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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한의치매예방사업의 경도인지장애 개선효과 ‘공유’[한의신문]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 교수(부산광역시한의사회 학술이사) 연구팀이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권찬영 교수는 7일 일본 도쿄 게이오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75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서 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함께 진행한 ‘한의치매 예방사업’의 3년간(2021∼2023)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치매 문제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발표는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부산시는 2021년 65세 이상 인구가 20.9%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30년에는 3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MCI 환자가 연간 10∼20%의 확률로 치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예방적 개입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부산광역시는 2023년 5월 ‘한의치매예방관리 지원 조례’를 시행하는 등 한의학적 접근을 통한 치매 예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부산시 거주 60세 이상 고령자 중 MCI로 진단된 총 67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들은 △2021년 221명 △2022년 241명 △2023년 214명이 각각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평균 연령 71∼72세, 여성 비율이 77∼83%를 차지했다. 치료는 환자의 변증에 따라 가미귀비탕(기혈양허형), 육미지황환(신음허형), 당귀작약산(기혈어체형) 등의 한약을 6개월간 처방하고, 사신총·내관·신문·족삼리 등의 혈자리에 주 2회 침 치료 등을 병행했다. 연구 결과 모든 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인지기능 개선이 확인됐다. 실제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 점수는 2023년 20.9점에서 23.5점으로 2.6점, 2022년 21.4점에서 23.7점으로 2.3점, 2021년 21.4점에서 24.1점으로 2.7점 각각 향상됐으며, 모든 연도에서 p<0.001의 높은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또한 인지장애 스크리닝 테스트(CIST) 점수도 평균 1.4∼1.7점 향상됐으며, 우울증상을 평가하는 GDepS 점수는 평균 0.8∼1.0점 감소해 정서적 안정도 확인됐다. 특히 3년 연속 참가한 39명의 경우 더욱 높은 효과가 확인됐다. 처음 프로그램 시작 시 20.0점이던 MoCA 점수가 3년 후 24.4점으로 4.4점이나 향상됐으며, 프로그램 미참여 기간 6개월 동안에도 인지기능이 유지돼 지속효과가 확인된 것. 이밖에도 2023년 만족도 조사에서는 사업 만족도 89.7%, 재참가 희망률 90.6%로 나타나, 지원사업 참가자 대부분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권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MCI 환자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인지기능 개선과 우울증상 완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확인했고, 특히 장기 참여를 통한 지속적인 인지기능 유지 및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장기 참가자를 위한 최적화된 치료법 개발, 각 치료법의 단독 효과 검증, 다른 치료 접근법과의 통합 가능성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광역시·부산광역시한의사회·크라시에제약(주)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기반의 한의학적 치매 예방 모델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으며, 고령화사회의 치매 예방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시 한의치매예방사업은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연구와 치료 경험도 축적되고 있다. -
경도인지장애의 한의치료, 인지기능·우울척도 개선 ‘확인’[한의신문] 부산광역시한의사회(회장 송상화)가 지난 2016년부터 부산광역시와 함께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이하 한의치매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난해 사업 성과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다. 부산광역시는 ‘21년 9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0.9%로, 특·광역시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바 있으며, 오는 ‘30년에는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주요 치매예방 대상군인 경도인지장애자는 ‘22년 15만6000여 명에서 ‘23년 16만4000여 명, ‘24년 17만1000여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한의치매사업은 부산시 거주 55세 이상 인구 중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시민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한의학적 치료를 실시해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 치매 유병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MoCA, KDSQ 등 공인된 검사법과 상담·진찰을 통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614명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 참여자 중 500명이 사업에 참여했으며, 중도 탈락기준에 해당하는 참여자 144명을 제외한 356명에게 한의치매사업을 최종 완료했다. 한의치매사업에 참여하는 지정 한의원은 임상경험이 풍부한 한의사를 대상으로 한의치매예방사업단의 교육을 이수하고 참여 약정서를 제출한 한의원 중에 선정됐으며, 대상자의 접근성을 고려해 각 구·군마다 1∼8개소, 총 90여 개소가 선정됐다. 한의치매사업에서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가미귀비탕엑스 △육미지황환엑스 △당귀작약산엑스 등 총 3개의 처방을 활용, 사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부수적인 증상이나 체질을 변증해 각자에게 맞는 처방이 결정됐으며, 6개월간 1일 2회 아침·저녁 식후에 처방된 한약을 복용토록 했다. 또한 비약물치료 가운데 침 치료는 6개월간 주 2회씩 신경인지장애에 관한 침치료 효과에 관한 여러 연구 및 치매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바탕으로 선정된 사신총, 내관, 신문, 노궁, 족삼리 등의 혈위에 자침했으며, 약침치료는 6개월간 주 1회 자하거 약침을 풍부, 대추, 풍지, 견정혈에 주입했다. 한의치매사업의 주요 결과를 보면, 먼저 MoCA 및 CIST 점수에 대해 사업 참여 전후를 비교해 인지기능 개선효과를 살펴본 결과 MoCA 점수는 매년 사업결과와 마찬가지로 모든 구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인지기능 개선이 나타났으며(p<0.05), CIST 점수 역시 paired T test를 실시한 결과 사업전후에 유의하게 점수가 상승(p<0.05)하는 한편 GDepS(단축형) 점수에 대해 사업참여 전후를 비교해 노인 우울척도 개선효과를 분석한 결과 GDepS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p<0.05)했다. 또한 변증에 의한 3종의 한약제제를 중심으로 투여한 한약제제에 의한 인지기능 점수(MoCA) 및 우울척도(GDepS) 변화량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모든 군에서 치료 전과 비교해 MoCA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 한의치매사업에서 이용된 한약제제는 변증에 기초해 적절하게 처방되면 그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유사한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더불어 변증에 따른 GDepS 점수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가미귀비탕에는 사업 전후 우울척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p<0.05)됐으며, 육미지황탕·당귀작약산에서는 유의성이 없었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최대 3회까지 참여할 수 있는 한의치매사업의 연속된 참여를 통한 인지기능 개선효과의 영향을 검토하기 위해 대상자의 사업참여 횟수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1년 연속참가자 267명 △2년 연속참가자 62명 △3년 연속참가자 27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23∼‘24년 2년 연속 참가자(3년 연속 제외)를 대상으로 MoCA 점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1회차 사업 전후에 유의하게 점수가 상승했으며, 비사업기간(6개월)에는 사업 전에 비해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2회차 사업 참여로 다시 유의하게 인지점수가 상승(p<0.05)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2∼‘24년 3년 연속 참가자를 대상으로 MoCA 점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연도별 사업 전후의 인지 개선은 ‘21년도만 유의하게 인정됐으며, ‘21년도 사업 전에 비해 ‘22년도 및 ‘23년도 사업 전의 인지점수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남에 따라 연속참여자의 경우 비사업기간에도 인지 개선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23년 사업 참가자를 총 사업참여 횟수별로 분류하고, 치료 전 MoCA 점수와 함께 사업 전후의 MoCA 점수 변화량을 관찰한 결과 참여 횟수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초기 인지기능이 높았으며, 한의치료에 의한 점수변화가 적었다. 