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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문화·웰니스로 매력 알린 K-한의약…日 관광객 사로잡다[한의신문] 대구광역시 수성구한의사회(회장 최재영·이하 수성구분회)가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한의약의 전문성과 가치를 알리고, 지역 의료·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K-한의약의 매력을 선보였다. 수성구분회가 수성문화재단과 공동으로 주관·운영한 ‘글로벌 한방스쿨 2기 전문코스’가 일본인 참가자들의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한의학 이론을 배우는 온라인 심화강좌부터 한의의료기관에서의 맞춤형 진료 체험, 한국 전통문화와 지역 웰니스 관광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한층 다채롭고 깊어진 내용으로 단순한 한의치료를 넘어 한국의 건강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상반기 입문코스에 이어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하고, 한의약의 원리와 건강관리법을 실제 진료 및 생활문화 체험으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수성구분회는 일본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9월 온라인 학술강좌를 진행한 데 이어, 15일부터 18일까지 3박 4일간 대구 수성구와 인근 지역에서 현장 학습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온라인 강좌는 지난 9월 11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진행됐다. 수성구 지역 한의원 원장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사상의학과 한약 △경락과 호흡 △노화와 한의학 △갱년기 관리 등 일상 속 건강과 밀접한 주제를 다뤘다. 아울러 일본인 참가자들이 강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어 강의자료도 함께 제공했다. 첫 강의에서는 조명국 영남한의원장이 ‘체질과 한약’을 주제로 사상의학의 체질별 특징과 발효한약을 활용한 건강관리 원리를 설명했다. 이어 김만제 만제네한의원장은 ‘경락과 호흡’을 주제로 경락·경근에 기반한 통증의 진단과 해석을 다뤘다. 이승아 수성미소담한의원장은 ‘노화와 한의학’을 주제로 정·기·혈·경락의 관점에서 살펴본 항노화 양생법과 혈자리 지압법을 소개했으며, 최유정 새봄한의원장은 ‘갱년기와 한의학’을 주제로 오장육부와 신허(腎虛)의 관점에서 바라본 갱년기 한의 치료와 생활관리법을 제시했다. 이번 강좌를 통해 한의학의 이론적 배경을 전달은 물론, 체질에 따른 건강관리, 통증 관리, 노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갱년기 건강 등 참가자들이 일상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해 한의약의 활용 가치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수성구분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방진료부터 전통문화·지역 관광까지…체험으로 넓힌 한의약 이해 한의학 지식과 함께 현장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체험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수성구 소재 한의의료기관을 방문해 미용침과 체질·내과 진료, 근골격계 진료 등 다양한 한방진료를 경험했다. 한의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진료 과정을 직접 접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춰 한의약을 체험하면서, 온라인 강좌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의료현장과 연결해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지역 관광자원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한국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한복과 거문고 체험, 동의보감 요리 체험의 하나인 곶감 디저트 만들기 등을 진행했으며, 수료식을 통해 전문코스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또 고모역 탐방과 수성못 관광, 청도 반시 농장 감 따기, 감와인터널 방문 등 대구·경북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일정과 함께, 한의약 진료와 건강교육에 전통문화, 지역 먹거리, 관광을 접목해 한국의 건강문화와 지역의 매력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최재영 회장은 “이번 글로벌 한방스쿨 전문코스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일본 참가자들이 한의학의 깊이 있는 치료 원리와 생활 속 활용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한의약의 전문성과 함께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해 K-한의약의 매력을 더욱 폭넓게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앞으로도 지역 관광·문화 자원과 연계한 차별화된 한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K-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의료관광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수성구한의사회, 일차의료·방문진료 임상역량 강화위한 학술강좌 성료[한의신문] 대구광역시 수성구한의사회(회장 최재영·이하 수성구분회)는 18일 대구한의사신협 9층 대강당 ‘인향’에서 ‘한의학, 일차의료의 중심에 서다’를 대주제로 ‘방문진료와 응급대처 역량 강화를 위한 학술강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학술강좌는 일차의료와 방문진료 현장에서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필수 임상역량을 강화하고, 응급상황에 대한 감별 및 대처 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 강좌에는 수성구분회 회원을 비롯해 타 분회 회원, 공중보건한의사, 군의관, 한의과대학 재학생 등이 참석해 일차의료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방문진료 실무부터 응급상황 감별·욕창 관리까지 총 4개 강연으로 구성된 이번 학술강좌는 방문진료 실무와 응급상황 대처, 욕창 관리, 한의사의 임상역량 확장 등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먼저 첫 연자로 나선 최재영 수성구한의사회장(최재영한의원)은 ‘한의 방문진료 A to Z와 실전 사례’를 주제로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통합돌봄사업 참여 경험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환자의 질환뿐 아니라 생활환경과 일상까지 살피는 방문진료의 전인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실제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진료기록 작성과 수가 청구 방법, 재가요양센터와의 협력 등 사업 참여에 필요한 실무 정보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방문진료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를 고려하는 회원들의 현장 이해도를 높였다. 이어 김준석 한방내과 전문의(공중보건한의사)는 ‘일차의료 및 방문진료 시 응급상황 감별과 대처’를 주제로 발표했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의 ‘응급상황 대처 가이드’ 집필을 총괄한 김 전문의는 방문진료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위험징후(Red Flag)의 감별법과 대응 원칙을 설명했다. 특히 김 전문의는 “5대 활력징후와 기초 혈액검사를 활용한 중증 위험 신호 파악, 119 연계 및 상급병원 전원 기준, 고령 환자의 급성 증상 감별 등 일차의료 현장에서 3가지 대응 요령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응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신속한 판단과 철저한 인수인계, 정확한 의무기록 작성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김채은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교수(한방내과 전문의, 중풍재활·순환신경센터)는 ‘침상 환자를 위한 욕창의 단계별 평가 및 임상 관리 실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침상 환자에게 발생하기 쉬운 욕창의 단계별 평가와 병태생리를 설명하고, 습윤 드레싱 등 표준 처치와 한약·침·약침·자운고 등을 활용한 한의학적 치료를 소개했다. 