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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7)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67년 12월 『慶熙醫學』 제10집이 간행된다. 1965년 경희대가 동양의약대학과의 합병을 결정한 후 이듬해 1966년 11월 이전부터 나왔던 학술잡지를 계승해 『慶熙醫學』 제9권을 간행하고 다시 1967년 12월에 『慶熙醫學』 제10호를 간행한 것이다. 간행 주체는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한의학회라고 적혀 있다(이 시기에는 한의학과가 의과대학 소속이었다. 한의과대학으로 분리 독립된 것은 1976년 12월이었다). 『慶熙醫學』 제10호는 학생회장 黃敏雄의 ‘비약을 위한 정비를’이라는 권두언으로 시작된다. 이 글에서 그는 한의학이 신비의 베일을 벗어 던지고 과학적으로 재정비하여 일대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서 의과대학장 朴弘烈은 ‘黎明에 際하여’라는 권두사에서 세계적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넓은 학문적 포용성을 가지고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 가자고 당부했다. 한의학과장 鄭福鉉은 ‘진리의 개척자’라는 제목의 격려사에서 “성공하고야 마는 대륙 발견의 콜롬버스 등의 신념과 생활을 본받아 경희의 한의학도야 진리의 선구자가 되자”고 격려했다. 이어서 논문이 실려 있다. 辛民敎(본과 1년)의 「國産本草에 關한 硏究」는 국산 한약재를 활용하는 것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활용했던 치험례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한약재를 증상에 따라 연명초를 직접 투여해서 치료에 성공한 사례를 4개 찾아서 정리하고 있다. 韓相培·韓淸光(본과 3년)의 「白血病의 考察」은 백혈병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정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港香臨床’에서 蘇天祐 博士(港香鍼灸專科學院長)의 치험례와 ‘日本臨床’에서 矢數道明 博士의 임상, ‘中國’에서 陳居霖의 치료처방, ‘韓國’에서 裵元植 先生의 치료처방 등을 소개하고 있다. 權寧勳(본과 3년)의 「한방에 약물투여의 근대화와 술어의 통일」은 한의학 현대화에 입각해서 분말제(산제), 약수증제, 엑기스제, 환제를 사용한 경험을 몇 개의 처방을 선별해서 적고 있다. 崔周若(본과 3년)의 「현대화하는 침구술에 대하여」는 침구술의 현대화를 논하고 있다. 趙彙晟(본과 4년)의 「中風小考」는 중풍증의 역사와 증상, 예후 및 예방, 치료법 등을 정리하고 있다. 張道周(본과 4년)의 「肢下陽經痺風과 坐骨神經痛의 相關性」은 하지양경비풍과 좌골신경통의 원인, 증상, 예후, 治法方을 소개하고 있다. 金容煥(본과 4년)의 「汗의 生理와 病理」는 땀에 대한 한의학적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蔡炳允(대학원)의 「氣에 對한 考察」은 氣에 대한 철학적 견지를 중심으로 인문학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 吳世井(대학원)의 「상한론의 현대적 가치」는 상한론의 맥과 증, 세균처리방법과의 연관성 등을 정리하고 있다. 文濬典(대학원)의 「核醫學과 동양의학의 비교의학적 제문제」는 방사선과 핵의학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논하고 있다. 廉泰煥(강사)의 「體質鍼의 偉效」는 권도원의 체질침을 중심으로 몇 명의 환자의 치험례를 적고 있다. 李秀鎬(강사)의 「五行流注鍼의 應用」은 오행유주의 의의와 응용방법을 정리하고 있다. 裵蓂儀(대학원)의 「小兒의 驚愕에 의한 病變의 심리학적 소고」는 소아의 경악에 의한 심리현상과 병변론을 정리하고 있다. 李基淳(강사)의 「한방의학의 生理」는 영위, 기혈, 정신, 진액의 생리를 순서대로 논하고 있다. 趙明聖(강사)의 「四物湯加減論」은 사물탕의 가감법의 모든 것을 찾아서 정리하고 있다. -
학생 연구역량 강화 및 학문적 탐구문화 확산 ‘첫걸음’[한의신문]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학장 이해웅)은 21일 제38대 일월 한의과대학 학생회 주최 및 한의학과·한의학교육실 주관으로 ‘2025학년도 제1회 학생중심 의학연구 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이해웅 학장과 윤현민 동의대 한방병원장, 송상화 부산광역시한의사회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임상 △기초 △의학교육 △AI △의료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 연구에 대한 발표 및 심층 질의응답 등이 진행, 한의학 연구의 확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이번 포럼에는 동의대 한의학과 홍수현 교수(교육실장·심사위원장), 김경철 교수, 박신형 교수, 홍상훈 교수가 심사를 맡아 기초·임상 의학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더하는 한편 동의의료원과 부산시한의사회가 후원으로 참여해 행사 운영을 지원했으며, 옥천당(대표 구성민, 구태훈 8기 동문)은 공진단·경옥고·자운고 등 한약제제를 제공해 학생 연구 활동을 후원했다. 봄부터 겨울까지의 연구 과정 ‘결실 맺어’ 올해 포럼에는 총 33명의 학생이 10개 팀을 구성해 참여했으며, 각 팀에는 총 16명의 지도교수가 배정돼 학생들의 연구 기획 및 진행을 지원했다. 학생들은 지난 5월 포럼 참가를 신청했고, 선발된 팀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연구 방향, 일정, 평가 기준 등을 안내받으며 본격적인 연구 여정을 시작했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각 팀은 본격적인 선행연구 분석을 비롯 문헌고찰·실험 및 분석을 진행했으며, 9월에는 팀별 연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간 간담회가 열려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참가 학생들은 봄부터 겨울까지 이어지는 긴 기간 동안 기초 설계, 자료 수집, 분석, 예비 발표, 보고서 작성 등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며 연구를 이어갔으며, 이런 힘든 여정을 마친 팀들은 10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며 본선 발표 준비를 마쳤다. 기초·임상·의학 교육 분야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 ‘눈길’ 이번 포럼에 참여한 팀 및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하지댓: 댓바람 하계의료봉사활동 하지 증상 환자 케이스 및 치료의 근거(김범회·진명호 교수) △Ai연: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상한론’ 조문 분류 연구(장동엽 교수) △삼김이: 본초 스터디 기반 갈근과 아토피 피부염의 네트워크 약리학 분석(이상협·김동구 교수) △상지댓: 2025년 하계 한의학 의료봉사 대상 고령층 환자의 처치 경향 및 호전도 분석(김원일·진명호 교수) △리블룸: 폐경기 비뇨생식 증상에 대한 디지털 중재의 활용- 체계적 문헌고찰(원지윤·최수지 교수) △다채이주: 한의대 여학생의 월경통 양상 및 한의학적 치료 인식 분석 기반 자가 관리형 외용제 설계 연구(김동구·서종철 교수) △팀 딩동: 한의대생의 차트 작성 능력 연구(박상은·김선경 교수) △중심방: 자가실험으로 검증하는 상한론- 소시호탕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신순식 교수) △CPX 한발짝: 한의대생의 진료수행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지규용·전수형 교수) △약間위험: 주증별 한약-양약 병용 약리 기전 비교 및 위암 중심 실험적 검증- 병용 주의약물 정리 및 기초 연구(최영현·박철 교수) 등이다. 영예의 대상 ‘다채이주’ 팀 수상 심사 결과 영예의 대상은 ‘다채이주(본2 유연주, 이다빈, 정이헌, 김채윤)’가 차지하는 한편 최우수상은 ‘삼김이(본1 이예은, 김예은, 김규리, 김민서, 이다해, 이소이)’가, 우수상은 ‘약間위험(본2 고다은, 김보민, 김은수, 김지홍, 이건호)’이 각각 차지했다. 