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下)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한의사 최초 WHO 본부 파견)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으로 2016년 2월부터 3년 동안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에서 파견 근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파견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MOU를 체결했던 ICD 담당 부서가 우리나라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 새로운 MOU를 체결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기회였습니다. 중국인 과장 아래에서 중국, 일본, 인도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첫 해에는 여러 제안이 거절되기도 했지만, 마지막 6개월 동안은 중국인 과장의 대리를 맡아 책임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어느 날 퇴근길에는 문득 “여기가 제네바인지, 북경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경희대학교) WHO 본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ICD-11 전통의약 챕터 개발에 우리나라 전문가가 참여하고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경희대학교에서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과 개선’을 주제로 WHO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후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여 경희대학교를 포함한 4개국 13개 의료기관에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차보건의료 선언문) 1978년 알마아타 일차보건의료 선언 4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2018년 아스타나 선언문에 전통의약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6개월이 넘는 협의 끝에 traditional knowledge와 traditional medicines를 선언문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을 바탕으로 진행된 제72차 세계보건총회 결의문 WHA72.4에도 전통의약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이어서 채택된 2019년 및 2023년 유엔 총회 결의문에도 전통의약이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Primary Health Care에서의 전통 및 보완의학(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in Primary Health Care)』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귀국, 퇴사, 저술, 실업수당, 저술) 2019년 2월, WHO 본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연구원에 복귀하였으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약과 WHO의 협력 기록』을 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19년 5월 17일). 이후 같은 해 6월 연구원을 퇴사하였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한의약으로 HIV/AIDS를 떠나보내자』라는 기획 원고를 집필하여 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20년 5월 27일). (한국한의약진흥원) HIV/AIDS 원고를 작성하던 중 한국한의약진흥원의 계약직 제안을 수락하여 2020년 4월 입사하습니다. 진흥원에서는 진흥원을 WHO 협력센터로 지정받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아울러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협력센터 지정) 세계화전략팀의 일원으로서,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2021년 1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최초로 WHO 본부 협력센터로 지정받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필자는 세계화전략팀 팀원과 함께 원장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협력센터 업무를 개발하면서는 WHO 본부의 고유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사업을 기획하고, 진흥원의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흥원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1차 지정 기간 동안 국내 고령층 한방의료 이용 실태,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 정책 효과 분석, 전통의학의 1차 보건의료 활용 계획, 제4차 한의약육성종합계획 영문본 등을 WHO와 공유하였습니다.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세계화전략팀은 제4차 계획 수립을 지원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이 작은 경험이 훗날 큰 결과로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2025년 5월까지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였고, 저는 그해 11월 개최된 전문가 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4년 2월부터 2025년 5월 13일 세계보건총회 사무국에 최종본을 제출하기까지, 전략 개발의 전 과정을 깊이 있게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작은 경험이, 세계 전략 개발이라는 보다 큰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 개발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및 한국한의약진흥원과 긴밀히 협력하였습니다. 진흥원은 전략 수립을 위한 국내 전문가 회의 2회와 지역 회의 1회를 주관하였으며, 2023년 인도 및 2024년 중국에서 열린 WHO 협력센터 소장 회의에 모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6일,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714호로 『WHO 전통의약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 기술관 공개 모집』이 발표되었습니다. 필자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 이에 응모하였고, 최종 선발되어 2021년 3월부터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로 파견 근무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WHO 공동 개최) 2022년 11월, 보건복지부와 WHO 공동으로 『2022 전통의약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학술대회에 맞춰 WHO 국장이 방한하였고,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방문하였고, 국내 한의학 연구 현황 (임상진료지침, real-world data, 빅데이터, 뇌, 보장성, Cochrane satellite office)을 소개하였습니다. 