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2 (금)
최근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 유튜브 채널에 김현호 침구과 전문의가 출연했다. 김현호 한의사는 전기공학과 광통신을 전공하고, 다시 한의대에 입학해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펠로우와 동신대학교 목동한방병원장을 거쳐 현재 ‘주식회사 7일’이라는 IT회사를 창업·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경희대 한의과대학에서 10년째 진단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현호 교수는 진로로 고민 중인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응원을 전했다. 다음은 경희한의대 황정혜 학생이 진행한 김현호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회사 운영뿐 아니라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는데, 하루 일과는?
지금까지 일을 많이 하면서 살기는 했는데 요즘은 정말 일에 파묻혀 살고 있다. 아직 거대한 회사가 아닌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다 보니까 한정된 자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대표이사인 제가 직접 뛰고 있다.
경영은 당연하고 재무, 법무, 서비스기획은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멤버들의 비전 얼라이먼트까지 항상 해야할 일이 많다. 또한 학기 중에는 경희대 한의대 본과 3학년을 대상으로 진단검사의학 강의를 10년째 맡고 있다.
Q. 진단검사의학 과목을 소개한다면.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우리가 ‘양방과목’이라고 얘기하는 여러 과목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진단검사의학이라는 과목을 맡고 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그리고 미생물검사와 같은 실험실적 검사들과 질병 간의 상관관계를 학습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한 트레이닝을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강의하면서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점은?
강의를 시작할 때와 마지막에 항상 강조하는 것인데, 바로 ‘검사에만 매몰되지 말자’다. 즉 숫자라든가 영상이 가지고 있는 객관성의 파괴력 때문인지 많은 한의사들이 검사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의학 같은 경우에는 더욱 더 검사 이외의 변수들이 중요하다.
이런 검사 결과는 한의사가 고려해야 할 정보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숫자에 매몰돼 환자가 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놓치게 되면 결국은 그 진단에 있어 정확도는 떨어지게 되고 건강과 질병이라는 실체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Q. 공대 석사학위 취득 후 한의대에 입학한 이유는?
어떤 이유 때문에 새롭게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존에 전공했었던 공학이 싫다거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새롭게 선택하는 전공도 기존 전공인 공학이라는 측면과 어떻게 하면 융합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한의학을 선택하는 것이 기존에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고, 보다 더 재미있고 모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의학을 선택하게 됐다.
Q. 전공과를 선택한 기준은?
침구과 전문의지만 박사학위는 한의진단학 교실에서 받았다. 환자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잘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또 환자의 질병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단에)공학적인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한의학에는 그런 도구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의진단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고, 침구과 수련의로 병동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도 한의진단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의료기기나 평가도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었다.
Q. 개원이 아닌 창업한 이유가 있다면?
앞서 얘기했듯이 ‘공학과 한의학의 융합’이라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또 학교에서 연구도 많이 했고 논문들도 많이 쓰고 했었는데, 몇 년동안 느낀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혁신적인 일이다 보니 기존의 잘 구조화된 시스템에서는 혁신적인 일을 일으켜내기가 속도의 측면이나 효율성의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지금의 저를 키워준 대학과 병원을 뒤로 하고 좀 더 환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사회로 나와서 창업을 하게 됐다. 현재 ‘주식회사 7일’은 한의학과 IT 융합이라는 목표로 지금도 열심히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Q. ChatGPT가 이슈가 되고 있다. 미래의 한의학 교육·진료 환경에 대해 예상해 본다면?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 AI를 깊이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환자를 봤던 임상의로서, IT와의 융합을 지속하는 창업가로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육자로서의 입장을 간단히 전하고자 한다.
우선 교육환경에서 ChatGPT,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말한다면 기존에는 학생들이 학습할 때 보통 교과서를 찾아보거나 구글·네이버 등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습을 해왔다. 그런 형태에서 한 단계 나아간 것이 ChatGPT 인공지능(생산적 지능)이다. 이 두 가지 부분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학습자가 의도를 가지고 내가 구조화시키고자 하는 자료들을 주체적인 입장에서 취사선택을 할 수 있었고, 방대한 지식을 본인의 의도에 맞춰 본인이 직접 인티그레이션을 하고 컨텍스트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개인의 어떤 전문가적 지식의 함양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게 기존에 우리가 학습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반면 ChatGPT 같은 경우에는 대용량의 정보를 검색한 후에 AI가 그 중에서 일부를 취사선택하고, 정리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컨텍스트를 가지고 정보를 구조화해서 완결된 문장 또는 문단으로 제공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주어진 정보들을 인티그레이션을 하는 과정을 ChatGPT에게 맡기게 될 확률이 높다.
기존의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컨텍스트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ChatGPT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다는 측면에서는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컨텍스트를 만드는 과정이 누구에게 있었느냐라는 점에 보자면 여전히 전자가 더 교육적인 효과에 있어 우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한 의료 측면에서는 한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 있어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한의사는 이미 국가시험을 통과하고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합법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취사선택한 정보를 가지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도 오롯이 그 의료인의 책임소재와 관련이 있다. 기존에는 한의사가 컨텍스트를 구축을 하고 그것을 취사선택해서 환자에게 적용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게 되는데, 생산성 AI를 접하게 되면 아마 그 판단 부분도 어느 정도 기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ChatGPT를 통해 서포트를 받을 때에는 어떤 명시적인 데이터 구조만 AI에게 명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고려해야 할 환자가 주는 정보를 놓치게 되고 그 놓친 상태에서 AI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직접 적용하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거나 섣부른 적용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학생들에게 ‘창업은 현실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꿈꾸지 못하는 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을 꾸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도 없다. 혹시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면 창업 선배로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돕고, 함께 가는 좋은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