이와 관련 ‘다채이주’를 지도해 지도교수 대상을 받은 서종철·김동구 교수는 “한의학 교과 및 비교과 수업으로 바쁜 와중에 학생 주도 연구포럼을 끝까지 성실하게 진행한 팀원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학문적 호기심을 키우고 연구에 참여해 한의학 연구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주역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다채이주’ 유연주 팀장은 “이번 학생연구포럼은 한의학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다”면서 “준비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는데, 좋은 결과까지 얻게 돼 지도 교수님과 팀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의학 연구의 확장성과 잠재력 ‘직접 확인’ 동의대 한의과대학은 이번 포럼은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한 뒤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학생회를 중심으로 예1에서 본4까지 전 학년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 주제가 발표되며 한의학 연구의 확장성과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선경 학과장은 “학생들이 직접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학문적 성취와 성장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도와 심사를 맡아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동의대 한의과대학은 학생 중심의 연구 활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해 연구역량 기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지홍 학생회장은 “이번 포럼은 우리 학생들의 숨겨진 열정과 창의성을 엿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면서 “이 작은 시작이 더 많은 연구와 더 깊은 탐구, 그리고 더 넓은 실천으로 이어져 우리 학문의 미래를 밝히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청관1호’ 탄생기…“대만 정부의 중의약 신뢰·지원으로 팬데믹 극복”"청관1호 개발과 보급은 험난한 여정이었으나 정부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 한국형 한의학 신약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지지해준다면 국민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한의신문] 국제동양의학회(ISOM)가 ‘제2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를 개최한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중의약 임상데이터를 활용해 개발된 ‘청관1호(清冠一號, NRICM101)’ 사례를 통해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 설립과 한의약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1일 대만 타이베이시 국립양명교통대학에서 위생복리부 국립중의약연구소(소장 소이창)와 간담회를 갖고, 한의학 연구체계 구축 방향을 모색했다. 대만 위생복리부 산하 교육·연구 기관인 국립중의약연구소는 1963년 중의약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중의약 학술 연구와 신약 개발을 지속해왔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개발한 중의약 처방제 청관 1·2호는 치사율 감소를 통해 대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전통의학의 가장 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윤성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대만은 모두 의료이원화 체제를 갖춘 국가로,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며 지난 반세기 동안 각자의 제도를 발전시켜 오면서 서로에게 귀감이 돼왔다”며 “이번 ICOM을 통해 대만의 경험을 직접 확인하면서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으며, 앞으로도 양국이 전통의학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긴밀히 협력하고, 인류건강 증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소이창 소장은 “이번 ICOM을 통해 한국 한의학에 대한 우수성과 열정을 확인한 만큼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력과 교류를 이어간다면 전 세계인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자리가 한의약과 중의약이 서로의 성과와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종안 부회장, 이태형 ISOM 부사무총장, 오현민 이사, 송상화 회장 다음은 한의협 윤성찬 회장·이종안 부회장·오현민 국제이사, 이태형 ISOM 부사무총장, 송상화 부산광역시한의사회장이 청관1·2호 개발자인 소이창(蘇奕彰) 소장과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Q. 대만 시스템 하에서 중의약 임상데이터 확보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데이터 수집과 학술 연구를 위해 별도로 마련한 것은 아니었다. 의료보험 청구 과정에서 환자 진료 내용이 기록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축적된 것이다. 물론 임상 현장을 기반으로 한 자료인 만큼 연구 결과에 일정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만의 경우 양방병원 입원환자가 한약을 병용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토대로 의료보험 청구 정책 개선과 관련 연구를 기획하며, 어떻게 표준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청관 1호·2호는 코로나19와 같은 특정 상황 속에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약을 적용할 수 있어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모델을 도입한다면 전통의학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Q. 환자 데이터 획득을 위해 문진 등 양식이 정해져 있는가? 청관 1호 개발 당시 특별히 만든 문진표가 있었다. 청관 1호에 대한 임상연구를 위해선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를 통과해야 했는데, IRB 신청 시 정해진 양식과 서류들을 맞춰야 했다. ▲ 이날 간담회에는 국립중의약연구소 연구진 및 국립양명교통대 중의학과 교수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Q. 청관1호의 개발은 Bench side(실험실 연구)에서 Bed side(임상 현장)로 이어지는 일반적 방식이 아닌 그 반대로 진행됐다. 이러한 역순 연구 절차의 개발 방식이 가능했던 비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만의 중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없었다. 이에 2020년 1월 말 당국은 ‘코로나19 중의치료 임상지침’을 마련하고 중의사들에게 진료 대비를 지시했다. 당시 양약의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4월부터 양의사들이 중의사의 협력을 요청하면서 의대와 병원이 함께 통합 회진을 시작했고, 약 3주 만에 중의약 치료 효과가 확인되며 표준화 연구로 이어졌다. 임상 현장에서 이미 효용이 입증된 덕분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화학·생물학적 검증과 품질 관리가 진행됐고, 제약사와 협력해 청관1호가 개발됐다. 위생복리부는 이를 긴급사용승인(EUA)으로 허가했다. 흥미롭게도 국내 공식 허가 전 이미 해외에는 건강식품 형태로 수출되고 있었다. 이후 14개 제약사가 생산에 참여했으며, 반복된 품질 검사에서 80% 이상이 유효성을 입증했다. 현재까지 약 183만 명이 청관1호를 복용했으며, 사용 빈도는 기존 양약보다도 높았다. Q. 청관1호의 임상 외 추가 시험 여부와 비용은? 청관1호는 초기 개발 단계에서 4개 제약사가 생산에 참여했다. 팬데믹 종료 후에는 2개사가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했으며, 이 중 한 곳은 이미 시험을 마쳤다. 이후 청관1호는 정식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개발 예산은 처음 350만 NT$였으나, 인증을 거치며 추가 지원을 받아 총 6000만 NT$까지 확대됐다. 청관1호는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됐고, 미국과 유럽 등에는 건강식품 형태로 수출됐다. 누적 수출액은 6000만 US$를 넘어섰으며,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 Q. 중의사 진단이나 임상례가 어떻게 신약 개발에 활용되는가? 청관1호 개발 이후 대만 중의약연구소는 신약 개발 기간 단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의사의 풍부한 임상 경험을 활용하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 또한 30여 년간 급성·난치성 질환을 진료하며 임상과 이론을 결합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대학교육에 적용했으며, 제자들은 이를 다시 임상과 연구, 교육에 활용해 근거와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돼왔다. 현재 연구소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Q. 한국에서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 설립를 위해선 부설 한방병원이 필요하다. 중의약연구소에도 부설병원이 있는가? 코로나19 당시 대만 중의약연구소는 9개 병원과 협력해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데이터 수집을 진행했다. 