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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아픈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 되는 공연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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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아픈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 되는 공연이길”

문저온 보리한의원장, 국내 유수 마임이스트 무대서 한의사로 열연
치병소요록’ 낭송하고 자침…관객 “치유되는 느낌” 호평
24일 대학로서 열리는 공연 ‘매드연극제’에 참가 예정

문저온.jpg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오는 19일 ‘생존신고’를 주제로 강원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린 공연 중 침 놓는 한의사 역을 맡은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에게 연극 참여 계기와 공연 경험, 관객 반응 등을 들어봤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경남 진주 보리한의원 원장 문저온이다.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Q. 강원 춘천 축제극장에서 ‘생존신고’를 주제로 무대에 서게 됐다. 

우리나라 마임의 전설이신 유진규 선생의 공연이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외롭고 각박한 코로나19 시대에 ‘나 여기 살아 있소’ 하고 서로서로 이야기해 주자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연대의 말과 몸짓이다. 저는 이 무대 위에서 직접 침을 시술하는 한의사 역을 맡았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긴 우울의 시대에 작게나마 삭막한 사람들의 마음에 윤기를 보태드릴 수 있을까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공연의 모티브가 된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의 저자로서 기쁨과 보람도 느낀다. 한의사와 시인이라는 역할로 각각 무대의 한 장면씩을 채우게 된 ‘배우 아닌 배우’의 두근거림도 있다.


Q. 저서 ‘치병소요록’도 낭독했다.

제가 쓴 시집 이름이다. 인간의 생병사를 주제로 한 글을 묶었다. ‘서혜’(鼠蹊), ‘울기’(鬱氣), ‘삽’(揷)처럼 몸·증상·죽음으로 시를 쓰고 그것들을 한 단위로 묶었다. 뒤표지에 제가 쓴 글로 대신 소개하자면, ‘삶이라는 질병, 사랑이라는 증상, 신음처럼 새는 말, 그리고 그 모든 장소인 몸’에 관한 시집이다. 환자들의 이야기와 저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앓고, 사랑하고, 죽고, 새로 나는 것에 관한 시들이다. 


Q. 공연에서 맡은 역할과 관객들의 반응은?

시집에 실린 시 한 편을 낭독했다. ‘늑간’(肋間)이라는 작품인데 유진규 선생님이 몸으로 표현하시는 고통과 죽음의 무대 사이에 ‘인간이 가진 유한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들려줬다. 꽃과 말과 몸과 사랑인데 이것들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기도 하다.

 

공연 마지막 무대에서는 뜸을 뜨고 침을 놓는다. 한판 고통과 죽음의 난장을 치유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연극 무대에서 침을 놓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건 보시는 관객들도 마찬가지여서, 놀랍고 신선한 경험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객석에 앉은 채로 문진(問診)을 듣고 치료를 받는 듯한, 자신도 모르게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들 했다.   


Q. 시에 이어 공연 분야까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시작은 유진규 선생과 극단 ‘현장’ 대표 부부의 의기투합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제 시집 이야기를 나누고 이걸 무대로 옮겨보자 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난감했는데, 아마도 제 시가 몸에 관한 내용이고, 유진규 선생의 마임이 인간 본질을 몸으로 표현해 온 예술이었기 때문에 어떤 접점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예술이 다른 형태의 예술로 2차, 3차 발전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 쓰는 사람으로서 무척 감동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강해진 씨도 즉흥연주로 함께 하는데, 시집에 실린 시 한 편을 자작곡 연주로 들려준다. 제가 제 작품을 관객이 되어서 감상하는 고맙고 귀한 경험이다.


Q. 과거에도 공연 분야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가?

문학 행사에서 시 낭송을 한 것 외에 무대 공연 경험은 거의 없다. 대학 다닐 때 풍물패 활동을 했고, 진주 ‘큰들문화예술공동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집단 사물놀이로 참여한 적은 있다. 그저 연극이나 공연 관람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보니 제 시집이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되면서 저도 원작자에 더해 배우까지 됐다. 

 

시를 읽고 침을 시술하는, 연기 아닌 연기를 할 뿐이지만. 이 공연은 지난해 ‘모든 사람은 아프다’라는 제목의 진주연극페스티벌 공식초청작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지면서 계속 연기되다가 온라인 연극제로 대신하게 됐다. 다행히 올해는 코로나가 누그러진 덕분에 제한적인 인원이나마 ‘2021 진주연극페스티벌’ 개막작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Q. 코로나19로 시나 공연 등의 활동에 지장을 받았나?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공연예술 분야는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말할 수 없이 컸다. 시 창작은 개인 작업이긴 하지만 문인이나 독자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문학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심리적인 위축이나 우울감처럼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많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극 무대도 온라인으로 옮겨 녹화 방송을 송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시간과 장소에 덜 구애받고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극복이라면 극복일 텐데, 그 덕분에 앞으로는 촬영이나 무대 구성, 관객 유치 등에서도 더 많은 고민과 발전이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24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매드연극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곳곳에서 작지만 큰 공연들이 속속들이 되살아나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목마름도 있었고, 창작자들의 갈급함도 있다. 유진규 선생도 내년에 마임 인생 50년을 맞아 의미 있는 공연을 계획 중이다. ‘모든 사람은 아프다’와 ‘생존신고요’라는 말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공연이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서 아픈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나 단비로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계속 마련되리라고 본다.

 

‘치병소요록’이 지난 2019년에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시집도 준비하고 있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인터뷰 요청을 받고 놀랐다. 한의사들의 이색적인 활동을 눈여겨 찾아보는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시구나 싶어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 자기 자리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계실 텐데 쑥스러운 마음도 든다. 멀거나 가까운 곳에 계신 한의사 선후배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인사드린다. 모쪼록 평안하시기를 바란다. 


민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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