이후 진흥원 연구자께서 국내 real-world data 기반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2025 – 2029년 MOU) 우리나라가 데이터 생성 및 분석 역량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2024년 12월에 체결된 MOU에는 표준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데이터 표준화 관련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관련 역량이 충분하다는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었습니다. (한의약 확산의 매개자) WHO를 통해 한의약이 널리 알려지고 국제보건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Strategic and Technical Advisory Group에 한국 연구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독려하였으며, 2023년 8월 인도에서 개최된 제1차 Global Summit, 그리고 2024년 12월 중국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Conference에 한의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국제생약약전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관과 연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연구자 배경) 연구원 시절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은 이후 실무 수행에 지속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WHO 임상연구 가이드라인초안 2차 개정 작업에 추진하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처와 협력하여 전통의약 기반 COVID-19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 평가에도 함께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 연구원 재직 당시 번역했던 『Aztec 인디언 약용 본초서』를 2024년 Indigenous Peoples 관련 업무에 다시 활용하게 되면서, 과거의 작업이 현재의 실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길은 아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 속에서 경희대학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한의약진흥원 등 세 곳의 WHO 협력센터와의 인연과 경험은 WHO 내에서의 정착과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해외 진출’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공공 지원을 받아 선봉에 나섰고, 그를 통해 한의약이 세계로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글 또한 공공 영역에서의 산출물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본문에서는 의도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을 생략하였지만, 이 모든 과정은 수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힘을 합치는 공공 영역의 의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上)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필자의 해외 진출은 민간과 공공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어떻게 세계보건기구 (WHO)로 연결되었는지, 또한 공공 영역에서 수행한 업무가 어떻게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필자의 공공 영역 진출은 2007년 12월 12일에 다가왔습니다. 박사 논문 완성을 위해 대학원 교실에 있던 중, 한국한의학연구원이 1994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2008 KIOM 리크루팅 & PR 로드쇼’를 통해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27일 게시된 2008년 상반기 정기공채(연구원 채용공고 제96호)에 응시하였고, 2008년 1월 25일 면접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개원을 앞두고 연구원의 다수 연구자가 자리를 옮기던 상황도 필자가 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전문연구요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해가 지나갈 무렵에는 연구원을 그만두는 문제를 진지하게 동기와 논의하기도 했지만, 군복무의 일환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필자가 근무한 부서에서는 당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통해 동의보감이 보건의학서로는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과정과, 400주년 기념 개최지 선정 심사 과정 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 침구편, 『방약합편』 등의 한의서 영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역 표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연구원의 다른 부서에서 WHO 협력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2011년 3월, 연구원은 WHO 협력센터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민간 영역으로의 전환을 고민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간 휴직을 하였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다시 연구원에 복귀하여 근무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복귀 후 몇 달이 지난 2012년 2월 6일, 『WHO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기술관 파견 공모 공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12–49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2011.12.22)함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할 P4 직위의 파견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파견 대상자의 자격 요건 초두에 정부출연기관 소속자가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자 역시 해당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원 내에서도 다수의 인원이 해당 공모에 응모하였으며, UN 공식 언어 구사 능력이 있는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조건 또한 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의 면접에서는 UN 기구 근무 경험 여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필자는 UNESCO와의 협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 2월 공모에 응모한 이후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필자는 연구원 내 ‘한국한의학연감’ 개발을 담당하는 정책 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부터 필리핀 마닐라 소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전통의약 관련 팀은 지역자문관 한 분과 필자, 이렇게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업무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한국한의약연감) 필자는 한국한의약연감 개발을 지켜본 경험으로 WHO 전통의약 보건지표 및 보고체계 구축 업무를 추진하였습니다. 