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메디스트림에서 본과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혈 초음파 실습 강의를 선착순으로 모집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학년이 모자라 문조차 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대한한의영상학회에서 대전대를 직접 방문해 강연을 한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신청하게 됐다. 아마도 신청 순번을 보면 1등이지 않을까 싶다. 1등 상품은 없었지만 컸던 기대만큼 강의는 유익했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강사인 오명진 금강한의원장은 ‘SONO-HANI’라는 온라인 초음파 교육사이트 강사이자 한의영상학회의 교육부회장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연을 통해 오 원장님은 한의원에서는 아직 수가 청구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학술연구 목적으로 범용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온지 25년이 넘었다고 했다. 또한 미국진단초음파협회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인 복부(RDMS AB), 근골격계(RMSK), 혈관(RVT) 초음파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의사 중 처음으로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을 직접 말씀해 주셨다. 우리가 사랑하는 학문의 발전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해온 선배님께 존경심이 들었으며, 이는 비단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학생의 눈높이서도 이해가능한 ‘경혈 초음파’
‘한의 임상에서 경혈 초음파의 활용’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이번 강의에서는 초음파 기기란 무엇이고 물리적 특성은 무엇이며, 초음파 기기가 단순히 자침할 때 이외에도 한의사가 어떻게 더 활용할 수 있는지, 이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배울 수 있었다. 학생 입장에서 편하게 듣기 좋은 강의였다. 이 수업을 듣고 나면 한의계에서 사용하는 경혈 초음파에 대한 본인만의 시각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오 원장님은 참가한 학생들의 학년을 파악하고 배우고 있는 과목들에 대해 물어본 뒤 우리의 눈높이에 맞도록 설명을 진행했다.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으면, 가장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한의대생으로서 초음파 기기를 바라보는 이해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명료하게 답변해 줬다. 내용이 어렵고 복잡할 것을 우려해 수강을 망설이던 학우들도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꼭 수강하고 싶다는 반응들이었다.
경혈 초음파 활용, 한의약 신뢰도 향상 ‘기대’
강의의 첫 슬라이드에는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다보면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만나고 생각의 흐름이 막힐 때가 있다. 눈으로 한번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경혈을 관찰하고 침 시술하는 과정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수업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원장님은 침 치료시 폐 주변 부위의 기흉, 주슬관절 부위(委中穴 등)의 위험한 구조물들을 피해 우리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시술할 수 있다는 점을 초음파 시연 영상을 통해 설명했다. 한의학의 경락이나 경근(經筋) 손상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들었을 때 환자 입장에서 침습적인 치료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면 믿고 다시 내원하거나 추가적인 치료를 더 시도해볼 수 있는 라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깨 회전근개 손상에 대한 임상연구를 통해서는 약침이 견우혈에 들어가는 것을 함께 보면서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소되는 과정을 겪는다면 한의약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선 단락에서 See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이는 복부 초음파의 시연 영상을 보면서 더 와닿았다. 우리가 침구 치료와 한약 처방을 하기 전 초음파로 장부 형상을 관찰한다면 한의학적 변증의 타당도를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의학의 이론의 타당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독자적인 한의치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의약을 폄훼하는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 강연을 통해 침과 한약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 들어왔을 때 초음파 연구 결과를 제시해 해결했던 사례를 소개했는데, 학술연구 목적의 초음파 기기를 활용해 눈에 보이는 근거를 만들고 한의치료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배울 순 없을까 ?
학년이 올라가고 더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게 될 수록 교수님들을 더욱 존경하게 된다.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나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얻은 최신 정보들을 반영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수업 개선을 위해 학생들이 수업에 바라는 점을 항상 시험지 마지막에 보너스 문제로 내주는 교수님들도 많이 계신다. 만약 다음에 초음파 기기가 활용될 수 있는 과목에서 그런 질문이 나온다면 초음파 기기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는 내용을 꼭 적을 것 같다.
아직 모든 한의의료기관에서 연구 목적의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대생이 생의학에 기반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의 치료를 받는 환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라는 점에서 초음파 영상을 배우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의사 전용 경혈 초음파 기기인 아큐비즈가 출시되면서 우리가 임상에 나갔을 때 침 시술용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의학은 실제 사체를 해부해 얻은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해왔고, 교과과정에서 해부학 실습과 영상진단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초음파를 활용해 침구 시술을 해보는 실습이 대폭 확대되기를 바란다. 침 시술용 초음파를 통해 시대에 걸맞는 현대 한의학, K-pop 같은 K-Medicine으로 거듭나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을 이끌어갈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