또한 욕창의 단계와 환자 상태에 따른 통합적 관리 방안 및 의료기관 전원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실제 치료사례를 통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공유했다. 끝으로 김건우 수성구한의사회 총무부회장(안아픈한의원)은 ‘법에 없는 양약의 굴레를 벗다—일차의료 한의사의 임상 역량 확장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전문의약품 고발 소송을 둘러싼 법리적 허점과 형사재판의 입증 책임 문제를 날카롭게 짚으며, 법적 실체가 없는 ‘양약’이라는 프레임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역설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정부가 세계의학교육협회(WFME)에 공식 확인한 한의사의 ‘의사(MD) 지위’와 현대 과학에 기반한 교육과정의 실체를 근거로 제시하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인으로서의 지위와 의약품 활용의 당위성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소모적 대립을 넘어 당대 최선의 도구로 환자를 돌보는 ‘환자 중심의 진정한 의학’으로의 인식 전환을 강조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전 설문 반영한 맞춤형 강의로 현장 소통 강화 이번 학술강좌는 사전 등록 단계에서 참석자들이 방문진료와 일차의료 현장에서 경험하거나 우려하는 응급상황 및 임상적 고민을 취합하고, 이를 강연 내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 진료 현장의 수요를 강의에 담아 참석자들의 실질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교육 효과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최재영 수성구한의사회 회장은 “한의사는 전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환자의 삶에 개입하는 일차의료의 주역”이라며 “이번 학술강좌가 회원 원장님들과 젊은 후배 한의사들이 진료실 안팎에서 마주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임상적 자신감을 키우는 뜻깊은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5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셀 수 있는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중요한 모든 것을 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학자 윌리엄 브루스 캐머런(William Bruce Cameron)이 그의 저서 『비공식 사회학』에 남긴 문장이다. 현대 과학은 환원주의적 접근을 통해 인체를 ‘셀 수 있는 영역’으로 분해하며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 ‘의료의 기계화 및 인간 소외’라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혈액 검사 결과, 고지혈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요.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해결해 보려 했지만, 식욕 조절이 잘 안됩니다.” 35세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20대에 시행한 건강 검진에서 2cm 크기의 간낭종이 발견되어 추적 관찰을 하고 있었다. 최근 추적검사에서 약 4cm로 측정되었다는 소견을 들었고, 이에 관찰을 조금 더 자주 하게 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내원 약 6개월 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고, 지질저하제 복용을 권유받았다. 일단 약물을 처방받지 않고 식단과 운동을 통해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원 약 2주 전 시행한 검사에서 수치는 더 상승했고, 의과 의료기관의 내과 진료에서 약물 복용을 다시 권고 받았다고 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약 2주 전 혈액 검사 결과를 살폈다. Fasting Glucose 71mg/dL, HbA1c 5.7%, Total Cholesterol 245mg/dL, Triglyceride 84mg/dL, HDL 67mg/dL, LDL 161mg/dL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 외에도 환자는 뒷목 뻣뻣함, 식욕 조절 곤란, 잦은 배뇨, 상체 열감, 만성 피로, 생리불순 등 수치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증상을 복합적으로 호소했다. 이 병력 청취 내용을 바탕으로 체성분 검사, 혈액 검사, 연속혈당측정검사(CGM), 상복부 초음파 검사 등 도구를 활용하여 ‘셀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객관적인 검사를 시행했다. 그림 1. 포괄적 개입에 따른 연속혈당측정검사(CGM) 상 외래 혈당 프로필(AGP) 비교 좌측(Pre-Treatment): 평균 혈당 92.2 mg/dL, CV 22.2%로 전반적인 평균 혈당은 정상 범위였으나 상대적인 혈당 변동성이 관찰됨. 우측(Post-Treatment): 평균 혈당 77.5 mg/dL, CV 13.2%로, 혈당 변동 폭이 감소하고 최고 혈당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임. 다만 70 mg/dL 미만으로 측정된 시간은 증가하여, 평균 혈당 및 변동성 감소와 함께 저혈당 범위 노출 증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 CV, Coefficient of Variation; IQR, Interquartile Range, 사분위수 범위(25~75% 백분위수); Tx, Treatment, 치료. 그림 2. 복부 초음파 검사상 관찰된 간의 낭성 병변(Cystic hepatic lesion) (A) 우측 늑골 하 스캔(Right subcostal scan): 간 우엽 하단에서 뚜렷한 경계선과 posterior acoustic enhancement를 동반한 무에코성 낭종(anechoic cyst)이 관찰됨. (병변 크기 4.64 × 3.34 cm) (B) 종단면 스캔(Longitudinal scan): 동일한 간낭종의 종단면 영상. (병변 크기 3.89 × 4.01 cm) 그림 3. 체지방 감소 과정에서 관찰된 LMHR(Lean Mass Hyper-Responder) 유사 지질 패턴 및 지표 간 추세 비교 약 17주간의 포괄적 개입에 따른 대사 지표 변화. 상단 패널에서 LDL은 Baseline 대비 감소하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한 후 치료 종료 시에도 Baseline보다 높은 수준을 보임. 반면 하단 패널에서 TG/HDL 비율은 0.5~0.7 범위로 유지되었으며, 체지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함. 이러한 지질 패턴은 저탄수화물•케톤생성 식단을 유지하는 일부 사람에서 보고되는 LMHR의 지질 패턴과 유사함. ※ LDL은 Friedewald equation을 적용하여 산출함. 그 결과, BMI 25.4 kg/m²로 정상 범위를 초과한 상태였으며, 혈당 변동계수(CV) 22.2%로 확인됐다(그림 1). 혈액 검사에서는 Total Cholesterol 232mg/dL, Triglyceride 41mg/dL, HDL 73mg/dL, Calculated LDL 151mg/dL였다.(표 1)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간 우엽 하단에 직경 최대 약 4.6cm 크기의 무에코성 낭종이 관찰됐다.(그림 2) 환자의 舌質은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厚했다. 脈象은 沈•滑•弱•細했다. 舌淡紅•齒痕•脈弱細는 氣虛를, 舌苔白厚•脈滑은 濕痰의 병리적 특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층위의 정보를 종합하여 한의학의 전체론적 관점에서 ‘肝氣不足證’과 ‘濕痰證’으로 辨證 진단했다. 첩약을 기반으로 생활 습관 교정을 포함한 ‘포괄적 개입(Comprehensive Intervention)’을 시행했다. 지질저하제의 복용은 권고하지 않았다. 약 17주간의 치료 후 체지방률은 40.3%에서 31.6%로 감소했고, HbA1c는 5.3%에서 4.8%로 감소했다. HOMA2-IR은 치료 초기 0.94에서 0.35까지 감소한 후 다소 상승했으나, 치료 종료 시에도 0.83으로 Baseline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체중과 체지방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HbA1c와 HOMA2-IR이 개선되는 과정에서도 Total Cholesterol과 Calculated LDL은 감소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표 1, 그림 3) 단일 지표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약물치료 대상으로 해석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표 1. 