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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50>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지난 48회에서 전두동염에 대해 알아본 데 이어 이번호에서는 상악동, 사골동, 접형동에 발생한 부비동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40세 여자 환자가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0월9일에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내원했다. 9월30일에 감기에 걸려 내과진료를 받고 COVID-19·독감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와 감기약과 소염진통제를 처방받고, 약 7일간 영양제를 6회 수액으로 처치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머리 전체의 두통이 심해지고 엄청난 양의 샛노란 콧물이 다량 발생하며, 10월4일부터 냄새를 전혀 못 맡는다는 것을 인지했고, 9일에는 좌측 귀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막힘, 다량의 농성 비루(후비루), 안면통, 후각장애 증상으로 부비동염을 염두에 두고 코 안을 살펴봤다. 중비도와 하비도 모두 농성 비루가 가득했고, 특히 좌측 귀는 물이 조금 차있는 상태였다. 좌측 삼출성 중이염을 동반한 급성 비부비동염으로 판단됐고, 비루가 나오는 부위와 양 볼의 통증, 눈 사이 압통, 후두통 등의 증상으로 상악동염뿐 아니라 사골동염과 접형동염도 의심돼 P.N.S CT를 의뢰했더니 예상대로 전두동을 제외한 나머지 부비동 모두 침범되어 있었다. 급성 부비동염의 치료는 점막부종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제어해 부비동으로의 환기 개선을 통해 배액을 유도하고 통증과 후각장애 등을 치료하는 것이다. # 끊임없는 비루와 후비루 부비동염이 심한 만큼 비루양의 엄청났지만, 특히 더 괴로워하던 것은 후비루였다. 내시경으로도 비인두 곳곳에 걸려있는 비루와 이로 인해 자극받은 비인두가 많이 부어있었다. 하루종일 컥컥거리거나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없애보려 노력했다고 할 만큼 힘든 비루를 잘 제거해 주기 위해 침 치료, 증기, 석션의 순서로 매회 실시했다. 비통·정명·거료혈 침 치료 시 따뜻한 증기를 안면부에 쬐어 점막부종을 가라앉히고 이후 엎드린 자세로 풍지·풍부·옥침혈을 놓으면서 약 15분간 유지하여 접형동의 배농을 유도했다. 이후 다양한 셕선팁을 이용하여 내원 시마다 제거해 주어 치료 5일차인 14일경부터 비강내 분비물이 확연히 줄어들고, 22일경에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후비루만 조금 남아있게 됐다. # 안면통과 후두통 부비동염에 있어서 침범되는 부위마다 호소하는 통증 위치가 조금씩 다른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앞이마만 빼고 두정부, 관자놀이에 무언가를 싸매고 있는 통증과 눈 사이, 코망울 옆, 후두에 강한 압박과 통증으로 힘들어했다. 부비동염의 안면통은 기본치료에 부항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호전이 빠르다(12회 기고문 참조). 접형동염에 의한 후두부 압통이 심해 배농을 유도하기 위해 엎드려서 침을 맞았고, 이후 통증은 순차적으로 줄어 22일경에는 VAS 2점 정도로 줄어들고 관자놀이 부위만 약간 묵직한 정도의 통증만이 남았다. # 후각장애 부비동염에 의한 후각장애는 전도성 후각장애로 점막의 부종과 비루라는 장애물이 없어지고 손상된 후부점막이 호전되면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염증이 기간이 길어진다면 돌아오기 어려울 수도 있어 침 치료와 후각훈련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8회 기고문 참조). 또 중요한 것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보습을 잘해 줘야 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점막 건조가 심해지면 비도가 열려도 냄새를 맡기 어려울 수 있어, 소염약침을 하비도를 통해 irrigation 했다. 초진 시 전혀 맡지 못하던 상태에서 치료 3일차인 11일부터 금방 사라지긴 하지만, 아로마 향부터 맡기 시작해 27일경에는 거리가 떨어진 상태에서도 모든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다. 치료에 대한 노력으로 환자는 내원 20일 사이에 중이염을 포함해 두통, 안면통, 비루(후비루), 후각장애 등도 좋아졌고 초기 체력 저하가 너무 심했던 것도 한약을 중반 이후 선방패독탕에서 익기보혈탕으로 바꾸면서 빠른 호전을 보였다. 27일 CT로 확인한 바로도 우측 상악동만 점막부종만 남고 모든 부비동에서 호전상태를 보여줬다. 만약 이 환자가 이런 치료가 없었다면 향후 어떤 모습이였을까? 최근 내원한 63세 여자 환자는 부비동염으로 오랜 기간 치료했고, 그 사이 부비동 내시경수술을 2회 했지만, 도리어 수술 후 위축성 비염으로 코가 마르면서 마른 가래가 있고, 좌측 귀는 합병증으로 발생한 중이염이 유양돌기염으로 이어져 만성 화농성 중이염으로 진행돼 두 세달에 한번씩은 항생제를 복용하는 상태로 병원에 왔다. 부비동염은 수술을 해도 재발도 쉽고 만성으로 진행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환자의 사례는 급성이면서 상당히 심한 상태에도 적극적인 한의치료를 통해 큰 호전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임상례였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9>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추운 것을 잊어버리겠다고 말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낮에는 에어컨을 틀다 야간에는 약간 서늘한 이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평소 편도선염이나 인후염 등 목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특히나 온도차에 조심해야 한다. 9월16일 31세 여성 환자가 목에 통증과 이물감, 목안이 부어 있는 느낌,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12일부터 목이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가 16일에 심해져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별다른 설명은 없이 후두개염이라고만 하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소화제를 처방받았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편도선염이 자주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년에 3, 4회는 고열을 동반하여 심하게 오는데 이번에는 평소 목구멍쪽이 아픈 것이 아니라 더 아래쪽이 아프고 후두개염이라는 병명이 두렵기도 하여 내원했다고 한다. 사실 후두개염이면 학부 때 배운 것처럼 이비인후과 초응급질환에 속한다. 2∼3일간의 인후통, 연하곤란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급격히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칼로 후비는 것 같은 심한 인후통증, 침도 삼키기 어려워 흘리는 연하통, 목소리 장애, 고음의 호흡음이 나는 천명, 자칫 후두개가 부어오르면 호흡이 곤란해 시간을 다툴 정도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다. 원래 소아에게서 많이 보이는 질환이지만 요즘에는 H. influenza type B 백신으로 발병율이 많이 줄었고, 오히려 성인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다. 