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정 원장(하버드 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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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의사 회원들이 개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창업, 해외유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을 꾀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보건대학원 역학 석사를 거쳐 식이역학 박사 과정을 앞두고 있는 배선정 한의사를 만나 해외 유학 생활과 근황을 들어봤다.
Q. 하버드 보건대학원으로 유학을 선택한 동기는?
학부생 기간 동안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에서 다양한 연구경험을 쌓으며 연구자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또한 아버지께서 체질전문의로 진료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배우며 맞춤형 식이가 당뇨·비만 등 대사 관련 질환의 치료에 결정적이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체질의 과학적 해석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Human Microbiome Project(HMP)에서 개개인간 식이에 대한 반응의 차이가 장내미생물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 흥미를 갖고, HMP를 이끄는 기관 중 하나인 하버드 보건대학에서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Q. 유학 과정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사실 유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유학을 결심하는 것’인 것 같다. 흔히 가지 않는 길인 만큼 알려진 정보도 부족하고, 유학 이후의 미래 역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에게는 당시 용기내어 연락을 드렸던 유학 선배님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또 합격 후부터 입학과 학교 선택까지는 배정된 지도 교수님과의 상담이 유학에 대한 확신을 얻는데 큰 영향을 줬다.

Q.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microbiome에 기반한 맞춤 식이(Precision Nutrition)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크게는 생선기름 섭취량에 따른 장내미생물 조성의 변화, 그리고 개인별 장내미생물 조성에 따라 생선기름 섭취가 전신 염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주제의 경우 체질 개념과 같이 주어진 개인의 장내미생물 조성에 따라 차별화된 식이가 필요함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Q. 한의사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는 노력은?
현재 연구에서 더 나아가 한의학의 체질 식이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음식 군, 특히 각종 육류(소고기/돼지고기 등)와 장내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연구함에 있어 Harvard Chan Microbiome in Public Health Center(HCMPH)의 장기간 축적된 식이 자료, 그리고 대규모의 장내미생물 자료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졸업 후의 계획은?
아직 졸업이 4년여 남은 시점이기에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떤 곳이든 원하는 연구를 맘껏 펼칠 수 있는 곳에서 연구자로서 더 성장해 나가고 싶다. 또한 더 먼 미래에는 체질·장내미생물·맞춤 식이를 통해 전 세계의 당뇨·비만 해결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Q. 한의사의 영문명칭이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됐는데.
기존의 OMD(Oriental Medical Doctor)와 MD(KM)은 미국에서 정말 큰 차이를 갖는 것 같다. 미국에서 OMD, 혹은 Acupuncturist는 석사에 준하는 학위로 여겨지게 돼 한국에서 6년간의 예과·본과 교육을 받는 한의사와는 큰 차이를 갖는다. 현재 정정된 MD(KM) 혹은 KMD는 이와 차별화 되는 학위로 여겨지고 있으며, 미국인들에겐 생소한 학위이지만 Physician 혹은 DO에 가까운 학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Q. 해외유학을 꿈꾸는 한의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지난 1년간 하버드에서 느낀 점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다양한 사람들이 유학을 결심한다는 점이다. 저 역시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유학의 목표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확신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기대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민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