두 차례의 지역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이후 해당 자료는 후임자에게 인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건지표 관련 업무는 2018년,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발간된 『2018 Global Reference List of 100 Core Health Indicators』에 전통의약 관련 보건지표 2종을 부속 지표(supplementary indicators)로 포함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는 WHO의 종합 전통의약 보건지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현재까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보건지표 정리 작업을 바탕으로, 2023년 제3차 WHO 글로벌 전통보완통합의학 설문지를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2025년 5월, 온라인 대시보드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출간물은 현재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기념 사업) 2013년에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개최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산청군의 지원 아래 필자는WHO 협력센터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2013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통의약품 안전성과 품질향상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그 중 하루 일정은 필자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방문했던 산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에 다시 한번 산청에서 개최된 2023 글로벌 전통의약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의서 영역) 연구원에서 한의서 영역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WHO의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 Region』을 참고하였으며, 이 용어 표준이 어떻게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프로젝트로 발전하였는지, 나아가 ICD-11 전통의학 챕터 module Ⅰ 개발하게 된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근무하던 2015년 하반기부터 ICD-11 전통의약 챕터에 관여할 수 있었고,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WHO 본부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동안에는 전통보완통합의학부서에서ICD-11 전통의학 챕터 실무 담당자로서 기여하였습니다. ICD-11 전통의약 챕터는 2019년 5월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직) 사무처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영어로 일할 뿐이지, 업무 방식은 연구원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처의 조직 규모, 행정 절차, 그리고 업무 운영 방식 등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의 경험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국내 출장을 위해 기안서를 작성하라는 지시에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점차 익숙해졌던 행정 절차와 시스템은, 사무처 내 행정 흐름과 결재 과정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ODA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의 협동 과정을 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 파견된 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와의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의 지역 회의, 네 차례 이상의 실무 회의, 그리고 2015년 11월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졌고, 그 결과 2016년 2월, WHO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간에 한약 분야 최초의 ODA 협력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WHO 본부 근무 시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평가원의 업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WHO 협력센터 지정을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2023년 산청 회의에서는 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규제당국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
한국의 절차적 기여와 한의약의 의의[한의신문] 제78차 세계보건총회(WHA78)에서 『WHO 전통의학 전략: 2025~2034』 (전통의학에 전통보완통합의학, 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 개념 포괄, 이하 TCIM)가 회원국들의 지지 속에 최종 채택되었습니다. 이 전략의 채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가 절차적으로 기여한 내용과, 한의약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요 의의를 한의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절차적 기여 우선, 전략 수립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수행한 절차적 기여를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제67차 세계보건총회(WHA67.18)에서 채택된 『WHO 전통의학 전략 2014~2023』의 종료를 앞두고, 2022년 11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13개 WHO 회원국은 신규 전통의학 전략 개발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EB152/CONF./9). 이 과정은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과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의 조정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2023년 2월, WHO 제152차 집행이사회에서는 기존 전략을 2025년까지 연장하고, 그 기간 내에 신규 전략을 개발할 것을 요청하는 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EB152(18)). 같은 해 5월 열린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해당 안건이 최종 채택되었으며(WHA76(20)), 이에 따라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과(필자가 현재 파견 근무 중인 부서)에서는 본격적인 전략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예의주시하던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2023년 하반기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회원국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였고, 이에 따라 2024년 8월 28일 서울에서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전략 초안에 반영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2023년 11월28~30일에 WHO 본부 주최 전문가 회의에는 김용석 교수가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하였으며, 그에 앞서 11월9일 한국한의약진흥원은 ‘WHO 전통의학 신규 전략 수립 관련 유관 기관 전문가 회의’를 열어 준비 작업을 지원했습니다. 