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봤다면 누가 이를 확인하고 구제해야 할까. 금융감독원이 부당승환 행위를 한 보험설계사들에 대해 과태료와 업무정지 등의 제재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의 계약 해지에 따른 금전적 손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검사자료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사 제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피해 확인과 구제까지 이어지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국민의힘)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부당승환 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업무정지·등록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보험 부당승환은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입자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법정 비교·설명 의무 등을 위반하는 행위다.
보험계약을 갈아탈 경우 기존 계약의 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적거나 새로운 계약의 보장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등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는 소비자가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을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의 부당승환 검사자료에는 이러한 소비자 불이익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부당승환 계약 수백 건 적발…해지환급금은 관리 대상 밖
금감원은 올해 6월 25일 글로벌금융판매 소속 보험설계사에 대해 △과태료 79명 △업무정지 5명 △등록취소 1명 등 총 85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해당 제재와 관련된 보험계약은 기존 계약 794건, 신규 계약 616건에 달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지에이코리아 소속 보험설계사에 대해 △과태료 7명 △업무정지 1명 등 8명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관련 계약은 기존 계약 81건, 신규 계약 65건이었다.
두 사례에서 제재 대상 설계사는 총 93명이며, 관련 보험계약은 기존 계약 875건과 신규 계약 681건을 합쳐 1556건에 이른다.
앞서 지난해에도 사랑모아금융서비스·스카이블루에셋·밸류마크·코리아인슈 등 여러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부당승환 위반으로 제재 조치 요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처럼 부당승환 위반행위와 관련 계약 규모가 확인됐음에도 소비자가 기존 계약을 해지하면서 어떤 경제적 불이익을 입었는지는 금감원의 관련 검사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 금감원은 “부당승환은 보험계약 승환 시 보험가입자의 가입의사 존부, 법정 비교·설명 이행 여부 등을 위반 요건으로 하고 있어 계약자 연령, 기존 계약의 해지환급금 등 이와 무관한 사항은 검사자료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박 의원은 “부당승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법정 의무 위반사항은 검사하면서도 계약 변경에 따른 소비자의 금전적 불이익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부당승환 행위가 적발된 이후 소비자의 계약상 불이익을 어떻게 확인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구제 절차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재는 있는데 피해구제는?”…감독 실효성 도마
보험 부당승환에 대한 감독이 설계사의 법정 의무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기존 계약 해지에 따른 환급금 손실이나 신규 계약의 보장조건 변경 등 불이익을 충분히 설명받지 못했다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와 별개로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구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
특히 보험회사와 GA가 소속 설계사의 판매행위를 어떻게 관리하고, 부당승환 적발 이후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이행하는지도 감독의 실효성을 판단할 주요 과제다.
한편 금감원은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당승환 위반으로 제재받은 설계사 가운데 동일한 위반행위로 재차 적발돼 제재받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금융감독은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피해구제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보험설계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업무정지를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부당승환에 따른 소비자 불이익까지 철저히 확인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험회사와 GA의 판매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제재는 있지만 피해구제는 없는 감독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