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위한 새로운 한약제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
다기관 한·양방협력연구 통한 임상시험으로 용량별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할 것
국내 최초 폐암치료 한약제제의 제품화에 최선
유화승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삼칠충초정(HAD-B1)’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 2상을 승인함에 따라 국내 최초로 폐암치료 한약제제 제품화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유화승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에 따르면 HAD-B1(인삼, 삼칠근, 밀리타리스 동충하초, 유향)은 1740년 청나라 왕유덕이 저술한 ‘외과증치전생집’의 서황환(유향, 몰약, 사향, 우황)이 유암, 횡현, 나력, 담핵, 폐옹에 효력이 있는 한약제제라는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먼저 서황환에서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lora and Fauna)약제인 사향을 빼고 활혈화어(活血化瘀) 작용이 있는 삼칠근, 연견산결(軟堅散結)이 있는 진주분과 산자고, 보폐신(補肺腎) 기능이 있는 인삼과 밀리타리스, 동충하초를 배합해 8가지로 구성된 HAD-B가 개발됐다.
HAD-B의 진행성 폐암환자 6명에 대한 관찰임상연구(Journal of Pharmacopuncture, 15(2):31-35, 2012)에서는 HAD-B 집단의 생존 기간 중앙값이 12개월, 병용 집단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20개월, HAD-B 집단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14개월, 한·양방 병용 집단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23개월로 병용 집단의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이 다른 연구 결과들에 비해 높았다.
HAD-B는 Ⅲb기 이상의 수술 불가능한 비소세포성 폐암(NSCLC) 환자의 생존률을 연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통상적인 치료와 결합됐을 때 더 효과적이며 혈액학적 부작용과 혈액학적 외의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HAD-B 역시 다수의 폐암에 대한 임상 효과 및 기전, 독성시험에 대해 많은 연구가 돼 있으며 조성물 특허도 등록돼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한약제제개발)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이를 바탕으로 더욱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폐암 치료 한약제제 개발을 위해 진행된 것이다.
기존의 8가지 구성 한약재 중 기허가 제품이 없는 산자고, 몰약 및 불용성인 진주분, 우황을 뺀 4가지 구성 한약제제를 HAD-B1으로 명명하고 기존의 HAD-B 및 cisplatin, erlotinib(Tarceva) 등과의 비교실험, 세포실험(A549, A549/CR) 및 동물모델 실험(폐암 Xenograft model)의 비교실험을 통해 효과가 가장 좋은 HAD-B1의 조성 및 용량을 결정했다.
또한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EGFR) mutation에 대한 적응 등을 확인하고 폐암 세포 실험과 동물실험모델 실험에서 유효성을 검증했다.
‘삼칠충초정(HAD-B1)’은 EGFR 이중 돌연변이 폐암세포인 H1975세포를 이용한 효력시험을 통해 폐암증식과 관련되는 성장인자인 pEGFR1/2의 발현을 억제하고 세포증식과 관련된 P16 단백의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폐암의 진행을 억제했다.
또 표적치료 약물인 아파티닙과 함께 사용할 경우 폐암 동물실험에서 상승효과가 나타내는 것이 확인됐으며 주 항암성분은 코디세핀, R1, boswellic acid 등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양성인 진행성 비소세포성 폐암에 있어서 1세대 표적치료약물로 얼로티닙, 게피티닙이 있고 2세대 표적치료 약물로는 아파티닙, 3세대 표적치료 약물로는 오시머티닙 등이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1세대 표적치료약물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2세대 표적치료 약물인 아파티닙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한약제제인 HAD-B1을 병용할 경우 그 반응율과 무병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라며 “폐암은 현재 암종 중 발병률 및 사망률 1위인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최근 표적치료 항암제에 의해 치료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내성발현 및 부작용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내성을 극복하고 부작용을 개선시키면서도 치료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한약제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개발 동기를 밝혔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악성 종양 중 하나로 2017년 미국에서 집게된 통계에 따르면 남녀 모두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발생률 또한 남녀 모두에서 2위일 정도로 높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성과 비소세포성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성 폐암은 전체 폐암의 대략 83%를 차지하고 5년 생존율이 21%로 고형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나쁜 암으로 꼽힌다.
비소세포성 폐암은 40% 이상이 진단 시 전이성 병기(stage IV)로 발견돼 일부 환자에게서만 수술치료가 가능하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 화학항암치료를 받더라도 5년 생존율이 15.7~17.4%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아 기존의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과 이들의 병용요법으로는 치료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부터는 폐암의 발병기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EGFR)나 anaplastic lymphoma kinase(ALK), ROS1, PD-1과 같은 유전자에 돌연변이 유무에 따라 비소세포성 폐암을 몇 가지 아형(subtype)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이용한 표적치료제가 등장해 폐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gefitinib(Iressa)과 erlotinib(Tarceva)과 같은 EGFR-Tyrosin Kinase Inhibitor(TKI) 제제의 1차 치료에 따른 EGFR 돌연변이 양성환자의 중앙생존기간은 24~30개월에 도달해 생존율에 유의한 향상이 보고됐다.
그러나 이러한 뛰어난 치료성적에도 불구하고 EGFR-TKI 제제 또한 대개 9~13개월 정도가 지나면 2차 내성에 따른 질병의 진행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EGFR-TKI 유지요법에서 시간경과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항암제 내성의 출현을 극복하는 연구가 치료율 향상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HAD-B1 한약제제는 신약품목허가를 목적으로 ㈜경방신약의 상업화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으며 향후 대전대 둔산한방병원을 포함한 다기관에서 한·양방협력연구로 임상시험을 수행해 ‘삼칠충초정(HAD-B1)’의 용량별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폐암치료 한약제제로 국내 최초로 제품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