특히 한의치매사업 후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9.7%가 사업 전반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으며, 90.6%가 기회가 되면 다시 사업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나타내는 한편 치료방법에서는 약침, 침, 한약 순으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이경석 부산시한의사회 부회장은 “지난해 한의치매사업을 통해서도 이전 사업과 같이 노인 우울척도 및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한의치매사업의 효과가 치료하지 않을 때에도 유지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지난 10년간의 사업을 통해 인지기능 개선의 재현성 및 연속성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고 있으며, 사업 참여자의 만족도 및 재참여 의지도 높은 만큼 향후 지속적인 사업 확대를 통해 치매 예방 및 관리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한의사회에서는 작년 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치매 관련 질환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인복지사업과의 연계 등을 통해 한의약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경석 부회장은 “최근 통합돌봄이 의료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중앙정부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보건의료정책을 기획·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환자가 치매지원서비스에 대한 정보 제공만으로 상황을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경우 치매지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 및 연계해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를 위해 국가치매사업 플랫폼인 구·군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치매 관련 진료를 담당할 한의원의 역량을 강화,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도모코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부산시한의사회에서는 ‘22년과 ‘23년에 한의치매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 관내 구·군당 한의원 1∼2개소를 선발해 총 26시간의 교육을 진행한 후 이수증을 수여, 치매안심한의원 시범사업을 운영한 바 있다. 이경석 부회장은 “지난 ‘23년에는 경도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사례관리사업을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행정적인 부분을 수정해 향후 ‘(가칭)치매안심한의원’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한의치매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치매 예방 및 관리에 대한 한의학적 근거를 충실하게 확보해 나가는 것은 물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노인복지사업에도 한의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부산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 효과, 국제학술지에 게재 ‘눈길’[한의신문] 부산광역시한의사회(회장 오세형)가 지난 2016년부터 부산광역시와 함께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이하 한의치매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가운데 한의치매사업이 경도인지장애자의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지난달 30일 ‘21년도 한의치매사업을 통해 얻어진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 자료를 활용, 한국한의학연구원의 KORE 프로젝트를 통해 SCIE 저널인 ‘Frontiers in Neurology’에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인지기능 및 전전두엽 피질 활동 개선에 대한 한의치료의 효과: 후향적 관찰 연구(Effectiveness of Korean medicine treatments in improving cognitive function and prefrontal cortex activity in older individuals with mild cognitive impairment: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제하로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부산시한의사회 이경석 학술이사와 함께 최유진·양창섭·장정희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 권찬영 동의대 한의과대학 교수, 부산시한의사회 금종철 치매자문위원이 참여했다. 비침습적 광학법인 fNIRS는 근적외선을 이용해 국소 대뇌혈류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역할을 하는 산소 및 탈산소화 헤모글로빈(각각 HbO2 및 HbR) 수준을 관찰해 신경 활동과 관련된 대뇌 혈류역학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이는 경도인지장애자의 인지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혈역학적 변화를 평가하는데 적합한 도구다. 이와 관련 이경석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이사는 “이번 연구는 경도인지장애자의 인지 기능 및 뇌혈역학 변화에 대한 임상에서 한약과 침 치료의 장기적 효과를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fNIRS를 사용, 6개월의 중재기간 전후로 인지작업 중 전전두엽 피질 활동을 측정함으로써 경도인지장애자의 잠재적 인지 개선의 신경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이번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21년 한의치매사업 참여자 가운데 경도인지장애자(MCI)로 진단된 17명과 9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조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한의치매사업 참여자들은 변증을 통해 △가미귀비탕 △육미지황환 △당귀작약산 등 3가지 처방을 6개월 동안 하루 2회씩 복용하도록 했다. 또한 침치료는 사신총·내관·신문·노궁·족삼리 혈위에, 약침치료는 풍부·대추·풍지·견정 혈위에 6개월간 각각 주 2회 시술했다. 연구 결과 6개월 동안 한약·침·약침 치료를 받은 MCI군에서 MoCA 총점은 baseline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3.24점↑, 95% CI)했으며, CIST 점수도 증가해 인지개선을 나타낸 반면 GDepS 점수는 감소해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침치료 후 부작용으로 두통 사례 1건이 보고됐지만, 두통의 정도는 경미한 수준이었고 저절로 사라졌으며, 그외 다른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fNIRS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Stroop 작업 중 좌측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와 FPC(frontopolar cortex)의 HbR beta 값은 MCI군의 6개월 추적 관찰에서 baseline보다 낮았으며, 이 차이는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한의치매사업을 통해 한약·침·약침과 같은 한의치료가 경도인지장애자들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물들을 얻어 왔다”면서 “이번 연구는 한의치매사업에 대한 보다 객관적·과학적인 근거 확보를 위해 시행하게 된 것으로, 연구 결과 한의치매사업의 인지기능 향상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 경도인지장애자에 대한 한약과 침 치료를 포함한 전통의학에 대한 효능과 혈역학적 반응을 평가하는 임상연구는 제한적인 가운데 이번 연구에서는 인지작업 중 fNIRS를 사용해 PFC의 혈역학적 반응 변화를 측정, 경도인지장애자에 대한 한약과 침 치료의 효과에 대한 치료 메커니즘을 조사하고자 했다”며 “추적 관찰을 통해 Stroop 작업 중 HbO2 beta 계수가 증가하는 경향은 3개월 추적 관찰에서 MCI군에서 관찰됐지만, 이 값은 6개월 추적 관찰에서 감소해 대조군의 평균반응과 유사했으며, 더불어 Stroop 작업 중 HbR beta 계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좌측 DLPFC 및 FPC의 HbR beta는 MCI군의 baseline에 비해 6개월 