2024년 4~5월에는 온라인 공개 검토 과정을 한의계에 공유하고 참여를 독려했으며, 7월10일에는 한국한의약진흥원 주관으로 전략 중간본 검토를 위한 국내 전문가 회의도 다시 개최되었습니다. 이후 WHO 본부는 6~8월 사이 여섯 개 지역사무처와 지역 회원국 회의를 잇달아 개최했으며, 우리나라는 그중 하나의 주요 회의를 성공적으로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2025년 2월, WHO 제156차 집행이사회에서 신규 전략이 공식 제출되었습니다. 유럽, 특히 EU 회원국들은 전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WHO 집행이사국인 우리나라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회원국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가 검토 회의’를 전제로 전략 채택이 결정되었습니다(EB156(28)). 이후 2025년 2월부터 4월 초까지 유럽 회원국과의 별도 회의 및 두 차례의 WHO 전체 회원국 회의를 통해 전략 최종본이 마련되었으며,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 상정되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파악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대한한의사협회와 한국한의약진흥원으로 대표단을 구성하여 세계보건총회에 참석하는 것을 지원하였고, 마침내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가 공식 채택되는 성과를 이루었습니다(WHA78(14)). 이러한 결과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국제협력관,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한국한의약진흥원, 한국한의학연구원, 경희대학교, 대한한의사협회 등 한의약계의 긴밀한 협력과 지지 속에서 가능했습니다. 한의약의 입장에서 본 전략의 주요 의의 이번 전략은 한의약계에도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며, 그중 특히 주목할 만한 세 가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전략목표 1(근거 중심 강화)의 두 번째 방향은 “관련 연구 방법을 탐색하고 기술 발전의 활용을 최적화한다”는 것입니다. 전략 문서에서는 “첨단 기술의 합리적인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은 TCIM 연구에 적절하고 혁신적인 접근을 개발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의계가 보유한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의 확산은 물론 과학의 발전에 따른 첨단 기술을 한의약에 접목하고 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둘째, 전략목표 3(보건체계 내 통합 활용)의 두 번째 방향은 “전 생애 주기와 돌봄 연속선 전반에 걸쳐 TCIM 서비스의 통합을 촉진한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건강 상태와 생애 주기를 고려한 TCIM 임상진료지침과 돌봄 경로를 개발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한의계가 지난 10여 년간 축적해온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노하우가 국제 보건 향상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셋째, 다소 생소했던 개념인 ‘원헬스(One Health)’가 전략목표 4에 포함되었다는 점입니다. 전략 초안에 사용되었던 ‘Planetary Health’라는 용어는 필자가 여러 문서를 검토한 끝에 ‘원헬스’로 변경하였습니다. 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을 아우르는 다분야 간 협력을 의미합니다. 전략에서는 원헬스가 전략 목표에 포함되었으며, 구체적으로 “TCIM과 관련 이해관계자 간 시너지를 통해 원헬스에 기여하고, 원헬스 공동 실행계획 이행 과정에서 전통의학 지식 관점을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통의학, 팬데믹 조약에도 명시 이번 제78차 총회의 또 다른 주요 성과는, 팬데믹 대응을 위한 역사적인 조약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WHO 회원국 간에 체결되었다는 점입니다(WHA78.1). 해당 조약에는 전통의학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문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정부적 접근과 범사회적 접근이 국가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 광범위한 사회 참여를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하며, 전통의학을 포함한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문화 및 전통 지식의 가치와 다양성이 팬데믹 예방, 대비, 대응 및 보건의료체계 회복을 강화하는 데 기여함을 추가로 인식한다.” 또한 ‘원헬스’는 조약 제1조 2항, 제5조 등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국제 보건 위기에서 전통의학과 활용될 기반을 제공합니다. 질병관리청장께서도 “조류인플루엔자의 종간 전파와 인체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은 사람-동물-환경을 함께 고려한 원헬스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의신문, 2025년 6월 5일자 보도). 향후 10년, 한의약의 국제적 기여 기대 정부와 한의계는 지난 2년여에 걸쳐 WHO 전통의학 전략의 개발과 채택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 전략은 아홉 가지 기본 원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전통보완통합의학 (TCIM)의 제품과 서비스는 전체론적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근거 기반이어야 하며, 가능한 최고의 건강과 웰빙 수준에 기여해야 합니다. <안상영 박사> TCIM은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사람 중심적인 의료를 촉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료서비스는 보건의료체계 내에 통합되어야 하며, 차별 없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이행을 통해, 기술 기반의 혁신과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한의약이 글로벌 보건에 실질적 기여가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