포괄적 한의 치료 과정에서 관찰된 체성분 및 주요 대사 지표의 변화 약 17주간의 포괄적 개입에 따른 환자의 데이터 변화. 체지방량과 인슐린 저항성(HOMA2-IR)이 뚜렷하게 개선되었으며, TG/HDL 비율은 전 기간 0.5~0.7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됨. 체지방량 및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LDL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은 LMHR(Lean Mass Hyper-Responder)에서 보고되는 지질 패턴과 유사한 양상으로 관찰됨. 이는 LDL 단일 지표만으로 치료 과정의 대사적 변화를 판단하기보다 체성분, 혈당 조절, 인슐린 저항성, TG/HDL 및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성을 보여줌. 체지방량과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개선되는 동안 LDL이 오히려 높게 유지되는 이러한 양상은, 최근 저탄수화물•케톤생성 식단을 유지하는 일부 사람에서 보고되는 LMHR(Lean Mass Hyper-Responder)에서의 지질 패턴과 유사하다. LMHR은 낮은 TG, 높은 HDL, 상대적으로 높은 LDL이 함께 나타나는 지질 패턴으로 설명되며, 이를 체지방 감소와 에너지 대사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질 에너지 모델(Lipid Energy Model)로 설명하려는 가설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LDL 상승이 장기적인 심혈관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임상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슐린 저항성과 동맥경화성 이상지질혈증의 대사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TG/HDL 비율이 0.6에서 0.5로 낮아졌고, CGM에서 평균 혈당과 혈당 변동 폭이 감소한 점 등은 환자의 대사 상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였다.(그림 1) 따라서 당시 확인된 임상 정보와 전반적인 대사 상태를 종합하여, LDL 상승만을 근거로 지질저하제 복용을 즉시 권고하기보다, 환자의 체성분, 혈당 조절, 인슐린 저항성, TG/HDL 및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치료 종료 후 환자는 BMI가 정상 범위에 도달했고, 체지방률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뒷목 뻣뻣함, 잦은 배뇨, 상체 열감, 만성 피로 등 처음 내원 시 호소했던 증상 대부분이 개선되었다. LDL이라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단, 이 숫자가 환자의 전체적인 대사 상태와 심혈관 위험을 설명하는 유일한 지표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환자의 체성분, 혈당 변동성, 인슐린 저항성, 생활 습관, 증상 및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함께 살펴보면서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 의학의 표준 지침에서는 LDL을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이 수치만으로 환자의 모든 건강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환자의 나이, 생활 습관, 동반 질환, 가족력 및 전체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과 진료란 단순히 검사지의 특정 숫자 하나를 교정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약물을 처방하는 행위가 아니다. 중요한 모든 것을 다 셀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며, 환원주의 과학이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하거나 사소하게 취급하는 “셀 수 없는 영역” 속에 오히려 가장 중요한 본질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한의사가 현대 과학의 도구를 활용하여 “셀 수 있는 영역”을 능숙하게 평가하면서도 그 결과를 환자의 증상•생활 습관•체질적 특성 등과 함께 전체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숫자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환자의 삶과 건강을 함께 바라보는 의학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윌리엄 오슬러(William Osler)는 “의학은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다”고 했다. 이 '확률의 예술'을 관통하는 수학적 원리 중 하나가 바로 18세기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가 제시한 '베이즈 정리'다. 베이즈 정리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을 때 기존의 확률을 갱신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임상 진료에서 의사는 환자의 병력과 증상, 신체검진 등을 종합하여 질병에 대한 '사전 확률(Pre-test Probability)'을 추정한다. 이후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 등 진단 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얻은 새로운 증거가 기존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우도비(Likelihood Ratio)’를 통해 평가하여, 질병의 가능성을 '사후 확률(Post-test Probability)'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즉, 진단기기는 스스로 답을 내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며, 검사의 의미와 결과가 갖는 임상적 가치는 검사 시행 전 임상적으로 추정한 사전 확률과 함께 해석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와 AI로 검색해 보니, 제 증상이 이상근 증후군과 비슷한 것 같아요.” 좌측 둔부와 다리로 이어지는 극심한 방사통으로 내원한 58세 외국인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며 건넨 첫마디였다. 그는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병명을 확신하고 있었다.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청취하며 임상 추론을 시작했다. 환자는 평소 업무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허리 통증이 잦았으며, 높낮이 조절 책상을 사용할 정도로 허리 상태 관리를 위해 노력해 왔다. 내원 한 달 전, 공항에서 수화물을 들던 중 급성 요통으로 증상이 시작됐다. 이후 중국과 튀르키예를 오가는 장시간 비행은 증상을 더 악화시켰다. 튀르키예 현지 병원에서는 척추 질환을 의심하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와 근육이완제를 처방했고, 이후 일시적인 통증 경감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예약된 CT 검사는 시행하지 못했다. 허리 중앙부에서 시작된 통증은 점차 좌측 엉덩이와 허벅지 뒤편으로 퍼져 나갔다. 환자는 진통제와 온찜질을 통해 증상을 조절했을 뿐, 추가 진료를 통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렇게 약 3주 동안의 해외 일정을 마친 후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본원에 내원했다. 병력 청취를 통해 추정한 사전 확률을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 신체 및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좌측 하지직거상검사(SLRT)에서 수동으로 45도까지 거상했을 때 기존의 좌측 둔부 및 하지 방사통이 뚜렷하게 재현됐다. 반면, 이상근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각종 유발 검사(Active piriformis, Beatty, FAIR Test 등)는 모두 음성이었고, 오직 Pace test에서만 미약한 양성(trace) 반응이 관찰됐다. 병력과 신체검진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환자의 증상은 이상근 증후군보다는 제5 요추-제1 천추(L5-S1) 분절의 추간판 돌출에 의한 S1 신경근 병증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음 단계로 현대 과학의 도구인 진단 의료기기를 활용해 임상적으로 추정한 ‘사전 확률’에 검사 결과를 반영하여 ‘사후 확률’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감별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과에 요추 자기공명영상(L-spine MRI) 검사를 의뢰했다. 