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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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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는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

변호사로 복귀하는 최혁용 회장 “혁신가로서 한의계 발전에 힘 보탤 것”
“아쉬운 점은 의료기기…차기 집행부서 결실 맺길”
“제도권 밖 의료는 오래 못 가…첩약건보 장점이 더 커”
“눈앞 현실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의사의 길로 가야 미래 있다”

최혁용회장님.JPG

 

“협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저보다 홍주의 후보가 회장이 되는 게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잘 선택했죠.”

 

재선에 도전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4일 발표된 제44대 회장·수석부회장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3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당선된 자리인 만큼 못다 이룬 숙원과제 해결에 아쉬움이 있을 듯 싶었지만, 오히려 최 회장은 “홍주의 당선인의 리더십을 기대한다”며 “한의계를 통합해 이끌어줄 사람”이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내 나는 한의사협회장이라는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했다. 사업가, 변호사로 활동해 온 최 회장은 자신이 ‘혁신가’임은 분명하지만 ‘리더’로서 적합한지는 끝내 답을 내지 못했다는 것. 그는 “홍주의라는 좋은 리더가 저 같은 혁신가를 잘 쓰는 게 한의계 전체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3년의 회무를 마무리하며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를 꼽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관군이 아닌 의병이 나선 것”이라며 “적어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의사가 감염병 관리를 맡은 최초의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쉬운 점으로는 ‘의료기기 사용’을 꼽았다. 한의계 영역 확장이 꿈이었고 핵심은 역시 ‘의료기기 사용’이었지만 첫 임기 동안 원래 갖고 있던 기술을 많이 파는 쪽에 집중하다보니 영역 확장은 상대적으로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선거의 명운을 가른 ‘첩약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첩약이 국가 통제로 들어가면 초기에는 당연히 불편한 면이 있겠지만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며 “우리 국민들은 비용을 들여가며 의료서비스를 받는데 익숙치 않다. ‘한의’만 내 주머니에서 비용을 지불하라? 국가가 사주지 않는 의료는 절대 오래 못 간다. 제도권으로 들어간 첩약은 그런 면에서 대단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협회장직을 맡기 전 몸담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4월부터 돌아간다는 최 회장으로부터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선거를 치른 소감은? 

감사하다. 어쨌든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큰 문제없이 회원들이 성숙한 자세로  임해주셨기 때문에 무리 없이 끝난 것 같다. 적어도 고소, 고발은 없지 않나. 


Q. 그래도 이번 선거에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당선자 입장에서 본다면 의장단이든, 감사단이든 함께 팀을 이뤄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포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 오히려 역대 어느 때보다 단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조금이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Q. 단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는 이유는?

3년 동안 서울시한의사회장이었던 홍주의 당선인과 같이 일해 보니 홍 당선인이 내부 조율에 역량이 있는 사람이더라. 제가 못 가진 걸 갖고 있다. 저는 외적인 파워를 발휘할 수는 있었으나 내부 통합에서는 힘이 부쳤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끌려 다니지 않고 통합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Q. 당선인을 지지한 측에는 첩약 폐기를 주장하는 회원들도 있다. 

홍 당선인이 자신의 정책을 손쉽게 포기할 사람은 아니다. 사람으로는 넓게 통합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갈 추진력이 있는 사람이다. 저는 정책은 밀고 나갔지만 통합은 못했다. 이 둘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인데, 홍 당선인이 해낼 거라 믿는다. 


Q.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를 꼽았다.

처음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한의사는 끼어들지 말라는 외부의 압박은 물론이고, 한의계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주저했다. 난생 처음 접하는 질병인데 한약을 처방했다 혹시나 한 명이라도 죽으면 책임은 누가 지나, 오죽하면 한의사 집단의 명운을 짊어진 도박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약을 공급하는 사람들도 걱정은 매한가지였다. 자신들이 지은 약 때문에 사고가 나면 책임을 물을까봐 전전긍긍한 것이다. 

 

책임은 제가 질 테니 재료만 공급해 달라고 했다. 진료센터에 모인 한의사들에게도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모든 처방은 최혁용 이름으로, 혼자 처방전을 다 낸 걸로 작성하라고 했다. 책임을 저한테 귀속해야 자원 봉사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지 않겠나. 초창기 대구에 전화진료센터를 개설할 당시에도 대구를 ‘죽음의 도시’라 생각해 아무도 안 가려 했다. 결국 협회를 사실상 대구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으로 2주 동안 상주했다. 

 

최혁용 회장님3.jpg


Q. 그렇게까지 강제로 끌고 간 이유가 궁금하다. 

이유가 있다. 국가 방역체계에 이번에 참여 못하면 이 사회에서 대접받는 의료인이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스 때도, 신종플루 때도, 메르스 때도 한의사는 감염병 관리에 계속 참여하지 못했다. 사실 의사들한테 떠넘겨 놓은 거다. 우리는 저 뒤로, 안전한 곳에 앉아 “한의약이 효과 있다”고만 했지, 전쟁터 최일선에는 나서지 않은 것이다. 

 

한의사들이 진정한 의료인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리스크가 있더라도 방역 전면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협회에서는 예산 배정이 안돼 약부터 기부를 받아야 했다. 함소아제약에서 일단 한약 공급을 시작하자 전국에서 한의사들이 몰려들었다. 후원과 봉사자들을 합치면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비전, 한의사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시너지를 내, 말 그대로 함께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건 코로나19 전화진료센터가 유일했던 것 같다. 