주된 원인인 세균감염이고, 이 외에도 바이러스, 화상, 목의 직접적인 외상 또는 과도한 음주나 화학약품의 접촉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한의원에서 자주 보는 편도선염을 거치면서 후두개염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목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증상의 추이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병력과 임상증상을 살피고 후두경 검사상 후두개의 발적 종창과 피열연골, 구인두에서 후인두까지 림프과립의 발적 종창이 보이면 진단이 가능하다. 후두개 부종에 의해 성대가 얼마나 보이냐에 따라 Scope classificationⅠ, Ⅱ, Ⅲ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만 후두개에 부종이 나타나면서 호흡곤란이 느껴지면 상급병원으로 급히 가야 한다. 이때 환자는 등을 세우고 턱을 앞으로 내밀고 양팔로 몸을 감싸는 듯한 ‘삼각대 자세’라고 하는 특유의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호흡을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한 자가 동작이다. 후두개염의 X-ray 소견은 후두개가 부어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보인다. 재차 확인했으나 통증과 이물감이 심하기는 하지만, 숨쉬는 것은 별문제 없다고 했다. 먼저 후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구개편도, 연구개, 비강, 후두의 순서로 시진을 했다. 원래 1년에도 3∼4회 정도 편도선염을 자주 겪는 편으로, 편도는 만성 비대양상을 보였으나 비강과 구개편도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연구개에 점상출혈이 보여 혹시 전염성 단핵구증은 아닌지 잠시 의심했으나 병소 부위가 확실하고 내원하기 전 구토를 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진찰시 후두개를 잘못 건드리면 급작스런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후두강을 살펴봤다. 보통 후두개염이 발생하면 림프과립들이 부어 후인두벽이 부어오르는데, 일단 그런 모습은 없었고 후두개가 식도쪽으로 약간 밀려있었지만 부어있지는 않았다. 좀 더 아래쪽으로 살펴보니 후두개 전면, 즉 설면부 방향 좌측으로 농점이 있고 주위가 부어 이 병소로 인해 후두개를 뒤로 살짝 밀고 이물감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다. 치료원칙은 주의깊은 관찰과 적절한 기도유지, 약물치료로 환자는 호흡이 불편한 증상이 없고 빈맥, 빈호흡이 없으며 기타 신체증후도 안정적이면서 목 안쪽의 통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아 경험하였던 전형적인 후두개염의 응급상황으로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항생제는 복용하되 일반적인 후두염에 준하여 치료를 시행했다. 패독산과 은교산을 투여하고 방염천혈, 수돌혈에 사혈과 부항, 소염 약침, 침 치료를 한 후 야간에 혹시라도 호흡이 불편하면 응급실을 가야한다는 설명했다. 17일 내원한 환자는 통증이 VAS 6으로 줄어들었고, 후두개의 염증도 가라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치료 부위에 수돌혈 뜸 치료도 더했다. 18일은 VAS 2, 22일은 VAS 0으로 호전됐고 침을 삼킬 때 약간의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항생제와 진통제도 16일 하루만 복용하고 한약만 복용했다. 26일 경과 확인차 내원시 후두개는 염증이 모두 소실돼 통증은 없었졌고, 목소리도 회복되었으며, 약간의 가래로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이렇게 후두에 염증을 겪고 지나가면 목안에 가래가 낀 듯하고 건조해진다. 특히 진해거담제를 많이 복용한 환자는 더욱 심해 목소리가 갈라지는 증상이 오래가는데, 이때에는 목의 건조와 남은 여열을 치료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천돌혈에 자하거 약침을 시행하거나 청화보음탕을 복용하면 좋다. 후두개염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응급처치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주의깊게 병정을 관찰해 응급상황으로의 가능성을 고지하여 줄 수도 있고, 증상이 경하다면 병행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8>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이번호에서는 두통과 감별이 필요한 전두동염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43세 남자 환자가 우측 이마와 눈썹 주위에 하루종일 지속되는 강한 통증으로 7월21일 내원했다. 7월9일경부터 별다른 감기 증상은 없으면서 약간의 코막힘과 우측 이마를 중심으로 하는 편두통과 눈썹 주위 압통이 시작돼 로컬 소아과에서 부비동염으로 진단받고 항생제를 일주일간 복용했지만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7월18일부터 3일간 약국에서 구입한 종합감기약과 진통제를 추가로 복용했으며, 이 또한 차도가 없고 내원 전날은 점점 심해지는 통증으로 밤을 지새운 상태로 병원에 왔다. 환자는 코막힘은 그리 심하지 않고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로 이물감이 약간 있으며, 냄새는 모두 맡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힘든 증상인 이마 부위 두통은 하루종일 지속되고 사무실 에어컨이 머리 위에 있는데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경우 통증이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환자에게 통증 강도가 가장 심한 부위를 표시해보라고 했더니 우측 눈썹 주변을 가리켰다. 내시경으로 코 안을 확인해보니 비강 내로는 분비물이 보이지 않았고, 다만 중비갑개 중심으로 점막부종만 보였다. 종합해 보니 전두동염을 의심할 수 있었고, 확인을 위해 CT 촬영을 진행했다. CT 결과로는 우측 전사골동과 우측 전두동으로 저음영 소견이 보였다. 부비동염은 비염 같은 상기도 감염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상악동염을 동반하는데, 이 환자는 상악동은 깨끗하고 우측 전사골동과 전두동만 침범된 이유는 7월부터 시작한 수영과 직장에서의 에어컨 위치인 것으로 생각됐다. 즉 부비동염은 비강의 감염이 부비동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점막의 부종으로 인한 부비동 개구부 폐쇄도 선행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낮에는 에어컨을 머리와 얼굴로 쏘이고, 오후에는 수영을 하다보니 점막 개구부가 부어올라 막히고 막힌 전두동과 전사골동 내로 염증반응이 발생하면서 이마 위주로 심한 두통이 발생한 것이다. 막힌 개구부를 열기 위해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과 더불어 개구부 개방을 위한 물리적인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즉 소염, 개규, 점막부종 완화, 배농을 위해 ‘형개연교탕’을 처방하고, 전두동 개구부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찬죽혈과 상명혈을 이은 1/3 지점을 선혈하여 침치료와 전침을 시행한 후 어요혈 주위 부항과 한약재 증기욕 및 전자뜸 치료를 진행했다. 더불어 당분간 수영을 쉴 것과 근무하는 자리도 최대한 에어컨을 피해 앉고 마스크를 써서 코로 찬 바람이 직접 들어오는 것을 줄이라고 설명했다. 