진료의뢰서에는 '요추 통증에 대한 MRI 검사 요망’이라고 간단하게 적는 대신 ‘L5-S1 분절의 추간판 탈출증(HIVD)이 강력히 의심되나, 환자가 우려하는 이상근에 의한 좌골신경 자극(piriformis syndrome)의 가능성도 감별하기 위해 대좌골절흔(Greater sciatic notch) 주변의 이상근 및 좌골신경 주행을 확인해 달라’고 명시했다. 임상의가 명확한 임상적 의문과 감별진단을 제시할수록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시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영상을 보다 집중적으로 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MRI 판독 결과는 나의 임상 추론을 뒷받침했다.(그림 1) T2 강조 축상면 및 시상면 영상에서 L5-S1 좌측 중심성 추간판 돌출과 이에 동반된 좌측 제1 천추(S1) 신경근의 경도 압박 소견이 관찰됐다. 반면, 환자가 스스로 의심했던 이상근은 관상면 영상에서 좌우 대칭적인 형태를 보였으며, 비정상적인 신호강도도 관찰되지 않았다. 판독상 이상근은 특이 소견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림 1. 요추 및 골반 자기공명영상(MRI) 소견 (A) 제5요추-제1천추(L5-S1) 분절의 추간판 돌출(disc protrusion)을 보여주는 T2 강조 시상면 영상(T2-weighted sagittal image, 화살표). (B) 좌측 제1천추 신경근의 경도 압박(mild compression of the left S1 nerve root)을 동반한 좌측 중심성 추간판 돌출(left central disc protrusion)을 보여주는 L5-S1 분절의 T2 강조 축상면 영상(T2-weighted axial image, 화살촉). (C) 좌우 대칭적인 형태와 비정상적인 신호강도가 관찰되지 않는 양측 이상근(bilateral piriformis muscles)을 보여주는 T2 강조 관상면 영상(T2-weighted coronal image). 환자가 스스로 의심했던 이상근 증후군은 병력, 신체검진 및 영상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주요 감별진단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확인된 영상의학적 소견과 이를 종합한 임상적 판단을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침구 치료, 약침 치료, 한약 치료 등을 집중적으로 시행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수개월 동안 허리 통증이 지속되고 해서, 이곳을 소개해 주었어요.” 치료가 진행되며 환자의 방사통은 점차 호전됐고, 자신의 증상이 왜 발생했는지와 현재 상태를 명확히 이해한 환자는 치료 과정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바야흐로 AI 혁명의 시대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AI의 힘을 빌려 자신의 증상을 해석하고 질병을 추정한 뒤 진료실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의학에서 진단은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된다. 파편화된 증상 몇 가지를 인터넷 검색창에 넣으면 AI는 그럴듯한 병명들을 나열해 주지만, 이는 코끼리의 코나 꼬리만을 만지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의사의 임상 추론은 이러한 파편들을 모아 질병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은 첨단 진단기기가 아닌,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병력 청취와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신체검진이라는 '기본 진료'에서 완성된다. 특히, 환자의 이야기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거기에 다시 질문을 던지며, 직접 신체를 진찰하고, 서로 다른 가능성을 비교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의사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초음파, X-ray, CT, MRI와 같은 진단기기나 혈액검사와 같은 진단검사의 결과만으로 임상적 의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 결과가 갖는 임상적 의미는 임상의가 문진과 신체검진을 통해 추정한 '사전 확률'과 함께 해석될 때 비로소 제대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I가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대일수록, 그 가능성 가운데 무엇이 실제 환자에게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기본 진료'의 가치는 오히려 커질 것이다. 전체론적 관점(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의 증상 하나에만 매몰되지 않고 생활습관, 병력, 신체 전반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한의학적 진료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임상 추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3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리로이 후드(Leroy Hood)는 시스템 생물학을 기반으로 '4P 의학’을 제시했다. 이는 질병이 발생한 후 증상을 치료하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의료에서 벗어나, 질병을 예측(Predictive)하고, 선제적으로 예방(Preventive)하며,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추고(Personalized),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ory)하게 하는 의료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대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최근 한 달 동안 밖에서 일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며 찬물만 다량 들이켰어요. 오늘 퇴근 후 감자떡 2개를 먹었는데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하더니, 스마트워치로 잰 심박수가 180까지 치솟았습니다." 야간 진료 중이던 진료실로 60대 남성 환자가 다급히 내원했다. 환자는 심방세동으로 시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여 시술을 권유받았던 병력이 있었다. 그 후 본원에 내원하여 한의학적 치료와 식습관 교정 등 포괄적 개입을 통해 체중을 15kg 감량하고 1년 넘도록 심방세동 관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분이었다. 환자가 사용 중인 약물은 플레카이니드, 카르베딜롤, 아픽사반, 피마사르탄, 아토르바스타틴이었다. 내원 전 스마트워치에서 분당 최대 180회까지 측정되었던 심박수는 내원 당시 심전도에서 분당 133회의 동성 빈맥으로 확인됐다(그림 1A). 감자떡 섭취와 증상 발생 사이에 시간적 연관성은 있었지만, 최근의 심한 발한과 수분·전해질 섭취 양상을 함께 고려하여 추가 검사를 통한 원인 평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환자는 가슴 답답함이 처음보다 덜해졌다며 응급실로 전원은 원하지 않았다. 밤 중에 증상이 재발하면 즉시 응급실로 가실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炙甘草湯을 처방하면서 4시간에 한 번씩 유선으로 직접 혈압과 맥박수, 자각 증상 여부를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림 1. 플레카이니드(Flecainide) 관련 약물 유발성 부정맥(Proarrhythmia)의 발생 및 경과 (A) 내원 1일 차: 분당 130회 이상의 동성 빈맥(Sinus Tachycardia). (B) 내원 3일 차: 심방조동(Atrial Flutter)으로 전환되면서 심실조기수축(PVC)이 동반됨. 플레카이니드 관련 약물 유발성 부정맥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심장 리듬이 관찰됨. 그림 2. 항부정맥제 중단 및 포괄적 한의 개입 후 동율동 회복 및 유지 소견 (A) 내원 11일 차: 분당 60~70회 수준의 정상 동율동(Normal Sinus Rhythm, NSR) 회복. (B) 내원 18일 차: 분당 58회의 안정적인 동성 서맥(Sinus Bradycardia) 소견. 플레카이니드(Flecainide) 중단 후 안정적인 동율동이 유지되는 모습. 다음 날, 자각 증상은 없었지만 심박수는 분당 130 ~ 150회 수준으로 빈맥이 지속됐다. 최근 한 달 동안 과도한 땀 흘림 이후 염분 없이 물만 마신 점을 고려, 플레카이니드의 체내 축적 및 이에 따른 약물 유발성 부정맥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고 플레카이니드 복용을 일단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상태의 위중함을 설명하기 위해 본원에 다시 내원하시도록 했다. 