이후 협력 범위가 확대되면서 현재는 국립·사립을 포함한 27개 병원이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연구소가 자체 중의병원을 보유하지 않아도 센터 역할을 수행하며, 다수 병원과의 데이터 협력을 통해 충분히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국가 중의약연구원으로의 승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Q. 중약 처방 보험 적용부와 전통의학 관련 국가 R&D 규모는? 과립제는 의료보험이 되고, 탕약은 자비로 지출해야 한다. R&D 규모는 기존 6000만 NT$에서 코로나19 이후 방위비에서 증액된 1억 NT$이다. 이후 보다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증액된 예산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초고령화사회 뇌혈관 질환 관련해 투입될 예정이다. Q. 현지 초고령사회 중의사 주치의 모델은? 대만에서는 중의약 졸업 후 2년간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으며, 전문 분야는 총 6개다. 이 중 가정의학과와 커뮤니티·사회과는 주치의 제도와 연계될 예정이다. 현재는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방문진료만 시행 중이며, 중의사들은 병원 퇴원 후 환자의 집을 방문해 당뇨 치료를 수행한다. 양약 처방 권한이 없기 때문에 중약과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해 치료를 보완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관리에서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임상적 근거 축적이 필수적이다. 중의사들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하며, 고지혈증 치료 시 양약의 간독성을 중약으로 조절하는 등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대만 대표단은 각국 전통의학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품을 교환하며 교류 강화를 약속했다. Q. 노인 돌봄에 있어 3대 질환에 대한 접근법은? 큰 단위에서 보았을 때 중의약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 강점이 있다. 고령화사회, 복잡한 만성질환들이 출현한다. 고령인구는 한가지 질환만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복합질환에 있어서는 중의약이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에서 초고령화사회에서 크게 암과 만성질환으로 질병을 나누고, 이에 대해 대처하려고 한다. Q. 이외 한국에 전하고 싶은 말은? 청관1호 개발과 보급은 험난한 여정이었으나 정부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 한국형 한의학 신약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지지해준다면 국민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이종안 부회장(ISOM 사무총장)은 "상한론(傷寒論)도 과거 코로나19와 유사한 감염병으로 인해 생겨났으며, 이를 통해 한방이 발전하게 된 결과를 낳았다"면서 "대만의 팬데믹 극복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한의학도 산업화와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의학 진단 과정, AI로 객관적 분석의 길을 열다”▲왼쪽부터 김창업 교신저자, 배효진·강봉수 제1저자 [한의신문] 그동안 한의사의 암묵지에 의존해왔던 전통의학의 임상 진단과정이 인공지능(AI)의 정량적 관점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했다. 가천대 한의대 김창업 교수팀은 ‘Understanding clinical decision-making in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 through dimensionality reduction: An empirical investigation’라는 제하의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Computers in Biology and Medicine’ 10월호에 게재, 변증을 머신러닝 기술로 모델링하는 한편 그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틀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한의학 진단의 핵심 과정인 ‘변증(辨證)’을 기계학습의 ‘차원 축소(Dimension Reduction)’와 동일한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차원 축소(Dimension Reduction)’란 복잡한 데이터를 몇 가지 핵심 기준으로 압축해 분석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는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표리(表裏)’나 ‘한열(寒熱)’과 같은 기준으로 단순화하는 전통 한의학의 진단 과정과 맞닿아 있다. 연구팀은 이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상한론(傷寒論)’에 기록된 임상 조문을 바탕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진단의 첫 단계인 ‘표리’ 구분이 복잡한 증상과 약재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일반화 성능이 뛰어난 핵심 필터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수백년 전 의학자들이 제시한 진단 순서와도 정확히 일치는데, 실제로 청대 의학자 정국팽 등은 팔강변증을 운용할 때 표리를 먼저 살핀 뒤 한열과 허실을 변별해야 한다고 논지한 바 있다. 이는 AI 모델이 전통의학의 핵심적인 사고 과정을 성공적으로 포착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AI 의사결정나무 모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 증상 정보만으로 약재 처방을 학습시키자 ‘표리’를 판단하는 증상들이 첫 질문으로 채택됐으며, ‘표리’ 개념을 변수로 추가하자 처방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김창업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의사의 머릿 속에서 이뤄지던 주관적·암묵적 임상 추론 과정을 처음으로 객관적·정량적으로 모델링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한의학 진단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평가하고, 향후 교육 및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AI 보조 시스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대한한의진단학회, 2025 하계학술대회 톺아보기 - <1><편집자 주> 대한한의진단학회는 지난 8월7일 ‘AI시대 첨단공학을 접목한 한의진단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오프라인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본 란에서는 4개 세션으로 이뤄진 학술대회 강연을 요약해 연재한다. 세션 1 ‘한의 진단 생체지표 정량화’ △ 한의 맥진의 정량화와 임상적 활용 가능성 제고를 위한 연구 동향(전영주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요약-객관적 지표 개발로 신뢰성 강화/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맞춤형 진단 도구로 확장 기대 맥진은 한의학의 대표적 진단법으로 질병의 초기 파악과 치료 효과 판정에 널리 쓰여 왔다. 그러나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맥파 측정 기술을 정량화·표준화하고 맥상의 물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전영주 박사는 이러한 연구 동향을 소개하며 센서 기반 맥진기 개발과 함께 대표적인 10대 맥상을 과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물리적 속성을 도출해 정량 지표로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맥의 세기, 깊이, 긴장도, 첨예도를 각각 수치화한 맥력지수(PPI), 맥심지수(PDI), 맥긴지수(PTI), 맥첨지수(PSI) 등이 개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임상 데이터 분석도 진행됐다. 상용화된 맥진기(DMP-Life+, 대요메디㈜)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연령과 성별에 따른 맥파 분포 특성이 밝혀졌다. 