이틀 뒤 23일 내원한 환자는 하루종일 지속되던 통증이 중간중간 가라앉는 시간이 생겼고 강도 7점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31일 세 번째로 왔을 때는 가끔 통증이 있으면서 강도는 4점으로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환자가 호소하는 이마 부위 통증이 부비동염에 의한 것인가이다. 부비동염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부비동염 진단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전두동과 전사골동을 침범한 염증으로 특징적인 압통 부위가 일치했다. 둘째는 전두동염의 경우 발생비율이 타 부비동에 비해 적지만 ‘이마 속의 불씨’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심각한 합병증을 가져오기 쉬운 곳이다. 치료 도중 안구부종, 안구통증, 시력저하 등 안구합병증을 예상할 수 있는 증상이 발생하는지 꼭 확인해야 하고 치료가 완전히 될 때까지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관리다. 환자는 예상보다 빨리 좋아지자 두 번째 진료시에 수영을 언제부터 다시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수영은 코 증상이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선행요인이자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두동염의 치료기간인 최소 2주를 경과하고 자각적인 증상도 좋아진 뒤 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도 환자는 마지막으로 내원한 8월28일 두통은 완전히 없어졌고 눈썹 주위 통증만 주에 1∼2번 정도, 강도 2∼3점 정도로 호전된 상태임을 확인했다. 관리가 소홀할 경우 재발이 잦아 결국 부비동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 전두동염 또한 한의치료가 좋은 경과를 보여주는 임상례였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7>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최근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노출과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밖에서 일을 하는 경우엔 목에 넥 선풍기나 냉쿨러를 두르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너무 더워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인두염이나 후두염, 편도선염이 유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7월3일 51세 남자 환자가 목의 통증이 심하다고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환자는 더워지기 시작한 6월 말부터 야간에 탁구를 치고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차가운 맥주와 냉수를 마신 후 에어컨을 밤새 틀고 자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7월1일부터 감기기운이 있는 것처럼 전신통이 있으면서 목이 조금씩 아파오다 3일 새벽에는 목의 통증이 극도로 심해지고 밤사이 고열과 식은 땀을 많이 흘려 한숨도 못 잔 상태라고 했다. 목은 지속적으로 아프면서 침이나 음식을 삼킬 때 더욱 아프고, 목 안쪽으로 가래가 가득 찬 느낌이나 뱉어지지 않으면서 막힌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전신에 힘이 빠지고 목이 꽉 찬 것 같으면서 좌측 귀가 조금 아프기도 하다고 했다. 본원에 오기 전 다른 로컬 병원에서 편도선염 진단을 받고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지만, 야간에 다시 아플 것이 걱정돼 한의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한다. 급성 편도선염의 경우 초기 진찰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편도의 발적 부종, 삼출물의 양상, 구개궁이 편도를 가리고 있어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부위는 없는지, 구개수의 발적과 편위, 구인두 림프종창 상태와 후두와 후두개의 발적 종창 여부 등이다. 이와 함께 귀 통증시 고막상태 확인과 경부림프절 종창 등도 같이 확인해야 한다. 환자의 목상태를 보니 양측 편도와 구개수가 부어있었고, 특히 좌측 전구개궁이 많이 부어 편도를 가리고 있어 2개의 설압자로 구개궁을 밀어 보았더니 편도 음와에 농축된 삼출물과 표면과 구개궁 사이로도 삼출액이 가득 차 있었다. 본원에서 같이 시행한 LAB 검사상 WBC, ANC, CRP, ESR 수치가 모두 높아 형방패독산을 투여하면서 항생제를 병행키도 했고, 초기 3∼4일간의 초기 증상을 좀 더 빠르게 해소시키기 위해 편도선에 사혈, 세척 및 약침을 주사했다. 양측 편도 표면에 환처사혈을 시행하고 석션기를 이용하여 정리해줬다. 다음은 부어있는 편도에 소염약침을 집적 주사해준다. 이후 양측 편도에 소염약침액을 뿌려주듯이 세척하고 다시 석션기를 이용해 마무리해준다. 환처에 직접 사혈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외금진옥액 부위를 습식부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후 수삼리, 조해, 천유 혈자리를 위주로 침 치료를 진행했고, 천돌혈 주위 전자뜸을 시행했다. 초진 당시 통증 강도 vas 9에서 시작해 4일 아침 vas 3, 5일 아침 vas 2, 7일 아침 vas 0으로 빠르게 줄어들어 치료를 마칠 것을 원할 정도로 아주 만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시기 편도선염 환자에게 주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합병증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편도선염에서 항생제를 복용하는 이유도 혹시 모르는 화농성 합병증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으로 편도선 자체의 증상이 약간 호전돼 보이는 상태에서 편도주위농양, 부인두 농양, 인두후 농양 또는 후두개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발생 후 1∼2주간의 기간 동안 완전히 호전될 때까지 약 투여와 관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후유증이다. 급성 편도선염 이후 IgA 신장병,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건선, 알레르기성 혈관염 같은 병소감염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 편도선염 이후 발생하는 면역력 저하를 막기 위한 휴식, 수면, 식사 후 가글 등 생활관리법을 설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만성으로의 진행을 막는 생활 관리다. 이는 후유증 관리와 비슷한 맥락으로 피로하거나 목을 안팎으로 차갑게 하지 말아야 한다. 목 주위 온도가 떨어져 세균 바이러스 노출에 다시 취약해지면 재발시 초발 때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면서 만성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환자의 경우에도 7일에 증상이 모두 좋아지자 관리를 소홀히 해 10일 내원 시 다시 목이 붓는 것 같고 가래도 많아졌다고 호소했다. 만성 편도선염의 한 형태인 伏寒乳蛾는 체내에 한사가 축적돼 있다가 외감에 노출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이 환자의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자주 하면서 찬 음료를 마시고 목을 시원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목이 자주 부어오르고 피로와 권태가 심해지는 만성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생맥산을 처방했다. 