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학연구원(이진용 원장·이하 한의학연)은 지난달 30일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2021∼2024) 전문가 공청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안)을 공유하는 한편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세계화 추진사업 내 ‘한의약 국제표준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한의학연이 표준화 수요조사 및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수립된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2021∼2024)은 ‘14년에 수립된 한의약 표준화 전략 로드맵(2015∼2024)의 1단계 액션플랜(2015∼2017) 및 2단계 액션플랜(2018∼2020) 추진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3단계 액션플랜(2021∼2024)을 수립하고 기존 표준화 전략로드맵에 변화된 환경과 이슈를 반영했다.
이날 송성환 한의학연 글로벌협력센터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의학연에서는 그동안 정부는 물론 한의계, 산업계와 함께 국내외 한의약 표준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3단계 액션플랜을 통해 지난 ‘14년 수립된 로드맵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창출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유상 한국한의약진흥원 정책본부장은 축사에서 “표준은 글로벌 시장 확대 및 창출에 있어 중요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산업간 기술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3단계 액션플랜이 한국 한의약이 전통의학의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기반 마련은 물론 국내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한의약진흥원에서도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송호섭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도 “44대 한의협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중점적으로 강조한 5대 주력사업 중 하나가 ‘한의학 세계화 사업’”이라며 “한의협에서도 국내외 표준 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 이를 기반으로 한의학이 제도권 내에서 국가보건정책에 반영돼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공청회에서는 △한의약 표준화 롤링플랜 수립 개요(이유정 한의학연 책임연구원) △표준 전략로드맵 수립과정(김원국 이지엠티엔씨 책임) △표준 전략로드맵 개요 및 분과별 결과 발표(이은희 한의학연 선임연구원) 등의 발표를 통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이 추진할 △한의약 서비스 △용어 및 의료정보 △한약 △의료기기 등 4개 분야에 대한 수립 과정 및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각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아이템은 △한의약 서비스: 원외탕전실 외 4개 △용어 및 의료정보: 용어표준화 작업지침 개발 외 15개 △한약: 기원(origin)-한약재의 관능검사 외 7개 △의료기기: 맥전도검사기(가압식 분석기) 외 27개 등 총 57개의 아이템이 선정됐다.
이어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의 분야별 향후 과제’를 주제로 최선미 한의학연 책임연구원(ISO/TC249 WG4 의장)이 좌장으로 참여해 4개 분야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박민정 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장은 한의약 서비스와 관련 “ISO/TC249에는 서비스 분야만을 다루는 WG이 없고, 의료전문가들의 전문성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것들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마련된 3단계 롤링플랜에서는 원외탕전, 부항, 매선침 등 한국이 주도할 수 있고, 현장에서 필요한 아이템들로 선정된 것 같다”며 “다만 중국에서는 서비스 분야에서 중의학 교육시스템을 국제표준으로 선정하려는 등 중의학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내에서도 한의약 서비스 분야에 대한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대응방안 모색은 물론 향후 한의약 서비스 표준 개발을 위한 인력풀로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용어 및 의료정보’ 분야와 관련 “용어의 표준화는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표준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전략로드맵을 작성한 ‘14년의 아이템들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이수진 대한한의학회 표준이사는 “용어의 표준화는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약 표준 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표준의 기반을 구축하는 작업”이라며 “앞으로 용어 표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간 및 예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한의약의 표준 개발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약’ 분야에서는 표준 개발의 어려움과 실제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개선방안 등이 제안됐다.
이경진 경희대 교수는 “한약 분과의 경우 표준과 약전과의 기준을 조정하는 어려움을 비롯해 표준 개발이 개별 한약재별로 추진하다보니 너무나 많은 아이템이 제안돼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며 “앞으로 한약 관련 프로젝트의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과 더불어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안하는 아이템들을 검토·분석하는 인력 개발 및 이에 따른 예산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권기태 한의협 부회장은 한약재 관능검사시 육안으로 판별이 가능한 약재에 대한 알고리즘 개발도 병행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한약제제 안전성 검사시 미국의 기준에 맞춰 진행해 나갈 것 △한약제제의 경우 지표성분에 대한 유통기한 설정에 대한 고려 △법제하는 약재인 경우 법제 전 DNA 검사 시행 등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한약 표준화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기기’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강희정 대요메디 대표는 “의료기기 표준은 대부분 실물인 제품을 갖고 진행하다보니 표준과 산업화의 연계에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분야이며, 의료기기 표준 개발시 가장 큰 화두는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고, 요구하는 품질을 보장받는 것”이라며 “표준이 개발되기까지는 연구자 등의 역할이 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된 표준이 실제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우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의료기기 개발 추세를 파악해 한의계의 영역으로 확장할 품목들을 선정, 표준화를 진행해 한의계의 영역을 넓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또한 국내 한의 의료기기 시장은 열악한 실정이지만 기술력이나 인력 등에서는 수준이 높은 만큼 해외와의 협력 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발표된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2021∼2024)은 공청회에서 제안된 의견들을 반영해 최종안을 수립,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진용 한의학연 원장은 이번 공청회와 관련 “한의학연구원에서는 한의약 표준화 전략로드맵을 바탕으로 향후 한의약 각 분야 기술에서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의약 국제표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