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요즘 전쟁, 역병으로 인한 ‘팬데믹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비법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환경에 맞춘 서로 간의 사랑과 돌봄, 소통, 교류, 마음의 건강관리가 확실한 방법이다. 정신건강은 ‘나와 나, 나와 타인, 나와 자연’의 연결이 ‘자기긍정 에너지’로 천인상응할 때 시너지를 얻는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잉카 같은 문명도 흑사병, 홍역, 말라리아 등에 무너졌던 것이다. 동의보감을 편찬했던 허준도 임진왜란 이후 역병치료와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찬벽온방』, 『벽온신방』 등을 발간하며 정신과 신체의 조화에 대응하여 큰 성과를 거뒀다.
70년 전 6·25 종전 후 전염병(콜레라)으로 인한 질병과 정신질환이 창궐하자, 당시 한의학 선현들은 발 벗고 앞장서 무너지고 있던 정신건강과 역병 치료·예방에 솔선했다.
정신건강 한의학은 수천 년을 두고 환경영향에 맞춘 상응체계를 세웠으며 이를 오기능 구조 역학적으로 관찰 분석했다.
이 중요하고 진실한 정신건강 활동을 ‘몸과 마음’이 발현하는 전일적 현상으로 발생기능(혼), 추진기능(신), 통합기능(의), 억제기능(백), 침정기능(지)으로 상생하는 방법들을 임상실험에서 실증해왔다.
임상 사례)
30대 젊은 엄마가 초등학교 외아들을 데리고 내원했다. “초6인 아들이 ‘틱’으로 작년부터 모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약을 1년 넘게 다니며 복용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수척하게 마른 엄마가 초조한 얼굴로 호소했다.
먼저 아이를 진맥하고, 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틱 증상에 대해 물어보니 ‘음성틱’과 목의 ‘동작틱’으로 초등학교 입학 무렵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창백한 얼굴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연신 ‘음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움직였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아들의 틱 장애를 일과성 습관으로 방치했는데,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에 증상이 더욱 심해졌던 것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아이의 ‘혼백’을 살피며 상담했다.
한의사: 학교 입학하고 힘들었니?
아이: 아니요. 친구들도 생겨서…(말이 좀 느리고 약간 눈빛이 흐리다)
한의사: 입학 무렵에 시작됐으면, 동생 태어났을 때구나. 여동생 생겨서 좋았어?
아이: 음…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요.
한의사: 예를 들면 어떤 거?
아이: 동생이 목욕탕에 물을 틀어놓고 있다가, 엄마한테 혼났어요. 음…저한테도 나쁜 말하고…엄마는 동생도 있고 힘든데…
한의사: 효자네, 착하구나.(칭찬하며 공감하는 눈빛으로)
아이: …(작게 숨을 내쉬며 얼굴이 편안해졌다)
한의사: 그런데 동생이 혹시 물장난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아이: …(생각하는 표정)
한의사: 준호는 6살 때 기억나는 거 있니?
아이: 아니요.
한의사: 그럼 지금 동생은 준호 6살 때처럼 아직 애기네. 준호 친구들처럼 13살이 아니고.
아이: 아~ 네…(눈이 안정된다)
한의사: 준호는 어린 여동생이 예쁘니까, 다정하게 잘해주고 싶지?
아이: 네.
한의사: 그럼 어떻게 하면 오빠가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줄까?
아이: 음…동생이 아직 어리니까 좋아하는 걸 해주면 될 거 같아요.(살짝 웃는다)
집에 머무는 시간 늘면서 가족 간 갈등 증가
필자는 아이의 매핵기와 전근증상을 오래된 스트레스로 인한 간기울결, 폐허증으로 변증 진단하여 풍지, 대추, 태연에 시침하고 가감맥문동탕으로 방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아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 간 갈등도 증가하게 되어 오래된 스트레스도 심해진 것으로 분석하였고, ‘마음의 통증’에 대해 지언고론요법으로 상담하고 침·뜸·한약치료를 했다.
아이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어린 동생에 대한 돌봄을 어떻게 표현하고 행동할지 서툴렀던 ‘속상함’이 몸에 쌓여 병이 되었다. 희노우사비공경의 생리적 七情이 내부·외부 자극으로 태과불급하여 병리적 七氣로 ‘몸과 마음’에 ‘틱 증상’이 발현되었으므로, 怒氣를 오지상승위로 치료했다.
한약 한 제 복용 후 아들과 내원한 엄마는 “아이의 틱 증상이 훨씬 줄어들었고 아이아빠도 좋아한다”며 기뻐했다. 아이는 “동생이 좋아하는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를 하고 같이 놀아주니까, 사랑한다고 제 뒤만 졸졸 따라다녀요”라고 편안한 얼굴로 수줍게 자랑한다. “이젠 손흥민처럼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도 하려고요”라고 눈을 반짝이며 웃는 모습에 필자도 마음이 따듯해졌다.

포스트 코로나에 임상 한의학 경쟁력 제고
어린이들의 경우 가족 간, 특히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건강한 생명력인 ‘혼백’ 유지에 절대적이다. ‘오지상승위’로 調氣治神하여 아이와 다정하게 소통하며 맺힌 마음을 풀어주었다. 아이의 발생·추진기능이 살아나자 온가족이 행복해지는 전파력은 팬데믹과 혐오의 시대에도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안녕질서 유지라는 천인상응에 맞춘 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기계론적인 서의학과 달리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는 살아있는 생명에다 주체성을 둔 혼신의백지 오행이론을 통해 임상 한의학의 신기술을 하나하나 개발해오고 있다.
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기술 개발사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정신건강 한의학의 임상치료율을 높이고 개인맞춤식 치료특성을 살리는 표준규범 공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선도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제 전일 개념에 근거를 둔 정신건강 한의학은 짧은 센터 설립의 역사 속에서도 포스트 코로나에 또 하나의 임상 한의학의 새로운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