급성 편도선염은 초기 3∼4일에 통증과 감염관리에 주의하고 이후 충분한 수분섭취, 휴식, 면역강화, 청결한 구강위생을 지켜주면 합병증, 후유증, 만성화 없이 지나갈수 있는 질환으로 이때 한의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6>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27세 여자환자가 지난달 16일 볼 안쪽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이 환자는 13일 저녁부터 우측 볼 안쪽 어딘가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14일부터는 음식을 씹기도 어렵고 우측 턱 아래와 귀 속까지 아파와 주말이였던 14∼15일 동안 묽은 음식만 먹었다고 했다. 일단 위치를 확인해 보기 위해 우측 협점막과 연구개, 구개궁 주위를 살폈고, 우측 후구치삼각부위에서 약 1cm 정도의 아프타 상태의 궤양이 보였다. 혹시 다른 부위에도 있을 것을 감안해 구강을 순서대로 다시 살폈다. 구인두-구개궁-구개편도-연구개-경구개-혀 등부위-상하구순점막-혓바닥 등의 순으로 빠짐없이 살펴보고, 귀와 목까지 통증이 있다고 말해 두경부 림프절도 촉진과 외이와 고막의 상태도 같이 살펴봤다. 일단 다른 부위는 추가 병소가 없는 것으로 확인하고, 고립성 아프타로 판단했다. 아프타란 입 안의 상태가 구강점막에 지름이 수 mm 정도의 원형이나 타원형의 모습을 띤 궤양이 있고, 그 궤양을 좁고 빨간 띠처럼 홍륜(red hello)이 둘러싸고 있으면서 궤양면에는 회백색 또는 노란색 괴사막으로 덮여있는 모습을 지칭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이를 화산 분화구 같다라고도 표현하곤 한다. 구강 내 아프타 형태를 보이는 병변은 △고립성 아프타 △만성 재발 아프타 △베체트 병 △외상 혹은 종양에 의한 경우 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헤르페스 치은 구내염이나 대상포진의 구강병변도 수포가 터지면서 미란, 궤양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여 환자의 수두, 대상포진 기왕력 및 초기 물집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진을 통해 다른 전신질환이나 피부질환의 여부, 평소 복용약, 음주 및 흡연 등 구강 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들을 살펴나가고, 평소의 식사상태나 최근에 치약을 바꾼 적이 있는지 등의 구강 국소적인 자극요인들이나 원인이 될 만한 다양한 가능성도 같이 확인하면서 문진하면 더욱 좋다. 첫째로 베체트 병의 경우 구강증상만으로는 만성 재발 아프타와 감별이 어려워 외음부의 궤양, 결절성 홍반이나 여드름양 모낭염 같은 피부병변, 포도막염, 홍채염 등 동반 증상의 출현을 살펴봐야 한다. 두 번째로 외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협점막에 좌우대칭으로 발생하고, 안정시에는 하얀 백색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간혹 혀를 잘못 씹어 열상이 생기거나 외상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세 번째로 아프성 구내염은 재발까지의 기간이나 발생시 정도의 차이에 따라 만성 재발성 아프타와 고립성 아프타로, 혹은 발생 개수나 크기, 발생 부위에 따라 대아프타, 소아프타로 나뉘어진다. 고립성 아프타는 아프타가 한 두개 나타나며 보통 10일에서 2주 정도 자연스럽게 치료되고,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한 만성 재발성 아프타는 말 그대로 자주 재발하는 형태를 말하며, 상태나 발생위치에 따라 대아프타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환자의 경우는 베체트 병과 외상을 배제하고 약물의 복용, 치약의 변경, 부실한 식사 등 문진에서 해당하는 사항이 없어 기말고사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고립성 아프타는 특별한 치료가 없이도 2주 정도 기다리면 나을 수 있지만, 병소의 크기가 깊고 커 장기간 지속(3주 이상)될 수 있고 위치상 음식물의 자극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으며 방사통도 심해 경과를 지켜보기에는 며칠이 너무 힘들 것으로 판단돼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는 구강쪽으로의 상열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국소적으로 병변을 치료하고 병소자리를 잘 관리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한 타액이 산출돼 구강의 자가 회복력을 돕는 것이다. 황련해독탕과 은교산을 처방했고, 궤양의 홍륜 주위에 소염약침을 0.1cc 2군데 주사하고 남은 액은 병변에 직접 irrigation 했다. 협거, 예풍, 천유 혈을 자침한 후 천유 혈은 뜸 치료를 진행했다. 외용제로는 라벤다·페퍼민트 에센셜 아로마에 호호바 베이스 오일을 믹스한 액을 스포이드로 병소에 점적했다. 만약 적절한 치료에도 통증이 오래 가거나 궤양이 커지거나 기저부 괴사가 진행되고 주위 점막이 적백색으로 얼룩덜룩하게 변해가는 경우에는 암과의 감별이 꼭 필요하고, 간혹 칸디다가 2차 감염되기도 해 경과를 끝까지 잘 지켜봐야 한다. 다행히 환자는 16일∼25일 사이로 통증의 강도가 vas 10에서 4/2/0 으로 순차적으로 잘 줄어들었고, 27일에는 자각적인 불편감이나 통증은 전부 소실됐다. 다만 7월1일 내원시 확인한 병소 부위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아 약 2주간 주 1회로 경과를 보러 오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건강한 타액의 지속적인 분비다. 만약 환자의 연령이 고령이였다면 생진양혈탕을 복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지만, 20대 학생임을 감안해 향후 2주 정도는 타액선 마사지를 해주고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과 맵거나 뜨거운 음식 또는 상처를 자극할 수 있는 면이 날카로운 음식은 주의할 것을 다시 설명하며 진료를 마무리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5>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이번호에서는 음향 외상에 의해 발생한 난청의 모습과 치료, 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돌발성 난청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며, 이 중 소음 노출이나 압력 자극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음향 외상에 의한 난청은 소음성 난청의 한 형태로, 청력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 증상이 오래 가고, 자칫 관리의 소홀로 손상이 누적돼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5월22일 45세 여성 환자가 좌측 귀 이명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연휴가 시작되던 5월2일 좁은 공간의 욕실에 장식용 도자기가 떨어지면서 강한 소음이 있었고, 당시 좌측 귀가 갑자기 멍하면서 안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바로 이비인후과에 내원해 청력검사를 하고 소음으로 신경손상이 온 것 같으나 스테로이드 약을 일주일 정도 복용하면 될 것이고 일상생활은 다 하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하필 발생 다음날이 어린이날 연휴기간이라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서 지방축제 같은 곳도 가고 일요일에 신앙활동도 하고 영화관도 가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고 나니 약을 다 복용했지만 귀의 증상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12일에는 대학병원에 다시 내원했지만 여기서도 별 문제 없다라는 소견만 듣고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말인 18일에 다시 사람 많은 곳에서 노래소리와 스피커 소리를 들은 뒤로는 귀가 안으로 당기는 듯이 조여드는 느낌과 통증까지 있어 면봉으로 몇 번 긁은 이후 귀 안이 욱신거리기까지 한다고 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청각 증상은 소리가 2∼3개로 갈려들리고 샤워기 소리나 설거지 하는 경우의 물소리가 예전과 다르게 거슬리고 여러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나 주변이 시끄러운 곳에서는 소리가 웅웅거리면서 무신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렵다고 했다. 22일 시행한 환자의 청력은 좌측 귀가 4000Hz에서 30dB로 소음으로 인한 손상이 확인됐다. 