추적 관찰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는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에 대한 한의 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히는 한편 “전전두엽 활성화의 이러한 변화는 보다 효율적인 대뇌피질 산소 공급을 나타내며, 잠재적인 인지기능 개선의 근본 메커니즘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치매예방 및 관리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경석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이사는 “한의 치매예방 사업은 그 사업 효과가 인정돼 부산은 물론 많은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사업들이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는 더 이상 환자나 그 가족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이미 그 효과가 입증된 한의 치매예방 사업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경석 학술이사는 “한의계에서 정부를 향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할 때마다,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답변은 ‘치매에 대한 한의치료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에 부산시한의사회에서는 한의치매 치료에 대한 객관적·과학적 근거 확보를 위해 신경영상(neuro-imaging)을 활용해 평가함으로써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의 노력이 SCIE 저널 게재라는 의미 있는 결과물로 결실을 맺은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한의치매사업에 참여해준 부산시한의사회 회원은 물론 연구에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업보고서뿐만 아니라 저널출판을 통해서 한의치매치료에 대한 근거가 지속적으로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2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81년 6월16일 맹화섭, 송태석, 허재숙, 이성래, 배원식, 이종형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림사 주최로 ‘고혈압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특집 좌담회를 열었다. 이종형의 사회롤 개최된 이날 좌담회는 ‘요통’을 주제로 했던 제1회의 좌담회를 이어서 진행된 것이다. 이날 각자 자신의 견해를 자료를 통해 제시하고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래에 이를 개인별로 정리한다. ◯ 孟華燮(맹화섭한의원): 고혈압은 手指의 麻木不仁, 혹 不用, 肌肉의 微掣者는 愈風湯과 天麻丸을 사용한다. 竹葉枳朮丸과 수풍순기환을 相間服用하거나 죽엽지출환과 육미지황환을 相間服用한다. 肥人에게는 곽향정기산에 남성, 목향, 방풍, 당귀를 加하고, 瘦人에게는 九味半夏湯을 사용한다. 류마티스를 겸하면 疎風活血湯, 疏經活血湯 등을 사용한다. 고혈압은 급강하함을 不可하며 서서히 하강을 시켜야 하며 제반증상을 상세히 검토해서 처방을 잘 선별해서 치료해야 한다. ◯ 許在淑: 고혈압의 원인은 內因性(본태성고혈압과 유사)과 外因性(속발성고혈압과 유사)으로 구분한다. 고혈압을 유발시킬 수 있는 소인으로 風, 火, 痰, 虛의 四要因이 상호복합하여 몸 전체의 음양이 실조해서 腎陰不足, 肝陽上亢, 陰陽兩虛의 병리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頭痛, 眩暈, 項背强痛을 호소할 경우 청훈화담탕, 반하백출천마탕, 궁신도담탕 등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胸煩, 怔忡, 驚悸, 不眠, 不安, 上氣 등 칠정형에는 상하분소도기탕, 분심기음, 가미온담탕 등을 사용한다. 胸脇滿痛, 두통, 현훈, 이농, 或視物不淸, 乾嘔 등은 肝膽型으로 시호소요산, 시경반하탕가감 등을 사용한다. 현훈, 頭痛綿綿不止, 耳鳴漸起, 目澁, 心煩, 경계, 유정, 맥현, 설홍 등 陰虛證에는 기국지황탕가감을 쓴다. 素稟虛弱, 易疲勞, 현훈, 虛汗, 무기력, 면창백 등 氣血兩虛型에는 십전대보탕을 사용한다. ◯ 李晟來: 고혈압은 濕痰, 痰火, 心血不足, 心火, 腎陰不足, 腎火, 肝血不足, 肝陽, 肝火, 動風 등의 일련의 병리적 상태가 주원인이다. 濕痰型은 가미정기산을 처방한다. 가미정기산은 곽향정기산에 독활, 황금, 창출, 백강잠, 선퇴, 목과, 위령선을 가한 것이다. 침구처방으로 一案은 補 태돈, 곡지, 음곡, 행간, 소부, 瀉 중봉, 경거, 태충, 태백, 二案으로 補 태충, 태계, 신문, 瀉 태연, 태백이다. ◯ 宋台錫: 침술학적 입장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單經治療法은 먼저 復溜를 補하고 다음에 음곡을 補하고 용천을 瀉한다. 급성증상이 소멸치 않으면 수천혈, 태계혈을 보한다. 혈압을 측정하고 心的不安이 계속되면 대종혈, 경문혈, 신수혈을 추가로 시침한다. 둘째는 舍岩五行補瀉法이다. 先補經渠穴復溜穴이며, 後瀉太白穴太溪穴하여 시침한다. 셋째, 耳鍼相應療法及處方이다. 耳鍼에 高血壓점(세군데)과 任氣脈에 시침하여 좋을 효과를 본다. 넷째, 고려수침법이다. ◯ 裵元植(배원식한의원): 오랜 세월에 걸쳐 임상치험을 통하여 신허성고혈압설을 중심으로 시용한 것이 가장 적용율이 높아 이 약을 고혈압증에 명약으로 취급 사용하고 있다. 처방은 인삼, 산수유, 산약, 오미자, 백복령, 파고지, 산조인초, 천궁, 감국, 시호, 반하, 황금, 백작약, 지실, 창출을 1일 2첩씩 복용하는 것이다. 본인은 고혈압의 병증을 ‘人間枯木病’이라고 특이한 병명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처방의 이름을 枯木逢春丸, 枯木逢春湯이라고 하였다. -
놓칠 수 없는 우리 아이 키 성장, 한의약으로 잡는다[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최근 아이들 성장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크다. 관련 의료비 지출 규모 역시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2022년 한방의료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 미만 자녀의 한의의료 이용목적으로 성장클리닉이 27.6%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또래보다 작거나 크는 속도나 더디어 보인다면 임상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일관성 있는 한의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 방미란 교수와 함께 한의학 성장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 한의치료로 성장장애 개선 가능 성장의 속도는 어린이마다 다르지만, 유난히 잘 자라지 않는 경우 성장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연간 성장하는 키가 4cm 미만이거나 같은 나이·성별에서 신장이 100명 중 25번째 이하면 한의의료기관을 찾아 진단받는 걸 추천한다. 저신장은 이 중에서도 더욱 키가 작은 경우로, 같은 나이·성별의 평균보다 2 표준편차 이상으로 작거나, 100명 중 3번째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성장장애 한의치료는 전신상태를 고려해 근본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안전하며, 효과적인 치료라는 장점이 있다. 한의약에서는 소아를 비상부족(脾常不足)으로 소화기관이 아직 덜 발달했고, 폐상부족(肺常不足)으로 호흡기가 약하며, 신상허(腎常虛)로 신장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이를 토대로 내분비, 소화기, 호흡기 등 아이의 전신상태를 조절하면서, 성장 부진 근본 원인을 치료해 균형 잡힌 성장을 돕는다. 단순 성장지연이 아닌 성조숙을 동반한 경우라면 조기골단융합이 주원인이 되기 때문에 치료 시 뼈 나이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 ◇ 다양한 연구로 한의약 성장 치료 효과 입증 성장장애의 한의치료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다. 국제학술지 ‘Medicine’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한방병원에 내원한 특발성 저신장 116명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약 치료 및 필요시 뜸과 이침 치료를 병행했다. 대개 연간 3회 내외로 방문했으며 평균 1년 치료 후 남아는 평균 1.5백분위수에서 1.9백분위수, 여아는 평균 1.4백분위수에서 2.1백분위수가 돼 성장이 개선됐으며 뼈나이(골연령)의 성숙을 가속하지 않았다. 외래에 다빈도로 내원하는 환자는 특발성 저신장, 3백분위수 이상 정상범위 저신장, 성조숙증을 동반한 성장장애 환자들이 많다. 이와 함께 성장장애는 아니어도 만성질환이 있거나,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 식욕이 떨어지거나 피곤해해 성장 속도 저하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많이 병원을 찾는다. 내원하면 먼저 신장과 체중을 측정해 백분위수를 산출하고, 성장 속도 등 성장지표 및 생활 습관을 확인해 치료 계획을 세운다. ◇ 개인별 체질에 맞춘 성장 유도 성장장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소아 청소년 성장장애 환자의 성장 개선을 위한 한의치료에는 한약 치료, 침 치료, 뜸 치료, 근건이완수기요법이 있다. 한약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군자탕가감, 보중익기탕가감, 육미지황환가감 등의 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 한약치료는 성장의 기본인 소화기와 근골을 강화하고 오장육부의 기혈편차를 조절해 체질에 맞는 성장을 유도한다. 침 치료는 족삼리, 독비, 양릉천, 현종, 삼음교 등 성장판 주위 또는 뼈와 근육에 관련된 경락의 혈자리에 시행해 성장 촉진을 돕는다. 더불어 식욕부진이나 소화불량이 있는 경우에 소화기를 강화하는 데도 시행할 수 있다. 배에 온열 자극을 주어 혈액순환을 돕는 뜸 치료는 안전을 위해 전자 뜸을 주로 활용해 아이들도 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 기해, 관원 족삼리 등의 혈자리에 시행한다. 치료와 함께 식습관과 운동 습관 등의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습관을 지니도록 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탄산음료와 카페인 음료는 칼슘의 손실과 영양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과잉 섭취를 피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의 경우 생활이 학습에 치우쳐 신체활동에 소홀하기 쉽지만, 운동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매일 하루 6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