“모든 역량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아쉬움 없어”[편집자 주] 오는 22일 한국한의약진흥원 이응세 원장이 임기를 마친다. 그가 얼마나 쉼 없이 달려 왔는지는 그간의 성과가 대신 말해 주고 있다. 그만큼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아쉬움도 없다는 이 원장. 그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으로 진흥원이 제자리를 잡아 뿌리를 내렸지만 아직까지는 굳건하다고 볼 수 없기에 자칫 외풍에 휘말려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응세 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본다. 1. 소회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3년의 임기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공공기관은 매년 반드시 해야하는 스케쥴이 정해져 있어 수레바퀴 처럼 돌아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일에 쫒기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임기가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하고자 하는 일의 중심을 잘 잡고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임기를 시작하며 세웠던 가장 큰 목표는 한의약육성법을 개정해 의와 약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거듭나 본연의 의무를 다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의약육성법 제정 당시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관련 TFT 팀장을 맡아 누구보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1월23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임기가 2017년 11월23일 시작됐으니 딱 1년만의 일이었다. 한의약육성법 내 단 한줄에 불과했던 설립 근거와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업무가 한의약육성법에 확대 명시됨으로써 한층 격상된 법률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두 번째로 서울, 경산, 장흥 등에 분산돼 있는 기관의 특성 상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조직의 내실화를 통해 주요현안에 대한 전주기적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지향했으며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세 번째는 기획돼 있었던 3대 공공인프라 구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었다. 한약산업을 육성함에 있어 안전성, 유효성, 표준화, 과학화에 대한 이슈가 늘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이를 담보해줄 필요가 있어 국가 차원에서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 위한 공공인프라 구축 사업이 추진됐다. 예산만 정해져 있었던 상황에서 설계부터 인허가까지 차질 없이 잘 마무리 했다.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는 이제 갖춰진 셈이다. 우리나라도 GMP, GLP 등의 시설이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갖춰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인프라가 단순히 우리만의 자산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ODA사업 처럼 우리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개발도상국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네 번째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일환으로 WHO 제네바 본부로부터 전통보완통합의학협력센터로 지정받고자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2년 간 WHO와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경력이 기본 요건이기 때문에 원장에 취임하자마자 협력사업을 시작해 올해 그 요건을 충족시켜 마지막 형식적 절차만 남겨 놓은 상황이다. 조만간 우리나라 첫 WHO 제네바 본부 지정 전통보완통합의학협력센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공적 영역에서 명실상부한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것으로 한의약 세계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 코로나로 직접적 타격을 받은 한의약 세계화 사업, 어떻게 되고 있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저 방관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이를 기사회생의 기회로 만들 것인지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코로나 상황 역시 한국 한의학의 가치를 국제무대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보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시대에 핵심은 IT기술이고 한국이 가장 발달돼 있다. 한의학이 이를 잘 접목한다면 그동안 대면 위주의 세계화 사업을 넘어 비대면으로 ‘한의약의 구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원장 취임 후 ‘한의학의 구글이 되자’고 강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의학 정보만 모아놓은 세부화된 포털이 없으니 세계화 사업 추진 방향을 한의학 전문 온라인 포털이 되는 것에 두고 그동안 시스템을 갖춰왔다. 세계화 홈페이지도 만들고 3D 경혈도도 만들어 전 세계에서 교육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차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진흥원은 이미 구축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게 될 것이고 앞으로 그 역할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그동안 한의약 관련 사업들이 그래왔듯이 산발적 자기 주도 방식으로 접근하게 될 경우 모래알이 될 수 있다. 그러니 공공성을 갖춘 기관을 중심으로 연대해 움직인다면 온라인상에서 충분히 세계 전통의학을 주도하는 포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나누고 알려주며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을 많이 개척해야 한다. 시류에 맞춰 움직여야 길을 놓치지 않고 같이 날개를 달고 비상할 수 있다. 그동안 한의계가 놓진 부분이 이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한의학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3. 성과에 점수를 준사면? 정부기관이 매년 받는 경영평가 결과로 대신하겠다. 안정적 경영으로 3년간 복지부 경영평가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B등급 중에서도 최하 점수를 받았다면 올해에는 B등급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다. A등급에 0.9점 부족한 B등급이었다. 경영평가에 여러분야가 있는데 리더쉽 분야는 원장에게 주는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전체 기관 중 3위를 차지했다. 어떠한 일을 하던지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 생각하고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자세로 임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재 이 자리에서 일을 하기까지 혼자의 노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한의계에서 나의 역량을 키워줬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의계에서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 돌려주고 내가 있음으로 해서 한단계 올라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 드는 걱정은 진흥원이 제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렸지만 아직까지는 굳건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외풍에 휘말려 공공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고 공공성이 훼손되면 어쩌나 하는 점이다. 4.