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동균 한의사
[편집자 주]
AKOM-TV에서는 인플루언서 한의사들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을 대상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여덟 번째 초대 손님으로는 대한한의영상학회 고동균 회장을 초청, 한의영상학회의 소개와 더불어 지난해 연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합헌’이라는 판결의 의의 등을 들어봤다.
Q. 대한한의영상학회는?
대한한의영상학회는 한방초음파장부형상학회라는 이름으로 2007년 창립됐다. 학회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초음파영상을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회로, 개원가 한의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됐다.
한의영상학회는 처음에는 순수한 연구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권리를 위한 투쟁을 지속해 왔다. 2009년부터 회원 중 한 명이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으로 고발당하면서 소송전을 벌여왔다. 2012년엔 헌법재판소에서 패소했지만, 2013년 또다시 재판이 시작돼 지난해 마침내 승소하게 됐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MRI나 X-ray를 많이 사용하지만, 개원가에서는 초음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의영상학회에서는 모든 영상기기를 범주에 놓고 개원가와 한의대, 종합병원을 다 아우를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뀐 것이다. 기존 의료법에서는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한의의료행위 여부와 관련해서는 조금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에는 한의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이 부분은 기기의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이지 의료행위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의료기사법에서 한의사가 빠져있는 것을 근거로 해서 해당 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과대해석해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했다.
이것은 보편적인 형법에서의 기준인 ‘죄형법주의’의 법령으로 명시가 돼 있는 것만 금지가 돼야 한다는 내용에 기초해서 보면 불합리한 사례들이다. 다만 한의사들은 이러한 당연한 내용조차 적용받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한의사들은 초음파를 계속 사용해왔다. 한의사의 한의의료행위는 면허에서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 이후인 2012년에서 2013년 30여 건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고발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한의의료행위로 판단돼 무혐의를 받았다. 이번 판결을 통해서 얻어낸 건 명확하게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결과다.
두 번째는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서 한의사들의 의료인 자격이 인정된 것이다. 한의사는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일반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았다. 사실상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자체를 무면허행위로 간주하면서 불법성과 위해의 정도를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양의사와 동일한 위해성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더 위험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물론 한의의료행위로써 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축적하는 부분은 법원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계의 자구책이 필요하다. 다만 그 기회의 문이 처음으로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Q. 이에 대해 양의계가 강한 반발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환자는 한의원 진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양의진료를 받아온 사람이다. 또 한의원 진료를 받는 중에도 양의진료를 병행해 왔다. 이 부분은 양의계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한의사의 오진으로만 문제의 원인을 몰아가면서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너무 간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음파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때 진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건 양의사보다 오히려 한의사가 먼저였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어 발전이 더뎠지만 5년 뒤, 10년 뒤라면 양의사와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오진 운운할 여지도 없어질 것이다.
Q. 한의영상학회에서는 어떠한 교육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우선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임상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커리큘럼에 따라 상하복부, 근골격계, 부인과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다양한 임상적 주제로 진행되는 보수교육, 세미나 등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단순한 교육 이수가 아닌 숙련자를 배출해내는 숙련훈련을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한의과대학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진행 중인데, 한의영상학회 교육 관련 임원들이 한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임상특강 형태로 근골격계 초음파 등의 내용을 교육 중이며, 대한한의사협회의 협조를 통해 전국 한의과대학에서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초음파부터 X-ray, MRI 등 전 영상과목을 아우르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Q. 올해 주요한 활동계획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는 숙련훈련을 위한 프로그램 개편을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좀 더 높은 수준의 연구결과가 발표될 수 있도록 학회지를 KCI학회지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의영상학회의 전문성을 높여가고 회원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