초고령사회에서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 ‘모색’[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대한한방내과학회(회장 고창남)는 26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고령사회에서 한방내과의 역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 한의학에 대한 강점을 부각시키고 한방내과 진료영역을 보다 체계적·구체적으로 확대해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서의 역할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고창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의계가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중 초음파 사용을 비롯해 한약제제의 다양화, 한방보험약의 효과를 증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코로나19를 벗어난 지금이 한의계의 위기라고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고 회장은 “일본에서는 노년의학이 이미 발달돼 있고, 중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한방노인학 관련 서적들이 발간되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양의학에서 노년의학전문의가 배출되는 등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여러 가지 변화와 흐름에 대처하고 있지만 한의계에서는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한의계도 이같은 환경에 맞춰 시대에 맞는 진단, 치료, 약제 등 다양하게 변화시켜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번 학술대회가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한의학 관련 정책이나 법안 등을 추진함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조기호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한국의 초고령사회에서 한방 노년내과의 필요성과 그 역할’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시작으로 △한의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센터(방호열 동방신통부부한의원장) △증례를 중심으로 살표보는 고령자 피부질환의 진단(김규석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노쇠 평가 방법과 도구(윤성준 ㈜디피아 대표이사) △전립선비대증의 임상적 접근-CPG를 중심으로(조충식 대전대 한의대 교수) △COPD환자의 한의학적 치료-약물, 추나(정희재 경희대 한의대 교수) △고령자 다약제 사용,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권승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 등이 발표됐다. 이날 조기호 교수는 강연을 통해 “최근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노쇠’라는 개념은 한의약에서는 예로부터 ‘허증’으로 보고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해 대응해오고 있다”면서 “초고령사회라는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눈 앞에 다가온 이때, 전통의학의 계승·발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한의노년내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노인들에게 빈발하는 냉증, 수면장애(불면), 인지증, 기침, 식욕부진, 노쇠, 초기·만성 감기, 관절통, 요통, 배뇨곤란·잔뇨감, 빈뇨, 변비, 설사 등을 치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그동안 임상에서 봐왔던 치험례를 공유했다. 특히 조 교수는 “30년 가까이 일본과 교류해 오면서 느낀 점은 그들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면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즉 학문의 외연성을 넓히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한의학도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며, 더욱이 초고령사회를 맞아 한방내과학을 중심으로 한의계가 합심해 나간다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호열 원장은 한의 방문진료 및 장기 요양재택의료센터에 대한 전체적인 현황 및 현재 운영 중인 거제시 재택의료센터에서 시행 중인 진료 형태와 노하우를 공유했다. 방 원장은 “한의계가 방문진료에 눈을 더욱 돌려야 하는 이유는 정부의 관련 정책 확대는 물론 노인인구와 거동불편자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수요도 늘어날 것이 때문”이라며 “더불어 장애인주치의나 노인건강주치의, 치매주치의 등 추가적인 방문진료 사업 추진의 가능성이 높고, 인구 감소로 인한 소아청소년, 중장년층 환자들이 줄어들어 외래진료 대상자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문진료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규석 교수는 “진단이 잘못되면 치료방향 수립에서부터 어긋날 수 있어,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또한 고령자의 피부에 대한 특징도 숙지한다면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건조한 피부 △복용 중인 약물 △영양제·건강기능식품 △음식 △피부질환 △내과질환 △정신적 문제 △신경질환 △계속 긁으면 더 가려운 피부질환 등으로 제시하는 한편 이 가운데 가려움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내과질환으로는 만성 신장 질환, 간질환, 담도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혈액암·혈액질환, 자가면역질환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고령자의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피부 노화로 인한 피부 건조와 더불어 복용 약물이 많아져서 약물에 의한 가려움증이 다빈도로 발생하고 있으며, 또 내과질환·신경질환에 의한 가려움증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고령자의 피부질환 진단시에는 이같은 고령자의 특징을 두고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원인부터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충식 교수는 “전립선 증식증의 정의는 현재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지만, 임상에서는 전립선의 비대, 폐색, 하부요로증상의 조합을 통해 진단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고령일수록, 또 증상이 다양할수록 전립선 증식증 단독이 아닌 그 중의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하며, 치료목표 설정을 넓게 하고, 환자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약제제의 건강보험약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야간뇨: 팔미지황환(제제 또는 환제) 또는 팔미+오자연종환 고려 △빈뇨: 오림산(Ex) △절박뇨: 육미지황환(제제)+오림산(Ex) △노인 야간 하복통(기림): 보중익기탕(Ex)+오림산(Ex) △불완전배뇨증후군: 신기환+오림산(Ex) 등을 활용한다고 밝히는 한편 “전립선 질환을 바라볼 때 몸 전체를 바라보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증치료 중심보다는 원인을 파악해 치료해 나가는 것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희재 교수는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유발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WHO에 따르면 세계 4위의 사망원인이 되는 질환이며, 현재 완치약물이 없고 고령층의 유병률·사망률을 높여 향후 사회적 부담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더불어 고령화사회,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COPD의 관리 및 대응이 중요한 상황에서 한·양방 융합치료에 대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약물치료적인 부분에서는 기존 양방 약물요법과 청상보하탕·형개연교탕의 병용 투여를, 또한 호흡근과 경락을 고려한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연구 결과 운동성은 추나 치료가, 실제 가슴 답답함이나 호흡곤란 등의 정도는 한약 치료를 통해 유의한 개선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권승원 교수는 “다약제 복용이란 임상적으로 필요한 양 이상으로 많은 약제가 처방되고 있는 상태로, 현재는 5종류 이상일 때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히며, 다약제 복용이 발생하는 원인을 △의료시스템 △환자 △의료인 △제약회사 등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다약제 복용은 의학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약의 활용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약은 다성분으로 구성된 단일 약재를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10가지 증상이 있어도 한 병태(변증)에 의한 것이라면 처방은 1가지”라고 설명하며, 이에 대한 실례로 약인성 파킨슨증후군에 대한 억간산 처방을 예시로 들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강연과 더불어 신청자를 대상으로 1조당 6명씩으로 조를 편성해 ‘복부 초음파 핸즈온’ 세션을 운영, 내과 영역에서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 확산을 위해 일선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콘텐츠 위주의 실습 교육이 진행됐다. -