또 냉·온 자극, 비만 환자의 운동, 월경 주기 등 다양한 생리·병리 상황에서 맥파 변화를 분석한 결과, 맥진 지표가 심혈관 기능과 자율신경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맥진의 신뢰성을 높여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 박사는 나아가 이러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면 한의 변증 판별의 자동화와 정밀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비침습적이고 간편한 특성을 살려 디지털 헬스케어 및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맥진의 현대화 연구는 전통의학의 과학화를 넘어 미래 의료기술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으로의 확장을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인 정상 설 색상 참조표준 개발 현황과 과제(전형준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요약-전국 다기관 데이터 기반 정상 설 색상 참조표준 개발/자동화 측정 한계와 임상적 의미에 대한 지속적 논의 필요 한국한의학연구원 전형준 박사는 ‘한국인 정상 설 색상 참조표준 개발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건강검진 데이터수집 연구(연구책임자 이상훈 박사)를 통해 확보된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5개 한방병원에서 수집된 설 영상 2158건 중 적합 데이터를 선별한 967건을 바탕으로 성별·연령대별 설 색상 참조표준을 개발했다. 설 색상은 혀의 실질 표면인 설질과 그 위를 덮는 설태로 구분해 CIELAB 색상값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국가표준기본법에 근거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검증·공인하는 참조표준 체계에 속한다. 전 박사는 이번 참조표준이 향후 설진 측정 시스템에서 정상 참조값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설질이 담홍색이고 설태가 얇고 흰 것’으로 표현되는 정상설의 정의가 단순한 색상값 논의를 넘어 지속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참조표준에 활용된 영상 중에는 한의학적으로 미병 상태나 불건강 상태를 반영한 경우도 포함될 수 있어 자동화 측정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가 간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혀의 각 픽셀 단위 색상값 분포도 분석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영역별 평균 색상값 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병리적 지표를 감지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설질이 갈라진 설열이나 설 유두가 나타나지 않는 지도설이 있다. 또 혀는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와 각도가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측정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지만 이번 연구를 통한 설진 표준화가 본격화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 한의 진단에 응용될 수 있는 실시간 다채널 심부혈류 모니터링 방법(이기준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요약-빛 투과 활용한 비침습적 심부혈류 측정 기술 및 혈위 자극 효과 규명과 AI 기반 정밀 진단 가능성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기준 교수는 ‘한의 진단에 응용할 수 있는 실시간 다채널 심부혈류 모니터링 방법’이란 주제 발표에서 빛을 이용해 인체의 심부혈류를 비침습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원리를 설명하며 이 기술이 한의학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인체는 불투명해 보이지만 붉은색에서 근적외선 영역의 빛은 수 센티미터 깊이까지 투과한다. 인체 외부에서 이런 빛을 비춘 뒤 반사·투과돼 나오는 신호를 측정하면 심부 혈량, 산소포화도, 혈류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확산광학(diffuse optics)이라는 분야로 발전해왔다. 특히 연구팀은 확산스펙클 대조 분석법을 적용해 레이저빔 간섭무늬인 스펙클 패턴의 대조(contrast)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심부 미세혈류를 여러 부위에서 동시에, 높은 시간 해상도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다양한 인체 및 동물실험에 적용됐으며, 연구결과 혈위 자극은 미세혈유 증가와 함께 혈류의 저주파 진동을 높이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골관절염 모델 쥐에서 레이저침 치료를 적용했을 때 염증 반응과 혈류 변화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더 나아가 혈류 신호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했을 때 치료군·유도군·대조군을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었으며, 현재는 혈류 신호의 어떤 특징이 이러한 분류를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맥이 존재하는 부위에서는 혈류 변화가 혈량 변화보다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혈류를 직접 모니터링 하는 이 기술로 기존의 압력 센서 기반 맥진기와 차별화된 맥진기를 개발할 수 있다. 향후에는 실시간 다채널 혈류 기반 맥진기를 개발하고 기존 장비와의 상호 검증을 통해 한의 진단의 정량화를 실현하는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세션 2 ‘진단 실습 및 교육’ △ 챗봇 기반 문진 실습 교육의 효과와 의의(임동우 교수,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요약-챗봇 활용으로 자기효능감·학습 만족도 향상/프로젝트 학습 기반으로 표준화 환자모델 대체 가능성 제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임동우 교수는 ‘챗봇 기반 문진 실습 교육의 효과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챗봇 기반 문진 실습은 프로젝트 학습 기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대신해 챗봇과 상호작용하며 문진 과정을 구조화하고 반복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시된 수업에서는 가천대학교 김창업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한 챗봇을 활용해 학생들이 가상의 환자와 문진 과정을 훈련하고 문진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업은 사전 설문, 챗봇 문진 실습, 사후 설문과 보고서 작성 단계로 진행됐으며 응답자 58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참여 학생들의 자기효능감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한 실습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았고 기존 실습 방식에 비해 장점이 많아 향후 유사한 실습을 희망한다는 의견이 다수 확인됐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 문진 실습이 기존 역할극이나 표준화 환자 실습이 가진 연습 기회 부족, 비용,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 등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고 기존 실습수업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현재 사용된 챗봇은 개발 중인 버전으로 환자 반응에 대한 피드백이 제한적이고 임상 정보 및 검사 결과 제시 기능이 구현되지 않은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챗봇 기반 문진 실습이 한의대 임상 교육의 미래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도로 생각된다. △ 삼음삼양병(三陰三陽病)에 대한 중경팔법(仲景八法)별 처방 및 맥·증상 지표 연구(장은수 교수,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요약-삼음삼양병 진단체계와 중경팔법 구분 지표 정립 필요/고방 활용 확대를 위한 임상 지표화의 중요성 제기 장은수 교수는 삼음삼양병(三陰三陽病)의 진단체계와 중경팔법(仲景八法)을 구별하는 임상 지표 연구를 소개했다. 현재까지 이들 체계가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아 대학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 고방 활용에도 제약이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 교수는 우선 상한론에 언급된 치료 방법이 정리했다. 기존에 중요하게 분류되던 소법(消法) 대신 리법(利法)이 포함되면서, 토법(吐法), 리법(利法), 조화법(和法), 온법(溫法), 보법(補法), 발한법(汗法), 청법(淸法), 하법(下法)의 여덟 가지 방법으로 정리됐다. 특히 화법(和法)의 경우 소양에서뿐 아니라 양명에서도 활용되며, 양명의 화법에서는 승기탕의 용량을 줄여 사용하는 방식이 소개됐다. 기존 하법이 1일 78~84 ml/일인데, 화법의 용량은 32.5~70 ml/일 범위로 제시됐다. 