내원 3일 차에 시행한 심전도에서 심방조동(Atrial Flutter)과 함께 심실조기수축(PVC)이 동반(그림 1B)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응급실로 전원을 위해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며 환자 및 그 배우자와 응급실 내원의 이득과 위험에 대해 논의했다. 환자와 배우자는 반복적인 시술과 약물치료 중심의 대학병원 치료 과정에서 자신의 생활 습관과 전신 상태까지 함께 고려한 관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껴 응급실 가기를 극구 거부했다. “응급실에 가봤자 검사만 잔뜩 하고 결국에는 시술해야 하거나 아니면 약만 늘어날 것이 뻔합니다. 더 이상의 시술도, 약이 늘어나는 것도 싫습니다. 지금 증상이 없으니, 원장님께서 조금 더 살펴주세요." 내과의사로서 '전원과 원내 케어 사이'에서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환자가 전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진정 환자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일단, 객관적인 데이터로 판단의 근거를 삼기 위해 정맥 채혈을 통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Troponin-I 0.040ng/mL, CK-MB 3.80ng/mL로 다행히 심근효소는 정상 범위에 있었다. 하지만 BUN 32mg/dL, Creatinine 1.31mg/dL, K 5.4mmol/L, Cl 110mmol/L 등 이상 소견이 관찰됐다. 최근 심한 발한 이후 충분한 전해질 섭취 없이 수분만 섭취해 왔다는 병력과 BUN/Cr 상승을 고려할 때, 체액량 감소에 따른 신전성 신기능 저하가 동반됐을 가능성을 우선 고려했다. 이 상황에서는 신장 기능 저하에 따라 플레카이니드의 제거가 지연되고 체내 축적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약물 유발성 부정맥이 가장 우려됐다. 무엇보다 이러한 결과를 확인한 후에도 응급실 평가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에 환자와 배우자에게 응급실 전원의 필요성과 잠재적 위험을 다시 설명하고 전원을 권고했으나 환자는 이를 거부했고, 이에 자각 증상, 혈압, 심박수의 변화를 4시간 단위로 면밀히 추적하면서 악화 시 바로 응급실로 전원하는 조건부 경과관찰을 시행했다. 부정맥 원인 약물인 플레카이니드의 복용은 계속해서 중단할 것을 지시하고, 炙甘草湯에 附子를 더하여 처방했다. 내원 11일 차에는 심박수가 분당 60~70회로 감소하며 정상 동율동을 회복했다(그림 2A). 이후 한약제제를 점차 감량했고, 일주일 후 다시 시행한 심전도에서도 분당 58회의 안정적인 동성서맥 소견을 보였다. 이처럼 플레카이니드 중단과 함께 신기능 및 전신 상태가 회복되면서 부정맥이 소실된 시간적 경과는 플레카이니드 관련 부정맥 유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그림 2B). 이후 대학병원 외래 검사에서도 추가적인 항부정맥제 없이 안정적인 정상 동율동이 유지되고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처음 고혈압약 하나로 시작했던 약이 5~6개로 늘었고, 그럼에도 시술받아야 했습니다. 내과 한의원에 와서야 약을 줄일 수 있었네요. 근데 왜 대학병원에서는 약을 줄여주려 하지 않나요?" 환자가 던진 이 질문은 오늘날 보건의료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다. 질병을 인체의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바라보는 한의학적 철학이 현대 과학의 도구 및 객관적 데이터와 결합하면, 4P 의학이 지향하는 '예측, 예방, 맞춤, 참여'의 원칙은 더욱 구체적인 환자 중심적 치료로 구현될 수 있다. 한의사는 과거의 유산에 안주하는 자가 아니라, 현대 과학의 다양한 진단 도구와 객관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인체의 복잡성을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의사이다. 한의사가 도구의 차별 없이 환자의 삶 전반을 조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민 보건에 이바지하는 진정한 대안이 바로 서게 될 것이다. 표 1. 빈맥 발생 당시 환자의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체액량 감소와 신기능 저하를 시사하는 BUN/Cr 상승 및 경도의 고칼륨혈증을 확인하여 플레카이니드(Flecainide)의 체내 축적 및 약물 유발성 부정맥 가능성을 고려함. 심근효소는 정상 범위로, 검사 당시 뚜렷한 심근손상 소견은 확인되지 않음. -
“한의약진흥원 통폐합 안돼”…이만희 복지위원장, 기재부에 우려 전달[한의신문] 정부(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상북도한의사회(회장 김봉현)도 국회에 통폐합 저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만희 위원장(경북 영천시청도군·3선)은 통폐합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 한의계와 지역사회의 우려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의약진흥원의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 대구광역시·경상북도 및 한의계와 적극 공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만희 위원장은 7일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대구경북 보건의료단체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역 보건의료계의 주요 현안을 청취하는 한편 지역 보건복지 발전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만희 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달희·김기웅 의원(국민의힘), 김봉현 경상북도한의사회장,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 허영주 대구시치과의사회장,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 서부덕 대구시간호사회장, 이길호 경상북도의사회장, 고영일 경상북도약사회장, 김영실 경상북도간호사회장이 참석했으며, 대구시 김태운 인공지능혁신성장실장·이재홍 보건복지국장, 김호섭 경상북도 복지건강국장, 이준 영남대병원장 등 지역 보건의료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 김봉현 회장 “진흥원 통폐합, 대구·경북 한의계 가장 시급 현안” 이날 김봉현 회장은 한의계의 주요 현안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한국한의약진흥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통폐합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현재 대구·경북 한의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통폐합 추진 문제”라며 “만약 한의약진흥원이 보건산업진흥원으로 통합될 경우 본래 경상북도 산하 기관으로 출발한 진흥원이 사실상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돼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러한 일방적인 통합은 한의약 고유의 독자성과 학문적·산업적 특장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지속적인 한의약 산업 발전은커녕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마저 후퇴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피력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공공기관 효율화’와 ‘바이오헬스 산업 간 연계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한의약진흥원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의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통폐합 문제는 대구·경북 지역 현안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진흥원의 전신이 경상북도가 설립한 ‘한방산업진흥원’인 만큼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 한의약 정책의 독립성뿐 아니라 대구·경북이 축적해 온 한의약 산업·연구 기반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것. ▲(왼쪽부터) 이만희 위원장, 김봉현 회장, 이달희 의원 ■ 한의약 정책·R&D·산업화 잇는 국가 전담기관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의약육성법’에 근거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한의약 전담 공공기관으로, △한의약 