경도인지장애의 한의치료, 인지기능·우울척도 개선 효과[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부산광역시한의사회(회장 오세형)가 최근 ‘2023년도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 보고서’ 발간을 통해 경도인지장애자를 대상으로 한 한의치료가 인지기능 및 우울척도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한편 치료효과 역시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부산시한의사회와 부산광역시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자의 질병 호전, 증상의 경감을 도모하고, 치매 유병률 억제를 통한 노인인구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214명이 사업 참여를 완료한 가운데 참여자들은 약물치료(변증별 한약제제 투여) 및 비약물치료(침 및 약침 치료)를 병행해 실시했다. 약물치료의 경우에는 △가미귀비탕엑스 △육미지황환엑스 △당귀작약산엑스 3종의 처방을 활용, 대상자의 부수적인 증상이나 체질을 변증을 토대로 처방을 결정했으며, 6개월간 1일 2회 이상 아침·저녁 식후에 복용토록 했다. 또 비약물치료의 경우에는 침 치료는 신경인지장애에 관한 침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 및 치매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바탕으로 선정된 사신총·내관·신문·노궁·족삼리 혈위에 6개월간 주 2회 시행했다. 또한 약침 치료는 시술군-비시술군으로 나눠 사업을 진행했으며, 시술군의 경우 자하거약침을 풍부·대추·풍지·견정 혈에 6개월간 주 2회 시술했다. 사업 종료 후 인지기능의 개선 효과 여부를 확인한 결과 MoCA 점수는 20.9±3.0점에서 23.5±3.6점으로, CIST의 경우도 23.9±3.8에서 25.3±3.7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척도의 경우 GDeps(단축형) 점수를 통해 사업 참여 전후를 비교한 결과 3.6±3.3점에서 2.6±2.8점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변증에 따른 인지기능의 개선효과를 분석한 결과 3종의 한약제제에서 사업 전과 비교해 인지기능점수(MoCA)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사업에서 활용된 한약제제는 변증에 기초해 적절하게 처방한다면 그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유사한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연속된 사업의 참여에 의한 인지기능 개선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신규참가자 136명 △2년 연속참가자 39명 △3년 연속참가자 39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우선 2회 이상 사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최근 2년간 MoCA 점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2022년 사업 전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점수가 상승했으며, 비사업기간(6개월)에 2022년 사업 전과 두 점수에 대해 유의한 차이는 없었지만, 2023년의 2회차 사업 참여로 다시 유의하게 인지점수가 상승했다. 또 2022, 2023년 2년 연속 참가자를 대상으로 MoCA 점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에서는 1회차 사업 전후에 유의하게 점수가 상승했으며, 비사업기간(6개월)에는 사업 전에 비해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나, 2회차 사업 참여로 다시 유의하게 인지점수가 상승했다. 또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참가자를 대상으로 MoCA 점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에서도 비사업기간에도 인지 개선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만족도 조사에서는 89.7%가 ‘만족’, 9.9%가 ‘보통’, 0.5%가 ‘불만’이라고 답했으며, 재참여의사의 경우에는 90.6%가 재참여의사를 밝히는 한편 ‘고민’ 8.5%, ‘불참’ 0.9%로 각각 답했다. 이와 함께 치료법의 만족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약침(91.6%), 침(88.4%), 약(82.8%) 등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이경석 부산시한의사회 학술이사는 “지난해 사업을 통해서도 경도인지장애자들의 인지기능 및 우울척도 개선은 물론 효과의 지속성 및 재현성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같은 우수한 치료효과 덕에 참여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면서 “올해에는 500명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사업 진행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며, 한의약을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21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경우에는 △물리적 환경 △경제 활동 △사회참여 활동 △사회통합 △건강과 돌봄 등 5개 영역에서 18개 세부목표를 정해 초고령사회 대비에 나서고 있다”면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앞으로 치매 관련 질환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치매지원 서비스 제공 및 돌봄과의 연계를 통해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이 이사는 “부산시한의사회에서는 이같은 공백의 해소를 도움이 되고자 구군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치매 관련 진료를 담당할 한의원의 역량을 강화해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면서 “실제 2022년과 2023년 한의치매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한 이후 27개소의 치매안심한의원을 선정, 이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치매안심한의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향후 치매 관리에 한의사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
르세라핌 채원도 먹는다는 ‘공진단’, 어디에 좋은 걸까?[한의신문=주혜지 기자] ‘ANTIFRAGILE, ‘UNFORGIVEN’, ‘EASY’ 등 메가 히트곡들을 유행시키며 K-Pop을 이끌어가는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 데뷔한 지 2년도 안됐지만 국내외 음원 차트를 휩쓸며 각종 시상식에서도 수많은 상을 받아왔다. 하지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쉴새 없이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멤버들의 건강에 팬들의 걱정은 매우 크다. 특히 지난해 리더인 김채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어 더욱 그렇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채원의 영양제 가방이 화제가 됐다. 채원은 "아프고 나서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하며 5가지 영양제에 공진단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채원 이외에도 공진단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가수 크러쉬는 작년 말 한 라디오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매일 공진단 한 알씩 먹는다”고 언급했으며,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유명한 마동석 배우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체력 비결이 공진단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대 초반이자 Z세대 트렌드의 중심인 아이돌 가수가 공진단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모습은 생소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한의약을 대표하는 보약으로서 공진단은 어떤 약인지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공진단은 한의서인 ‘시제백일선방’에서 최초로 언급된 한약으로 노화 방지, 기억력 증진, 기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실제 원나라 황실에 바쳐졌다고 하여 ‘황제의 보약’이라는 이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공진단은 “간을 치료하는 약으로 얼굴에 혈색이 없고 근육이 늘어지거나 눈이 어두울 때 사용한다”고 기록돼 있다. 