총 271개의 고방 처방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중경팔법으로 명확히 제시된 처방이 19건, 강력히 추론되는 처방이 17건, 분류 가능성이 있는 처방이 203건, 불분명한 처방이 32건으로 나타났다. 또 삼음삼양병을 진단하고 8가지 치료법을 구분해 처방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조문 속에 숨겨진 진단 체계와 치법을 제시하고 이를 증상 및 맥 임상 지표와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접근을 통해 삼음삼양병에 대한 진단 기준과 치료법이 명확히 정리된다면 고방의 활용도와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임상추론과 진단 교육에서 학생 주도 CPX 역할극 모델(임정태 교수,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요약-학생 참여형 임상 시나리오로 자기 주도적 학습 촉진/공동 플랫폼 구축 통한 체계적 임상 교육 기반 마련 필요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임정태 교수는 ‘임상추론과 진단 및 임상실습 교육에서 CPX 역할극의 적용’을 주제로 학생 참여형 교육 모델을 소개했다. 이 모델은 학생들이 직접 의사와 환자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동료 역할극을 통해 임상 추론 능력을 함양하도록 설계됐다. 수업은 특정 증상을 중심으로 의사조와 환자조로 나눠 진행된다. 의사조는 주어진 증상과 관련된 감별 진단 목록(스키마)과 질환별 정보(Disease Illness Script, DIS)를 작성하고 문진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환자조는 특정 질환을 선택해 의사조가 진단할 수 있도록 환자 시나리오를 마련하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 연기뿐 아니라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자료 등 객관적인 진단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배제 진단을 통해 질환을 감별하는 과정을 훈련할 수 있다. 해당 교육 모델의 교육적 효과 분석 결과,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 한의사의 직업 정체성 확립, 환자와의 소통 및 관리 능력 증진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다만, 임정태 교수는 이러한 역할극 기반 교육이 개별 대학 차원에서 지속되기에는 한계가 존재함을 언급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회, 한의약진흥원, 한의학교육협의체 등에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공동 플랫폼을 통해 여러 기관의 교수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맞춰 진단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임상 교육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의학은 내가 살아온 삶의 전부”<편집자주> 현동한의원 김공빈 원장(현동학당 대표)이 『동의보감』 강의 28년째의 오랜 내공을 통해 동의보감 번역서인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이에 본란에서는 김공빈 원장으로부터 한의사들의 학술 연구 모임체로 자리매김한 현동학당의 역할과 『현동 직역 동의보감』 저술 과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공빈 원장은 28세라는 늦깎이 학생으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그의 조부님은 생전에 “내 뒤를 이을 후손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그가 늦은 나이에 한의사의 길을 걷고자 결심한데는 한의사였던 조부님의 뒤를 잇고자 했던 것도 한 이유다. 이후 한의대를 졸업한 김 원장은 ‘현동(玄同)’이라는 자신의 호(號)를 딴 현동한의원을 개원했고, 한약분쟁이 발발했던 1993년부터는 동료 한의사들과 ‘『동의보감』을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은 1997년 1월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서 ‘현동학당’으로 새롭게 출범 후 2003년부터는 중랑구 묵동으로 옮겨서 현재까지 활발한 학문탐구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1997년부터 시작한 제1기 『동의보감』 강의는 올해까지 26기에 이르는 수료생을 배출 중이며, 이 과정에서 ‘현동한의학연구소’ 개설(2004년)과 『玄同韓醫學新聞』(2005~2006), 『玄同韓醫學學術誌』(2006~2010) 등 신문과 학술지를 각각 발행해 학문적 성과를 기록하고, 자산으로 남기는데도 공을 기울였다. Q. 오랜 세월 현동학당을 운영하는데 따른 가장 큰 보람은? : 현동학당에서 강의를 듣고 한의학의 재미와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기쁘다. 한의학의 가치와 뜻을 이해하는 학도가 많아지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한의학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된다는 점이 큰 보람이다. Q. 최근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출간했다. : 『동의보감』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한의학 용어를 훼손하지 않고 원문의 본뜻을 전할 수 있을까, 그것을 고민하다가 직역으로 번역하는 방법을 택했다. 『동의보감』 번역 작업을 한 것이 햇수로 20년이 넘었는데, 워낙 길고 힘든 과정이다 보니 번역을 하다가 중간에 『난경본의(難經本義)』,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 『사진심법요결(四診心法要訣)』 등 다른 의서를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능숙치 않다보니, 중간에 번역 작업을 한 파일 상당 부분이 날아가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번역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 마음이 매우 홀가분하다. 한의사들이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통해 한의학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의보감』의 본뜻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지금껏 숱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 처음 출간 한 책은 『難經本義(난경본의)』이다(2005.9). 이 책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동신대 한의대에서 『難經本義』를 강의하며 번역했다. 두 번째로 발간한 책은 의성 허준 선현께서 진맥과 침구에 관해 저술한 『纂圖方論脈訣集成(찬도방론맥결집성)』을 원문에 충실하게 직역해 출간했다(2005.11). 이후 한의학 진단의 기본이 되는 사진법(四診法)을 『황제내경』의 오행 이론에 바탕을 두고 해설한 진단학 교재인 『四診心法要訣(사진심법요결)』을 직역하여 출간했고(2006.8), 2009년 11월에는 현동학당에서 강의한 강의록인 『동의보감 내경편』을 출간했다. 전국한의과대학 겨울방학 특강 중 강연했던 『동의보감』 육기편(六氣篇)과 『난경본의』 강의를 정리한 『하늘기운을 품고 있는 우리 몸』을 출간했고(2011년), 『동의보감』의 도인법(導引法)에 관한 『하늘기운을 닮아가는 우리 몸』도 출간했다(2012년). 또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현동학당에서 『동의보감』을 강의한 강의록이라 할 수 있는 『玄同醫鑑(현동의감)』 「內景篇」, 「外形篇」, 「雜病篇」 전 3권을 출간했는데(2017.1), 이 책은 현재 현동학당의 주교재로 활용 중이다. 현동학당 임상토론 수업에 참여한 회원들과 함께 당시의 수업 내용을 녹취하고 정리한 『2018 현동학당 PBL(Problem-Based Learning) 임상토론집』을 출간했고(2019년), 동의보감을 비롯한 여러 의서의 처방 중 실제 임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처방을 모아 정리한 『玄同處方集(현동처방집)』의 발간(2023년) 이후 드디어 올해 20년이 넘게 작업한 『현동 직역 동의보감』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Q. AI시대를 맞아 한의학의 강점을 특화시킬 방안이 있다면? :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아울러 전인적인 관점으로 본다.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고 더 나아가 환자의 삶 전체를 조망하여 건강한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 한의사의 역할이자 강점이다. 그런 점에서 환자를 대하거나, 진맥할 때, 칠정(七情)과 맥(脈)에 드러나는 기(氣)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AI 활용만으로는 온전히 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각과 마음의 공명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한의사들이 AI 기술로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한의학의 기본 이론을 탄탄하게 공부하여 한의학의 인간관을 바탕으로 진료한다면, 한의학이 AI 시대에 굉장히 경쟁력 있는 분야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Q. 