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한의사협회는 최근 ‘회원투표 안내’를 통해 11월 중 첩약건강보험, 정원감축, 전문의 제도 개선에 관한 회원투표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 가운데 한의대 인력의 정원감축은 현 제45대 집행부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본란에서는 한의대 정원감축과 관련한 그간의 논의 과정을 되짚어 봤다.

한의과대학 정원의 적정한 조정은 매우 오래된 한의계의 화두로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5월 정부는 보건의료직종의 대학정원 자율화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직종의 정원 자율화는 무분별한 과다 증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에는 보건의료관련 학과의 정원 외 입학제도 폐지를 요청하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의 각 한의과대학에는 정원 외 입학제도 폐지와 더불어 정원 감축을 요청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당시 한의사협회와 시도지부장협의회는 “의료 인력의 과잉공급은 불필요한 의료이용, 과잉진료 및 국민의료비 증가 등으로 이어져 국민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의대 정원감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한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각 한의과대학의 정원조정이 시급함으로 정규 입학정원의 감축이 반드시 필요하며, 우선적으로 각종 특례입학 및 학사편입학 등 정원 외 입학부터 폐지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2011년 ‘한의사적정인력수급특별위’ 구성, 운영
이후 2011년 2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한의사의 적정 수급을 위한 해결책 모색을 위해 ‘한의사적정인력수급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이 특별위원회에서는 한의사 인력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3000~5000명가량 과잉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의사 의료인력 증가율은 2000년 대비 82.7%로 의사 48.9%, 치과의사 43.9%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기조는 2012년에도 계속 이어져 보건복지부에 한의대 입학정원의 감축을 요청했고, 2013년에도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 한의대의 정원 외 편입학 폐지 요청과 함께 의대와 동일하게 학사편입 불가 규정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4년에 들어서는 보건복지부, 각 한의과대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한의대 정원 외 입학 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축소하는데 집중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우수 한의인력 육성 및 활용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어 한의인력 양성의 질적 향상 방안을 모색했다.
이 토론회에서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부문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 과잉 진료 등에 따른 유인수요, 긴 교육 기간, 생산과 소비의 동시 발생 등의 특성으로 시장 실패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수급 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 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정책토론회를 토대로 정부에 한의대 정원 감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의협·학장협, 한의인력 양성 협력 협약식
이런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보건의료인력의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 발표를 통해 2030년에 약 1700여명의 한의인력의 공급 과잉을 예상했다.
이후 한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는 간담회를 갖고 정원 외 입학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기에 이르렀고, 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도 같은 해 9월 회의를 열어 ‘한의과대학 입학 정원 조정에 관한 건’을 의안으로 다뤘다.
이와 더불어 대한한의사협회와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는 2015년 한의학교육 환경 개선과 우수 한의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 한의대 정원 외 입학 정원 감축에 동의하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이 협약식에 따르면 한의학 교육 현실화를 위한 협의회를 정례화하기로 했고, ‘고등교육법시행령’에 근거한 정원 외 입학 5% 내 적정화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2016년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관한 제1차 주요 보건의료인력 수급 전망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보건의료의 환경 변화 등으로 한의사 및 치과의사의 인력수급이 과잉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의대와 치과대학의 정원 외 입학비율을 10%에서 5%로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2016년 12월에는 한의대 정원과 관련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277명 중 2145명(94.2%)이 정원 감축에 찬성했고, 92명(4%)이 현행 유지, 40명(1.8%)이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7년 1월 보건복지부와 한의대 정원 조정 문제를 협의한데 이어 한의대 정원 수급조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에서는 한의대 정원 수급을 위한 실무적 논의기구 운영을 통해 공급 과잉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한의사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 창출 및 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한의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2017년에는 국무조정실 주관의 행정사회분과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한의대 정원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같은 해 9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별표1’이 개정됨에 따라 2019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한의대와 치대의 경우 정원 외 입학비율이 10%에서 5%로 조정됐다.
2021년도에 들어서는 제8차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연구’ 결과, 한의사 수는 2035년 1751명~1343명 정도의 공급 과잉이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제43대 집행부는 2022년 1월 한의대 정원과 관련한 입장문 발표를 통해 “단순히 한의대 정원 일부를 감축하는 것의 기대 효과는 크지 않다. 정원감축이 로컬 경쟁 완화로 체감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맹목적인 정원 감축 주장은 한의대의 단계적·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의협의 주장과 그 방향성이 같다. 심각한 지역·필수의료 공백 위기에 직면한 정부가 한의사를 활용하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회원 투표로 한의대 정원 감축 민의 확보
이 같은 상황에서 제44대 집행부는 2022년 9월 회장 담화문을 통해 “한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한의대 정원의 축소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반대되는 각종 기사 등으로 우려하는 회원 분들의 염려도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의 분명한 정책 기조는 한의대 정원의 축소임을 확실히 밝히고, 이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조는 2023년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국회,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교육부,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에 한의대 정원 감축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또한 한국한의약정책연구원 2023년 실시한 ‘한의대 정원 조정 관련 회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5999명 중 94.3%에 이르는 5657명이 ‘감축’에 찬성했고, 대의원총회가 한의대 정원 축소 의견을 묻는 서면결의에서는 대의원 245명 중 166명이 표결에 참여해 140명(84.3%)이 정원 감축에 찬성했다.
2024년 4월 출범한 제45대 집행부는 한의대 정원 감축을 공약을 내세웠으며, 출범 이후 ‘한의대 정원조정·교육개혁 특별위원회’ 운영과 정원 감축의 필요성을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활동과 의견들은 한의대 정원 감축의 근거로 쓰이고는 있지만 전회원 투표를 통해 보다 더 명확하게 정원 감축에 대한 회원의 민의를 모아 활발한 대외 활동을 추진한다는 게 현 집행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