소음성 난청의 전형적인 모습은 4000Hz에서 notch를 보이는 것으로, 이는 내이에서의 해부학적 위치와 외이도의 공명기능 연관성에 의한다고 한다. 소음성 난청은 직업적인 이유로 또는 취미생활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생활 속의 예상치 못한 소음 노출에 의해 일시역치변동이나 음향외상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음에 노출되면 내유모세포·외유모세포가 모두 손상받지만, 특히 먼저 손상되는 곳이 외유모세포다. 외유모세포는 원심성 신경으로 내유모세포가 잘 들을 수 있게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주변소음을 이겨내고 듣고자 하는 음역대를 더 잘 듣게 해주고 주위 소음도 막아주는데 이 기능이 저하돼 있어 청각과민, 이중청, 소리왜곡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청력 저하보다 청각증상들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귀의 기능이 저하되었으면 감각을 보호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소음성 난청의 한 형태인 일시역치변동 같은 질환에서도 회복되는 24∼72시간 정도 귀를 휴식시켜줄 것을 말하고 있고, 음향 외상도 동일한데 이 환자는 전혀 주의사항을 모른 데다 평소보다 더 소음에 노출돼 음향성 이통까지 추가로 발생한 사례다. 내이는 강력한 소음으로 인해 기계적 손상, 신경 대사 손상, 무균성 염증물질 생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후 소음에 노출될 때마다 상기 상황들이 축척되어 회복이 어려워지므로 가급적 편안한 환경에서 귀를 쉬게 해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초진시에 설명하고 치료목표는 이중청, 청각과민, 소리왜곡, 이통증 등 청각증상의 개선으로 치료기간은 한 달로 설정하고 그 기간 동안은 주말 외출을 삼가하고 직장에서도 가급적 귀마개를 사용토록 했다. 치료는 돌발성 난청에 준하되 소음으로 경직된 근육을 풀기 위해 예풍, 천유, 부돌혈 등에 소염 약침과 뜸 치료를 하고 동일 혈자리를 중심으로 가정에서도 온열팩을 하도록 했다. 치료 7일차인 5월29일에 소리에 귀가 예민해지는 증상과 변조된 소리처럼 들리던 것은 없어지고 주변이 시끄러울 때 소리가 2∼3개로 갈려들리는 것은 아직까지도 여전하다 했다. 치료 10일차인 6월2일에 대부분의 청각증상과 통증은 소실되었고, 다만 사람이 많으면 소리가 갈려들리는 증상은 약간 남아있었지만 며칠 사이로도 호전이 있어 최대한 조심하면서 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자각적인 증상이 많이 호전돼 청력검사를 시행했고, 4000Hz 30dB에서 정상인 20dB로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음향외상은 폭팔음과 같은 강력한 음에 단시간 노출된 후 일어난다고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너무 큰 소리를 들으면 발생할 수 있다. 공연장에서 너무 큰 소리의 앰프와 마이크 소음에 의해 일시역치변동(일시적 청력저하) 같은 질환이 생기는 20대 환자들도 종종 내원한다. 직업적 또는 취미로 인한 소음에 의해 손상이 누적되면 영구적 난청으로 진행돼 치료가 어렵지만 음향외상과 일시역치변동의 경우는 불완전한 상태를 귀의 환경을 안정화시키는 한의치료와 적절한 관리를 통해 좋은 예후를 가져올 수 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4>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현재 질환으로 온 증상에 기존에 있던 병력이 더해져 증상이 심화되거나 변화되면서 증상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고막만 잘 살펴봐도 환자의 과거력을 알아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4월19일 42세 남성 환자가 돌발성 난청 이후 발생한 이명을 치료받기 위해 내원했다. 우선 문진표와 이명설문지를 작성하고, 청력검사 이후 문진표를 바탕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지난해 12월2일경에 좌측 돌발성 난청이 발생해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복용과 5회 고실내 주입으로 치료를 마친 후 2월14일경 고주파 영역에서 부분 회복을 했고, 두 달 후인 4월18일에 마지막 청력검사를 한 번 더 해보고 종료하자는 소견을 들은 상태다. 기다리는 2달간 청력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호전된다고 느꼈으나, 고주파 위주의 이명이 있고 귀가 꽉 차는 증상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게 힘들다고 호소했다. 특히 귀가 갑갑한 느낌으로 하루 30번 이상 귀를 열거나 닫는 동작을 한다고 했다. 요즘 환자들이 그렇듯이 이 환자도 질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상태로, 난청이 호전되면 이명도 좋아지고 귀 갑갑함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궁금해 했고, 진료를 봤던 타 이비인후과에서 진주종이 있어 나중에 불편하면 시술을 해준다는 말도 들었던 터라 진주종이 현재 증상과 관계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했다. 초진 당일 청력검사에서 난청이 발생했던 좌측은 완전히 호전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명설문지 검사결과도 THI 26점, TPFQ 15.8로 진료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돌발성 난청 후유증 상태인가 했는데, 이상한 점은 귀 갑갑한 증상이 발생 4개월이 지나도록 감소되지 않고 한달 전부터는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였다. 돌발성 난청의 귀 충만감은 초기 발병시의 증상으로 대부분 청력이 호전되면 점차 소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막을 살펴보던 중 특이한 모습이 관찰돼 추가적인 문진과 더불어 진료실에서의 간단한 확인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살펴보니 고막에서 보인 것은 변연성 천공과 호흡만으로도 고막이 움직이는 개방성 이관 상태였다. 첫째 환자가 기왕력으로 가지고 있던 것은 이관폐쇄와 이로 인한 변연성 천공(이완부 함몰)이다. 