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트래킹을 중심으로 전국 명소와 맛집 등을 탐방하는 고양시 박정철 신침한의원장에게 취미를 갖게 된 배경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앞으로의 취미활동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가천대 91학번인 박 원장은 현재 체형사상학회에서 침법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Q. 등산, 트래킹 등의 취미를 갖게 된 배경은?
현재 등산과 트래킹, 맛집탐방과 여행, 낚시와 카약, 보팅, 사이클링, 음악과 쇼핑 등의 취미를 갖고 있다. 사실 한의사들은 일주일 내내 쪽방에 갇혀서 환자 보느라 햇빛을 잘 못 본다. 그러다보니 주말에는 꼭 비타민 광합성도 해야 하고, 일주일 동안 환자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으면 다음 진료에 의욕이 떨어지기 쉽다.
의욕을 돋우려면 야외에서 효과적으로 풀어내는 게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레저가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풀어주는지 연구를 많이 해 봤다. 가장 보편적이고 효과가 확실한 레저는 등산이다. 등산을 하게 되면 등산로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안전과 보행을 관리하게 되고, 도시와는 다른 이질적인 공간에서 자연과 직접 접하기 때문에 주의가 환기되면서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잡념도 사라지고 운동도 충분히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릎과 심폐기능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보니, 가볍게 부담 없이 즐기는 트래킹을 더 선호하게 됐다. 더구나 동행자가 쉽게 따라 나설 수 있기 때문에 트래킹은 지원자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여성이나 아동도 참여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명품 트래킹 코스를 많이 찾아 놓으면 운동과 정신적 힐링, 트래킹 친구까지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주말마다 생기게 된다.
Q. 효과적인 등산, 트래킹을 위해 관심사가 맛집 탐방, 낚시, 음악 등까지 확장됐다.
힐링에 목마른 사람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다보니, 동반자들에게 행복한 일정을 생각하게 됐다. 트래킹로가 명품이어도 달랑 다녀오면 서운할 것도 같아서, 동선을 수학여행처럼 다양하게 짜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정에 맛집을 추가하거나 야경 뷰가 좋은 카페 등을 추가하다보니 해당 분야까지 관심사가 넓어졌다.
여행갈 때 음악도 중요하다. 여름바캉스용 음악과 단풍놀이를 갈 때 듣는 음악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느낌에 따라 폴더를 나누어서 음악을 모아 의식의 흐름에 따르도록 편집해 놓는다. 태풍이 불 때 듣는 음악을 들으면 비오는 날 가는 여행도 갑자기 즐겁고 색다르다. 음악을 듣는 취미 역시 여행을 위한 음악, 드라이브를 위한 음악,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한 음악들을 수집하는 과정이다.
쇼핑은 원래 저와 무관했다. 그런데 이게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젊은이와 여성들은 쇼핑에 열광한다. 그래서 처자식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쇼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자기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대화가 되곤 했다. 그러니 명품과 캐주얼, 스포츠 메이커 정도는 동영상 스트리밍사이트를 통해서 대충 꿰고 있는 것이 좋다. 사춘기 어린 딸이 좋아하는 영캐주얼 메이커를 줄줄 외우고 있으면, 딸을 구워삶아서 함께 트래킹하기가 무척 쉽다. 여행과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술책(?)으로 좋은 방법이다.
Q.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여름 방학 때 일상에 찌든 딸이 바람 한 번 쐬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딸을 차에 태워서 양평 서종옥에서 곰탕으로 늦은 아침을 먹은 다음 근처 테라로사 카페를 구경하고, 가평 읍내에 있는 르봉뺑 빵집에서 빵을 먹은 뒤 용소폭포에 가서 ‘훈남’들이 다이빙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러고 나서 강씨봉 휴양림에가서 수영하고 옷을 말릴 겸 숲속 트래킹을 했다. 해가 떨어질 때 즈음에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북한강로를 드라이브하다가,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귀가했다. 딸이 아빠와의 여행은 짧지만 항상 최고라고 했다.
