하는 녹용 경연대회로, 명칭과 달리 경쟁 중심의 품평회에 그치지 않는다. 사육농가를 비롯해 선별사와 유통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생산된 녹용의 특성을 함께 살펴보고, 품질 향상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였다. 심사에서는 녹용의 형태, 균형, 성장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평가되며,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슴은 이후 정자 교류를 통해 뉴질랜드 사슴 사육 기반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사슴의 유전 형질과 녹용 품질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키려는 뉴질랜드 농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에는 지역 농가를 비롯해 DINZ의 패디 보이드(Paddy Boyd) 의장과 품질관리 담당자 등이 참석했으며, 특별히 이번 시찰단을 향한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다. 시상자로 정충묵 대표가 함께 참여하도록 배려한 점을 통해, 한퓨어가 뉴질랜드 녹용 산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뉴질랜드 녹용의 가치와 신뢰 이번 시찰은 사슴 사육, 절각, 선별, 연구, 그리고 산업 전반에 형성된 운영 철학과 품질 기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뉴질랜드 녹용 산업이 보여준 신선도 유지 관리 시스템과 표준화된 선별 과정,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사육·절각 시스템, 그리고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농가 간의 긴밀한 협력 구조는 뉴질랜드 녹용의 경쟁력을 소비자와 임상 현장에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껴졌다. 앞으로도 한국과 뉴질랜드가 연구와 임상 경험을 지속적으로 교류하여, 녹용 산업이 더 건강하고 신뢰성 있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한퓨어는 이번 시찰을 통해 얻은 녹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한의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녹용의 안정성과 품질 관리 수준을 보다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전달할 계획이다. -
대한본초학회 학술대회 “기전을 넘어 융합으로”[한의신문] 대한본초학회(회장 박성주)는 13일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본초학, 기전을 넘어 융합으로’를 주제로 동계학술대회를 개최, 최신 연구 성과 공유와 더불어 본초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박성주 회장은 인사말에서 “전통 지식에 기반한 본초 연구가 AI, 오믹스, 시스템생물학 등 현대 과학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본초학회가 추구해 온 학문적 발전이 이제 국내를 넘어 국제적 연구 패러다임과 맞닿는 시점에서, 오늘의 학술대회는 향후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어 “본초학 분야에서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교류되고, 더 나아가 미래 의료 환경 속에서 본초학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학회가 든든한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초·한약재 기반 기전 연구와 치료 응용 전략’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은 이미현 동신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약재를 이용한 환경성 유해인자 유도 인체 손상 방어 전략(최영현 동의대 교수) △융합 한의 이론 기반 신규 한약 제제 개발과 응용(양웅모 경희대 교수) △Novel Mechanistic Insights into Pancreatitis using Korean Medicines(배기상 원광대 교수)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또한 ‘데이터·시스템생물학 기반 본초 연구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은 김영식 우석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데이터와 실험의 교차검증을 통한 한약재 항고혈압 연구의 전략과 미래 방향(박준규 경희대 본초학교실 연구원) △시스템생물학으로 보는 본초의 귀경과 약대론(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발표됐고, 이어서 본초학 발전을 위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특히 ‘융합 한의 이론 기반 신규 한약 제제 개발과 응용’을 주제로 발표한 양웅모 교수는 아토피치료외용제제 ‘Re:ATO’, 탈모 치료 및 발모 촉진 외용제제 ‘Re:毛精(리모정V/리모정M)’, 천연 정유성분 프리미엄 비염 스프레이 ‘Re:bEO’ 등 한·양방 융합 병리기전 고찰을 통한 새로운 융합치료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데이터와 실험의 교차검증을 통한 한약재 항고혈압 연구의 전략과 미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박준규 연구원은 “고혈압은 단일경로가 아니라, 혈관 긴장도, 산화스트레스, 내피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는network disease인데, 한약재는 한 약물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동시에 조절하는 multi-taget 시스템 조절(multimodal modultation)이 가능하다”고 밝힌데 이어 “현재 고혈압 환자군은 ‘정밀·개별화 관리’가 필요한데 기존약물 조합은맞춤형 처방이 어렵기 때문에 한약재 기반 치료는 환자군 맞춤형 조합 개발이 가능하다”면서 한약재-항고혈압 연구의 미래 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스템생물학으로 본 한약의 귀경 이론과 약대론’을 발표한 이상훈 책임 연구원은 △한의학의 변증(辨證) 개념을 ‘다빈도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매커니즘의 군집’으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한의학의 약대론(藥對論) 개념을 약리 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한 ‘약효의 안정성 증가’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한의학의 귀경론(歸經論) 개념을 주요 성분과 반응하는 ‘타켓 단백질의 발현이 풍부한 기관’으로 이해해 보면 어떨까?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제안했다. -