후학들에게 평소 가장 강조하는 점? : 한의학의 가장 큰 강점은 진단이다.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통해 색맥(色脈)을 합참(合參)하여 진단하는 것은 오진(誤診)을 줄이고 실수를 줄이는 뛰어난 방법이다. 진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동의보감』의 각 조문을 이해해야 한다. 진단 방법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맥(脈)이다. 『상한론』을 저술한 장중경 선생도 맥을 가장 중시해 『상한론』의 각 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맥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학들에게 항상 진맥을 포함한 한의학 진단의 기본 이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진맥은 이론을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터득하기 어렵고, 부단한 연습을 통해 심득(心得)이 되어야만 한다. Q. 본인에게 한의학이란? : 내게 한의학은 곧 삶이다. 지금껏 줄곧 내 삶에 한의학을 녹여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한의원과 현동학당을 운영하면서 살아온 과정, 한의학 강의를 준비하고, 진료해 온 모든 과정이 내 삶에 한의학을 어떻게 녹여내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해온 공부도 모두 한의학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간 도인(導引)과 풍수(風水), 명리(命理) 등을 심도 있게 배우고 익힌 것도 한의학을 더 잘 이해해 보고자 했던 노력의 발로였다. 돌이켜보면 한의학은 내가 살아온 삶의 전부이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번역한 『현동 직역 동의보감』을 갖고 어떻게 『동의보감』을 강의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동학당의 교수진 및 학술 총무들과 더불어 현동학당의 진단학 교재를 출간하고, 그간의 임상례를 정리한 의안집 작업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동학당은 앞으로도 꾸준히 한의학 연구를 이어가서 기회가 닿는 대로 연구와 저술, 다양한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황제내경 번역은 나의 운명···10여 년의 세월 담아”<편집자주> 최근 박태민 원장(파주시 박태민한의원)이 번역, 출간한 <황제내경 소문집주(黃帝內經 素問集注)>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한의학 분야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한의사들의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박태민 원장으로부터 번역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봤다. Q. <황제내경>은 한의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요? : <황제내경>은 한의학의 근본입니다. 신농의 <본초경>, 복희의 <주역>과 함께 ‘삼분(三墳)’이라 하여 가장 어렵고 난해한 책으로 꼽힙니다.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론과 원칙을 담은 ‘경(經)’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제내경>은 약 2500년 전 의학이지만 한의학 치병의 근본 이론과 원칙이 모두 여기서 발원하였기에 ‘원전(元典)’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중심이론인 상한론은 물론 동원의 비위론, 경악의 대보론, 진음론 등이 모두 <황제내경>에서 발원했습니다. 또 허준의 <동의보감>도 <황제내경>의 원문을 근거로 치법과 처방을 유도하고 있을 정도로 황제내경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서적입니다. 한의학이 과학적이냐, 실험을 거쳤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1473년생인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하여 자연과학의 획기적인 변환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문에서 귀유구(鬼臾區)는 천지의 오운육기를 ‘10대에 걸쳐 연구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기백(岐伯)은 ‘지구는 대기에 받쳐 천공에 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 1년이 되고 윤달을 만들어 약간 남는 편차를 조절했습니다. 동서남북 방위를 정하고 시간을 정했습니다. 달력과 24절기가 지금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60년의 주기를 알아내 기후 변화와 그로써 일어나는 만물의 변화와 질병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황제내경은 천문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Q.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지총의 집주를 완역하셨는데, 장지총은 어떤 인물인가요? : 장지총의 집주는 황제내경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국 청대에는 연구와 학문이 발달한 시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리가 되길 꺼려하고 학문에 몰두하는 학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장지총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고사종과 제자들이 여유당에서 경전을 연구하고 토론하여 <황제내경>, <상한론>, <본초> 등에 관한 집주를 많이 출간했습니다. 진수원은 장지총의 서적을 전인이 알지 못한 것을 깨우친 것이 많아 ‘한나라 이후 최고의 서적’이라고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Q. <영추집주>에 이어 <소문집주>까지 번역하셨다. : 학창시절 선배들이 스터디 동아리 ‘이오율’을 만들어 후배들을 이끌어주었는데 그 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방학이나 휴교할 때 선후배가 모여 노량진 수동한의원에서 선우기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황제내경> 장마합주(장지총*마현대)를 꽤 오랫동안 공부했습니다. 워낙 내용이 어렵고, 한문 실력도 미미하여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했으나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 이후 <황제내경>은 내 책상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고, 끝까지 공부해나갔습니다. 이오율을 만들고 이끌어주신 육동신 선배가 출간된 <소문집주> 책을 보고서 ‘이오율 최고의 결과물이 50년 만에 드디어 나왔다’며 많이 기뻐해주셨습니다. Q. <영추집주> 번역 후 <소문집주>를 나중에 번역한 이유가 있는지요? : <영추>는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의 변화를 보고 치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번역을 시작하고 방대한 양이라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추집주>에는 나의 임상과 연결하여 30강을 넣어서 펴냈습니다. <소문>은 영추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던 음양과 오행 위주의 설명과 함께 오운육기로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이를 이해하면 전체적인 한의학의 구조가 잡힐 거라 생각합니다. Q. 번역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시는 이유는? : 한의대 재학생들을 상대로 <영추> 강의를 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는 이해하는 듯해도 한문이 어려워 진전이 더디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한의학계의 문제 중 하나가 한문 해독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안병국 교수님이 항상 전공문맹이라고 한탄하셨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가는 원전이나 한의학 서적을 보지 않아 한의학이 도태될 위기에 처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한글로 쉽게 풀어내어 많은 분들이 원전을 접할 수 있도록 번역, 편집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Q. <황제내경>은 한의사 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 <황제내경>은 현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임상을 잘 하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고 봅니다. 