정책개발 △R&D·산업화 △한약재 품질관리 및 한약제제 개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데이터 구축 △기업지원·표준화 △해외진출 등 한의약 정책의 연구부터 산업·의료현장 적용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한의계에서는 진흥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흡수될 경우 독립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개발·R&D·표준화·산업화·세계화 기능이 보건산업 지원체계의 하위 기능으로 축소되고, 한의약 정책의 독립성과 예산·사업 추진 기반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의약의 의료적·학문적 특수성과 ‘한의약육성법’에 따른 국가의 육성 책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관 규모나 업무 유사성만으로 통폐합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 및 시도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 역대 원장, 한의약 산업계 등은 잇따라 통폐합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한의약의 독자성과 전문성, 국가 육성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담기관의 존치·강화를 요구해오고 있다. ■ 이만희 위원장 “기재부 장관에게 직접 우려 전달” 이에 이만희 위원장은 진흥원 통폐합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앞서 고호연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을 만나 해당 사안의 문제점과 엄중함을 충분히 인식했다”며 “이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한의계와 지역사회의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물론 한의계와도 긴밀히 공조해 한의약진흥원의 독자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의료인력 부족·통합돌봄 지역격차도 논의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의료인력 부족과 공공의료기관 재정난, 통합돌봄 사업의 지역 간 재정격차 등 대구·경북이 직면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지역 보건의료단체들은 특히 통합돌봄에 있어 방문진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전달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보완을 요청했다. 이에 이달희 의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원격진료)를 통합돌봄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초진 단계에선 한의사·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이후 재진 단계에선 간호사가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등과 가정을 방문한 뒤 비대면진료를 연계해 처방과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달희 의원은 “현재 시스템을 보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비대면진료를 명문화한 개정 ‘의료법’이 올해 12월 시행되는 만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가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만희 위원장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지역 보건의료 현안을 국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살펴나가겠다”고 밝혔다. -
달서구한의사회, 의료나눔 통해 건강지킴이 모범사례 자리매김[한의신문] 대구광역시 달서구한의사회(회장 이태헌·이하 달서구한의사회)가 13년째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나눔을 이어오며 건강돌봄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달서구한의사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며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달서구한의사회는 지난달 30일 대구광역시 달서구가 개최한 ‘우리동네 한방주치의사업’ 후원품 전달식에 참석해 올해의 사업성과를 공유하고, 지역사회 건강 증진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로 다짐했다. ‘우리동네 한방주치의사업’은 달서구와 달서구한의사회가 공동 추진하는 민관협력 사회공헌사업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한의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회원 한의원은 대상자와 일대일 결연을 맺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개인별 맞춤 한약 처방과 건강 상담을 제공하며 대상자의 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올해에는 달서구한의사회 소속 49개 한의원이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해 지난 6월 한 달 동안 취약계층 310명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지원을 실시했다. 지원 규모는 1억800만원 상당으로, 회원 한의원들은 진료와 상담은 물론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맞춘 한약 처방까지 직접 제공하며 지역사회 건강돌봄에 힘을 보탰다. 또한 이 사업은 2014년 시작된 이후 13년 동안 단 한 해도 중단 없이 이어지며 달서구한의사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총 2474명의 취약계층에게 8억3000만원 상당의 한약과 건강상담을 지원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다. 아울러 회원 한의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재능기부가 사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달서구한의사회는 밝혔다. 향후 달서구한의사회는 달서구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적극 발굴하고, 보다 많은 취약계층이 맞춤형 한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13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봐준 달서구한의사회와 참여 한의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민관이 힘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세심하게 살피고, 따뜻한 돌봄이 살아 있는 행복달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태헌 달서구한의사회장은 “회원들의 작은 정성이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과 소외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한의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대구한의대한방병원, ‘한의사 직업체험 프로그램’ 실시[한의신문] 대구한의대한방병원(병원장 장우석)이 23일 대구광역시 동구 지역 중학생(새론중·안심중) 23명을 대상으로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과 연계한 한의사 직업체험 프로그램 및 병원 시설투어를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구광역시 동구청 아동청소년과의 협조로 마련됐으며, 청소년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교육은 대구한의대한방병원 교육수련부 권수오 한의사(한방소아청소년과)가 강사로 나서 한의학의 개념과 역할, 한의사가 되는 과정 및 진로 등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며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며, 혈자리 교보재를 활용한 침 시술 체험도 이어졌다. 