내게 한의학이란? 전통에서 출발해 미래 의료로 확장되는 가능성의 길소유진 학생 (우석대 본과3년·한의혜민대상 장학증서 수상) 제가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매력은, 침과 한약, 약침이 모두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회복 능력을 살려 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침 자극이 신경·면역 반응과 국소 혈류 변화 등에 관여해 통증과 염증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고, 한약과 약침에 사용되는 천연물은 다성분·다표적 특성을 지녀 여러 병태생리 기전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점 덕분에 한의학적 치료를 ‘몸에 비교적 부담을 덜 주면서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을 북돋우는 방법’으로 이해하게 됐고, 특히 만성 질환·난치성 질환에서 기존 치료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제가 진행해 온 파킨슨병, 건선에 대한 천연물연구와 약침 안전성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파킨슨병에서 본 한의학의 가능성 학부연구생으로서 제가 처음 제대로 연구해 본 주제가 파킨슨병이었습니다. ‘The Potentiality of Natural Products and Herbal Medicine as Novel Medications for Parkinson’s Disease’라는 제목으로 리뷰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질환의 병태생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라는 걸 계속 느끼게 됐습니다. 알파시누클레인 이상 단백질의 축적, 자가포식 기능 저하,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활성산소에 의한 신경세포 손상, 미세아교세포와 성상세포의 염증 반응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다 보니, 어느 한 가지만 조절해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질환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정리하다 보니, 현재 사용되는 약물들이 증상 악화를 늦추는 데에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병의 뿌리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못하고, 장기간 복용에 따른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된다는 점이 늘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논문에서는 전통 한약과 천연물들이 자가포식을 촉진해 알파시누클레인 제거를 돕거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보호하고, 신경염증을 억제하는 연구들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일부 처방과 성분들은 이러한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면서 운동 증상뿐 아니라 비운동 증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들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저는 ‘천연물=효과가 약하고 느리다’는 흔한 편견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오히려 여러 병태생리 축을 한 번에 건드리는 멀티 타깃 효과,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 가능성이 중·장기적으로는 더 매력적인 전략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파킨슨병처럼 고령에서 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치매와 낙상, 우울, 보호자 부담까지 함께 커지는 질환일수록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으로 작년에 제주도에서 열린 ICMART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했던 경험은 제게 한의학의 지평을 실제로 눈으로 보는 계기였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침과 한의학, 관련 치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각자 준비한 연구를 가지고 와 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의학으로 할 수 있는 연구와 치료의 영역이 이렇게나 넓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때의 경험 덕분에 한의학을 단순히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이 아니라, 세계 의료계 속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하나의 과학적 치료 옵션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만성 피부질환에서 본 천연물의 장점 이후에 진행한 건선 관련 리뷰 논문 ‘Harnessing Natural Compounds in Psoriasis: Targeting Cellular Pathways for Effective Therapy’는 파킨슨병에서 가졌던 같은 문제의식을 만성 피부질환인 건선으로 확장해 본 작업이었습니다. 건선은 단순히 ‘피부가 벗겨지는 질환’이 아니라 Th17/IL-17 축을 중심으로 한 면역 이상과 유전·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고, 관절염·심혈관 질환·우울과 같은 전신 합병증까지 동반하는 전신성 만성 염증질환이라는 점을 다시 정리하게 됐습니다. 논문을 쓰면서, 기존 치료제인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가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데에는 분명 큰 역할을 하지만, 일부 약제는 전신 면역을 광범위하게 억제해 감염·악성종양 위험을 높일 수 있고, 고가의 약제 비용과 정기적인 모니터링, 투약을 중단했을 때 재발과 악화가 자주 나타난다는 점 등 여러 한계를 함께 안고 있다는 것도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건선에서도 염증과 산화스트레스, 케라티노사이트 증식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천연물·한약 성분들이 보조 치료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해 보고 싶었고, 그 결과를 이 리뷰 논문에 담게 됐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천연물들이 항염·항산화 효과와 함께 각질형성세포의 증식을 조절하고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등 한 가지 역할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서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건선 환자들이 겪는 삶의 질 저하와 장기 치료에 따른 부담을 생각하면, 부작용 부담은 줄이면서도 여러 기전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보조 치료 옵션으로서의 천연물·한약의 가치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침을 효과에서 안전성까지 