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처럼 대마를 완전 금지하는 사례는 리스크에 기반 하지 않은 갈라파고스 규제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 한국법제연구원 이기평 연구위원은 헴프(Hemp) 및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의 합법화를 위한 마약류관리법 개정 및 대마법 제정 필요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우선 이 연구위원은 현재 각국의 대마 규제 현황을 제시하며 “대마 규제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없기 때문에 각 국가 상황에 따라 대마 사용을 위해 단계적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의료용 대마는 유럽, 북미, 중남미, 호주 등 43개국 이상에서 합법화 하고 있고, 의료용+기호용 대마는 캐나다, 조지아, 남아공, 우루과이, 미국 18개 주 등에서 합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도 지난 2003년 산업화 헴프를 합법화하면서 세계 최고의 헴프생산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중국의 헴프재배 면적은 지난 2019년 기준 6만6700헥타르(ha)에 달하고, 2017년 시장가치는 75억 위안(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일본 역시도 CBD원액에 대한 수입, 가공, 유통을 합법화하면서 도쿄에 CBD 샵도 생길 정도로 산업화됐다는 게 그의 설명.
하지만 국내의 경우 허가받은 일부 치료용 대마에 한해서만 환자가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치료용 대마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사용이 한정돼 있다. 즉, 정부가 대신 직접 구매해 환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 외에는 대마성분의약품의 수입 및 사용은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원천봉쇄 돼 있는 실정.
이에 이 연구위원은 “산업용 헴프 재배와 CBD 합법화를 위해 CBD 용도는 뉴질랜드의 사례처럼 의료용에 한정해 사용하도록 하고, 중국 모델에 따라 마약류관리법 개정과 헴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캐나다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같이 독립 대마법을 제정해 CBD 식품, 화장품 등의 생산, 유통을 허용하고 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도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사용에 대해 정부기관도 최근 적극 관심을 갖는 기류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법적 제한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도 “법적 논의에 앞서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선입견에 따른 국민 인식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향정신성 물질(THC) 0.3% 미만의 대마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마약류관리법 개정 및 대마법 제정에 대한 방향은 있는 만큼 공론화를 위해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헴프 산업화에 따라서 가장 수혜를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되는 대마성분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연구는 최근 국내에서도 활발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NECA 공명’을 개최하고, 대마성분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 관련 전문가드르이 첫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합의문에는 대마성분의약품을 ‘대마에 함유된 천연화합물 중 칸나비오이드 성분을 추출해 제조한 의약품’으로 정의하고, 국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피디올렉스(EpidiolexⓇ, CBD 성분)와 사티벡스(SativexⓇ, CBD 및 THC 복합 성분)로 한정했다.
그 중 에피디올렉스는 졸림, 어지러움, 두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약물의 잠재적인 의존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됐다. 사티벡스 또한 두통,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용 가능한 수준이며 약물 의존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편익과 위해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으며, 의존성에 대해서는 추적조사가 수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효성의 경우 에피디올렉스는 일부 뇌전증증후군(드라벳증후군, 레녹스-가스토증후군) 환자의 발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사티벡스는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경직 및 통증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대마성분의약품은 성인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신경병증성 통증, 헌팅턴병, 투렛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뇌종양에 대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의계도 캐나다처럼 대마의 전초를 한약재로 등록해 한의학적 용도로 처방할 수 있도록 줄곧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