Q. 제도권 내로 끝내 진입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지 않나?

오히려 평시였으면 합리적 토론이 가능했을 텐데 전시다보니 정부가 합리적인 선택을 못했다고 본다. 의사들이 빠지겠다고 주장하면 정부는 끌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의사들이 평소에 감염병과 관련된 교육을 마친 뒤 준비된 자세와 자신감으로 무장해 한의약의 활용을 제안하고 진입을 시도했다면 결과가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한의사가 나서니까 관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아닐까. 결국 정부가 한의사 역학조사관을 임명했다. 검체 채취도 안 된다는 말은 못하고 지자체의 선택이라고 한발 물러선 것은 이러한 노력 덕분이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에 한의사가 개설자인 병원이 지정돼 지금도 한의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느루요양병원에 의사는 두명 뿐이다. 광주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 호남본부가 광주시한의사회와 손잡고 코로나 후유증 치료를 위해 한약을 공급했다. 이런 식으로 한의사가 역학조사관, 검체 채취, 감염병 전담병원, 후유증 관리 등 제도권 내에 들어간 것이다. 예전에 한의계는 말만 했다. 

 

메르스에 한의학이 효과적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끝이었다. 이번에는 중국이 청폐배독탕을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한다고 발표로 끝내지 않고 환자를 직접 만나 약을 처방하기 위해 1000명이 모였다. 

 

그랬더니 비이성적이던 정부도 한의사들을 불가피하게 쓰기 시작했다. 최초로 국가 방역 체계에 한의사가 들어간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Q. 임기 동안 아쉬운 부분은?

의료기기다. 애초에 공약으로 들고 온 이유가 있다. 한의사가 도구사용에 제한 없이 보편적 의사노릇을 하는 게 최종 목표였다. 그러려면 우리가 완벽하게 갖지 못한 걸 상대편으로부터 빼앗아 와야 했다. 원래 계획은 임기 첫해에 첩약 급여화를 하고 이듬해에는 의료기기와 전문의약품(응급의약품과 리도카인 등) 사용 등으로 넓히려 했다. 

 

그래도 임기 동안 검찰로부터 리도카인, CO₂레이저,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 등에 대해 무혐의를 받아낸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다행히 의료기기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차기 당선인이 허락한다면 법안 통과에 힘을 보태고 싶다. 

 

최혁용 회장님2.JPG


Q. 사실상 이번 선거 결과를 결정지은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첩약 건강보험은 지금 눈앞의 불편 때문에 과소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사업의 의미로는 첫째, 한약 효과를 국가가 인정했다는 것이다. 국가가 생리통 치료 한약에 보험 적용을 해준다는 것은 생리통에 한약이 효과적이란 걸 인정한단 의미다. 둘째는 한약 안전성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다. 민간에서 쓰면 책임이 민간에 있다. 국가가 공급할 때는 안전에 대한 책임도 국가가 진다. 그동안 한약 안전성에 얼마나 많은 비판이 있나. 국가가 한약에 hGMP(한약재 제조·품질관리기준)기준을 적용시켰는데, 안전하지 않다면 그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셋째는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보험 적용이라는 것은 단순히 국가가 보조한다는 것을 넘어 가격을 통제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국민 입장에서는 가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의원에 갈 때 대략 얼마의 비용이 들지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접근성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국민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가격 외에 처방전, 원산지 공개 등도 정부가 하게 되면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공급자 영역에 있던 첩약이 상대적으로 투명한 수요자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Q. 우리 것을 모두 까발린다는 지적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어두운 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감염병 치료 참여도 마찬가지다. 한약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 있는지 국민들 앞에 맨몸으로 드러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제도화에는 분명 명암이 있지만 적어도 첩약과 코로나 진료 참여에서만큼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본다. 국민들은 이미 건강보험 아니면 실손보험으로 의료비를 커버하는데 한의만 직접 돈 내고 치료받으라고 하는 게 오히려 어색한 상황 아닌가. 


Q. 퇴임 후 계획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다시 돌아간다. 국회, 정부, 헌법소원 등을 담당하는 법제행정팀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개인과 국가 간 또는 국가 기관 간의 공적인 생활 관계를 규율하는 공법(公法)을 전문으로 다루게 된다. 국가와 국민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거나 행정심판, 헌법소원, 입법, 청원 등이 주 업무로, 협회 오기 전에 맡은 바 있다. 

 

한의사 제도도 공법 영역에 속해 있다. 제도와 정책에 관여해 한의사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권한과 기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한의계의 지속적 발전을 돕기 위해 밖에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Q. 회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사가 도구 사용에 제한 없는 의사가 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협회장이 됐다. 앞으로도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살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화두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한의사 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다. 자국 전통의사의 역할을 도구 사용에서 제한해 놓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X-ray를 사용 못하는 전통의사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지위에 있어서는 동등하게 두고, 직책에서는 한의사를 공공영역에서 거의 다 빼버린, 실제 할 수 있는 역할도 최소한으로 제한해놓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우리의 미래는 직책이 지위를 따라가거나 지위가 직책을 따라가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라면 도구 사용에 제한이 사라져야 하고, 후자라면 한의사가 의사의 지위를 가지지 못한 채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선택한 결과다. 보편적 의사 지위에 걸맞은 직책을 가질 것인가, 한약과 침이라는 도구의 수호자로 남아 도구 사용 전문가의 길로 갈 것이냐, 선택의 순간이 매번 오고 있다. 눈앞의 현실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의사의 길로 가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는 주장에 회원들이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린다. 

 

최혁용회장님4.JPG


하재규, 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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