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우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한방내과학교실
과민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복통 혹은 복부불편감이 있으나 배변 후 해당 증상이 완화되고, 배변 빈도나 설사·변비 등의 대변 형태 변화 등의 특징적인 증상들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 중 하나이다. 만성적인 질환인 까닭에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 저하와 함께 삶의 질을 떨어뜨려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한약, 침, 뜸과 같은 한의학 치료에 관심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5년간 과민대장증후군으로 인하여 국내 한방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비가 2015년 약 617,815천원에서 2019년 약 1,029,900천원(2019년)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국민 수요를 고려하여, 한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도움을 주고, 환자에게는 안전과 효과에 대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0년 한의약 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과민대장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과민대장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그룹은 임상 한의사는 물론 연구 방법론 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으며,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based Medicine) 방법론에 입각하여 핵심질문을 도출하고 선행 연구를 분석한 뒤 GRADE 평가를 통해 근거 수준 및 권고등급을 도출하였다. 특히 개발그룹에 개원의를 포함하여 지침의 임상적 활용도를 제고하고, 내·외부 다양한 전문가 검토 및 보완 과정을 거쳐 지침의 타당성 및 완결성을 높이고자 했다.
본 지침은 과민대장증후군의 한의학적 치료를 중심으로 임상 권고안을 도출하였다. 특히, 한의원 등의 1차 한방의료기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예를 들어, 한의원과 의원에서 과민대장증후군을 동시에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가 많은데, 이러한 환자 진료에 근거 기반 과학적 해답을 제시하기 위하여 한약, 침, 뜸 등의 한의 치료와 양방 치료를 함께 시행할 경우, 환자의 증상과 삶의 질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임상질문을 설정하였다.
비록 양질의 다양한 선행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은 향후 한의약 분야 임상연구자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지만, 이러한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최종 도출된 과민대장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는 육군자탕, 소요산, 통사요방 및 곽향정기산 등의 한약은 물론, 침구 치료, 관장 요법 및 추나 요법 등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한의 치료에 대한 단독 또는 한·양방 병행 치료 권고를 포함할 수 있었다.
많은 임상 한의사들은 이미 고유의 진료 패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본 진료지침의 경우 기존 임상한의사들의 개별 진료 패턴을 부정하고 새로운 한의진료체계를 제안하기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다. 과민대장증후군이라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질환에 대한 공통의 국제표준진단을 적용하자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고, 이렇게 진단된 과민대장증후군 환자에 대해 변증 등 다양한 한의진단체계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한약, 침, 뜸 치료 간 우선순위와 고착화된 치료조합을 고집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많이 시행되는 한의임상치료법의 상당부분이 이미 지침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많은 한의사들이 본 지침을 참고하는 순간 현재 본인의 치료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지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으로 지침 기반 진료가 활성화된다면, 표준화된 한의진료체계에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며, 향후 한의약 보장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국가단위의 다양한 계층에 대한 충분한 임상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더 좋은 지침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과민대장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은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NCKM, http://nckm.or.kr)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다(문의: choish@niko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