변연성 천공은 보통 중이염으로 발생하는 고막 중심부에 발생하는 중심성 천공과 달리, 이관장애로 인해 중이강의 음압상태가 지속돼 이완부가 함몰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고막내함은 고막 전체가 내함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지지력이 약한 이완부가 특히 함몰되어 천공(변연성 천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환자는 돌발성 난청 발병 전부터 비염으로 오랜 기간 이관폐쇄가 있어 고막이 전체적으로 내함되어 있고, 변연천공이 있는 상태였으며 여기까지는 발살바법 정도로만으로도 귀 답답함은 풀리고 일상에서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둘째로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고막으로 이관개방증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이관개방의 원인은 돌발성 난청이 발생하던 시기에 맞물린 체력저하, 수면부족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돌발성 난청을 거치면서 이관증상이 기존의 폐쇄에서 개방으로 전변되고 있어 기존에는 단순한 귀갑갑함이였다면, 현재는 증상이 훨씬 심해져 음식을 씹으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말소리가 울려들리고 피곤하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축구 같은 운동을 하면 발살바법으로는 증상이 풀리지를 않았으며 반대로 코를 살짝 들여마셔 귀 닫는 동작을 해야 조금 편해지는 상태였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환자의 고막은 장력이 많이 저하되어 호흡에 따라 움직인다는 정도가 아닌 펄럭인다고 표현할 정도이긴 했다. 환자는 이명으로 병원을 찾기는 했지만 실제로 불편해하는 증상은 이관개방으로 인한 귀 갑갑함이였다. 먼저 이관의 기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만형자산에 연교·만형자·우방자를 가하여 처방했고, 비통·거료·관료·청궁·예풍혈 등 혈자리를 자극했으며, 거료·예풍혈 뜸치료를 병행했다. 마지막으로 평소 즐겨하는 축구나 달리기 계단오르기 같이 땀흘리는 운동을 당분간 멈추고 많이 불편하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귀를 열고 닫는 동작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칼럼 21회차 이관개방증 참고). 4월19일에 치료를 시작해 현재 5회차 치료 중으로 초진당시 귀 갑갑함으로 고막을 여닫던 횟수가 30번 넘었으나 현재는 하루 3∼5회 정도로까지 증상이 줄어들고 있다. 개방증이 발생한지 오래되지 않고 치료에 순응적인 환자였기 때문에 호전도가 빠른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돌발성 난청 이후 이명, 청각과민, 귀 충만감, 소리왜곡 등 여러 청각증상으로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이 많다. 기존에 과거력이 전혀 없던 환자는 후유증에 준해 치료하면 되지만, 이 환자의 경우처럼 복합적이면서 변화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을 잘 확인하고 무엇보다 고막진을 통해 진료에 단서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이비인후과에서 슬쩍 들었던 진주종 또한 변연성 천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진주종에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고, 후천성은 대부분 이관장애나 반복적인 중이염이 오래되면서 발생한다. 후천성 진주종의 전구단계로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이완부가 함몰이 되는 형태(변연성 천공)이고, 또 하나는 이 함몰부에 각질이 발생하는 형태가 있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서 각질이 축척하며 진주종을 형성하게 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지금 후천성 진주종의 전구단계 한 형태인 변연성 천공인 것이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이번호에서는 이구전색에 대한 증상과 한의의료기관에서의 처치 및 치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7세 남자 환자가 평소에 친구들이 너무 크게 말한다고 하기도 하고, 귀에 이물감이 있다고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이명이나 귀 먹먹함, 청력 저하 등의 증상은 없었고 간헐적으로 귀에 이물감이 있는 느낌이 있으며, 일전에 감기로 이비인후과에서 진찰시 귀지가 많아 약간만 제거했었던 기억은 있다고 했다. 평소 이물감은 있었지만 귀에 상처가 날까 두려워 일부러 파는 행동은 안했다고 했다. 먼저 귀지는 외이도 상피와 더불어 외이도의 자정작용을 유지하게 해주는 고마운 방어벽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귀지의 경우 수면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피지분비량이 늘면서 습성귀지로 양상이 바뀌기도 하고, 귀지 분비량이 늘어나면 귀 안에서 끈적한 젤리덩어리처럼 커진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골부외이도 쪽까지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외이공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귀지덩어리가 점점 굳어지면서 외이도벽에 밀착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수영이나 목욕을 하면서 귀지가 습기를 먹고 불어나면 귀가 갑자기 막히면서 안 들리거나 어지럽거나, 혹은 귀가 꽉 차는 느낌과 이명이 발생해 돌발성 난청으로 오인하고 두려움에 떨다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귀를 살펴보니 양쪽 모두 상당한 양의 귀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엘리게이터 포셉으로는 잘 잡히지 않는 단단한 상태여서 일단 귀지 용해제를 한쪽한쪽 번갈아 양측 외이도에 점이했다. 20분 정도 지난 이후 귀지가 약간 녹은 상태에서 귀 석션기를 이용해 조심스레 석션을 하여 일정량을 빼내었지만 예상대로 아직 2/3 이상 남아있었다. 그래서 휴식시간을 조금 가진 이후 위의 순서를 한번 더 시행해 우측은 고막 주위의 덩어리까지 모두 제거됐고, 좌측은 아직 1/3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루 쉬고 다음날 내원해 마지막으로 좌측에 남아있는 귀지가 충분히 녹도록 점이한 후 석션기와 엘리게이터 포셉을 번갈아 사용하여 무사히 빼냈다. 이구전색에서 ‘전’은 ‘마개 전(栓)’을 쓰는 것으로, 한쪽은 고막으로 막히고 한쪽은 외이공으로 열린 관인 외이도를 말 그대로 코르크마개처럼 꽉 틀어막거나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이 켜켜이 쌓여있기도 하다. 이구전색 환자를 진료할 경우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귀지를 빼는 과정에서 외이도나 고막에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포셉으로 상처가 나기도 하고, 딱 붙어있는 귀지가 뜯겨나오면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상피에 상처가 난 것인 만큼 대부분은 2∼3일 사이에 모두 아물기 때문에 환자에게 안심을 시켜드리면 되고, 외이도에 특별히 연고를 바르거나 하는 등의 처치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포셉으로 깊이 찌른 것이라면 회복되는데 일주일은 걸릴 수 있고, 혹시 포셉으로 고막에 천공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이것은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귀지용해제를 넣은 상태에서 환자가 어지럽거나 귀가 꽉 막히는 느낌이 순간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용해제를 넣고 베드에서 일어날 때 아주 천천히 일어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 빼내지 못한 채 일단 집으로 귀가하는 경우에는 샤워를 하면서 귀지가 한번 더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구전색의 주된 증상으로 청력저하감이 있기 때문에 돌발성 난청과 감별해야 한다. 