또한 병원의 주요 시설과 진료 및 치료 공간을 둘러보는 시설투어를 통해 병원의 운영 과정과 다양한 의료 현장을 살펴보며 한의학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해 이해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장우석 병원장은 “청소년들이 이번 직업체험을 통해 한의학이라는 학문과 의료 분야를 보다 친숙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진로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미래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공헌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한의대한방병원은 지역사회 청소년과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강좌, 의료봉사, 병원 견학 등 다양한 교육·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대표 대학병원으로서 공공의료와 사회적 책임 실천에 힘쓰고 있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최고의 의사는 약을 가장 적게 쓰는 의사다.” (The best doctor gives the least medicines.)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남긴 이 말은 현대 내과학이 태동하기도 전에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한 선지자적 통찰이었다. “늘 피곤하고 아침에 손이 부어요.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립니다. 마른기침을 자주 하고, 대변은 하루에 3~4번씩 보고 늘 무른 편입니다.” 65세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는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였다. 옆에서 환자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지인이 최근 얼굴이 너무 붓고, 낯빛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크게 염려돼 한의과 의사의 진료를 한 번 받아보라 했다고 했다. 환자는 그 조언을 듣고 내원한 것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았다. 그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항상 무거운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다. 그리고 다른 지역 출장과 외부 일정으로 인해 외식과 야식이 잦았으며, 늦은 밤 폭식도 많이 하고 있었다. 환자는 피곤함,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무른 변 증상 외에도 입이 자주 마르고 갈증이 심했고, 소변을 자주 보며, 밤에 잘 때 자주 깬다고 했다. 환자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5회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성분 분석(BIA)상 BMI 25.8 kg/㎡, 체지방률 25.4%의 과체중 상태였다(표 1). 만성 스트레스, 외식, 야식 및 폭식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및 대사 불균형이 크게 의심됐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최근 1년 동안의 약물 사용 내용을 조회해 보았다. 환자는 적어도 1년 전부터 프로파페논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근거림이 지속되고, 가슴 답답함까지 나타나 내원 2주 전 양방 내과에서 진료받았다. 진료 후 메트포르민,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 세 가지 약물이 추가돼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은 총 5가지로 늘어난 상태였다. 환자의 舌質은 淡紅하고 齒痕이 관찰되었으며, 舌苔는 白•厚•潤•粘했다. 脈象은 沈•細•滑 하면서 結脈이 관찰됐다. 이러한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便溏을 동반한 消渴 및 濕痰證으로 辨證할 수 있었다. 환자가 가진 질병의 내면을 더욱 정확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病名에 대한 진단도 이뤄져야 했다. 초진 당시 증상 완화를 위해 소청룡탕을 우선 일주일 처방하는 한편, 심장 표지자를 포함한 진단의학적 검사,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 및 연속혈당측정검사(CGM)를 시행해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혈액 검사 결과, Troponin-I, CK-MB, NT-proBNP 등 심장 표지자 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크레아티닌 수치가 1.33 mg/dL까지 치솟아, 사구체여과율(eGFR) 59 mL/min/1.73m²로 만성신부전 3a기 단계에 진입해 있었다(표 1). 표 1. 화학약물 감약 및 포괄적 한의 치료에 따른 진단의학적 검사 및 체성분 변화 약물 재평가를 통한 감약 및 중단과 함께 약 3개월간 포괄적 한의 개입을 시행한 결과. 신장 기능(eGFR)이 만성신부전 3a기 수준에서 의미 있게 개선되었으며, 당화혈색소 안정화와 함께 근손실 없는 체지방 중심의 대사 회복이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됨. 당화혈색소는 5.9%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였으며, CGM 검사에서는 잦은 외식 및 야식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이 관찰됐다(그림 1). 그림 1. 치료 전 1주일간의 외래 혈당 프로필(AGP) 대사 불균형 환자의 치료 전 연속혈당측정 결과. 환자의 혈당 중앙값이 대사 회복을 위한 엄격한 목표 구간(70~130 mg/dL)을 빈번하게 이탈하며 심한 변동성을 보임. AGP, ambulatory glucose profile; IQR, interquartile range; Avg, average. Holter 검사에서는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과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이 포착됐다(그림 2). 그림 2. 치료 전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에서 관찰된 심방성 부정맥 파형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전도 기록. 대사 불균형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 (A)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 및 (B)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4회 연발의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 소견을 나타냄. Holter, Holter electrocardiogram; SVE, supraventricular event; PAC, premature atrial complex; NSAT, non-sustained atrial tachycardia; HR, heart rate.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인해 심한 혈당 변동성, 대사 불균형 및 수분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만성 피로와 부종, 두근거림, 마른기침, 장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 습관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 없이 약물이 추가되는 동안, 환자의 신장 기능 저하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의 대사 상태와 신기능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설명한 뒤 환자의 동의를 얻어 프로파페논은 급격한 중단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하여 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했고, 나머지 약물은 적응증과 위험-편익을 재평가하여 우선 감약했다. 이와 함께 停滯된 水濕을 제거하는 五苓散에 宣肺平喘의 효과가 있는 桑白皮, 麻黃, 石膏 등의 약재를 加味하여 약 3개월간 투여했다. 치료 동안 환자에게 식후 혈당 급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표 혈당 범위(70~130 mg/dL)를 제시하고, CGM을 지속적으로 부착하여 혈당을 감시했다. 한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약물 감약이 병행되는 과정에서 eGFR은 빠르게 회복됐고, 신장 기능은 한약 복용이 종료된 후에도 잘 유지됐다(표 1).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는 0.99에서 0.39로 현저히 감소했고, 당화혈색소는 5.7%로 안정됐다. 체성분 역시 골격근량의 손실은 거의 없이 체지방만 4kg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환자의 대사 불균형이 뚜렷하게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피로감과 부종, 마른기침은 소실됐으며, 두근거림은 완화됐고, 대변의 상태도 호전되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회복됐다. 