공진단을 구성하는 약재는 ‘녹용’, ‘당귀’, ‘산수유’가 기본이 된다. 이 가운데서도 녹용은 수사슴의 어린 뿔을 채취해 말린 것으로, 면역력 향상, 뇌세포 활성화, 집중력 강화, 저혈압 및 빈혈치료 등 광범위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보혈 효과가 있는 당귀, 신장 강화 효과를 지닌 산수유와 그 외 여러 한약재가 어우러져 황제의 보약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공진단의 효능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로도 밝혀진 사실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공진단은 장수 유전자인 ‘시르투인1’을 활성화해 신경세포 보호와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24시간 동안 신경세포를 과산화수소에 노출시켜 손상을 유도한 후 공진단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공진단은 시르투인1의 발현을 활발하게 유도해 손상된 신경세포의 생존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공진단이 항산화 작용과 뇌신경세포 DNA의 손상을 예방하고, 뇌유래신경인자와 신경성장인자의 발현을 높인다는 결과도 함께 발견됐다. 또한 요즘과 같이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는 환절기에는 공진단 외에도 ‘육공단’, ‘경옥고’ 등의 한약들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육공단은 뇌 기능 향상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육미지황환’ 처방을 공진단에 더한 한약으로,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어바인 의과대학(UCI)의 공동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 및 뇌 기능 활성화 효능이 입증된 바 있다. 최근에는 면역력 증강 효과도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공진단뿐만 아니라 한약은 이미 일상에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부터 첩약 처방 시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환자 부담률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만큼 한약의 접근성이 더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홍순성 원장은 “공진단은 성장발육이 필요한 어린이, 피로한 직장인과 수험생,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등 누구나 복용할 수 있는 보약”이라며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르세라핌의 리더 채원처럼 젊은 시절부터 면역력 관리에 나서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서네팔로 떠난다. 욕실에서 반백의 머리에 검은 붓질을 한다. 쓰윽 쓰윽, 염색약으로 번들거리는 머리가 점점 이상해지지만 피식 웃고 만다. 마법처럼 좀 젊어질 테니 잠깐 달라붙은 흉한 머릿결은 감수해야 한다. 아내는 한마디 거든다. “히말라야 가는데 왠 염색?” 답변 대신 피식 웃는다. * 3대 트레킹 코스 Trekking은 만년설을 멀리 보면서 6,000m 이하 산길을 걷는 산행이다. 그 이상은 전문 산악인들이 정상을 향해 원정대 꾸려 생명의 존재와 위협을 동시에 느끼는 벅찬 여정으로 Climbing이라 할 수 있다. 제일 풍경 좋고 어려운 코스는 단연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 등이 우뚝 솟은 쿰부 지역이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 타고 루클라까지 들어가 산행을 시작한다. 남체 마을을 지나 속으로 속으로 들어간다. 세계의 지붕, 명산, 고산, 최고봉 히말라야 트레킹은 설렘이다. 그 산길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 산악인들도 다니던 길이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세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한 산길 역시 그 루트이다. 트레커들은 전망대인 칼라파타르(5545m)를 오른다. 8,000m급 산을 가까이 볼 수 있고 7,000m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태초 만년설의 세월 앞은 경외스럽다. 자연의 최고봉은 신비를 간직한다. 에베레스트의 바람과 구름은 거친 품격이 있다. 트레커들은 압도되는 풍경에 눈물 흘린다. 걸어온 힘든 길이 기억나는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인지, 앞으로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아 방문객들의 눈시울이 붉다. 고산증으로 트레커들 반의 반도 오르지 못하는 최상급 코스이니 만만치 않아 더욱 매력적이다. 정상 도전은 로부체(4630m) 롯지에서 출발하여 칼라파타르에 올라 고산증으로 바로 하산해야 하는 총 17시간의 일정이다. 산소는 해수면의 1/2이니 걷기 힘들지만 눈과 가슴은 풍요롭다. 안나푸르나 일주 역시 상급자 코스로 토롱라 패스(5415m)는 트레커들을 괴롭힌다. 산소가 부족해 비디오는 1/4배속으로 영상 처리 된다. 걸음은 무겁고 머리는 비지만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가까이 볼 수 있으니 호사이다. 하얀 설산은 산객에게 순수를 전한다. 일주를 마치면 봉쇄수도원에서 기도한 사제처럼, 선방에서 안거를 마친 선승처럼 나름 의젓해진다. 카트만두에서 8시간 거리 사부르베시에서 출발하는 랑탕밸리 코스는 캉진콤파(3870m) 롯지에 짐을 풀고 전망 좋은 강진리(4773m)와 체르코리(4984m)를 오른다. 산행길이 협곡이 아닌 넓은 평야라 넉넉하고 봄의 야생화는 신비롭다. 고산증이 적은 편이지만 조심해야 한다. 1년전 이 코스를 산행했는데 동행한 친구는 강진리 오르다 고소증이 심해 바로 하산했다. 어지러우면서 쓰러지고 요실금이 나타났다. 할 수 없이 포터들이 부축하여 하산하였는데 친구를 잃을 뻔 했다. 히말라야에서 고산증으로 1년에 몇 십 명 죽는다는 보고는 꼭 참고해야 한다. 랑탕밸리 옆 코스인 힌두교의 성지 고사인쿤드(4100m) 역시 장관이다. 저 멀리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산군을 보면 숙연해진다. 히말라야 속에 묻힌 기분이다. 고산증 적은 코스는 단연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 4130m)와 푼힐전망대(3210m)로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다. 가까이에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 다울라기리를 볼 수 있는 초중급자 코스이다. * 체력 히말라야를 가고 싶은데 우선 겁난다. 하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접근하면 귀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평소 친구들이랑 북한산 다녀와 막걸리 자주 마셨다면 일단 시도해 보자. 지리산 1, 2박 종주 산행하고 다리가 아프지 않고 몸살 나지 않고 입술 부르트지 않으면 일단 자신감을 가져보자. 물론 처음에는 낮은 코스를 경험해 보고 슬슬 고도를 올리고 싶지만 그럴 필요 없다. 맞을 매 먼저 맞자. 상급자 코스를 먼저 도전해 본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체력뿐만 아니라 산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체력과 열정은 나이 들면 약해지고 식는다. 좀 젊은 날 뜨거운 열정으로 도전하자. 매년 갈 수 없으니 미루지 말고 당당히 실천하자. 우선 초급자 코스 경험하고 나이들어 상급 코스 도전하려면 거의 불가능하다. 상급자 코스를 다녀오면 자연히 중급자와 그 이하 코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시간, 체력, 경비, 동반자 등등을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서두르지 말고, 하지만 미루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들도 어린이들도 그들의 체력에 맞게 트레킹한다. 7, 8,000m 오르는 것이 아니고, 그 산을 멀리서 즐기는 트레킹이니 고행과 축복이 같이 한다. * 골드 마운틴 이번 트레킹은 랑탕헬람부이다. 랑탕밸리의 반대쪽 코스로 좀 한적하다. 겨울이고 일정(10일)이 짧아 한 구획만 다녀왔다. 일정은 서울에서 네팔 수도 카트만두 까지 왕복 2일이 소비되고, 카트만두에서 산행 시작점 까지 1일, 산행 종착지에서 카트만두 까지 또 1일이니 4일은 산행과 관계없이 필요 일정이다. 그리고 트레킹은 코스에 따라 10일 이상 걸어야 한다. 그래서 기본 일정 최소 14일 걸린다. 필자는 겨울 히말라야도 처음이지만 이번 트레킹은 계획이 있어 혼자 떠났다. 가이드(일당 25불) 포터(일당 20불)와 같이 트레킹을 시작한다. 몇 차례 트레킹한 경험이 있어 단골 전문 현지 여행사를 통해 산행 안내인과 짐꾼을 구했다. 그 현지 여행사에게 기본적인 수수료를 지불하지만 안정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단골이니 믿을 수 있고 과한 경비가 지출되지 않는다. 트레킹 시작 2~3일 지나면 서서히 히말라야 산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히말라야를 찾은 것을 실감한다. 신비, 경외, 환희, 감사, 압권, 품격있는 언어들이 떠오르고 가슴이 설렌다. 3일 째 쿠둔상(2470m)에서 아침 야채 스프를 먹고 등산화 끈을 맨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진다. 