실제로 며칠 전 내원한 환자의 경우에는 청력이 저하되어 타 병원에 갔는데 귀지가 많아서 그럴 수 있다라는 소견으로 귀지를 빼고 기다렸는데, 이후 편측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된 경우가 있었다. 결국 이구전색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귀의 상태를 잘 확인해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질환이다. 이 환자는 양쪽 모두 무사히 상당한 양의 귀지를 제거했고, 처음 좌측을 제거할 때는 약간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3시간 정도 후 통증은 가라앉았고, 3차의 제거과정 이후 귀가 너무 잘들리고 시원하다는 인사로 진료를 마무리한 사례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2>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구강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의 모습과 치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환자는 69세 여자로 설통과 미각이상, 구강건조 증상이 있으며, 증상은 ‘23년 6월경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특히 혀 좌측으로 돌기 같은 것이 튀어나와 통증이 심하고, 이 돌기는 초기에는 양측으로 있었으나 ‘24년 초에 우측은 없어졌고 좌측은 여전히 남아 무엇이 닿을 때마다 아프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혀를 살펴보니 좌측 잎새 유두가 비대된 잎새유두염 상태였다. 사람의 혀에는 4가지 유두가 있고 혀 가장자리 뒤쪽에 위치한 잎새유두는 주름 형태로 세로방향으로 나란히 있으며, 일반적으로 거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데 감기 같은 염증이 발생하거나 자극이 가해지는 경우 잎새유두의 깊은 움(crypts) 부위에 존재하는 림프조직의 반응성 증식으로 비대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로컬 이비인후과에서 특별한 진단없이 진통제 계통의 약을 복용하다 호전이 없어, 두 번째로 A대학병원으로 가서 설염으로 진단받고 연고와 약을 복용했지만 이 또한 호전이 없었고, 일년 전에 세 번째로 B대학병원에 내원했으나 진단 없이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 마취 성분의 스프레이제를 포함한 외용제 3종류와 가글 2종류, 진통제를 다시 받았고 한 달에 한 번 내원시마다 혀에 진통제 주사를 맞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점점 진통 역할의 외용제 없이는 한시도 지낼 수 없고 주사 치료 자체도 통증과 부종이 심해 치료를 받고 온 날은 오후 내내 누워있어야 할 정도여서 더 이상은 동일한 치료를 지속하기가 어려워 한방병원을 찾아왔다고 했다. 게다가 혀가 점점 더 파랗게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보니 설하정맥류도 같이 있고 혀 전체가 정맥울혈로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이렇게 혀가 아프기 시작한 것은 당시 가족의 사망으로 식사를 거의 못하는 날이 길어졌고, 이후 시간이 일년도 넘었지만 현재도 환자는 한 끼에 1/4도 못먹고 그것도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데다 구강이 건조해 물을 먹으면서 밥을 먹고 김치 같은 음식은 전혀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극심한 충격과 심적인 고통으로 소화기가 약해진 상태에서 구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환자는 좌측의 돌기(잎새유두)를 없애고 싶다는 강력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일단 이 돌기는 정상의 것이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물론 마지막으로 다니던 대학병원에서도 정상조직이니 조직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지나가는 듯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고 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 지속되고 초기에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존재 자체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었다. 그러니 구강 청결제와 혀 클리너 사용에 더 열중하여 구강이 점점 더 건조해지고 예민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었다. 증상 초기에 질환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들었다면 걱정도 덜했을 것이고, 이렇게까지 장기간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었다. 진료 이후 환자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첫째 가능한 구강 안을 들여다 보지 말 것, 둘째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구강 가글제 사용을 줄이고 혀를 닦는 습관도 줄여나갈 것. 셋째 밥을 먹는 것을 일처럼 여지지 말 것 등이였다. 그리고 구강에 타액을 늘릴 수 있고 소화기를 도와주는 ‘생진양혈탕’을 처방했고, 구강 주위 침 치료와 뜸 치료를 시행했다. 중완혈에도 침 치료와 뜸 치료를 병행해 소화기능을 올려줬다. 또한 가정에서는 소타액선 자극을 위해 감잎차를 머금은 상태에서 혀를 이용해 구강점막 구석구석 굴려주는 운동을 하루 2회씩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설명드렸다. 더불어 대타액선 마사지를 외래에서도 시행하고, 구강을 부드럽게 해주는 아로마 오일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 가정에서도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 하루 1회 정도 할 것을 권고했다. 혀에 생길 수 있는 돌기 같은 병변으로는 성곽유두와 섬유종이 있다. 성곽유두는 염증이 있을 때는 약간 돌출되기는 하나, 정상조직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 없다. 이 경우와 비슷한 예로 환자들이 인두염이 있을 때 목을 거울로 살펴보다가 올라온 성곽유두를 암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구강 안에 섬유종은 만성적 기계적 자극에 의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협점막이나 구개에도 발생하고 혀 끝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 또한 절제가 필요하지는 않고 환자 스스로가 치아로 자극을 자주 주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혀 측면에 종물이 보였을 때 그래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구강암이다. 