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사학회(회장 안상우)는 지난 17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청강홀에서 ‘미래 한의학 교육상에 대한 탐색’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 향후 한의학 발전을 위해 의사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안상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현대 한의학 교육의 문을 연 청강 김영훈 선생의 혼이 담겨있는 청강홀에서 미래 한의학 교육 발전을 위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것이 참으로 의미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김남일 교재편찬위원장을 중심으로 의사학 및 각가학설(各家學設) 교재가 새로 편찬된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향후 의사학이 한의학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를 심도있게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문헌으로만 남아있었던 많은 역병 관련 서적들이 새롭게 조망되는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회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앞으로 감염병을 비롯해 임상에서 의사학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모색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의사학 교육을 제언’을 주제로 한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 기조강연에 이어 김명동 의함다래 평생한의원장이 ‘太無眞 朴海福 仙師의 동의정리학과 임상경험’을 주제로 임상특강을 진행했다.
특히 김남일 교수(교재편찬위원장)는 이번 교재를 개편하면서 느낀 소회를 통해 향후 의사학이 나아갈 방향 등을 제언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날 김 교수는 “교재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의사학이 가지는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의료인으로서 인성을 함양한다는 것이 주된 목표였지만,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이제 의사학 교육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내용으로, 또한 의료인 교육인 만큼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 등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이어 “학생들도 의사학의 역할이 임상을 하는데 있어 기초지식을 함양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며 “실제 지금까지도 의사학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기초적인 지식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그 역할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부분이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인 구성물이라고 봤을 때, 용어는 물론 처방명 하나하나에도 한의학의 역사적인 근거가 깃들어 있는 것”이라면서 “결국 의사학은 한의학이 지금까지 발전된 과정에 대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인식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현재의 교육을 보면 ‘평균’이라는 개념에 너무나 매몰돼 있는 것 같은데, 평균은 평균일 뿐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평균을 중시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의사학이라고 생각되며, 앞으로도 이러한 측면에서 의사학 교육이 보다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의사학 교육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갖고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더불어 문화와 연계시킨 다양한 콘텐츠 창출 등을 의사학이 중심이 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학 이외에도 많은 한의계 재야에서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한의학을 연구하는 학회들이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료 수집 및 분석 등을 통해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도 의사학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된다”며 “이는 한의학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교육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이 한의학을 보는 학문적 관점을 보다 확대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학문적인 관점과 더불어 분과학회의 발전상, 의료기기의 제도와 과정 및 한약제제의 변화상, 건강보험 진행 부분 등 정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역사를 전달하는 것도 교육과정에서 반영돼야 할 부분”이라면서 “이는 현재의 정책을 조망하면서 미래 한의학이 나아갈 정책적인 부분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한의학의 미래를 준비하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한의학과 관련된 엑스포나 지역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한의학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점점 축소되거나 한의학 대신 바이오 등과 같은 다른 분야로의 모색을 꾀하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앞으로 의사학을 중심으로 한의학과 문화를 결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나간다면 한의학이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을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한국 한의학 이외에 세계 전통의학에 대한 교육 강화, 한의사 출신 독립운동가 발굴 등을 통한 콘텐츠 확장, 각 한의과대학에 박물관 설치를 통한 지역 특색에 맞는 한의학 콘텐츠 제공 등도 함께 제안했다.
김남일 교수는 “앞으로 의사학의 학문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의사학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한의사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의과대학생들의 직업전문성 강화를 위한 핵심역량 설계(이해웅 동의대학교) △1950년대 부산동양의학전문학원 고찰(박훈평 동신대학교) △‘太醫局諸科程文格’과 남송대 의학교육(국수호 세명대학교) △한의학교육에 있어 동의보감 기반 진료기록공유시스템의 활용 연구(이태형 경희이태형한의원) △침금동인의 팔료혈과 임상취혈(박영환 시종한의원) △‘혜국지’를 통해 본 혜민서의 의학교육(신은정 충남대학교) △근세양생서적의 전파-‘활인심’과 ‘의방유취’의 비교를 중심으로(劉靑 일본 弘前大學) 등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