더 깊이 가면 히말라야는 더욱 가까이 나타난다. 아침 8시 서서히 산길을 나선다. 평소 주민과 트레커들이 다닌 산길이 호젓하다. 어쩌면 수행을 떠나는 수행자의 길인지 모른다. 걷는다. 무거운 짐은 포터에게 맡기고 필요한 생수 수건 겉옷 카메라 선글라스 등만 챙기고 걷는다. 한국말이 서툰 가이드라 서로 말을 아껴 좋다. 말 없음은 그만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왔으니 이제 자연 히말라야를 느끼면 된다. 고개를 넘고 또 넘는다. 끝날 것 같은 고개는 수없이 이어진다. 지리산 종주 산행에서 만나는 토끼봉 제석봉은 그저 맛보기이다. 헉헉거리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시야가 훤해진다. 저 멀리 하얀 산군들이 눈과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오르막을 오르면서 되새긴 육두문자가 사라진다. 와! 감탄사와 함께 사진 셔터가 터진다. 가까이 만년설을 즐긴다. 하늘은 맑고 높다. 그 아래 설산은 말없는 고승처럼 의연하다. 태초의 말씀이 울려 퍼지고 경이로운 자연에 숨이 멎는다. 흥분은 가라앉고 차츰 엄숙이 찾아온다. 거친 산맥이 펼쳐지고 힘 있는 능선이 아름답다.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잠시 그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험한 고개와 멋진 풍광을 몇 개 지나 오후 5시에 도착한 곳은 타레파티(Tharepati. 3760m), 서둘러 전망대 (4100m)에 올라 가까이 히말라야를 본다. 짐은 롯지에 맡기고 가이드랑 둘이 오른 전망대의 설산은 이번 트레킹의 압권이다. 히말라야는 많이 오른 만큼 가까이 넓게 보여 준다.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이 설산에 걸친다. 서산으로 기우는 붉은 일몰이 반대편 고산에 비춘다. 하얀 설산이 갑자기 황금색으로 변한다. 탄성은 환호이다. 히말라야는 일출 보다 일몰이 더 장관이다. 일몰의 Gold Mountain만 보아도 트레킹한 보람이 있다. 신비롭다. 며칠간의 고행, 그리고 당일 오르막 9시간 거친 산행, 모두 이곳을 위한 여정이었다. 서둘러 전망대에서 내려가야 한다. 히말라야는 해가 지면 갑자기 추워진다. 롯지로 돌아와 가이드가 건네준 온수 한 바가지로 건식 세수를 하고, 한 컵으로 양치를 한다. 그리고 주문한 모모(만두)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하지만 몸과 식욕이 지쳐 반의 반도 못 먹는다. 가이드는 트레킹 시작할 때 작은 마을에서 산 사과를 깎아 준다. 같이 먹자는 제안에 씨익 웃고 만다. 가이드와 포터의 체력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들에게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는 동네 앞산이다. 등산화 대신 슬리퍼 신고 20kg 이상 짐을 메고 동행한다. 짐을 어깨에 메지 않고 앞이마에 의지하여 경추가 모두 망가질 것이다. 정상 코스보다 지름길까지 훤하다. 하지만 고난의 방문객 얼굴은 검고 볼 살은 홀쭉하다. 얼굴에 자외선 차단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지만 검게 타는 것이 아니라 검게 익는다. 롯지는 우리들의 산장 대피소 격이다. 대개 2인용으로 콘크리트 바닥에 합판으로 벽을 세우고 그 안에 나무 침대가 있는 작은 숙소이다. 밖은 진한 어둠이고 그 날 타레파티 기온은 영하 12도(5,000m급 롯지의 밤은 영하 20도). 낮에 흘린 땀이 식어 몸은 더 춥고 끈적인다. 따뜻한 샤워가 간절하다. 도심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주막의 온기가 그립다. 퇴근하고 따뜻한 저녁 식사와 거실의 텔레비전이 떠오른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움추린다. 준비한 책은 손이 시려 책장을 넘길 수 없고 지친 몸은 모두를 거부한다. 스마트폰에 준비한 음악을 듣는다. 에디트 피아프의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가 차가운 롯지에 흐른다. 좋아했던 절규가 왜 이리 처량한지 모른다. 홀로 추운 롯지에서 상념에 젖는다. 두고 온 가족이 떠오르고, 질병과 환자와 벌이는 닫힌 공간에 몸서리치고, 삶의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한다. 외롭고 그립다. 극한 시간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든다. 착한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어젯밤 마시고 남은 생수가 꽁꽁 얼었다, 먼동이 트기 전 히말라야를 보기 위해 서둘러 롯지 마당에 선다. 다운파커와 털모자를 눌러 쓰고 손은 패딩에 넣어 추위를 피한다. 저 멀리 검은 암릉 위로 붉은 여명이 서서히 떠오른다. 묵직한 히말라야는 아직 말이 없다. 그저 조금씩 아침을 열고 있다. 차츰 설산을 드러낸다. 그리고 잠시 힘찬 일출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눈이 부시다. 히말라야와 또 하루를 시작한다. 추위와 고독 속에서 지낸 밤이지만 몸이 가벼운 것은 당신 때문인지 모른다. 더 고도를 높여 고사인쿤드로 가고 싶지만 중간 하룻밤 지내야 하는 페디 롯지는 겨울이라 폐쇄되어 오를 수 없다. 그 위 레우나야크 패스(4900m)는 1년 전에 다녀와 다른 산맥으로 서서히 하산하기로 했다. 어쩌면 입산한 승려가 환속의 여정에 든 셈이다. * 나마스테 당신의 신을 존중합니다. 무한 겸손이다. 네팔 사람들은 그런 신앙을 생활화하며 사는 것 같다. 포터는 트레커가 준 초콜릿을 산행 중에 만난 꼬마들에게 건넨다. 그에게 귀한 것 일텐데 나눔을 실천한다. 롯지 주인아주머니는 힘든 포터에게 쌀밥 달바트를 무한 리필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공동체 같은 느낌이다. 3,4000m 고산 마을 작은 학교 코흘리개 꼬마들도 트레커를 만나면 인사한다. 나마스테. 어쩌면 서울은커녕 카트만두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그 산자락에서 평생을 보낼지 모를 그 꼬마들은 두 손 모아 인사한다. 그들에게 히말라야는 교육이고 신앙이고 삶의 터전이다. 분노 욕심 어리석음을 버리는 인간 교육은 자연이 내려준다.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은 항상 평화롭다. 천진난만한 얼굴이 저 히말라야 하늘처럼 맑고 밝다. 여행자는 그 코흘리개 꼬마를 통해 묵언 수행한다. 트레킹하면서 만나는 설산 이외 또 하나의 풍경이 있다. 산허리 그 좁은 땅에 만든 다락논은 방문객의 발길을 잡는다. 산을 개간하여 층층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겨우 1~3m의 폭에 벼를 심고 감자를 키우고 옥수수를 재배한다. 한 가족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천수답 척박한 땅의 옹색함이다. 다락논으로 GNP GDP 통계를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풍경이지만 그들에게는 고단한 터전이다. 누가 네팔을 축복의 땅이라했던가? 히말라야는 1번만 온 사람은 없단다. 1번 오면 착한 마약처럼 자주 찾게 된다는 히말라야. 그저 미소로 답한다. 히말라야를 설산 고산 골산으로만 보면 옹색하다. 신앙과 철학의 공간으로 접근하면 더욱 그 깊이가 있다. 트레커들은 그런 의미로 히말라야를 찾아 지혜와 겸손을 배운다. 저 멀리 하얀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에 편지를 쓴다. 터벅터벅 올라온 자신은 대견하여 누군가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은 히말라야의 교훈이다. 그동안 물질과 풍요에서 소유했던 것을 버리고 비우는 여행이다. 어느 스님의 ‘무소유’ 여정인 셈이다. 잠시 선승이 된다. 산길을 걷다 주민과 꼬마를 만나면 두 손 모아 ‘나마스테’ 인사를 나눈다. 히말라야에서는 모두 네팔 사람이 된다. * 바람은 말씀을 나른다 사실 하산은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지만 그렇지 않다. 목표한 정상을 무사히 오른 성취감 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다시 올 수 없는 아쉬움으로 오히려 하산 길은 무겁다. 하산은 설산들이 자꾸 눈과 마음에서 멀어진다. 등산은 설렘 두려움, 하산은 아쉬움 허전함이 동반한다. 가파른 눈길을 아이젠에 의지하여 하산한다. 내린 눈이 반쯤 얼음으로 변해 쉽지 않다. 히말라야에서 부상당하면 대책이 없다. 발목이라도 삐면 산은 더욱 험해진다. 특히 엉덩방아 압박골절이라도 생기면 더욱 난감하다. 어느 트레커는 슬관절 인대 파열로 네팔 헬기 구조 요청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미화 5천불이면 650만원이다. 조심 조심 고도 1,000m 를 낮추어 4시간 만에 도착한 마을은 멜람치강(2600m). 듬성 듬성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주민들은 족히 100가구가 된다. 집마다 기다란 장대에 경전을 새긴 기다란 천을 매단 타르초가 바람에 펄럭인다. 그 경전의 말씀이 바람타고 저 먼 마을로 전한단다. 귀한 말씀을 바람을 통해 전하는 신심이다. 바람은 착한 심부름꾼으로 생명체로 다가온다. 타르초를 스치는 바람을 통해 잠깐 머물다가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한다. 한동안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를 본다. 무상(無想)이다. 멜람치강 마을 주민은 타망족으로 모두 불교신자라니 불국토가 따로 없다. 가이드는 샤워할 수 있다며 얼굴이 밝다. 계곡물을 이용해 만든 수력발전으로 고물 순간 온수기가 물을 데운다. 사용량이 많으면 자주 단전되지만 졸졸 뜨거운 물이 반갑고 고맙다. 떡진 머리를 감고 발가락 사이 꼬랑내를 씻는다. 이제 사람 꼴이 난다. 1주일 이상 자란 하얀 콧수염 턱수염은 남긴다. 서울에서 매일 아침 면도했는데 산행 중에는 도사처럼 길러본다. 염색과 면도로 흑발이 백발로 변하는 세월을 숨기고 산 도시 생활을 거부하고 자연 상태로 방치한다. 그 자연을 통해 세월을 읽고 싶다. 면도로 숨긴 하얀 수염은 자신의 세월을 그대로 드러낸다. 일탈. 이 또한 여행이리라. 트레커는 롯지 주인의 양해를 구해 주방에서 준비해간 한국 라면을 끓인다. 끓는 물에 라면과 스프를 넣고 기다린다. 간단한 요리이지만 그들에게는 생소하다. 가이드, 포터, 롯지 주인아주머니, 그 아들 모두 라면을 먹는다. 