오랜 기간 낫지 않는 통증을 가진 종물이라면 정상소견과 감별하고 변화가 보이는 경우 초진 당시 조직검사가 정상이였다 하더라도 재검사가 필요함을 환자에게 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환자는 한달 동안 10회 치료를 받아 3월6일에는 진통 마취 성분의 외용제 사용간격이 늘고, 구강건조감이 vas 5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식사량이 늘고 음식이 맛이 있다는 것도 조금씩 느껴지고 아직 부족하지만 잎새유두의 존재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불어 혀가 파랗게 보일 정도이던 정맥울혈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치료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달에는 설염, 구강에 열감과 통증이 심한 구강작열 증후군, 흑모설, 입 안이 무척 꺼끌한 구강 편평태선,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한 미각저하증 등 유독 구강에 문제로 내원한 환자들이 많았다. 모두 그간의 치료들은 스테로이드제제, 항경련제 등의 약 처방이나 가글 형태의 구강청결제만 처방받아 호전 없이 구강건조감만 더 심해져 오는 환자들이였다. 60∼70대 여자환자들로 소화기능 약화에 타액 부족 현상이 겹치고 체력은 더 떨어지는데 호전이 없는 구강 증상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질환이 길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구강질환은 증상 초기부터 체력 저하와 심리적 부담이 큰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자와 환자 모두 끈기를 요하는 질환이지만, 그만큼 한의약으로 치료할 부분이 많고 보람도 큰 질환군이기도 하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1>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비중격만곡으로 인한 비강 내 변화 모습과 이에 따른 증상과 치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말 지인으로부터 “숨이 안 쉬어지는 것도 치료를 하시나요?”라는 전화가 왔다. 질문이 너무 당황스러워 “숨이 왜 안쉬어지고, 연령대가 어떤지”를 다시 물어봤더니, “이제 수능을 마친 남학생으로, 이번 고3 기간 내내 코막힘이 너무 심해져 거의 입으로만 호흡을 하는데 이마저도 괴로울 정도로 증상은 악화 중이라 일전에 비중격만곡이 심하니 수술을 받자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어 수술을 할지 고민 중인 상태”라고 전해왔다. 환자는 1월2일 내원해 문진표를 작성했는데 코막힘, 끈끈한 콧물, 후비루, 코의 건조함과 딱지, 잦은 코피, 두통, 구강건조, 인두부 통증, 호흡불편감, 수면장애, 심하게 피로함 등 문진의 모든 항목에 체크했다. 초등학생 때 알레르기 비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감기도 자주 걸려 입으로 호흡하는 상태이긴 했고, 중학생이 되는 시점부터 점점 심해져 항히스타민제와 비강 수축제를 사용했지만 졸리고 멍한 느낌이 반복돼 고3부터는 비강수축제만 간헐적으로 쓰고 아예 입으로 숨을 쉬는데 최근 감기에 걸린 이후 구호흡도 불편할 정도로 코와 입안이 모두 막힌 것 같아 내원 2∼3일 전부터는 잠도 못자는 상태라고 했다. 비중격만곡이 있는 환자의 양쪽 비강은 만곡이 있는 쪽을 볼록면, 만곡의 반대편을 오목면이라고 표현한다. 환자의 자각증상과 비강 내 점막상태를 고려하면서 다음의 3가지를 주로 살펴보게 된다. 첫 번째 비강점막의 변화로 오목면으로 비대나 위축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두 번째 염증상태로 주로 볼록면으로 부비동염 동반 여부, 비중격 하단부 충혈이나 염증, 코피를 살피며, 세 번째로 통증의 여부로 중격이 만곡으로 발생한 압박자극으로 두통, 코 통증과 같은 전사골신경증후군의 유무 등이다. 비중격만곡이라는 같은 진단 하에서도 환자마다 증상의 조합이 조금씩 다르므로 오목면·볼록면 각각의 상황을 정리하면서 비강을 살피는 것이 좋다. 각 부위별 모습으로 정리해 보면 볼록면에서는 내시경이 잘 안들어 갈 정도로 좁아진 비도, 만곡된 비중격 점막이 충혈돼 있거나 잦은 코피로 노창된 혈관, 비부비동염이 동반되는 경우 중비도의 농성비루가 걸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비폐색, 코피, 끈적이는 비루 등이 나타난다. 반대편 비강인 오목면에서는 볼록면에 비해 넓은 비도, 비후된 하비갑개, 또는 기류가 너무 많아지면서 건조가 심해져 갑개가 위축되거나 가피가 생기는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증상으로는 역설적 비폐색, 건조함, 가피 등이 보인다. 이렇듯 한 환자의 양측 비강에서 만성 비염의 다양한 모습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학생은 우측이 볼록면으로 중격 하단부로 코피가 자주 발생해 점막염증이 심하였고, 오목면인 좌측은 하비갑개 비대로 하비도가 좁아진 상태였다. 더불어 구호흡과 후비루 자극으로 인두림프까지 비대되어 숨 쉬기가 더 힘들었던 것이다. 여기에 구강이 건조하고 열감이 느껴지니 찬물을 자주 마셔 편도가 더욱 붓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학생에게 비강과 인두의 상태를 설명해주고 인두편도 비대 감소를 위해 입마름을 느낄 때마다 찬물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 설명했다. 부비동염 동반 여부와 비중격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P.N.S CT를 의뢰하여 촬영했고, 결과는 볼록면인 우측 상악동염, 사골동염을 동반한 만곡이였다. 환자는 아직 진로가 확실하지 않아 당장 수술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 한의치료로 개선이 되기를 원했다. 우선 잠이라도 조금 자면 좋겠다 정도를 치료의 목표로 삼고, 치료를 위해 첫째는 한약을 선택했는데 환자는 이미 타 한의원에서 통규탕을 처방받아 약을 2일차 먹기 시작하는 중이였다. 두 번째 침 치료다. 비강 안이 좁아진 상태를 고려해 비통혈을 중심으로 상하로 비강쪽으로 얕게 자입하였고, 비도를 확보하기 위해 양쪽 비강 내로 도침을 유침해 두었다. 만성적인 점막비대와 편도비대를 감소시키려 한약을 이용한 훈증요법과 비통혈 양 외측과 천돌혈 전자뜸을 시술했다. 세 번째는 비강 주위 마사지다. 비통혈·거료혈을 중심으로 각각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마사지를 했고, 이는 비중격만곡에서 증상의 완화를 확인하는 cottle test를 치료에 적용해 봤다. 더불어 구강건조 개선을 위해 외금진옥액 주위와 협거 주위 자극도 병행했다. 집에서는 창이자, 신이, 박하 등의 한약재와 아로마오일을 배합한 외용제를 비강점막에 수시로 사용토록 해 코막힘과 건조를 개선하도록 했다. 사실 초진 때 학생은 치료에 대해 거의 포기상태였다. 1월2일 첫 치료 후 조금씩 호전됨을 느끼면서 6회차 내원시인 1월23일에는 코믹힘을 비롯한 불편감이 vas 4점으로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잠도 편하게 자게 되어 만족도가 높았다. 한약과 침 치료, 비강 주위 마사지 치료 및 찬 음료 자제 등의 생활습관 교정 등과 같은 전방위적인 치료 및 관리로 비강과 구강의 비대가 모두 점진적인 호전을 보이고 있었다. 가끔 코막힘이 심한 환자들 중 비중격교정 수술을 했지만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 다시 심해져 재수술을 권유받아 한의 의료기관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비강 내 만성비염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반복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비중격 만곡 수술은 가능한 만 17세 이후에 하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는 아직 비강이 다 성장하지 않아 수술로 비강구조에 형성에 미칠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신체로 공부하기에도 힘든 수험생에게 코막힘은 너무나 힘든 증상으로, 한의 치료가 구조적인 변화에 우선하는 기능 개선을 통해 효과를 나타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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