단골 환자분 중에서 일상에 몹시 답답함을 느끼는 분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 한의원을 다녀서 거의 가족 같은 분이었다. 그래서 봄날에 의기투합해서 지인 몇 명이랑 차에 태워서 북한강로의 벚꽃이 만개한 터널 속으로 10킬로미터 이상 드라이브 한 적이 있다. 하얀 꽃비에 하얀 꽃 터널에 실컷 눈호강을 한 후, 그대로 춘천으로 달려 벚꽃이 건물 전체를 감싸는 춘천 라뜰리에 김가빵공장에서 다시 못 볼 듯한 비경과 분위기에 푹 빠졌다가 돌아왔다.
거의 몇 달 동안 그 단골환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한의원에 오게 됐다. 꿈같은 여행이 환자를 치료해버린 경우다.
Q. 추천하고 싶은 트래킹 코스나 콘셉트는?
단 하루의 트래킹도 효율적으로 잘 편집하면 여름휴가를 다녀 온 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 같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눈빛을 바뀌게 하는 그런 여행을 만들면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여행가이드는 항상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여행은 타이밍이다. 썰물에 만리포를 가면 동해 같은 모습이 나오지만, 밀물에 만리포를 만나면 서해의 여느 해수욕장처럼 혼탁하다. 가을에 설악산 한계령을 가면 단풍에 취하지만 겨울에 한계령을 가면 설국이 펼쳐지거나 황량하다. 또한 겨울에는 활엽수가 많은 산은 가면 안 된다. 핵전쟁이 끝난 지구처럼 황폐해서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우울증이 생길정도로 황량한 쓸쓸함을 맛보게 된다. 반면 안면도 수목원의 데크 길을 겨울에 가보면 그 짙은 푸르름과 피톤치드에 희망과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침엽수 트래킹로는 아껴뒀다가 주로 겨울에 많이 간다.
짧고 간단하게 힐링하고 싶다고 하면, 유명한 산의 입구에서 사찰까지를 걸어서 다녀오라고 권한다. 절터는 과거 왕이 하사한 유적지라 위치가 산에서도 명당이고, 가는 길도 대부분 아름답게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면 북한산의 진관사, 삼천사 같은 사찰을 입구에서부터 절터까지 걸어 올라가면 아름다운 경치는 기본적으로 보장된다. 또 가벼운 산책과 신선한 공기, 절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간단하지만 멋진 트래킹이 된다.
게다가 최근에 지자체에서 대부분 근처의 둘레길과 연결시켜 놓았기 때문에 코스의 길이를 조절 할 수 있다.
다음에 열거된 트래킹로들은 길은 편안하고 경치가 무척 수려한 곳이다. 고생은 덜하고 눈은 호강하는 코스가 가장 훌륭한 코스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명품트래킹로는 △설악산 오색약수~주전골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 △태안 삼봉해수욕장 부근 천사길, 노을길(솔향기길) △가평 잣향기푸른숲 △제주 올레길 등이 있다.

Q. 앞으로의 취미활동 계획은?
멋진 트래킹을 위해서는 명품 트래킹코스가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알려지지 않은 명품 트래킹코스를 찾는 답사를 꾸준히 하면서, 단순한 트래킹을 벗어나서 같이 무엇을 했을 때 가장 트래킹이 맛깔스러워질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물고기가 잘나오는 포인트가 트래킹 코스에 있다면 등에 낚시대를 짊어지고 트래킹을 해야 할 것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사에게 여행과 레저, 취미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생기가 넘치는 의사만이 환자에게 삶의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기분이 울적한 환자에게 알맞은 트래킹을 권고하기도 하고 너무 오랜 기간 단골인 환자들과는 가끔 트래킹을 같이 가기도 한다. 물론 환자는 영감을 받아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오랜 기간 국내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아름다운 여행지의 축소판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