네팔 사람들 눈이 휘 둥그레진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딜리셔스! 레몬티를 마시고 저 먼 산을 본다. 아직 설산은 마을을 굽어보고 있다. 엄청난 암석의 골격 위를 덮고 있는 만년설은 마을의 수호신 같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그 설산을 보고 정중히 합장하는지 모른다. 산간마을의 햇살이 평화롭고 방문객도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한다. * 베품은 얻음이요 그동안 트레킹 하면서 산간마을 주민들에게 의료 봉사하고 싶었다. 히말라야를 찾아 네팔인들과 더불어 지내는 시간을 가졌다. 롯지 주방(대개 낮은 철제 난로로 난방과 요리를 하는 공간)이 진료실이다. 멀리서 의사가 왔으니 치료받으러 오라고 소문낸 상태였다. 한국어 반벙어리인 가이드가 통역을 하고 좀 어설픈 진료가 시작되었다. 네팔 주민들은 생소한 의사에게 몸을 맡기고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한다. 정부에서도 민간 의료인도 이 오지 마을에서 진료를 하지 않았을 것 이다. 먼저 준비해 간 자동전자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하고,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손끝에서 혈액 한 방울 채취하여 혈당을 체크한다. 주민들은 이런 신기술 진료가 처음이다. 요통환자는 침술과 간접구, 그리고 준비해간 환산제를 투약한다. 한약은 보통 10~20일분 처방한다. 한의원에서 준비해 간 엑기스 환제 등이 많아 포터가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자주 만날 수 없는 환자들이니 좀 더 넉넉히 처방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물론 오적산과 육미지황환으로 퇴행성과 협착증의 요통을 온전히 치유하지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의료인의 사명이다. 한 할머니가 어두운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찾았다. 왼쪽 경부에 심한 부종 종양이 발생했다. 갑상선이나 임파 결절일텐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단순한 염증 소견일 수 있지만 종양이 발생한 상태로 여겨졌다. 물론 양성인지 악성인지 또 확인할 방법이 없다. 침구요법도 약물요법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진료실을 떠나는 그 할머니의 발걸음은 무겁고 의료인의 마음 또한 무겁다. 저 혹이 커져 기도를 압박하면 큰 일날텐데 난감하다. 그 할머니는 병명도 모른 채 고통 속에서 돌아가실 것이다. 카트만두 병원까지는 멀고 먼 길이다. 멜람치바자르까지 걸어서 꼬박 1박 2일이고, 그곳에서 시외버스로 비포장도로 4시간 거리에 먼지의 도시 카트만두가 있다. 그 병원 의료시설, 의료진 또한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생각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어 방문 진료한다. 운동기질환으로 요추 슬관절 질환이 많고, 뇌혈관질환으로 두통 편마비 질환도 발견할 수 있었다. 혈압 당뇨 검사는 물론 침구 치료가 처음인 주민들은 대단한 호응을 보였다. 처음 보는 침구 치료는 신비롭고, 그 만큼 기대가 컸으리라. 의료인은 정성 그리고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의료는 치유의 기원 영역까지 포함된다. 히말라야는 트레커들에게 아름다운 만년설이지만 그들에게는 척박한 땅이다. 주민들에게 물질 없는 히말라야는 좀 고단하다. 방문객은 문명 대신 문맹의 공간인 고산마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른다.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간혹 고혈압 환자가 있었지만 특이한 것은 혈당 수치가 높은 주민이 많았다. 식후 혈당 140mg/dl 넘는 환자가 진료 환자의 반 정도였다. 주민들은 알랑미 같은 밥을 많이 먹는다. 아마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까닭이 아닌지 추적해본다. 영양가 없는 식사라 대신 밥의 양이 많다. 동행한 포터는 필자 보다 족히 5배 이상의 밥을 먹는다. 손으로 잘도 비벼 먹는다. 분명 식사로 인한 혈당의 상승인 것으로 사료 되었다. 네팔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 통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날 일행은 또 다른 마을로 이동하여야 한다. 내리막 1시간 오르막 4시간 거리의 타르게강(2590m)에서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다. 전날 약재를 나누어 주어 좀 가벼워진 가방을 챙기고 마을을 떠나려는데 어제 치료받았던 주민들이 환송 나왔다. 감사하다고, 이 먼 곳을 찾아 치료해 주어 고맙다고, 생전 처음 혈압 혈당 검사받고, 난생 처음 침 치료 받은 것은 축복이라고, 무슨 인연있어 그 먼 산간마을 찾아왔냐며 고개 숙여 두 손 모아 합장한다. 어쩌면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이지만 참으로 반가웠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그리고 이방인 한의사에게 카타(khata)를 목에 걸어 준다. 카타는 하얀 천으로 만든 목도리, 자신의 순수로 당신에게 감사와 안녕을 기원한다는 염원의 표시이다. 고이 간직하고 있다. 네팔 여행은 히말라야 설산뿐만 아니라 네팔인들의 순수까지 보아야 한다. 어느 초월적 존재가 있다면 그는 네팔(인)에게 물질 보다 순수를 주었는지 모른다. 그들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모두 풍광이 좋다. 그리고 그 코스 모두 힘들다. 그래서 찾는지 모른다. 트레커는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에 염색을 한다. 그는 흰머리가 많아지는 자신을 히말라야가 알아보지 못할까 부푼 가슴으로 염색을 한다. 히말라야는 생명체로 다가온다. -
자생한방병원, ‘육공단’ 면역력 증강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최근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면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공진단에 육미지황환의 처방을 더한 ‘육공단’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육공단은 간, 신장 등의 기능 향상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과 미국 UC어바인 의과대학연구소의 연구를 통해 뇌신경 세포 재생과 보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박사 연구팀은 육공단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를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Heliyon (IF=4.0)’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육공단의 면역력 증강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면역억제제인 1세대 항암제 시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를 사용했다. 먼저 동물실험에 앞서 실험 쥐의 비장(Spleen)에서 비장세포를 분리해 6시간 동안 배양 후 시클로포스파마이드와 육공단을 각각 처리했다. 이후 24시간이 지나 분석한 결과에서 면역세포들의 생존율이 육공단에 농도의존적으로 증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10일간 매일 육공단을 경구 투여했고, 면역억제제는 총 2회 복강 투여했다. 이후 면역에 중요한 T세포가 성숙되는 조직인 흉선(Thymus)과 체내 감염 물질을 제거하고 면역체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비장의 반응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의 핵심 요소인 T세포, B세포, 백혈구의 수가 면역 억제 후 육공단을 투여한 실험 쥐의 비장에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면역억제제로 인해 줄어들었던 흉선 조직의 크기도 육공단 투여량에 따라 2배가량 커졌다. 이외 CD4+, CD8+, NK세포 등 비장 조직에서 유래한 면역세포들도 더욱 활성화됐으며, 그중 CD8+세포의 수는 최대 81.8%까지 증가했다 육공단은 면역억제제로 인한 면역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였다. 육공단 투여 후 면역세포의 사멸을 촉진하는 BAX단백질의 발현은 현저히 줄었고, 사멸을 억제하는 BCL-2단백질은 증가했다. BCL-2의 경우 흉선과 비장 조직에서 발현 강도가 각각 2배 이상 활성화됐다. 이어 연구팀은 혈액에서 혈청 분리 후 면역 관련 사이토카인(Cytokine)과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의 변화를 확인했다. 사이토카인은 염증 및 면역체계의 균형과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이고, 면역글로불린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항체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분석 결과 사이토카인과 면역글로불린 모두 면역억제제에 의해 감소했다가 육공단에 농도의존적으로 다시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으며, 특히 체내 염증 수치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0(IL-10)은 육공단 투여 후 발현량이 약 3배나 늘어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현성 박사(사진)는 “이번 연구는 육공단의 면역력 증강 효과를 분석하고 면역강화제로서의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던 연구”라며 “추후 세분화된 연구를 통해 육공단의 치료 효과가 더욱 과학적으로 입증돼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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