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선고를 받아 확정된 후,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은 채 집행유예기간이 경과된 경우에도 해당 의료인에게 사후에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적법하게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의사인 원고 A가 피고인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의사인 원고 A씨는 지난 2008년 9월경 비의료인인 C에게 고용되어 부산에서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행위를 하다가, 의료법 위반죄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2015년 10월 1심 판결에서는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한편 나머지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면서 원고 A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C에게는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이에 대해 쌍방이 항소하였는데 같은 해 2심 판결에서는 1심 무죄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하고, 제1심판결을 전부 파기해 2016년 1월 원고 A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C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피고인 C는 의사가 아님에도, 2008년 일반의인 피고인 A에게 매월 급여 70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고용하여 환자들을 진료하게 해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72회에 걸쳐 모두15억 5828만 원을 지급받았고, 의료급여 명목으로 536회에 걸쳐 1억926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들어 의료관계 행정처분 기준에 따라 의사 A에게 2020년 11월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 같은 취소 처분에 불복해 A는 서울행정법원에 ‘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A는 “의료인이 의료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선고를 받아 확정된 후, 그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지 않은 채 집행유예기간이 경과된 경우에는,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될 수 없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해당 의료인에게 사후에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A는 또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에게 선고·확정된 징역 2년에 대한 3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정상적으로 경과된 이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한 법적 근거나 처분사유가 없어 그 자체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보건복지부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지났음에도 A의 의사면허를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3월 18일 A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의료인이 같은 법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는 의료인이 의료관계 법령에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다른 일반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보다 무거운 제재를 가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인이 의료 관련 범죄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해당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어, 이는 곧바로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의무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련 형사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4년이 지나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자신에 대한 의사면허취소처분이 발동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권이 생겼다고 볼 수도 없어, 원고의 주장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처분의 근거가 부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원고는 ‘환수처분금액을 계속 분할 납부해 오고 있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향후 어떠한 잘못도 범하지 않고 성실하게 의료행위를 행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정상사유를 반영해 달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은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지 않은 기속행위에 해당할 뿐이어서 법원이나 행정청이 임의로 처분의 양정을 감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령 달리 보더라도, 특별히 원고에게 구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정한 행정처분의 감경사유가 있다고 볼 사정도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