약은 음식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부작용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은 곧 毒'이라는 명제가 의학의 출발점이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물을 기계적으로 추가하는 접근만으로는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에 한계가 있다. 현명한 의사란, 환자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조율하여 오히려 약을 줄이고 끊어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의사다. 천연물 기반 약물과 화학합성약물의 특성을 함께 이해하고, 전체론적 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정한 건강’으로 인도하는 한의사는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의료인이며, 일차의료 주치의로서도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1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2026년 4월, 보건복지부는 “2025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가 201만 명을 기록, 2009년 외국인 환자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연 200만 명을 돌파했다”라고 밝혔다. 사업차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한 외국인이 본원에서 당뇨와 지방간을 치료받고 있다. 한의사의 내과 진료 효과를 몸소 체험한 그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딸의 증상을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약 2년 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생겼어요. 턱에서 발생한 긴장감이 목과 어깨까지 퍼져나가며, 증상이 심한 날은 통증도 심해요. 그리고 4개월 전부터 생리가 없어요. 초경은 13세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불규칙합니다.” 16세 외국인 여성 환자가 아빠와 함께 내원했다. 환자가 국내에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치료를 간단히 시행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을 원했다. 혈액 검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검사 후 “한의사”의 소견을 듣고자 했던 것이다. 자세한 병력 청취 및 신체검사를 시행했다. 환자는 약 3~4년 전부터 레보티록신을 복용하고 있었다. 당시 혈액 검사에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너무 낮게 나와 복용을 시작했고, 자각 증상은 없었다고 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결과, 본국 담당 의사는 갑상선의 크기가 “정상인의 절반 정도”이며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했다. 레보티록신은 초기 하루 50μg으로 시작해 100μg까지 증량 후 유지하다가, 이후 갑상선 기능 저하 소견으로 125μg까지 증량했다. 그러나 4개월 전 추적 검사에서 갑상선 호르몬 과잉 상태가 확인되어 현재는 하루 75μg을 복용 중이었다. 하루 3회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있었지만, 아침 식사 시간은 조금 불규칙했다. 식습관은 오트밀, 빵을 포함한 식단으로 별도의 식이요법은 하지 않았고, 점심과 저녁 식사 후 다크 초콜릿, 과일, 케이크 등 간식을 먹는 날도 있었다. 신체 활동은 승마를 하루 평균 3시간, 일주일에 5~6회 정도 하고 있었다. BMI는 21.8kg/m²(61백분위수)로 건강한 체중 범위에 속했다. 체성분 분석(BIA) 결과, 골격근량과 체지방량, 체수분 모두 표준 범위 내에 있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갑상선 조직 실질의 전반적인 에코도 저하, 불균질하고 거친 질감 등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관찰될 수 있는 소견이 일부 관찰됐다(그림 1). 그림 1. 16세 여성 환자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A) 우엽 횡단면(Transverse view) (B) 우엽 종단면(Longitudinal view) (C) 좌엽 횡단면 (D) 좌엽 종단면. 갑상선 실질의 전반적인 에코도 저하 및 불균질하고 거친 질감(coarse echotexture) 등 하시모토 갑상선염에서 흔히 관찰되는 초음파 소견을 확인함. 하지만 갑상선 초음파 계측 결과(Brunn 공식 적용 부피 10.14mL), 환자의 갑상선 크기는 동년배 상위 14%(약 86백분위수)에 해당하여 본국 담당 의사의 소견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그림 2). 그림 2. 연령별 소아청소년 코호트 대비 환자의 갑상선 총 부피 분포 초음파 3축 계측 후 Brunn 공식(보정 계수 0.479)을 적용하여 환자의 총 갑상선 부피를 10.14mL로 산출함. 이를 동년배(16세 여성) 대조군의 갑상선 부피 분포와 비교한 결과, 환자의 갑상선 부피는 약 86백분위수(상위 14%)에 해당함. 이는 갑상선이 ‘정상인의 절반 정도로 위축되었다’는 본국 의료진의 평가와는 상이한 결과를 보임. 정맥 채혈을 통한 진단의학적 검사에서는 Anti-TPO Ab, Thyroglobulin Ab가 정상 범위보다 높아,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한편, TSH가 정상 범위를 크게 웃도는 반면 Free T4와 Free T3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어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hs-CRP 수치가 11.16mg/L로 상승해 체내 염증 활성도 증가가 관찰됐고, HOMA2-IR이 1.58로 인슐린 감수성 저하가 의심됐다. 에스트로겐(Estradiol) 수치도 정상 범위보다 낮아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의 기능 이상 가능성을 시사했다(표 1). 이러한 소견들은 한의학적 辨證 상 濕熱證을 의미했다. 표 1. 16세 여성 환자의 초진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갑상선 자가면역 항체(Anti-TPO Ab, Thyroglobulin Ab) 상승 및 TSH 증가로 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한 불현성 갑상선 기능 저하 상태임을 확인함. hs-CRP 상승은 체내 염증 활성도의 증가를, HOMA2-IR 상승은 인슐린 감수성 저하 가능성을 시사함. 저하된 에스트로겐(Estradiol) 수치는 무월경 증상과 연관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축(HPO axis)의 기능 이상 가능성을 시사함. 결론적으로 환자의 상태는 단순히 ‘턱관절과 목, 어깨에 대한 치료 및 레보티록신을 투여해 TSH 수치만 내리면 끝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염증과 인슐린 감수성 저하, 면역계가 얽힌 복합적인 대사 기능 이상 상태로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파편화되어 보이던 국소 증상을 하나의 실로 꿰듯 포괄적으로 설명하자, 보호자가 딸에게 “본국에서 진료받으며 이렇게 상세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니? 정말 멋지지 않니? (Gorgeous!)"라며 감탄을 터뜨렸다. 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질병명에 매몰되지 말고, 증상의 내면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식습관 교정과 함께 갑상선 기능, 염증, 성선자극호르몬축 및 인슐린 감수성 등을 고려한 포괄적 개입에 착수했다. 우선, 환자의 턱관절 및 목, 어깨 증상에 대해 침구 시술 및 추나요법을 결합하여 시행했다. 다행히 환자는 턱관절에 대한 수기 치료에 큰 만족을 표했다. 환자가 귀국해서도 식습관 교정과 함께 본원 의료진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逍遙散을 기반으로 한 약을 처방했다. 그리고 이 약이 출입국 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처방전과 면허 증명서 등 의학적 책임이 담긴 공식 서류를 발급했다. 의사는 침을 놓고 약을 주는 단순한 '치료사'에 머무르는 존재가 아니다. 인체의 복잡한 생명 현상을 분석하여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법적 책임이 따르는 서류를 발급한다는 점에서 확고한 법적•학술적 권위를 갖는다. 연 200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대한민국 의료를 찾는 시대다. 한의사는 이미 현대 진단기기를 적극 활용하여 임상 현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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