처방을 많이 모은다고 임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의 원리를 잘 알아야 임상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있는 처방과 병증이 일치하는 환자는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황제내경>은 경(經), 즉 바이블(Bible)입니다. 경은 원칙, 법칙, 기준을 말합니다. 임상은 판단의 연속이기에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양 허실 한열 표리를 구분하고 보사를 행하여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는데, 이 책이 원칙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Q. 번역 과정의 힘들었던 점과 보람됐던 점은 무엇인지요? : 선배들이 번역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그 숙제가 나에게까지 와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했지만 순간순간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내용도 어렵고, 양도 방대했지만 시대가 달라 부실하고 애매한 부분을 맞닥뜨렸을 때 특히 어려웠습니다. 완역을 마친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고, 잘못된 부분도 많이 있겠지만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이것을 토대로 후학들이 좀 더 한의학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랍니다. Q. AI 시대에 한의학을 특화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 AI는 기존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취합하여 판단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은 질병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상태를 맥으로 판단하여 처방하는 것이기에 모든 정보는 맥에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맥에 관한 자료가 없기에 AI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이르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한의학의 장점이 앞으로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원장님께 ‘한의학’이란? : 한의원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보살이 진료를 받고 나서 지나가는 말로 나에게 ‘장차 한의학의 대가가 되고 불경을 읽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굳게 믿은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오래 남았고, 아마도 내심 기대가 없지는 않았나봅니다. 40여 년이 지나 장지총의 <황제내경 집주>를 번역 출간하고 나서 ‘아! 어쩌면 이것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추>가 1천 쪽, <소문>이 1천5백 쪽, 모두 2천5백 쪽에 거의 10여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번역을 해냈으니 말입니다. 이런 걸 보면 운명적으로 정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대한한의사협회 송장헌 회장의 한의학 국제화를 위한 노력”[한의신문] 宋長憲(1935〜?)은 경상남도 김해군 출신으로서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1958년에 7회로 졸업하고 도봉구에서 金龍한의원을 개설하여 한의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宋長憲 先生은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을 2회에 걸쳐 역임했다. 16대 회장(1979.7〜1980.3), 20대 회장(1984.4〜1986.3)이 그것이다. 20대 회장 기간인 1984년에는 청주·청원 지역에서 한방의료보험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실시하도록 했고, 1985년에는 ‘漢醫學’의 ‘韓醫學’으로의 개칭문제를 원만하게 이끌어냈다. 송장헌 회장의 재임기간인 1985년 10월19일에 일본 京都 국제회관 대회의장에서 15개국 9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가 열렸다. ‘전승과 발전’을 주제로 하여 열린 본 학술대회에는 한국을 비롯 일본, 중국, 대만, 미국, 인도, 홍콩, 프랑스, 독일, 스위스, 브라질 등 5대주 15개국에서 200여 명의 해외학자와 일본 국내에서 700여 명의 일본동양의학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 宋長憲은 「한국의 한의학계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경희대 의사학교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송장헌 회장의 발표문을 보니, 이 발표문은 영어·한국어·일본어·중국어의 4개어로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발표문에는 한국 한의학의 역사, 의의, 특징, 한의과대학 현황, 한의학 관련 제도, 한약재 유통 소개, 한의원의 진료 과정, 사상체질의학, 한의사 국가고시, 한의사협회 구성, 대한한의학회의 활동상, 한의학의 국제적 활동, 한의학 연구 현황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발견된다. 그는 한국 한의학의 특징을 전통적인 한의이론에 입각해 활성과 항체생성 능력을 강화하여 생체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약물요법과 신경, 혈관, 내분비 작용이 종합된 경락이론에 따른 침구자극요법으로 대표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의학의 원전으로는 『내경』, 『상한론』, 『본초경』,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수세보원』, 『침구경험방』, 『사암도인침구요결』, 『동의보감』 등을 꼽았다. 특히 허준의 『동의보감』, 사암침법,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중요한 구성요소로 한국 한의학의 독특한 학문연구의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개발된 사상의학의 학리는 종래의 서구의 체질설과 전혀 다르며, 사람마다 식성이나 기호가 각기 다르듯이 인체의 외형이나 내장의 기능이 다르기에 체질에 따라 침구 시술이나 약물의 투여가 달라진다는 논리를 체계화한 것이 바로 사상의학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한국이 주축이 되어 세계 20개국을 하나로 묶어 한의학의 국제적 선양 및 침구학을 비롯한 한약물학, 기초 및 임상 분야 등 전반적인 국제교류를 목적으로 1976년 서울에서 시작된 국제동양의학회의 결성을 소개하였다. 이 모임의 의의는 한의학 각 분야에 걸쳐 종합적으로 학술 지식의 국제교류는 물론 동양의학자간의 친선을 통해 인류보건에 기여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모임이라는 데에 있다고 했다. 그동안 이 모임은 서울, 경주, 스위스 로잔 등 3차에 걸친 대회에서 동양의학에 관심있는 모든 전통의학자들이 참가해 왔는데, 앞으로 이 학회의 영구적이고 계속적인 발전으로 학문의 국제화가 추진되고 의료기술이 보급되어 세계 인류보건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
[신간] 황제내경소문집주[한의신문] ‘황제내경’의 ‘영추’와 ‘소문’, ‘상한론’, ‘신농본초경’을 깊이 연구해 ‘영추집주’, ‘상한론집주’, ‘본초숭원’ 등을 저술한 장지총이 저술하고,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박태민 원장(박태민한의원)이 번역한 ‘황제내경소문집주’가 새롭게 출간됐다. 이는 ‘황제내경영추집주’에 이은 국내 최초 출간으로, ‘황제내경’은 중국의 신화인물인 황제와 천하의 명의인 기백 등 그의 신하들이 자연이치와 인간의 건강에 대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기록한 책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한의학 경전이다. 이 중 ‘소문’은 질병의 원인과 이치를 말하고 있으며 가장 뛰어난 주석서로 알려진 장지총의 집주를 40여 년의 학문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영추집주’에 이어 ‘소문집주’까지 완역해 출간했다. ‘황제내경’은 한의서이기도 하지만 특히 ‘소문’은 동양철학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으며, 이 책은 한자 표기 기준을 제외하고 가급적 한글 위주로 하고 병음을 수시로 밝혀, 반복해서 여러 번 읽다보면 독자들이 그 뜻을 저절로 알 수 있게끔 배려했다. 