바라보게 된 계기 약침이라는 치료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나중에 임상에 나가면 꼭 제대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무균 상태로 제조된 천연물 약침은 관절 주변의 인대·근육뿐 아니라, 임상 상황에 따라 관절강 내에도 주입하여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는 데 활용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실제로 얼마나 안전한지 근거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행한 연구가 동물성 약침의 안전성과 독성을 평가한 ‘In Vitro Assays for the Assessment of Safety and Toxicity in Pharmacopuncture Derived from Animal’입니다. 2021년 10월, 4개 원외탕전실에서 동물성 약침 9종을 무작위로 수거한 뒤, 무균·미생물 한도 시험과 세포독성 시험은 두 곳의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하여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시료에서 미생물 오염은 검출되지 않아 제조·유통 과정의 무균성은 확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포독성 시험에서는 봉독 약침에서 강한 독성이 관찰되었고, 우황·웅담·사향을 포함한 일부 제제에서도 농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세포독성이 나타났습니다. 즉, 절차적 안전성은 담보되어 있으나 약침 자체의 독성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표준화는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약침의 장점을 믿고 임상에서 많이 활용해 보고 싶었던 입장에서, 이런 결과들이 앞으로 약침을 더 안전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약침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해 약침 관련 강의를 듣고, 초음파 가이드를 이용한 약침 시술 실습까지 해 보면서 연구와 실제 임상 장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 속 실험 수치로만 보던 ‘무균성’과 ‘독성’이라는 말이, 실제 시술 현장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앞으로 임상에 나가 약침을 활용할 때에도, 이런 연구 결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과 제도의 경계를 넓히는 한의학, 그리고 K-MEX에서 본 미래 한의학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의료인 업무범위 관련 법률 고찰이라는 주제로, 의료인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국내 법령들을 정리·분석하는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의료인’과 ‘의사’를 검색해 의료인의 업무와 관련된 50개 법률을 추려, 진단·검사, 시술·처치, 기타(교육·연구·행정 등) 영역으로 나누어 검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염병 진단·신고 의무처럼 한의사가 참여하도록 규정된 부분이 있는 반면, 실제 학교·보육시설 현장에서는 의사만을 진단 주체로 명시하는 등 일관성이 떨어지는 지점들이 드러났습니다. 응급의료, 산업안전보건, 장애 판정 등 여러 영역에서 의료인별 권한이 서로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현실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21314)은 한의사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었습니다. 서양의학적 기술이나 기기를 도입했더라도, 그것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적용·응용하는 행위라면 한의사의 면허 범위 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나 뇌파계와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본 이후 판결들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을 정리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면허와 업무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서로 다른 법령에서 상충되는 조항들에 대해서는 일관된 해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결론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논문을 쓰고 난 뒤, 올해 열린 K-MEX 박람회에서 학생위원으로 활동하며 실제 현장에서 그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레이저, 초음파, 저선량 X-ray, 견인·물리치료기 등 다양한 의료기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고, 저는 레이저 기기를 소개하는 부스에서 보조 역할를 맡으며 관련 강의와 시술 시연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미 임상에서 활발히 진료하고 계신 한의사 선생님들이 최신 기기와 시술에 관한 세미나를 듣기 위해 열정적으로 강의를 듣고 질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면허를 따면 공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도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계속해서 공부하고 계신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앞으로 한의사로서 현장에서 진료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제도·연구의 언어로 한의학의 정당한 권리와 책임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한의학이란 저에게 한의학은 “사람의 회복을 믿되, 그 믿음을 근거로 증명해 가는 학문”입니다. 침·한약·약침이 가진 강점은 몸이 원래 갖고 있는 균형과 회복의 방향을 살려 준다는 데 있지만, 그 가능성이 더 많은 환자에게 안전하게 닿기 위해서는 연구와 표준화,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킨슨병과 건선 연구를 하며 ‘복잡한 만성질환일수록 다표적 접근이 왜 필요한지’를 배웠고, 약침 안전성 연구를 통해 ‘효과만큼이나 안전을 말할 수 있어야 임상이 단단해진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또한 법과 제도의 변화, 그리고 K-MEX 현장에서 본 한의사의 배움은 한의학이 전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임상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한의사이면서, 동시에 근거를 만들고 기준을 세우는 연구자로서 한의학의 가능성을 더 넓혀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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