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약 데이터를 표준화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양방 협진도 이룰 수 있다.”
25일 국립재활원에서 개최된 ‘제10회 한의과·의과 협진 세미나’에서 한·양방협진 데이터 관리 방향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린 가운데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는 국립재활원 주최 및 재활병원부 한방재활의학과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는 손지형·신준호 국립재활원 과장이 좌장을 맡아 △김상진 한국한의약진흥원 지능화정보센터장 △하인혁 자생척추관절연구소장 △권승원 경희대 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교수 △윤인애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 침구과 과장 △이정섭 국립재활원 한방내과 과장 △임성민 국립재활연구소 연구관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김건형 부산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 한의약 빅데이터 수집 위한 중앙화 플랫폼 필요
김상진 센터장은 “한·양방 등 여러 의료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표준화된 데이터 형식”이라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사람이 보고 판단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해선 중앙화된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한의약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한의약 임상정보 빅데이터 허브 구축사업 등을 소개했다. 그는 “한의약진흥원은 이를 통해 표준 EMR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초부터는 각각의 한의원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사용해 임상데이터를 입력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혁 소장은 자생척추관절연구소에서 만든 표준 EMR 시스템에 대해 소개했다.
하 소장은 “척추관절 환자들의 데이터를 표준화시키기 위해 1년 동안 모니터링을 하면서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표준 EMR을 구축할 수 있었고, 논문에 사용하기에도 좋은 데이터들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표준 EMR을 구축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제시됐다.
권승원 교수는 “표준 EMR 구축을 위해선 각 의료기관이 시스템을 통일해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면서, “진료 후 차트 입력 시 필수항목들을 반드시 체크해야만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이어 한·양방 협진 활성화를 위한 제언도 했다. 그는 “두 분야 의료진 간에 신뢰성이 형성돼야 한다”며 “한·양방 협진 진행 시 인센티브가 있다면 보다 원활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애 과장은 EMR을 입력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EMR을 입력하면서 느꼈던 건 한의사들이 사용하기 어렵게 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앞으로 한의사들이 사용함에 있어 보다 편하게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한·양방 협진 데이터, 연속성·전문성 높여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보다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한의계가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정섭 과장은 “한의약 임상정보 데이터 정량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고 항목을 많이 늘리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한·양방 협진은 데이터 개방성이 담보가 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한의약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잘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성민 연구관은 “한의학은 치료의 영역에서 의과와는 분명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서 “현재 빅데이터 도입 등 과도기적 시기에 있는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잘 준비해서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훈 연구원은 한의약 빅데이터를 구축할 때의 어려운 점을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문진에 있어서 큰 문제는 의사와 환자의 단어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경우 노이즈가 심한 데이터라서 AI로 분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표준화된 진단도구를 사용해 진단하는 쪽으로 넘어가 표준화된 데이터를 모아야 AI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의학연에서는 ‘건강인 한의 생체지표 참고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해당 데이터에 대해 “한의약 데이터를 보다 정제해 기업 및 연구자에 분양 가능한 데이터셋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형 교수는 “한·양방 협진 데이터는 오분류 바이어스, 미측정 변수 등으로 인한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공동 의료진·연구진을 구성해야 하고, 차이보다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데이터 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해 연속성·전문성을 높여야 하고, 외상 후 건강결과 감시체계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