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 확산 이후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최대한 잘 지켜 예방하는 것이겠지만 감염을 피해갈 수는 없고, 감염 후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증상은 ‘감염 후 3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2개월 이상 지속되며, 특정 진단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박영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교수(침구과·사진)는 “코로나19 급성기를 지나고 회복기에 접어든 후에도 여러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증상들은 ‘롱코비드(long COVID)’, 즉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피로감, 우울, 불안, 인지 저하를 보고했으며, 다른 연구에서는 이와 함께 관절통, 가슴 통증 등을 언급키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회복 후 만성 증상들은 남성보다 여성이, 급성기 때 증상이 위중했던 경우에 더 많이 발생했다.
이에 박 교수는 코로나19 진단 12주 이후에도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증상들의 개선 및 관리에 설진(舌診·혀를 보고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 검사와 한의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이 자꾸 마르고 피곤해요(氣陰兩虛)”
직장인 A씨(남·48세)는 코로나19 확진 후 2개월이 지났다. 코로나 급성기 때 발열·인후통·기침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피로감·구강 건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미열이 있으나 열이 심하거나 오슬오슬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며, 오후나 밤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많은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음양허 유형으로, 이 경우에는 피로, 입마름, 피부 건조증, 마른기침이 함께 나타난다. 기음양허에서는 기운을 회복시키고 체내 진액을 보충하는 한약·침 치료를 시행한다. 더불어 이 유형에서는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기억력 감퇴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박 교수는 “설진 검사상 혀의 색깔은 평상시보다 더 붉어지며, 혀에 부착되어 있던 설태의 양이 감소한다”며 “또한 변비 및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도 기음양허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만일 설진 검사상 노란색 설태가 두꺼워진다든지, 혹은 설태가 여기저기 얼룩지듯 벗겨지면서 잔기침, 노란 가래가 배출된다면 이는 기음양허가 낫지 않아 담음(痰飮)이 생성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코로나19 회복 후 이같은 증상과 설진 소견이 나타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발이 너무 차요(心腎陽虛)”
평소 추위에 민감하고 손발이 찼던 직장인 B씨(여·34세)는 2개월 전 코로나19 확진 후 현재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전에 비해 추위에 더 민감해지고 손발이 찬 증상도 더 심해졌으며, 기억력 감퇴·집중력 저하로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조금만 일해도 피로감이 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 이는 심신양허의 유형으로, 평소 양기(陽氣)가 부족했던 경우 기침이나 땀을 흘리게 되면 양기가 더욱 부족해짐으로써 나타나는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의 유형이다.
박 교수는 “심신양허 유형에서는 식은땀, 불안감, 소화불량, 불면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몸의 아랫부분, 즉 신장과 심장의 양기를 동시에 보충해야 하며, 설진에서는 혀의 색깔이 평소보다 더 옅어지고, 치아에 눌린 듯한 혀 모양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관절통, 기음양허·심신양허 모두에서 나타나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에서의 관절통은 두 유형의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데, 중요한 점은 기음양허·심신양허 어느 유형에서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체내 기운·진액·양기가 소실되면서 그만큼 체내 관절을 자양하는 성분이 부족해졌다는 데 있다.
이에 한약 치료를 통해 보기(補氣)·補陰(보음)·보양(補陽)함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기음양허·심신양허는 집중력 혹은 학습능력 저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커피에 더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카페인 복용량을 늘리면 가슴 두근거림, 불안감, 불면증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 경우 통증 관리처럼 보기·보음·보양 치료법으로 집중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진찰 결과에 따라 약해진 장부를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음양허의 마른기침, 입 마름 등의 진액 부족은 폐장의 진액을 보충하는 맥문동이나 천마를, 심신양허의 집중력 저하 및 불면은 심장의 진액을 보충하는 용안육·당귀를 사용한다. 또 피로감과 손발이 차가운 경우라면 하수오·보골지를 사용한다.
기본 양생과 한의 검사·치료 병행하면 ‘효과적’
“충분한 휴식, 적당한 운동,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를 잘 유지해도 우리 몸은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에서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밝힌 박영재 교수는 “다만 여러 증상이 코로나19 확진 이전에도 본래 가지고 있던 내 몸의 취약성과 연관이 있다면, 이러한 증상들의 회복 속도는 양생만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여성, 고령자는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에 취약하므로 여유로운 마음가짐, 규칙적인 수면 습관, 가벼운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분 보충과 같은 기본 양생과 함께 한의약적 검사와 치료를 겸하면서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을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