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의약 산업 현장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지 못한 점이다. 산업을 육성하려면 여러 현장을 직접 지원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술적, 재정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약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R&D를 통한 기술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재정적 지원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다행히 한의약육성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니 앞으로 펀드를 조성해 지원한다든지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 한의약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전통의학 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만 답보상태다. 산업적 기반이 많이 약하기 때문이다. 의료도 산업이 됐다. 한의약도 산업의 카테고리 안에 놓고 관련 인프라를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야 동반성장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만한 전통의학 관련 제도와 우수 인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없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도 산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오히려 뭔가 체계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해 준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부분이 해소된다면 한국도 세계적 추세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단, 구호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각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갖고 한의약산업계에서 거버넌스를 구축해 시스템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한의학의 가치는 큰데 저평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의사의 한의학이 아니라 국민의 한의학으로 발돋움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일들을 해나간다면 정말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6.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좋은 분들을 만나 행복했고 여러분 때문에 지치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한의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진흥원의 200여명 직원 중에는 한의사, 한약사, 생화학자, 유전학자, 농부 등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한의약 산업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있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의 아군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항상 든든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기관의 철학에 맞춰 일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볼 때 생각보다 미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격려와 지원을 해 준다면 언젠가 한의약 산업 발전에 큰 몫을 해내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7. 차기 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처음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이 기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한의약산업을 육성해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한의약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모든 선과 악은 이것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어느 기관이든 철학이 항상 지켜져야 한다. 이것을 벗어나는 순간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공공기관으로서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비전에 맞춰 공공성을 확보하고 기관의 미션을 잘 완수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인력 한명을 늘리는 것 조차도 쉬운일이 아니다. 계획을 갖고 일을 하나하나 준비해 만들어 가야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정책과 전략은 지속성을 갖고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8. 앞으로 계획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 잘 마무리하고자 한다. 임기를 마친 후에는 쉼 없이 달려왔기에 일단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싶다. 좋은 술을 먹고 싶다면 잔을 완벽하게 비워둬야 하지 않겠나. 9. 남기고 싶은 말 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학문을 내가 사랑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챙기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내 학문을 챙겨주지 않는다. 내가 한의사로서 평생 살아왔고 내가 하고 있는 일 또한 이 일이기 때문에 이 일이 잘 돼야 나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내 평생의 일이 하잘 것 없는 것 처럼 취급받고 희화화되는 상황을 보면 너무나 창피하고 내가 지금까지 왜 이렇게 해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의계를 보면 세대 간 깊은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큰 방향성에 있어서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서 각자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집단에게는 미래가 없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이본뉴스
많이 본 뉴스
- 1 “X-ray, 척추 불균형-기혈순환장애 동시 진단하는 한의학적 도구”
- 2 심평원, 임직원 참여형 ESG 프로젝트 연계 지역사회 나눔 실천
- 3 서울한방진흥센터, ‘한방패밀리’로 SNS를 달구다
- 4 김제시한의사회, 독거노인 위한 겨울용 이불 기부
- 5 [자막뉴스] 서울시 한의약 치매 건강증진사업, 어르신 건강 증진에 한 몫
- 6 [자막뉴스] 국회와 정부, K-MEDI 동행 선언
- 7 [자막뉴스] '2025 한의혜민대상' 원성호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 대상
- 8 제천시-안심부부한의원, 통합돌봄 강화 위한 협약 체결
- 9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7)
- 10 고향사랑 기부제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