이와 관련 박태민 원장은 “‘소문’은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육기가 대지에 작용하는 상관관계를 연구해 인간과 처지가 상응하는 천지인의 이치를 밝혔고, 천지와 만물과 인체를 연결해 오미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소문’은 성인의 저술이지만 당시의 모든 이론과 경험을 총망라해 만든 것으로 당시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시대가 흘러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져 주석이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장지총의 주석은 경문을 먼저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관통하고 드러나지 않은 함유된 깊은 의미를 연구하고, 터득해 내경의 문장으로 내경의 문구를 주석했다”며 “장지총은 각고의 노력으로 제자들과 함께 연구해 ‘영추집주’, ‘소문집주’를 발간해 잊혀가는 ‘황제내경’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강조했다. - 목차 - 서序책을 펴내며一卷1. 상고천진론편上古天眞論篇 / 2. 사기조신대론편四氣調神大論篇 / 3. 생기통천론편生氣通天論篇 /4. 금궤진언론편金匱眞言論篇二卷5. 음양응상대론편陰陽應象大論篇 / 6. 음양리합론편陰陽離合論篇 / 7. 음양별론편陰陽別論篇 /8. 영란비전론편靈蘭秘典論篇 / 9. 육절장상론편六節藏象論篇 / 10. 오장생성편五臟生成篇 /11. 오장별론편五臟別論篇 / 12. 이법방의론편異法方宜論篇 / 13. 이정변기론편移精變氣論篇 /14. 탕액요례론편湯液醪醴論篇三卷15. 옥판론요편玉版論要篇 / 16. 진요경종론편診要經終論篇 / 17. 맥요정미론편脈要精微論篇 /18. 평인기상론편平人氣象論篇 / 19. 옥기진장론편玉機眞臟論篇四卷20. 삼부구후론편三部九候論篇 / 21. 경맥별론편經脈別論篇 / 22. 장기법시론편臟氣法時論篇 /23. 선명오기편宣明五氣篇 / 24. 혈기형지편血氣形志篇 / 25. 보명전형론편寶命全形論篇 /26. 팔정신명론편八正神明論篇 / 27. 이합진사론편離合眞邪論篇 / 28. 통평허실론편通評虛實論篇 /29. 태음양명론편太陰陽明論篇 / 30. 양명맥해편陽明脈解篇五卷31. 열론편熱論篇 / 32. 자열편刺熱篇 / 33. 평열병론편評熱病論篇 / 34. 역조론편逆調論篇 /35. 학론편瘧論篇 / 36. 자학편刺瘧篇 / 37. 기궐론편氣厥論篇 / 38. 해론편咳論篇 /39. 거통론편擧痛論篇 / 40. 복중론편腹中論篇 / 41. 자요통편刺腰痛篇 / 42. 풍론편風論篇 /43. 비론편痺論篇 / 44. 위론편痿論篇 / 45. 궐론편厥論篇 / 46. 병능론편病能論篇 /47. 기병론편奇病論篇 / 48. 대기론편大奇論篇 / 49. 맥해편脈解篇六卷50. 자요론편刺要論篇 / 51. 자제론편刺齊論篇 / 52. 자금론편刺禁論篇 / 53. 자지론편刺志論篇 /54. 침해편鍼解篇 / 55. 장자절론편長刺節論篇七卷56. 피부론편皮部論篇 / 57. 경락론편經絡論篇 / 58. 기혈론편氣穴論篇 / 59. 기부론편氣府論篇 /60. 골공론편骨空論篇 / 61. 수열혈론편水熱穴論篇 / 62. 조경론편調經論篇 / 63. 유자론편繆刺論篇 /64. 사시자역종론편四時刺逆從論篇 / 65. 표본병전론편標本病傳論篇八卷66. 천원기대론편天元紀大論篇 / 67. 오운행대론편五運行大論篇 / 68. 육미지대론편六微旨大論篇 /69. 기교변대론편氣交變大論篇 / 70. 오상정대론편五常政大論篇 / 71. 육원정기대론편六元正紀大論篇 /72. 궐 / 73. 궐 / 74. 지진요대론편至眞要大論篇九卷75. 저지교론편著至敎論篇 / 76. 시종용론편示從容論篇 / 77. 소오과론편疏五過論篇 /78. 징사실론편徵四失論篇 / 79. 음양류론편陰陽類論篇 / 80. 방성쇠론편方盛衰論篇 /81. 해정미론편解精微論篇참고문헌 ※ 이 코너는 한의사 회원이 집필한 책을 간략히 소개하여, 회원들의 다양한 활동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서평이나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다를 수 있으며, 특정 도서에 대한 광고나 추천의 의미는 아님을 안내드립니다. -
정신과 질환 치료에서의 한약 활용 “보다 확대돼야”[한의신문] 대한한방내과학회(회장 고창남)가 지난달 18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72회 대한한방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초청강연자로 나선 일본 아이치현의 정신과 전문의 구스노키 마사토 의사는 “정신과 영역에서 한약은 양약 만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전혀 새로운 치료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히며, 뇌 병태를 기반으로 한 한약 활용의 임상적 가능성을 강조했다. “스트레스 반응의 뇌 병태 통해 한약의 타겟 이해해야” 심·한방 구스노키 의원을 운영하면서 △정신과 △심료내과 △한방내과를 표방하는 통합진료를 실천하고 있는 구스노키 의사는 이날 강연을 통해 글루타민산·세로토닌 신경계 조절을 타겟으로 한 ‘억간산’ 계열 처방의 임상 적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증례를 소개했다. 구스노키 의사는 “스트레스는 뇌의 청반핵을 중심으로 한 노르아드레날린 시스템, 그리고 글루타민산·세로토닌 신경계에 과활성화를 유도하며, 이는 다양한 정신과 증상의 병태적 기반이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에 대응하는 한의약적 병태로는 기울, 혈허, 기허, 수독, 간·심실조(肝·心失調) 등이 있으며, 이와 연결되는 임상증상에 대해 맞춤형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한약 치료의 강점”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정신과 분야에서 스트레스 반응의 뇌 병태에 활용할 수 있는 한약처방에 대한 기전 및 임상사례 등을 공유했다. 억간산 계열 처방, 사고보속·불안·위장장애 등 통합적으로 조절 이날 구스노키 의사가 가장 먼저 소개한 처방은 ‘억간산’과 ‘억간산가진피반하’다. 그는 억간산은 원래 소아의 경련 및 정신불안을 치료하던 처방으로, 현대 임상에서는 불안, 초조, 사고보속, 불면, 신경과민 등의 스트레스 반응성 증상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억간산의 주요 작용기전은 △글루타민산 신경계 안정화(신경세포 과활성 및 독성 억제, 신경 보호) △세로토닌계 안정화(5-HT1A 수용체에 대한 partial agonist 작용으로 불안 완화) △GABA계 활성 및 산화스트레스 억제(GSH 증가) △위장기능 조절 및 영양 소모 보완 등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특히 만성적인 병태이거나 위장기능 저하가 뚜렷한 경우에는 진피·반하를 추가한 ‘억간산가진피반하’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시호가용골모려탕, 섬망 유사 상태 및 스트레스성 흥분 병태에 ‘효과’ 억간산에 이어 ‘시호가용골모려탕’에 대해 설명한 구스노키 의사는 “이 처방은 상한론에 기반해 감염성 섬망 유사 병태에 사용되던 것으로, 오늘날에는 심한 초조, 불안, 정서적 흥분이 동반된 우울 상태, 혹은 치매의 흥분형 BPSD 등에 활용 가능하다”면서 “작용기전은 △글루타민산 흥분 독성 억제 △염증 반응 조절을 통한 신경세포 보호 △세로토닌·도파민 분비 감소 억제 △Ca·Mg 보충 효과를 통한 신경안정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구스노키 의사는 억간산이 인지장애(BPSD)에서도 유효하다는 일본 임상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치매, 혈관치매 환자에게서 억간산이 망상, 환각, 흥분, 공격성, 초조 등의 행동증상을 줄이고, 항정신병약의 감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 “특히 억간산은 소아의 심신불안, 성인의 스트레스성 불안장애, 노인의 BPSD까지 관통하는 처방으로, 각 연령대별 이 증상들의 병태는 다르지만, 뇌의 신경과학적 기반은 유사한 만큼 억간산은 관련 질환에 모두 통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日 정신과에서의 한약 활용, 치료의 일부로 ‘자리매김’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일본 내 정신과 임상현장에서 양약과 한약의 병용 시 상호작용에 대한 우려 제기는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거의 그렇지 않다”고 답한 구스노키 의사는 “일본에서는 정신과에서 한약과 양약을 병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고, 실제로 부작용 사례는 드물다”면서 “오히려 병용으로 인해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한약 또는 양약 중 하나를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병태에 따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이것이 일본에서 한약이 정신과 치료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배경”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스노키 의사는 “억간산은 불안과 갈등에 대응하는 약이고, 시호가용골모려탕은 흥분과 과항진에 대응하는 약”이라며 “뇌 병태와 신경회로를 이해하면 정신과 영역에서의 한약 처방 활용법이 훨씬 명료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한 권승원 대한한방내과학회 학술이사는 “구스노키 의사의 발표는 정신과 병태의 신경기전을 기반으로 한약 처방의 근거를 제시한 매우 실용적 발표였다”면서 “이번 강연을 계기로 한국 임상에서도 정신과 영역에서의 한약 치료가 보다 체계화되고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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